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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이 의 서재입니다.

실직한 마왕성 문지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지하이
작품등록일 :
2022.10.26 12:21
최근연재일 :
2024.04.27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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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2,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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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28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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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화 십강 사무엘

DUMMY

143화 <십강 사무엘>



다들 식사를 마치고 모여 앉았다.

한 사람을 두고 모여 앉았는데. 바로 기둥에 묶인 복면의 사내였다.

복면의 사내는 사람들 앞에서 덤덤하게 이야기하였다.


“내 나라는 동방의 ‘고[高]나라’라고 불리는 나라다. 사계절에 따라서 변화하는 산과 바다의 경치가 아름다운 곳이다.”


캣니스를 비롯한 여관이 객들은 복면의 사내가 하는 말을 경청했다.

그가 말한 동방이라는 곳은 상당히 먼 장소이다.

대륙의 동쪽 끝자락에 있는 나라들.

센츄어리 대륙의 중심인 앱솔루트에서도 여섯 달은 넘게 걸리는 나라였다.


“그런 예쁜 곳을 두고 왜 이 먼 땅까지 왔나요?”


캣니스는 물었다.

예로부터 그들끼리 모여 살던 동방 출신이 어째서 이국의 먼 땅까지 찾아왔는지를 궁금해했다.

하물며 사무엘과 사이도 좋지 않아 보이는데. 그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듣고 싶었다.


“나참. 저 새끼가 뭐가 이쁘다고. 다짜고짜 쳐들어와서 비겁하게 독이나 쓰는 새끼의 사정이 뭐가 궁금하다고 물어?”


사무엘이 투덜거렸지만 듣는 사람은 없었다.

평소에 따로 지내던 릴리트까지 나타나서는, 복면의 사내가 하는 이야기에 집중했다.


“내 이름은 영천이다. 황제와 상장군을 따르는 무사 중 한 명이며. 나름대로 근본 있는 가문의 후계자이다. 또한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여동생과 협력하여 가문의 발전을 위해 힘쓸 예정이었지.”


영천이 자기소개한 목소리에는 자긍심이 느껴졌다.

분명 목소리에 힘이 담긴 만큼이나 능력 또한 출중할 터였다.

비겁하게 등에서 칼이나 꽃고, 낄낄거리며 웃다가 사무엘에게 맞을 때와는 분위기가 달랐다.


“그런데. 상장군이라면 라나님이 말씀하셨던···.”

“맞아. 십강 중 한 명이야.”

“오.”


캣니스는 감탄 비슷한 소리를 냈다.

새삼 복면의 사내. 아니, 영천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뒤에서 꽥꽥 소리 지르다가 몇 대 맞으면 음침하게 웃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십강의 부하라니까 느낌이 새롭게 다가왔다.


“야, 날조하지 마. 상장군 그놈 부하가 몇천인데, 그걸 대단하다는 듯 말하냐?”

“아.”


이번에는 실망 비슷한 소리를 냈다.

그럼 그렇지, 캣니스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러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인 캣니스와 다르게, 영천은 목에 핏대를 세웠다.


“네놈이 뭘 안다고 지껄이느냐! 이 몸은 그 몇천 명의 부하 중에서도 직접 상장군을 보필하던···!”

“그러면 뭐 해. 상장군 그놈은 나랑 싸우기 싫어서 도망갔고. 그 따까리 놈은 비겁하게 독 묻힌 단검이나 던지는데.”

“이놈-!”


영천이 사무엘을 향해 이를 내밀었다.

당장 목을 뻗어서라도 물어뜯고 싶어 하는 심정이 훤히 보였다.

사무엘의 유치한 말장난으로 이야기가 끊겼다.

캣니스는 훼방을 둔 인물을 나무라며 쳐다봤다.


“사무엘 님. 계속 영천 님 이야기하시는데 끼어들면···”

“뭐. 어쩌려고? 싸우자고? 나야 환영이지. 당장 따라 나와.”


싸움에 미친 사람답게 바로 허리춤의 칼에 손을 올렸다.


“···문지기님 보고 사무엘 님을 더 시끄럽게 굴지 못하게 재워달라고 말할 거예요.”

“나?”


갑작스레 호명 당한 가더가 뒤돌아봤다.

대치 상태인 캣니스와 사무엘을 번갈아 보다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가더가 일어서자마자 사무엘은 칼을 놓고 물러났다.


“알았어. 알겠다고. 쳇. 조용히 있을 테니까 뭘 하려는 눈빛 하지 마.”


진심으로 질색하며 손사래 친다. 항복의 표시로 양팔까지 들어 올렸다.

오전에 사무엘과 가더의 싸움은 한 합 만에 끝났다.

아무리 사무엘이 싸움에 미쳐있더라도 정도를 아는 사내였기에. 한 번 더 꼴사납게 쓰러지는 일을 거부했다.


“영천 님. 이야기를 계속해주세요.”

“네놈들은 나를 무슨 전기수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냐?! 단순히 시간을 보내기 위한 이야기라면 말 않겠다!”

“아니에요. 오해세요. 저희는 사무엘 님과 영천 님 사이에 있는 불화를 중재하고 싶어서 그래요.”


캣니스는 말을 않겠다고 토라진 그를 살살 달랬다.


“캣니스 짱. 여기 오징어.”

“아. 감사해요. 게르드 님.”


잠깐 사이에 부엌에서 게르드가 마른안주를 가져왔다.

접시를 받아서 무릎 앞에 두었다.


“영천 님. 이대로 아무 수확도 없이 여동생 님의 곁으로 돌아가도 괜찮아요?”


아무렇지 않게 조금 전에 하던 설득을 이어갔다.

버터에 구운 오징어가 달콤한 냄새를 풍겼다.


“···좋다. 누구나 내 여동생이 겪은 끔찍한 일을 알게 된다면 저 남자를 경외하지 못하겠지.”


캣니스의 말에 설득당한 영천은 입을 열었다.

눈앞의 사람들은 오징어를 보고 떠들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내 동생 한아는 최씨 가문의 귀한 딸이었다. 무려 고조할아버님 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집안에 없던 여자아이였지.”

“정말로 딸이 귀한 집안이었군요.”

“그래. 그래서 우리는 한아의 행복을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 좋은 교육과 좋은 옷 그리고 좋은 혼처까지 앞장서서 수색했다.”

“영천 님도 동생분을 좋아했나 봐요.”

“물론이다. 너도 만약 그 아이를 보게 된다면 누구에게나 사랑받을 아이임을 알게 될 거다.”


영천의 얼굴은 설경 속에서 꽃밭을 발견한 사람처럼 밝았다. 그만큼 한아라는 이름의 여동생과 아끼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리도 밝았던 얼굴은 금방 음산하게 변했다.


“하지만. 그 아이가 대대로 황실과 사돈을 맺어온 집안과 결혼하기 석 달 전. 집안이 발칵 뒤집힐 대사건이 생겼다.”


영천의 눈에 불길이 자리 잡았다.

그 안에 사람이 존재한다면 새까맣게 태워버릴 기세였다.


“나는 네놈을 믿었다. 용제와 상장군의 명을 받들어 네놈을 최고 손님처럼 대우하였다. 그런데 내 순진한 여동생을 꼬드겨 하룻밤 불장난한 일도 모자라! 제아무리 실수로 생긴 아이여도 아이의 아비였기에 데려오려 했거늘. 네 녀석은-!”


한마디 한마디 내뱉는 얼굴은 악귀 같았다.

누군가를 저주할 수 있고, 혹은 칼로 찌를 수 있다면 당장 그럴 마음이 충만해 있었다.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우리 집안은 황실과 사돈인 가문에게 우리의 일방적인 혼약 파기로 막대한 보상금을 줘야 했다. 그런 화를 당했음에도 예를 갖추어 네 녀석과 만났거늘. 네 녀석은 끝까지 우리를 능멸하며···!”

“영천 님. 진정하세요.”

“아니. 진정 못 한다!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우리 가문의 장로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네놈이 입에 담은 상스러운 말을 잊지 못한다!”


영천은 그때의 기억을 끔찍한 저주라도 되는 것처럼 말했다.

사무엘에게 들었다고 호소하는 말을 그대로 읊었다.


-해달라고 해서 듬뿍 싸질러줬어. 그런데 이 이상 내게 뭘 바라는 거야?


예전의 사무엘이 말했다고 주장하는 이야기.

캣니스와 다른 일행들은 입을 틀어막고 경악했다.


“설마요!”


쉽게 믿지 못할 이야기다.

그만큼 수위 높은 발언이었으며, 같은 인간이 뱉었다고 생각지 못할 부류였다.

하지만 영천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금껏 소리치고도 화난 마음을 진정하지 못했다.


“나는! 나는-! 상장군의 명을 받들어 네놈을 보필하는 동안. 네놈을 존경할 가치가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한때 내 우상에 그대의 존재가 있었으며, 그대처럼 되겠다는 이상을 품었지!”

“하지만 그런 마음을 사무엘 님은···.”

“그렇다! 저 녀석은 우리 집안의 결혼도 하지 않은 귀한 딸을 회임시킨 일도 모자라! 책임조차 지지 않으려 하는 쓰레기 중의 쓰레기였다!”


이 순간, 다들 영천의 마음을 헤아리기 시작했다.

믿었던 친우가 제 핏줄을 겁탈하고 책임도 안 지는데 어찌 화를 내지 않을 수 있을까.

독이 든 단검이 무엇이냐. 차라리 수면향을 피운 뒤 집과 통째로 불태워도 할 말이 없었다.


“뭐야. 꿀잼이네.”


함께 자리한 아쿠아가 감탄했다.

게르드의 몸에 기대서 상황을 지켜봤다.


“야. 잠깐만. 너희들이 오해할까 봐 그러는데. 내가 막 강제로 쟤 동생을 겁탈하거나 그런 건 아니다?!”


이제야 위기의식을 느낀 걸까. 사무엘이 급하게 해명하고 나섰다.

하지만 배 속의 아이와 부인을 책임질 생각이 없는 나쁜 놈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사무엘 님. 마지막으로 할 변명이 있으신가요?”


캣니스가 차게 식은 눈으로 말했다.

그를 위한 사형 선고를 예비해두었다.


“아니. 내가 무슨 변명을 해? 나랑 걔랑 쌍방의 합의였다니까? 그 여자가 원한 일이었다고!”

“지금 ‘그 여자’요?!”

“아니. 뭐가 마음에 안 드는데? 나는 분명히 경고했어! 그런데 그 여자가 끝까지 밀어붙였다고!”


사무엘의 억하심정은 뒤로 하고.

일단 캣니스가 경고했는데도 여동생분의 호칭을 바꾸지 않았다.

그 태도에 캣니스는 오랜만에 쓰레기를 보는 눈빛이 되었다.

그가 호칭을 바꾸지 않는 이유는 ‘한아를 내 여자로 인정하기 싫은 것.’ 혹은 ‘하룻밤 불태웠을 뿐인 상대라서 이름도 기억 못 한다.’로 보였다.


“아니. 진짜 다들 왜 이래? 설마 저 새끼의 말을 그대로 믿는 거야?”


궁지에 몰린 사무엘이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그가 말 한 저 새끼. 복면의 사내 영천을 가리켰다.


“쓰레기님. 여기까지 찾아온 노력을 봐서라도 팔 한 짝을 내놓으실 수 있을까요?”


그러나 이미 그들의 마음속에는 사무엘이 ‘쓰레기 새끼’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하나둘 영천에게 다가가서 밧줄을 풀어주고 물을 먹였다.

그동안에도 캣니스는 사무엘의 팔을 하나 내놓기를 한결같이 요구하였다.


“너, 너희들. 여기서 나를 다치게 하면 강도짓이야. 알아?”


사무엘은 무의식중에 이곳에 자신의 편이 없음을 인정했다.

최후의 수단으로 인간 세상의 법을 들이밀며 으름장 뒀다.

이곳은 자신의 건물이며 이곳에서 누군가를 해치는 건 강도 살인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평소에 나쁜 의미에서 법 없이 살 사람이, 필요해지니 법을 부르짖었다.


“하지만 이 집. 애초에 쓰레기님 것이 아니라 산적의 아지트였잖아요.”

“너! 호칭 안 바꿔?!”


진실과 날조를 교묘하게 섞여 공격하자 즉각 반응했다.

사무엘은 버럭 화를 냈다가, 호칭이 중요한 게 아님을 깨닫고 정신 차렸다.


“그래! 야. 거기 너희들!”


변명은 그만두고 강도 행위로 몰아가기로 한 걸까.

이곳이 제집이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산적들을 끌어들였다.


“야. 솔직히 말해봐. 이 집 누구 거야?”


이에 산적 하나가 울상이 되어 대답했다.


“이 집은 사무엘 님의 것입니다.”

“봐! 들었지? 이곳은 내 집이니까 소란 떨 거면···”

“-라고. 사무엘 님의 손에 돌아가신 저희 할머니가 유언을 남기셨습니다!”


충격과 공포.

모두가 베일에 감춰져 있던 십강의 사생활에 경악하였다.

한 집안의 조모를 해하고 자식의 집을 빼앗아 맨몸으로 내쫓았다.

인간 말종 사무엘의 시대였다.


“야. 아니. 야 이 새끼야. 너희들이 먼저 나를 건드렸잖아!”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인간이라는 작자가 조모를 해치고 그 자손들의 터전을 빼앗아서 내쫓나요! 킬리언 님의 아버지라서 좋게 봤는데. 쓰레기님, 정말로 실망이에요!”


여사제의 거침 없는 비난이 이어졌다.

사무엘은 목뒤가 뻐근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피부는 목 끝까지 새빨개져서 횡설수설 같은 말을 반복했다.


“하. 씨발. 더는 못 해먹겠네.”


곧, 변명할 기운도 빠졌는지 해탈하며 웃었다.

주변을 둘러보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봐. 변호사. 여기 변호사 없어?”

“잘못을 따지기는커녕 변호사부터 찾다니요! 정말 비겁한 마음을 가지셨군요!”

“아니. 변호사. 변호사 불러! 망할-!”


억울함을 토로하는 사무엘. 이제는 말 섞기조차 꺼리는 여사제. 곳곳에서 피해를 호소하는 피해자들까지. 난장판이 되었다.


“와우. 미쳤네.”


아쿠아는 이 모든 광경을 즐겁게 지켜보았다.

게르드가 가져온 오징어를 씹으며 성녀답지 않은 단어를 입에 담았다.

신전에서 소문으로만 들은 연극 속 수라장.

현실의 수라장도 그동안 상상하던 극장 이상으로 흥미로웠다.




제 작품이 마음에 들었다면 추천과 좋아요 잊지마세요-!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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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 151화 사막의 나라 24.04.13 6 0 15쪽
183 150화 사막의 나라 24.04.10 6 0 17쪽
182 149화 사막의 나라 24.04.08 6 0 16쪽
181 148화 사막의 나라 24.04.05 6 0 21쪽
180 147화 사막의 나라 24.04.03 7 0 12쪽
179 외전 다섯 번째 용사 終 24.04.01 8 0 31쪽
178 외전 다섯 번째 용사9 24.03.29 6 0 13쪽
177 외전 다섯 번째 용사8 24.03.27 6 0 16쪽
176 외전 다섯 번째 용사7 24.03.25 6 0 28쪽
175 외전 다섯 번째 용사6 24.03.20 5 0 21쪽
174 외전 다섯 번째 용사5 24.03.18 6 0 20쪽
173 외전 다섯 번째 용사4 24.03.15 9 0 19쪽
172 외전 다섯 번째 용사3 24.03.13 6 0 18쪽
171 외전 다섯 번째 용사2 24.03.13 7 0 14쪽
170 외전 다섯 번째 용사1 24.03.08 7 0 13쪽
169 146화 십강 사무엘 24.03.06 4 0 25쪽
168 145화 십강 사무엘 24.03.04 8 0 17쪽
167 144화 십강 사무엘 24.03.01 9 0 20쪽
» 143화 십강 사무엘 24.02.28 12 0 12쪽
165 142화 십강[十强] 24.02.26 10 1 14쪽
164 141화 십강[十强] 24.02.23 8 0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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