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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이 의 서재입니다.

실직한 마왕성 문지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지하이
작품등록일 :
2022.10.26 12:21
최근연재일 :
2024.04.27 10:06
연재수 :
18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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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66
추천수 :
127
글자수 :
1,432,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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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19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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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139화 십강[十强]

DUMMY

139화 <십강[十强]>



캣니스와 게이로드는 테이블 앞에 앉았다.

옆 기둥에는 복면의 사내가 묶여있었다.

피투성이인 채로. 하지만 목숨에는 지장 없을 정도로 팼다.

이 모든 게 여관 주인의 성과이다.

달그락달그락 소리와 함께 여관 주인이 나타났다.

여관 주인 사무엘이 앞치마 차림으로 음료를 가져왔다.

푸줏간도 아닌 장소에서 앞치마라니. 정말로 그와 어울리지 않는 그림이다.


“뭘 봐? 독 안 탔으니 마셔.”


캣니스가 빤히 컵을 바라보니 들려온 말이었다.

음료에 독 탔다는 생각은 한 적도 없기에 바로 부정했다.

하지만 옆자리의 게이로드는 다르게 생각했다.

피에 젖은 채 앞치마를 두른 사무엘의 모습은 충분히 독극물 이상의 성능을 발휘했다.


“너. 눈빛이 이상하다?”


사무엘이 게이로드를 두고 한 말.

게이로드는 씨익 웃으며 조용히 허벅지 안쪽을 눌렀다.

미약에 취한 듯 꿈틀대는 근육을 잠재운 뒤, 최대한 점잖게 찻잔에 손을 댔다.


“어머. 캣니스 짱. 이건 정말···”

“어, 네···. 신기한 맛이네요···.”


음료를 권하기에 한 모금 마신 그들이었다.

하지만 좋은 평가하지 못했다.

쓰다. 그리고 흙냄새가 난다. 약간 달콤한 맛이 나려다가도 혀가 얼얼한 맛이 미각을 마비시킨다.


“신기하긴 뭐가 신기해? 더럽게 맛없지.”


다행히 사무엘도 제 실력을 아는 모양이었다.

본인도 한 모금 마셔보더니 복면 남자의 머리 위에 부어버렸으니까.


“나참. 너 때문에 바닥 청소 다시 해야 하잖아!”


바닥에 흘린 음료 탓을 하며, 복면 남자를 걷어차는 사무엘.


“네가 있다가 다 닦아!”


어쩌면 여관에 손님이 없는 데는 숲속 한가운데라는 이유 말고도 더 있을지도 모른다.


“됐고. 내 음료나 시음하려고 들여보낸 게 아니잖아. 내 아들놈 이야기나 좀 풀어봐.”


본인이 치울 걱정이 없어서일까.

다른 두 사람의 음료도 빼앗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졸지에 음료를 대접받다가 빼앗긴 캣니스는, 허망한 눈빛으로 엎질러진 찻잔을 내려다봤다.


“그렇게 맛이 나쁘진 않았는데···.”

“염병. 지랄하지 말고 빨리 이야기나 해봐.”


신랄하게 캣니스를 거짓말쟁이로 만들었다.

이에 캣니스는 그를 마주 봤다.

눈빛으로 어서 이야기하라고 말하고 있기에, 짧게 심호흡하고 이야기했다.


“먼저. 제 이름은 캣니스 센츄어리에요.”

“센츄어리? 종교쟁이인 것도 모자라서 고아냐? 종교쟁이에, 부모 없는 놈들이 전부 센츄어리라고 소개하던데.”

“···틀린 말은 아니지만. 언행에 주의해주세요.”

“하. 너나 착각하지 마. 내가 너를 들여보낸 건 내 아들놈 이야기를 듣기 위함이지. 잘 대해주고 살려주겠다는 말은 아니니까.”


여전히 사무엘이 분위기를 가져갔다.

그런데 캣니스는 험한 말에서 누군가를 보았다.

슬픔과 그리움이 잔뜩 담긴 눈빛이 되었다. 표정이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변하였다.


“···조금 험한 소리 들었다고 질질 짜는 건 계집년들 특성이지.”

“죄송해요. 옛날에는 안 그랬는데, 요즘 제가 감정을 조절하는데 서툴러서요···.”

“어쩌라고. 안 궁금했어. 이야기나 계속해.”

“네. 알겠어요. 그전에 이쪽도 소개해드릴게요.”


캣니스는 붉어진 눈가를 닦았다.

한 손으로 옆에 앉아있던 게이로드를 정중히 가리켰다.

그러자 사무엘의 이마에 혈관이 도드라졌다.


“씨발. 내가 왜 너희들 자기소개를 들어야 하는데?”

“이쪽은 미스릴 등급 모험가 게이로드. 현재 셀레브리디 교단 성녀님의 호위를 맡고 있어요.”


그가 주는 핀잔을 무시하고 소개했다.

다행히 이번 소개는 사무엘에게도 이점으로 작용했다.


“···성녀? 얘가 성녀의 호위를 맡아?”

“네. 그리고 저 또한 성녀님의 호위를 돕고 있죠.”


가만히 이야기 듣던 사무엘이 미간 사이를 눌렀다.

지독한 감정만큼이나 끈질긴 손길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뭐야? 내 아들놈이 뭘 했는데. 그런 종교쟁이 짱 년이 엮이는 건데?”

“성녀님 보고 종교쟁이 짱이라뇨. 아까부터 종교쟁이라고 표현하시는 거 좋지 못한······”

“닥쳐. 훈수 두지 마. 내가 종교쟁이에 쫄아서 못 죽일 거 같아? 그 환상은 착각이야 병신아. 성녀고 나발이고 신들 모가지도 꺾어버릴 사람이 나야.”


이 대화를 끝으로 침묵이 내려앉았다.

거듭되는 신성모독에 캣니스 쪽도 감정이 편하지 못했다.

당연히 사무엘은 그녀의 불만을 눈치챘다. 그러나 신앙심은 쥐뿔도 없는 남자이다.

캣니스의 침묵하겠다는 태도를 보자 발끈했고. 곧바로 여관에 살기가 진동했다.


“휴우. 하여간에 못된 남자라니깐~”


지독한 감정싸움 중에서 유일하게 게이로드만이 냉정함을 갖고 있었다.


“자자. 어쨌든 이야기하기 위해서 들어왔잖아. 그렇지? 싸우지 말고 이야기하자고~”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내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내가 아까부터 그러자고 했는데, 저게 계속 딴말하잖아!”

“그건 네 성격 때문이잖니. 네가 이야기 도중에 우리를 죽여도 네 쪽 손해가 더 크니까~ 미리 그러지 않도록 배려한 마음을 모르겠니?”


할 말이 사라진 사무엘이 입을 다물렸다.

그래도 눈빛만큼은 여전한 고집을 세웠다.


“그리고 자기소개라는 건 인간관계에 기본이란다? 그러니까 여보야도 자기소개 정도는 해주겠니?”

“염병! 누가 ‘여보야’야?! 그리고 내가 왜 너희에게 이름을 밝혀야 해!”


도저히 갑의 위치에서 벗어나지 않는 사내였다.

게이로드는 캣니스를 향해 이쯤 하자는 눈빛을 보냈다.

그러나 캣니스는 눈빛을 받지 못했다.

좀처럼 사무엘에게 삐진 눈빛을 거두지 않았다.


“큭. 크크큭. 저 녀석의 이름을 알고 싶나? 내가 알려주지. 사무엘. 저 녀석의 이름은 사무엘 이그나이트다-!”


사무엘의 이름이 들린 건 다른 남자에게서였다.

시선이 모이자, 복면의 사내가 비열하게 웃었다.


“사무엘 이그나이트. 어린애 같은 성미는 여전하구나?”

“너. 앞으로 내 허락 맡고 입 열어라, 씨발 놈아. 죽여버리는 수가 있어.”

“크하! 크하하핫! 사무엘! 네가 살아있는 한 나는 언제까지나 네놈의 발목을 붙잡을 테다!”


복면의 사내가 큰 소리로 웃었다.

곧 반죽음 상태로 재갈이 물리는 건 당연한 순서였다.

게이로드는 일련의 행동이 이어지는 동안, 조금 전에 들은 이름을 되풀이했다.


“사무엘. 사무엘···. 사무엘 이그나이트···?”


번뜩, 눈이 뜨였다.

쾅, 게이로드가 테이블을 치며 일어섰다.


“사무엘 이그나이트! 콘스탄트의 리더잖니!”


마치 소녀처럼 입을 가리며 놀라워했다.

갑작스러운 큰소리에 캣니스도 사무엘도 그쪽으로 고개 돌렸다.


“어머 반가워라~ 사무엘 짱 반가워~”


사무엘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게이로드의 손을 보았다.

악수하자며 내민 손을 철썩 쳐냈다.


“게이로드 님. 아는 사람인가요?”

“어머. 캣니스 짱도 참~ 콘스탄트잖니. 콘스탄트. 이카루스 짱이 있던 모험가 파티!”

“이카루스 님이 있던 모험가 파티요···?”

“그래! 나와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모험가이기도 한데. 설마 캣니스 짱. 콘스탄트 몰라?”


그게 뭐냐는 듯 바라보는 캣니스.

그러다가 ‘아!’ 소리 지르며. 게이로드와 사무엘의 얼굴을 번갈아 봤다.


“킬리언 님의 아버지가 이카루스 님의 친구였어요?!”

“뭐야? 이카루스 이야기가 거기서 왜 나와? 너희 걔 알아? 친해?”

“네, 알아요! 정말로 짜증 나게 굴었다고요!”

“안다고? 걔가 짜증이 나게 굴었다고?”

“아, 아니요. 짜증이 아니라··· 귀찮게 굴었어요! 아니, 귀찮은 게 아니라··· 어······.”


침묵이 찾아왔다.

이카루스는 예상치 못했던 지인의 이름 때문에 당황했고, 캣니스는 말실수를 주워 담지 못해서 당황했다.


“씨발, 그 새끼는 옛날에 내가 뭐만 하면 귀찮게 하지 말라고 지랄하더니만···.”


먼저 말을 하던 게이로드도 분위기가 이상해지자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사무엘은 불만 가득한 표정이 되었다.

속에 쌓아두었던 이런저런 이야기를 멋대로 풀었다.


“내가 그나마 정상인이었어. 그놈들은 진짜!”


천인족도, 엘프도, 드워프도, 임프도 죄다 제정신이 아니라고 신랄하게 깠다.

어쩐지 전설의 모험가 파티. 콘스탄트의 내부 사정을 엿본 듯한 순간이었다.


“그래. 씨발. 너를 안 죽일 이유만 점점 늘어나네. 이제 지루하다고 안 죽일 테니까, 아들놈 이야기 좀 하지?”


이야기를 들은 후에도 안 죽인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캣니스는 잠시 눈치를 살피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양손의 손가락을 얽으면서 천천히 말했다.


“실은 킬리언 님은 저의, 아니. 용사 파티의 은인이세요.”


그게 또 무슨 개소리냐는 표정을 짓는 사무엘.


“그분을 처음 만난 건 가람왕국의 변방에서였어요.”


캣니스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지금으로부터 몇 년 전, 치열했던 용사들의 이야기를.



*****



세상에 알려진 적 없는 용사의 이야기.

용사 사이에 있던 불화, 갈등 그리고 고난에 관한 이야기였다.


용사 일행이 힘든 시기에 만난 사람이 킬리언이었다.

용병 킬리언을 만난 장소는 베인지역 변방의 어느 마을이었다.

지금 와서 돌이켜봐도 킬리언에 대한 첫인상은 최악이었다.

예의 없고, 말은 험하고, 행동은 더 과격한 용병이었다.

솔직히 파티원으로서는 최악인 남자. 하지만 그의 실력 하나는 진짜였다.


-말도 안 돼. 게일이 졌다고?

-용사라더니 뭐. 별거 없네.


용사 일행은 그의 실력을 높게 평가해 데려가기로 정했다.

정작 그가 거부한 일이 문제이긴 하였지만, 어떻게든 설득해서 파티원으로 데려왔다.

그런데 그가 들어오면서 용사 파티는 긍정적으로 변했다.

지난 수고가 아깝지 않은 정도였다.

변화는 갈등의 중심에 있던 여사제에게 크게 작용했다.

더 이상 용사 일행은 여사제를 심하게 대하지 않았다.


-용병도 이딴 짓은 하지 않아.


모든 게 킬리언 덕분이었다.

세상이 모르는 다섯 번째 용사. 킬리언 이그나이트의 존재가 용사들을 그리 만들었다.

여사제와 용사 사이의 중재자 역할을 그가 해주었다.

그러면서도 파티의 리더 이상으로 파티를 이끌어주었다.

어느새 정신 차리고 보니 모두가 킬리언을 인정하였다.

가장 함께하고 싶은 사람을 뽑으라 할 때 그를 선택할 정도였다.


-야. 저것에게서 도망칠 수 있어?


순조롭게 나아가던 여정이 한계에 봉착했다.

용사 일행은 마계에서 처음으로 크나큰 벽을 마주하였다.

마왕성 최고 전력인 사천왕과의 조우였다. 원래였다면 그들의 모험은 거기서 끝났다.

그러나 모험은 이후에도 이어졌고. 이는 다섯 번째 용사 덕분이었다.


-하. 씨발. 어울리지 않는 짓거리를 하게 됐네.


여사제는 아직도 기억했다.

다섯 번째 용사의 고결한 희생을 되새겼다.

적갈색 머리카락과 갈색 피부. 자신을 보며 웃는 붉은 눈동자.

그의 희생으로 용사들은 마왕성으로 향할 수 있었다.


-가자. 우리 대에서 끝을 내는 거야.


그렇게 용사들은 마왕을 무찌르고 살아남을 수 있었다.

어찌 보면 모두가 칭송하는 용사의 업적은, 세간에서 손가락질받는 어느 용병의 고귀한 희생 위에 세워진 승리였다.



*****



해가 붉은빛을 내며 쓰러질 시간.

캣니스는 야외 테이블에 앉아서 발을 흔들었다.

공터에서 열심히 서큐버스가 마법진을 그렸다.

숲 바깥의 일행이 올 수 있게 게이트 마법을 준비하였다.


“후. 완성~”


이윽고 손을 털며 일어서자 허공에 푸른 구멍이 뚫렸다.


“캣니스여. 우리 왔네.”

“브레드 님. 게르드 님. 어서 오세요.”


성녀와 브레드의 일행이 나왔다.

다행히 마차 바퀴를 수리했는지 무사히 굴러왔다.

캣니스는 테이블에 내려와서 그들을 반겼다.

물론 릴리트가 브레드를 반기는 만큼 적극적이지는 못했다.


“생각보다 훌륭하군. 이곳 주인은 어디 있는가?”


브레드가 릴리트를 안은 채 캣니스에게 물었다.

그 물음에 캣니스는 흐린 미소를 지었다.


“잠깐 바람 쐬러 간다며 숲으로 가셨어요.”

“음? 지금 말인가? 저녁을 준비하기에 촉박하지 않은가?”

“저녁 준비는 게이로드 님이 맡으셨어요. 저도 도우려 했는데 수프에 민들레 뿌리 넣는 거 보고 내쫓더라고요.”


민들레 뿌리. 브레드의 표정이 한순간 떨떠름해졌다.


“맞아~ 캣니스짱 요리는 너무 생존식이라서 내가 요리를 맡았어~ 그래도 다행이야. 아쿠아처럼 스스로 독살할 일은 없으니 말이야~”


때마침 게이로드가 나왔다.

게이로드는 꽃무늬 앞치마를 두른 채 그들을 반겼다.

게르드와 브레드와 대화하고. 마차에 누운 아쿠아를 괴롭혔다.


“캣니스.”

“문지기님도 고생하셨어요.”


성녀 일행들 간에 이야기가 있는 한편, 짐마차 뒤편에서 가더와 라나가 내렸다.

한 손에는 산적들을 묶은 밧줄이 쥐어져 있었다.

산적들을 자비없이 내동댕이쳤다.


“으억. 어윽. 여기는?!”


그런데 산적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어딘가 다쳐서 그런가 싶었는데, 이곳을 둘러보는 산적의 얼굴이 거무죽죽해졌다.


“힉! 히익! 안 돼! 여기는! 여기는 붉은 머리 괴물이 산다고!”

“대, 대장! 돌아오고 말았어요! 지옥으로 끌고 왔다고요!”

“엄마! 무서워! 착하게 살게요! 제발 단두대에 매달아줘요!”


안색이 창백해진 일뿐 아니라 이상한 소리를 내뱉는다.

가더는 그들을 미친 사람 보는 듯이 바라봤고, 캣니스는 그들의 심정을 이해하고 쓴웃음 지었다.


“온다! 온다고! 저기 온다!”


각자의 사정으로 소란스럽던 그때. 숲 한쪽에 인기척이 나왔다.

산적들이 기겁하는 여관 주인이 돌아왔다.

잠깐 바람을 쐬러 나간다면서 돌아온 사무엘은, 상의를 탈의한 모습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어? 잠깐만. 저 사람. 허리춤에 쌍도, 붉은 머리카락, 심상치 않은 살기. 그, 그 사람 아니야?!”


브레드에게 붙어있던 라나가 제일 먼저 여관 주인에게 반응했다.

게이로드도 한눈에 정체를 알아보지 못한 사람인데, 라나는 단번에 알아봤다.


“어? 어? 맞는 거 같은데? 아저씨 저기 좀 봐요!”


브레드를 흔들어서 고개를 틀었다.

그런데 브레드가 직접 눈으로 봐도 모르는 눈빛을 보냈다.

그러자 라나는 경악하였다.

그의 무지함을 타박했다.


“사무엘 이그나이트! 센츄어리 대륙의 10강! 아저씨. 너희들. 설마 10강을 몰라?!”

“10강? 음. 예전에 들어본 적 있네. 요즘은 강자들을 모험가 랭킹 이외에도 따로 측정한다고···.”

“정확히는 대륙에서 영향력이 있는 강자요! 사무엘 이그나이트는 전 콘스탄트 리더이자, 용병들의 왕으로 불리는 강자로 10강 중에 9강의 자리를 꿰차고 있다고요!”


라나가 흥분하며 설명했다.

이에 여관으로 가던 사무엘의 발걸음이 멈췄다.

사무엘은 잠시 오늘 머무를 일행들을 쭉 관찰하더니, 헛웃음을 터트렸다.


“뭐냐? 네가 왜 여기 있어?”

“네 알 바 아니지. 붉은 대가리.”


릴리트와도 안면이 있는 사이였는지 몇 마디 주고받았다.

덕담이라기보다는 악담에 가까운 안부 인사였다.


“그래. 그건 그렇지. 그런데 너희들은 왜 그 꼴로 있냐?”


사무엘의 다음 시선은 마차 뒤편에 묶여있는 산적들에게 향했다.


“오, 오랜만에 뵙습니다 형님! 요즘 일손이 부족할 거 같아서 찾아왔습니다!”

“지랄하고 있네. 딱 봐도 상대를 잘못 가늠해서 잡힌 모양인데. 뭐. 일손이 다시 늘어서 좋긴 하네.”


사무엘은 신랄하게 산적들을 타박했다.

캣니스의 예상대로 그들 모두가 일면식이 있었다.


“형님! 평생 공짜로 일할 테니 살려주세요!”

“이 집이든 간이든 쓸개든 다 드리겠습니다!”


산적이 소리쳤다.

그 말을 들은 순간, 캣니스의 머릿속에 어떠한 생각이 번갯불처럼 스쳐 지나갔다.


“아···?”


입에서 멍청한 소리가 나왔다.

왜 여관이 산속 한가운데에 있는지 알 거 같았다.

하지만 때로는 알면서도 모르는 척해야 할 때가 있는 법이다. 이 사실을 못 본 척하기로 했다.

괜히 이곳에서 밤을 보낼 이들에게 찝찝한 기분을 안겨줄 수 없었다.

이미 숙박료까지 지급하였으니 말이다.


“살려달라고? 너희들 하는 거 보고 살려줄게.”


사무엘이 그들이 잡은 산적의 생살여탈권을 가져갔다.

성녀 일행이 이에 대해 반박할 시간도 없게 여관으로 들어가 버렸다.


“아아. 배고파! 빨리 밥 줘! 배가 등가죽에 들러붙겠어!”


여관 안쪽에서 밥을 달라고 재촉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본인의 여관에서 밥을 달라고 소리 지르는 모습이라니 우스운 일이었다.

캣니스는 그냥 머릿속을 비우고 웃기로 했다.

그냥 저런 사람이다. 다섯 번째 용사는 저런 사람 밑에서 훌륭하게 자라주었다.


“저거 왜 저래? 몇 끼 굶었나?”


진심으로 질색하는 동행자의 얼굴. 조금의 농담이 섞이지 않은 말.

캣니스는 더욱 쓴웃음을 지었다.


“그런가 봐요. 문지기님도 이렇게 점잖은데요.”


문득, 거울 치료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시간만 되면 밥을 부르짖는 모습이 누군가와 쏙 빼닮았다.

물론 제 동행자는 저 정도로 험하게 굴지 않는다. 단지 눈에 띄게 힘들어할 뿐이다.

그래도 거울 뒤에 치료가 붙는 만큼. 여관에 머무는 동안 무언가라도 얻어가는 시간이 되기를 소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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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 150화 사막의 나라 24.04.10 6 0 17쪽
182 149화 사막의 나라 24.04.08 6 0 16쪽
181 148화 사막의 나라 24.04.05 6 0 21쪽
180 147화 사막의 나라 24.04.03 7 0 12쪽
179 외전 다섯 번째 용사 終 24.04.01 8 0 31쪽
178 외전 다섯 번째 용사9 24.03.29 6 0 13쪽
177 외전 다섯 번째 용사8 24.03.27 6 0 16쪽
176 외전 다섯 번째 용사7 24.03.25 6 0 28쪽
175 외전 다섯 번째 용사6 24.03.20 5 0 21쪽
174 외전 다섯 번째 용사5 24.03.18 6 0 20쪽
173 외전 다섯 번째 용사4 24.03.15 9 0 19쪽
172 외전 다섯 번째 용사3 24.03.13 6 0 18쪽
171 외전 다섯 번째 용사2 24.03.13 7 0 14쪽
170 외전 다섯 번째 용사1 24.03.08 7 0 13쪽
169 146화 십강 사무엘 24.03.06 4 0 25쪽
168 145화 십강 사무엘 24.03.04 8 0 17쪽
167 144화 십강 사무엘 24.03.01 9 0 20쪽
166 143화 십강 사무엘 24.02.28 12 0 12쪽
165 142화 십강[十强] 24.02.26 10 1 14쪽
164 141화 십강[十强] 24.02.23 8 0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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