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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이 의 서재입니다.

실직한 마왕성 문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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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이
작품등록일 :
2022.10.26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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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7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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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04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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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화 십강 사무엘

DUMMY

145화 <십강 사무엘>



한아는 한바탕 속을 게워낸 뒤, 사무엘에게 안겨서 바깥으로 나갔다.

나가는 도중에 우리 안에 갇힌 채 죽은 불쌍한 생명들을 보았다.

아지트의 수문장으로 보이는 갈비뼈가 열린 안 불쌍한 생명들도 보았다.

그때마다 제아무리 죽어 마땅한 인간들이 벌인 일이라도, 머리로 받아들이는 일과 다르게 몸은 격하게 반응했다.


“뭘 좋다고 보고 있어?”


그런 걱정을 사무엘이 덜어주었다.

사무엘의 손이 한아의 눈을 가려주었다.

커다란 손은 단순히 시각적 효과 외에도, 몸과 마음에 온기를 나눠주었다.


“신경 쓰지 마. 그냥 다 잊고 평소처럼 지내면 돼.”


평소처럼.

몸 상태가 안정되던 가운데 들은 단어가 꺼림칙했다.

한아는 사무엘의 어깨를 두드렸다. 땅으로 내려와서 벽을 짚었다. 입술 틈이 벌어지며 바닥에 구역질했다.


“우욱. 우우욱···. 흐윽. 흐으윽···.”


속을 게워나던 소리는 점점 흐느끼는 소리로 바뀌었다.

벽 앞에 쭈그려 앉은 한아는 눈물 흘렸다.


“흑. 흐윽. 으아앙!”

“아니. 왜 갑자기 울고 지랄이야?”


한아가 울음을 터트렸다.

서러운 목소리에 숲속 새들이 푸드득 날아갈 정도였다.


“집에 가기 싫어! 분명 혼날 거라고-!”


이때 한아는 사무엘의 표정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나중에 짐작하기로는 구린 표정을 짓고 있었을 터였다.

그래도 훨씬 어른인 만큼 스무 살 이상으로 차이 나는 그녀를 걷어차거나 그러진 않았다.

오히려 따뜻하게 보듬어줬다.


“자자. 울보 꼬맹이. 진정하고. 마차에 올라타. 이만 집에 가야지.”

“싫어! 가기 싫어! 분명 또 아버지와 오라버니가 엄한 식구들 혼낼 거라고!”

“야야. 네가 안 가면 걔들 더 혼나. 내가 네 아버지와 오라비 놈 달래 줄 테니 어서 돌아가자.”

“흑. 나랑 약속한 거다?”

“그래그래. 그러니까 얼른 올라타기나 해.”


구해준 사람에게 도와주라는 약속까지 받았다.

분에 넘치는 도움이라는 걸 알지만 받는 법밖에 몰랐다.

보상은 가족에게 부탁하기로 하고 r와 함께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왜 안 올라타?”


그런데 막상 마차 앞에서 꼼짝하지 않았다.

한아는 열린 문을 바라보며 제자리서 굳었다.


“못 타겠어.”

“뭐?”

“어떡해? 사무엘. 다리가 안 떨어져···.”


말을 살피던 사무엘이 다가왔다. 어둠 속에서도 썩은 표정이 여실히 드러났다.

그럴 만했다. 그에게는 귀찮은 일이었다.

한밤중 칼부림에 애 돌보기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손님 팔자가 아니다.


“하여간에 겁만 많아서는. 이리로 와. 앞에 태워 줄 테니까.”


그래도 여전히 험한 말 하나 하지 않았다.

마차를 못 타겠다는 한아의 팔을 잡아서 마차 앞으로 데리고 갔다.


“사, 사무엘?!”


그들은 콧김을 내뿜는 말 앞에 섰다.

한아가 또 한 번 겁먹은 가운데, 사무엘이 마차와 연결고리를 끊고 안장을 준비했다.


“뭐해? 안 타?”

“이, 이런 걸 어떻게 타?!”


문제가 있다면 한아가 금지옥엽 자란 딸이라는 점이다.

말을 타보기는커녕 가까이 간 적도 이날이 처음이다.


“왜 못 타? 말을 모는 일은 내가 하는데?”

“하지만 이렇게 큰 동물에 어떻게···.”

“이러다 날 새겠다. 일로 와. 도망가지 말고 내 팔 잡아!”

“꺄악!”


한아의 시야가 순식간에 높은 위치로 이동했다.

두 다리가 바닥 위에 닿지 못한 채 떠 있었다.

안장 위에 올라탄 그녀는 바짝 긴장한 채 벌벌 떨었다.


“허벅지에 힘줘. 몸 전체에 너무 힘주지는 말고. 영 버티기 버거우면 등 뒤에 있는 나한테 기대. 말 갈퀴는 잡지 말고.”


사무엘이 지시하는 대로 이리저리 자세를 고쳐 앉았다.

말 위에 탄 한아의 머릿속에서 수만 가지 생각이 지나갔다.


“손 위에 겹쳐. 그렇지. 혹시 떨어질 거 같으면 바로 내 팔을 붙잡아.”


끄덕끄덕.


말할 정신도 없는 채 고개만 끄덕였다.

잔뜩 긴장한 목을 돌려서 뒤돌아봤는데. 사무엘이 머리 위에서 입꼬리를 올렸다.


“어. 사무엘···?”

“왜 불러?”

“살살 달릴 거지?”


사무엘이 밝게 웃었다.

그 미소를 보자 불안감이 더 커졌다.

분명 웃고 있는 얼굴을 보는데도 기분은 좋지 못하다.

불안은 곧, 현실이 됐다.


“사무에에에에엘-!”


얼굴을 때리는 바람 속에서 또렷한 비명이 들려왔다.

엉덩이도, 팔도, 말의 움직임에 따라서 미친 듯이 흔들렸다.


“아, 안 돼! 나 못해! 못한다고!”


당장이라도 떨어질 거 같은 기분을 느꼈다.

사무엘이 그렇게 두지 않을 터이지만, 정상적인 사고를 할 틈이 없었다.

한아는 사무엘과 겹쳤던 손 하나를 떼서 앞으로 뻗었다.

목표한 대상은 말 머리. 꼴사나워도 말의 목에 기댈 생각이었다.


“어허. 지금 뭘 하려고 그래.”

“히익!”


그 행동을 사무엘이 저지했다.

꼴사나운 비명이 나왔다.


“같이 죽자고 달리는 말의 목에 매달리려 하냐?”


친하지도 않은 말의 목에 팔을 두르려던 행동을 나무랐다.

달리는 도중에 이런 행동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에 미리 막았다.

하지만 한아가 지나치게 굳어 있는 모습도 좋은 반응이 아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서 허리를 끌어당겼다.


“어, 어딜 만지는 거야!”


곧장 반응이 왔다.

한아가 복부에 닿은 타인의 온기에 기겁하였다.


“어딜 외간 남자가 함부로 여인의 몸에 손을 대!”

“왜? 싫어? 그러면 놓는다? 놓으니까 중심 잡아라?”

“자, 잠깐만! 놓지 마! 놓지 말라고! 놓으면 확 떨어질 거야! 나만 안 떨어질 거라고!”

“뭐야? 이래도 싫다~ 저래도 싫다~ 자꾸 맘 바꾸지 말고 확실히 말해. 놔? 아니면 말아?”

“놓, 놓지 말아줘요. 사무에에엘···!”


몸에 손 닿았다고 기겁할 때는 언제고. 선택지를 주자마자 더 힘을 실어서 팔에 매달렸다.

심지어 제 오라버니가 부탁하던 높임말을 지금 처음 썼다.


“푸하핫! 너도 계집애처럼 굴기는 구는구나?”


사무엘은 무거워진 팔의 무게에 웃었다.

한동안 한아는 사무엘의 팔이 생명줄이라도 되는 것처럼 꼭 붙잡았다.

간절하게 붙잡고 비명도 멈추지 않았다.


“차라리 돌려 앉을 걸 그랬나?”

“왜 진작 그러지 않았어?!”


곧장 대답하는 목소리에 얼핏 노여움이 담겼다.

그는 한 번 더 웃음을 터트렸다.


“네가 싫어할까 봐 그랬지. 외간 남자의 가슴팍에 안길 수 있어?”

“···윽. 미안해요. 실언이었어.”


이 말을 마지막으로 한참 동안 별 말 없이 달렸다.

말의 숨소리가 흘러나올 때마다 누군가의 숨소리도 거칠어졌다.

좀처럼 숨소리가 진정되지 않자, 사무엘은 눈썹을 추켜세웠다.


“사무엘.”

“응?”

“잠깐 쉴 곳이 있으면 쉬었다 가면 안 될까?”


말을 타고 달린 지 오래 지나지도 않았다.

하지만 부탁하는 목소리가 심상치 않기에 말을 세웠다.

말이 달리기를 멈추자마자 한아는 기진맥진해져서 몸을 무너뜨렸다.


“사무엘. 혹시 물 없어···?”


이에 그가 텅 빈 주머니를 보여줬다.

애초에 충동적으로 따라온 일이라. 물 같은 거 챙길 여유가 없었다.


“자꾸만 숨이 막혀··· 물을 마시면 좋겠는데···.”


사무엘은 쯧, 혀를 찼다.

평상시처럼 한아의 약한 몸을 못마땅해했는데. 그래도 오늘은 타박하지 않고 주위를 둘러봤다.


“저기에 뭔 집이 있네.”

“집이라고?”

“그래. 너한테는 안 보이겠지만 조금만 올라가면 보이는···”

“저기로 가자!”


한아가 낑낑거리며 말 아래로 다리를 뻗었다.


“야. 저기가 어딘지 알고 함부로 가겠다는···”

“나 알아! 어딘지 알아! 산에서 미처 못 내려온 사람들을 위해서 아버지가 세워둔 오두막이야!”


당장 죽을 듯이 굴더니 또 생기가 생겼다.

사무엘은 못 말린다는 듯 고개 저었다.

땅에 발이 안 닿는 한아를 도와줬다. 말에서 내린 한아는 곧장 사무엘의 손을 잡아끌었다.


“누가 먼저 와 있으면 어쩌게?”

“그럴 리 없어. 누가 있으면 불을 켜두거든.”


달빛에 의존하여 산을 올랐다.

얼마 안 가서 관리가 잘 된 오두막에 도착했다.


“거기서 뭐 해?”

“잠깐만. 여기 어디에 기름등이···.”


덜그럭.


아는 장소라고 한 말이 진짜였는지. 기름등을 찾아냈다.

또 무언가를 찾던 중에 바람 소리가 들리자마자 화들짝 놀라서 돌아왔다.


“불! 여기에 불을 붙여줘!”

“···내가 무슨 불쏘시개냐?”


따악.


주머니에서 꺼낸 부싯돌에 칼을 부딪치자 불이 피어올랐다.

나뭇가지의 불을 기름등 위로 옮겼다.

불씨가 금방 맹렬하게 타올랐다.

한아는 밝은 빛을 보고 안도의 한숨 쉬었다.

그들은 기름등으로 시야를 확보해가며 오두막 안으로 들어갔다.


“제법 그럴싸한데?”


사무엘이 한마디 했다.

제법 깨끗한 오두막 내부에 감탄했다.

한아는 오두막 내부의 마나 회로를 찾아서 마력등을 켰다.

기름등에 의존하던 좁은 시야가 단번에 넓어졌다.


“뭐야. 여기도 침대가 없어?”

“사무엘 방에는 침대가 없었어? 손님용 방이라서 그런가? 돌아가면 침대 넣어주라고 할게.”


한곳에 게워진 이불을 들고 와서 자리에 깔았다.


“아니. 됐어. 난 바닥이 편해. 조금 전 말은 그냥 너 생각해서 한 말이야.”

“나를 뭐로 보는 거야? 이래 봬도 무관 집안의 딸이라고. 맨바닥에서 자는 건 현역 무사 못지않게 단련되어 있다 이 말이야.”

“말도 못 타서 벌벌 떨면서. 무관 출신은 얼어 죽을.”

“이익! 너! 자꾸 말 그렇게 할래? 생각해보니 너는 첫 만남부터 다짜고짜 반말했지!”

“난 나보다 약한 놈에게는 반말해. 싫으면 나보다 강하던가?”

“무리야! 너 엄청 강하다면서. 우리 아버지랑 오라버니가 말했는데. 상장군도 너랑 싸우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댔어.”

“싸우지도 않았는데 그딴 식으로 겁쟁이처럼 굴었다고? 하. 진짜 센 놈 찾아서 왔는데 애새끼만 돌봐야 하고 괜히 왔어.”


퍽, 이불을 펴던 사무엘의 얼굴에 솜 베개가 적중했다.

주륵. 베개가 흘러내렸다.


“애새끼라서 정말 미안하네!”


한아는 그 말을 뱉고 토라진 듯 누웠다.

누가 봐도 삐진 티 팍팍 내고 있었다.

베개를 정돈한 사무엘은 한아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말없이 누웠다.

또 오랜 시간 천장을 바라봤다.


“···꼬맹이. 삐졌냐?”

“안 삐졌어.”

“너. 계속 그렇게 굴면 나중에 남편이 기를 못 펴고 산다?”


빠드득, 살벌하게 이 가는 소리가 있었다.

사무엘은 침묵하는 동시에 슬그머니 이불 밖으로 팔을 뺐다.

곧 날아올 주먹이나 무언가를 대비하였는데, 이상하리만큼 아무것도 날아오지 않았다.

그녀의 반응이 평소와 달라서 슬금슬금 팔을 내렸다.


“그렇게 보여?”

“뭐?”

“정말로 그렇게 보이냐고···.”


이윽고 들려온 말은 진지했다.

한아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역시 나 같은 사람과 결혼하면 남편은 불행해지겠지?”

“앤 또 뭘 그렇게 삐딱하게 받아들여···.”


사무엘은 평소처럼 농담이나 하려고 했다.

그러나 평소와 다르게 농담으로 넘기지 못했다.


“나 지금 농담하는 거 아니야.”


한아가 돌아누워서 얼굴을 마주 봤다.

흑옥 같은 눈동자에 서글픈 감정이 담겨 있었다.


“사무엘. 혹시 결혼···했어···?”

“그렇게 보이냐? 내 외모가 아깝긴 하지만 아직 안 했다, 꼬맹아.”


풉. 노골적인 비웃음 소리가 있었다.

사무엘의 눈썹이 추켜세워졌다.


“뭐야? 완전 쑥맥이네? 그 나이 먹고도 결혼을 안 했어?”

“야. 시비냐? 미안한데 그 반응은 간지럽기만 하다. 그런 이유로 시비 걸 거면 뭘 알고 와서나 말해.”

“내가 뭘 모르는데?”

“가끔 인족들 보다 보면 특출나게 뛰어난 애들이 있잖아. 너희로 따지면 용제나 상장군 같은 놈들.”

“응. 있어. 뛰어난 사람들.”

“그런 놈들을 흔히 축복받았다고 해. 단순히 재능뿐만 아니라 수명에도 영향이 있는 거지.”


한아가 곧장 상체를 일으켰다.

자세를 바르게 앉으며 지금 이야기에 흥미를 드러냈다.


“수명에도 영향이 있다고?”

“그래. 상장군은 몰라도 용제란 여자는 한 삼백 살 가까이 먹고 노화가 진행될 거다. 물론 나는 백 오십 살 정도 살고 죽을 테지만.”

“뭐야? 그러면 사무엘이 용제님보다 약한 거 아니야?”

“야. 내가 방금 뭐라고 했냐? 영향이 있다고 했지. 수명이 곧 강함은 아니거든?”


나름 강하다는 사실에 자격지심이 있는지. 사무엘이 발끈하였다.


“어쨌든 그런 거다, 꼬맹아. 나를 봐라. 스무 살에서 노화가 멈춰서 아직도 갓 솜털 난 애송이 얼굴이잖냐.”

“···확실히. 내 또래처럼 보여서 반말해도 위화감이 없어.”

“너는 어른 공경 좀 하고.”


으레 어른이 버릇없는 어린애 보듯이 타박 줬다.

한아는 ‘와 진짜 꼰대 같아.’라고 말하며 다시 이불에 누웠다.


“사무엘. 사무엘.”

“왜, 또.”

“그러면 용병왕님의 후계자는 아직 없는 거야?”

“용병왕님은 또 뭐냐···. 뭐. 후계자는 없는데. 용병왕을 원하는 아들놈은 하나 있지?”

“뭐? 아들이 있다고?!”


방금 누웠던 행동이 무색하게 다시 일어났다.

한아의 얼굴에 충격이 가득했다.


“방금 결혼 안 했다고 했잖아!”

“안 했지. 했으면 이런 곳에서 몇 달을 보내겠냐?”

“그러면 왜 아들이 있어? 설마 사생아야?!”

“야, 나 결혼 안 했다니까? 아니. 애초에 사생아가 뭐냐? 그리고 걔를 왜 무조건 친자식이라고 생각해?”

“응? 용병왕을 노린다는 아들이 친자식이 아니야?”

“아니야. 이상한 소리 하지 마. 상상만 해도 역겨워서 구토 할 거 같으니까.”


친자식이라는 말에 구역질 날 정도일까.

실제로 그가 홧김에 몸을 일으켰다가, 구역질 흉내 내고는 다시 누웠다.


“양아들이야. 그냥 재능이 보여서 삼 년 정도 데리고 있다가 풀어줬어.”

“풀어주다니. 양아들이라면서 표현이 왜 그래?”

“몰라. 길바닥에 있던 거 데려다가 칼질 가르쳐줬더니. 은혜도 모르고 도망쳤는데 내가 뭐라 해?”


한아는 말문이 막혔다.

이 이상 그와 양아들의 관계에 끼어들기 힘들었다.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리다가 다시 본래의 질문으로 돌아갔다.


“그러면 결혼 생각은 있어?”

“있기야 있지. 하지만 네가 말한 후계자 자리는 그 싸가지가 가져갈 거다.”

“왜? 괘씸하다며? 친아들에게 물려줘야 하는 거 아니야?”

“야. 너는 용병왕 자리를 세습제로 아냐? 그냥 칼질 좀 하다 보면 그렇게 되는 거야 인마.”

“그래도. 사무엘이 멋진 몇 안 되는 점인데 아들이 가질 수 있게 도와줘야지.”


재능도 어느 정도 핏줄의 영향이 있다고 믿기에 하는 말이었다.

당연히 용병왕이면 아들이 용병왕이 될 수 있게 만들어야 하지 않냐고 물었다.


“···사무엘?”


그런데 사무엘은 더 이상 아무 말도 없었다.

뭔가 심통이 난 사람처럼 입을 꾹 다물었다.


“사무엘? 혹시 기분 나빴어?”


한아가 재차 같은 질문을 했다.

그 뒤로도 같은 질문을 반복하자, 사무엘이 길게 한숨 쉬었다.


“모르겠다 나는.”

“어? 대답을 못 할 정도야?”

“나야 어쩔 수 없이 환경도 재능도 칼질 아니면 살 방법이 없어서 이렇게 살아왔지만. 내 자식 놈이 칼질한다고 하면, 글쎄다. 솔직히 머리 한 대 쥐어박을 거 같은데.”

“흐응. 생각보다 진지하게 생각하네? 양아들이란 사람에게는 아주 매몰차게 굴어놓고서. 친아들은 또 우대하는 거야?”

“그야 걔는 재능이 있었으니까. 이쪽 분야로 가겠다는 고집도 있었고.”


어린 사람의 말인데도 제법 진지하게 답변해 준다.

한아는 대답을 들은 뒤 얕게 미소 지었다.


“흐응. 그렇구나. 결혼은 현재 안 했고. 미래에는 결혼 생각이 있으며, 양아들은 있지만 사실상 남이고, 친자식은 번듯한 직장을 구하기를 소망한다는 거지?”

“그래그래. 아버지의 마음으로 생각하기에 그렇단다. 아쉽게도 여태까지 나를 정착시킨 대단한 여자는 없었지만 말이야.”

“···그래? 자신 있는 목소리를 보니 그쪽 방면으로 지식이 많나 봐?”

“뭐. 전문가 수준은 아니고. 내 여자 만족시킬 정도는 되지 않을까?”


사무엘이 우쭐하며 말했다.

하지만 진심으로 자부심을 담아서 하는 말은 아니고, 이만 이야기를 끝내자는 의미로 한 농담이었다.


“그러니까 꼬맹아. 너한테는 아직 이른 이야기니 어서 잠이나 자.”


오늘 많은 일이 있었으니까. 지쳤을 테니까. 오늘은 이만 쉬자고 에둘러 말했다.


“사무엘. 그러면 나한테도 그렇게 해줄 수 있어?”

“···뭐를?”


그런데 한아가 예상치 못한 말을 했다.


“너를 지나간 여자들처럼. 나한테도 해줄 수 있냐고 물었어.”


거듭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말.

사무엘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천장을 바라보던 시선이 천천히 옆자리로 옮겨갔다.

바로 옆자리에는 사무엘 본인만큼이나 진지한 눈동자의 여인이 있었다.


“으음. 그렇게 보면 부끄러운데···.”


한아는 살짝 붉어진 얼굴로 입술을 잘근 씹었다.

낯 뜨거운 시선을 받는 와중에도 말을 철회하지는 않았다.


“나 사실은 얼마 전에 생일이었거든. 그런데 너는 찾아오지도 않고, 선물도 안 줬잖아.”

“야. 그거는 네가 멋대로 그만 만나자고 했잖아.”

“그러니까 지금 받을래.”

“뭐를···?”

“생일 선물. 네가 자신 있어 한 그걸로 받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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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 외전 다섯 번째 용사7 24.03.25 6 0 28쪽
175 외전 다섯 번째 용사6 24.03.20 5 0 21쪽
174 외전 다섯 번째 용사5 24.03.18 5 0 20쪽
173 외전 다섯 번째 용사4 24.03.15 9 0 19쪽
172 외전 다섯 번째 용사3 24.03.13 6 0 18쪽
171 외전 다섯 번째 용사2 24.03.13 6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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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5화 십강 사무엘 24.03.04 7 0 17쪽
167 144화 십강 사무엘 24.03.01 8 0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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