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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이 의 서재입니다.

실직한 마왕성 문지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지하이
작품등록일 :
2022.10.26 12:21
최근연재일 :
2024.04.27 10:06
연재수 :
18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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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75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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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32,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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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0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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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쪽

외전 다섯 번째 용사6

DUMMY

외전 <다섯 번째 용사6>



“킬리언. 큰일이야!”


용사 게일과 킬리언이 묘한 대치 상태에 있던 때였다.

전날에 용병 무리에서 본 사내가 숙소까지 찾아왔다.


“어제보다 더 많이 몰려왔어!”


대충 듣기만 해도 무슨 상황인지 이해됐다.

킬리언은 인상을 일그러뜨렸다. 어지러운 붉은 머리를 헝클였다.


“아이씨. 오늘 재수가 없으려나.”


어제 입은 옷차림에 간단한 보호구만 착용했다.

엉덩이 위에 칼을 찬 뒤 용사를 스쳐 지나갔다.

스쳐 지나가는 짧은 순간에 불쾌한 시선을 던졌다.

게일은 느닷없는 적의에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복도로 사라지는 그들을 뒤늦게 쫓았다.


“잠깐, 킬리언!”


그에게 용건이 있던 지라 허둥지둥 따라갔다.

오늘도 용사들은 마족이 기다리는 숲으로 향했다.



*****



“이걸로 끝났냐?”


또 리자드맨들이었다.

마왕군 휘하에 있는 말단들이었다.

마족들은 용사가 이곳에 있다는 말은 듣지 못한 모양이었다.

더 강하고 많은 병력을 끌고 와도 이상할 게 없는데 상대할만한 수준에서 그쳤다.

이 일을 이상하게 여기지만 기분 탓 정도에서 생각을 관뒀다.

바닥에 즐비한 사체를 걷어찼다.


“식전 운동으로는 나쁘지 않네.”


용사들과 킬리언이 베인 지역 일대를 쓸어버렸다.

리자드맨의 피 냄새가 사방에 진동하였다.

비늘 붙은 시체가 나무만큼이나 빽빽이 있는데, 반나절이면 모두 체내의 마기에 녹아 사라질 형체들이었다.


“킬리언. 역시 네가 없으며 안돼.”


게일이 산뜻하게 웃으며 말했다.

오늘도 함께 합을 맞추고 깨달은 생각이었다.

현재 용사 파티에서 이보다 더 완벽하게 합을 맞출 수 있는 사람이 없다.

게일의 부족한 수비를 막아주고 모몬의 부족한 공격을 마무리해준다. 무엇보다 후위인 마법사 에이린과 합이 앞선 두 사람만큼이나 자연스러웠다.


“꺼져. 내가 뭐 하러 그딴 고생을 해야 하는데?”


그러나 거듭되는 권유에도 킬리언의 마음은 변함없었다.


“난 나보다 강한 놈의 말 아니면 안 따라.”


도발적인 태도로 한 손의 칼을 들었다.

칼끝이 게일에게 향하자, 게일 또한 검을 빼내 들었다.


“킬리언. 지금 여기서 할 생각이야?”

“안 될 거 있나? 쫄리면 뒈지시던가.”


게일이 이기면 킬리언을 용사 파티에 영입한다. 킬리언이 이기면 오늘치 숙박비와 식사비를 제공한다.


“어제처럼 당한다고 생각하면 큰코다칠 거야.”


어제의 싸움은 일방적인 게일의 패배였다.

그러나 게일은 싸움 이후로 몇 번이나 패배 원인을 복기하고 분석하였다.

본인의 장점이 고유스킬과 정직하게 힘이 실린 검술에 있다면, 킬리언의 장점은 변칙적인 칼질에 있음을 간파했다.

침착하게 대처하면 못 이길 이유가 없었다.


“하. 그래봤자 애송이지, 뭐.”

“그건 이제 붙어보면 알게 되겠지.”


승부욕을 불태우는 두 사람의 눈.

킬리언이 허리춤에 채워둔 칼 한 자루를 마저 꺼내던 때였다.


“게일, 잠깐만!”


에이린이 게일을 불렀다.


“캣니스가 사라졌어!”


게일은 들려온 말에 곧장 주변을 둘러봤다.

싸우려던 일도 잊고 사방을 돌아다녔다.

분명 이곳까지 올 때는 함께 있었던 캣니스.

용사 파티의 성직자가 사라졌다는 사실에 눈매가 험악해졌다.



*****



“잠깐 화장실 갔나 보지. 뭘 그러고 있어?”


킬리언은 머리를 벅벅 긁었다.

당장 싸울 줄 알았더니, 금방 태도가 변해서 싸움은 안중에도 없는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였다.


“아무도 사라진 걸 못 느낀 거면 혼자서 어디 갔다는 소리잖아. 그걸로 너무 호들갑 떠는 거 아니야?”

“어디로. 어디로 간 거지?”

“야. 내 말은··· 어휴, 됐다. 마음대로 해라.”


기껏 내놓은 의견을 듣지 않자 한숨 쉬었다.

지금 용사들의 모습은 여러모로 할 말이 많았다.

우선 우수에 차 있던 게일의 눈빛이 탁하다.

만사가 제멋대로일 거 같던 에이린은 손톱을 물어뜯으며 추적 마법 술식을 그렸다.

그나마 모몬이 태연한 모습이었다.

침착하게 추적 마법이 완성되기를 기다리는데, 킬리언이 보기에는 그조차도 과했다.


“아니. 애가 애도 아니고 잠깐 사라질 수도 있지. 뭘 그렇게 발작하고 있는···.”

“찾았어!”


끝까지 킬리언이 하는 말을 듣지도 않았다.

에이린이 추적 마법을 완성하자 곧장 그곳으로 달려갔다.

옆에서 게일이, 뒤를 모몬이 쫓아갔다.


“하. 진짜 화장실 간 거면 어쩌려고.”


그들의 절박함을 이해 못하는 킬리언.

그래도 뒤따라갔다.


“만약 볼일 보는 거였으면 네가 책임지는 거다?”


킬리언은 같이 행동하지만, 책임의 소재는 용사들에게 떠밀었다.

그만큼 그들이 보여주는 행동은 호들갑 떠는 일로밖에 안 보였다.

무려 용병왕으로 거론되는 사내를 한 수만에 제압한 여사제인데. 대체 용사들은 무엇이 걱정돼서 불안해하는 걸까.

이해하려고 해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심정이었다.


“찾았어, 캣니스!”


선두에 달리던 게일이 외쳤다.

캣니스를 찾았다는 말에 킬리언은 맨 앞줄까지 속도를 높였다.


“뭐야? 저건.”


그런데 나란히 달리던 그의 눈에 이상한 형체가 보였다.

수풀 사이로 얼핏 보이는 캣니스와 뒤돌아서 도망가는 형상.

비늘 달린 마족이 용사들을 보고 도망가고 있었다.


“화신강림.”


킬리언이 의아한 그때, 새하얀 기운이 게일의 전신을 둘러쌌다.

게일이 지면을 박찼다. 빠른 속도로 도망자에게 육박했다.

앞으로 몇 초 뒤에는 도망자의 목을 떨굴 예정이었다.


“안 돼요, 용사님!”


예상 밖의 방해꾼만 없었으면 말이다.

게일은 성검을 빼내려던 행동 그대로 멈췄다.


“저자는 건드려선 안 돼요!”


캣니스가 온몸으로 길을 막아섰다.

게일이 캣니스를 신경 쓴 잠깐 사이에 리자드맨은 시야 밖으로 사라졌다.


“지금 뭐 하는 겁니까! 사제님!”

“용사님. 저 리자드맨은 그냥 보내줘요.”


눈앞에서 적을 놓친 게일과 적을 놓치게 만든 캣니스.

게일의 표정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야야. 저기에 사람이 있어.”


방금 막 킬리언도 도착했다.

그가 숲 한 곳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어깨가 피범벅인 채 숨을 몰아쉬는 사람이 있었다.

가벼운 부상이 아니라 중상이었다.


“어이쿠. 많이도 물어뜯겼네. 야. 사제. 얘 좀 치료해봐.”


킬리언은 패닉상태인 부상자를 확인하였다. 어깨가 크게 뜯겨나간 게 사제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캣니스를 불렀는데, 이곳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이때 알았다.


“뭐야? 너희 싸우냐?”


서로 굳은 얼굴로 바라보기만 하는 게일과 캣니스.

킬리언은 난처한 상황에 머리를 긁었다.


“야.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는데. 우선 부상자 치료부터 하자고.”


게일이 킬리언 쪽 상황을 보기 위해 고개 돌렸다.

그러나 고개 돌리자마자 캣니스가 입을 열었다.


“전부 설명할 수 있어요.”


게일의 시선이 또다시 캣니스 쪽으로 향했다.

캣니스는 제 행동에 대해 변명하였다.


“이게 최선이라고 생각했어요. 몰래 끝내두려고 했는데 이렇게 빨리 오실 줄 몰랐네요.”


들킨 게 아쉬운 듯한 말투.

게일은 캣니스의 말과 행동 때문에 턱을 강하게 맞물었다.

과연 사제가 용사에게 비밀로 하고 이곳에 찾아온 이유는 무엇일까.

한번 눈가에 실핏줄이 솟자, 도저히 잠잠해질 기색이 없었다.


“사제님. 왜 나를 말린 겁니까?”

“리자드맨을 보내줄 필요가 있었어요. 더 이상 무의미한 피를 보지 않기 위해서요.”

“무의미하다니요. 저걸 돌려보내면 피를 보지 않는 줄 아는 겁니까?”

“적어도 이곳에서 보는 피는 줄어들 거예요. 그만큼 마계의 경비는 심해지겠지만요.”


게일은 한 걸음 사제에게 다가갔다.

조금도 거리낄 것이 없다는 눈빛을 한 사제의 어깨를 붙잡았다.


“누가 그럽니까?”

“네···?”

“지금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습니까?”


게일이 캣니스를 타박했다.


“대체 어느 부분에서요?”


어깨를 쥔 힘이 강해졌다.


“사제님. 사제님은 방금 큰 실수를 한 겁니다. 이제 놈들은 제가 어디 있는지를 완벽하게 알아냈습니다. 이제 놈들은 더 확실히 저를 붙잡기 위해 병력을 끌고 오겠군요.”

“잠깐만요. 용사님.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그러면 몰살입니다. 이 작은 마을이. 사제님의 그릇된 판단으로 모두가 죽는 거라고요!”

“그, 그런 일이 일어날 리 없어요! 저들은 낯선 환경에서 무리해서 싸우기보다는 마계로 돌아가기를 원해요.”


한 가지 상황을 두고 두 사람의 의견이 갈렸다.

하지만 지금 그들의 상황은 한쪽이 지나치게 유리했다.


“사제님은 대체 무얼 본 겁니까? 수천 마족이 고작 우리 넷을 잡겠다고 베인지역에 진을 쳤습니다. 그런데 위치를 알려줍니까? 미쳤습니까? 아니면, 정말로 우리를 끝장내려고 생각하는 겁니까!”

“그건 상황이 달라요. 수천의 군세에서 마왕군은 극히 일부예요. 우리 측 군대가 침입하는 걸 막기 위해 모인 세력이었어요.”

“그렇습니까? 누가 그런 소리를 사제님께 뱉었죠?”

“방금 리자드맨에게 들었어요. 하지만 그들도 마왕군을 좋아하지 않아요. 단지 혹시 모를 침략에 대비했을 뿐인······.”

“하! 용사인 제 말은 따라주지 않으면서. 잘도 한낱 리자드맨의 말을 믿는군요.”


캣니스의 얼굴이 빠르게 굳었다.

게일이 자신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최악의 상황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이제는 너무나 익숙한 양상. 서로에게 흔히 가지는 오해에 목이 막혔다.


“용사님. 조금만 생각해보면 금방 알 수 있잖아요. 지금 상태가 지속되면 정말 큰일 나요. 그럴 바에는 차라리 마왕군만 남겨두고 다른 마족들이 전선에서 발을 빼게 하는 일이···”

“생각? 저보고 생각하라고 했습니까? 사제님. 대체 누가 사제님께 멋대로 생각하고 결정할 권리를 주었죠?”

“네?”

“지난 실수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겁니까? 애초에 우리가 누구 때문에 이곳에 있는데!”


대화가 원점으로 돌아간다.

아무리 상대를 설득하려고 해도 견해의 차이가 좁혀지지 않았다.


“에이린. 추적 마법 걸어.”

“이미 걸었어.”

“모몬. 나를 따라와.”

“알겠네.”


결국 게일이 무의미한 감정 소모를 그만두었다. 성직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리자드맨을 쫓기로 했다.

다른 동료들과 함께 추적할 준비를 마쳤다.


“안 돼요! 게일 님! 다시 한번 생각해주세요!”


캣니스가 게일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자신이 하는 말이 옳다고. 이번만큼만 믿어달라고 애원했다.


“이 손 치우십시오!”


그러나 옷자락을 붙잡은 손은 사납게 쳐내졌다.

엉덩방아 찧은 성직자의 위에서 차가운 눈빛으로 보고 있었다.


“사제님. 이 일은 그냥 지나가지 않을 겁니다.”


조금 전 행동에 살벌한 경고가 함께했다.


“부디 우리의 관계가 더 나빠지지 않으면 좋겠군요.”


캣니스는 바닥에 주저앉은 모습으로 힘없이 고개 숙였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사나운 눈빛들을 앞에 두고 어떠한 말도 할 수 없었다.


“쯧. 사제. 이번에는 네가 성급했어. 사람 좋은 건 아는데 적당히 해야지.”


이후에 킬리언이 다가와서 망토 위로 손을 올렸다.

자세한 사정은 알지 못하지만, 대략적인 이야기로 어떠한 갈등이 있는지를 파악했다.

큰 실수이긴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마을 선에서 수습할 수 있는 실수다.

어린 마음에 동료를 생각하고 저지른 실수라고 위로해주었다.


“죄송해요.”

“아니. 뭐. 나한테 미안해할 거까지야.”

“죄송해요, 에이린 님.”

“뭐···?”


도저히 사과하는 상대와 맞지 않는 한 마디.

킬리언은 심상치 않은 느낌을 받고 캣니스를 보았다.


“야. 잠깐······!”


이어지는 행동에 반응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캣니스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일직선상에 있는 용사들을 향해 달려갔다.

정확히는 허공에 마법 술식을 조율하고 있는 에이린을 향해 달려들었다.



*****



“쿨럭!”


섬세하게 운영되던 추적 마법이 깨졌다.

황금빛 신성력이 끼어들자 마나가 역류하였다.

마법이 깨진 여파로 에이린이 입을 틀어막고 피를 쏟아냈다.

이 모든 걸 지켜본 킬리언은 경악하여 머리를 감쌌다.


“아니. 왜 또 건드려, 그걸!”


무모한 일을 벌인 캣니스에게 달려갔다.


“캣니스-!!”


그때였다.

노여움이 잔뜩 담긴 고함이 숲을 가로질렀다.

캣니스의 얼굴이 고함이 들린 쪽으로 향했다. 곧장 돌린 고개가 강한 압력에 의해서 틀어졌다.


“뭐?”


킬리언이 당황하여 말했다.

그만큼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아! 아윽···!”


고통을 삼키는 소리와 함께 캣니스의 몸이 날아갔다.

작은 체구가 낙엽 위를 데굴데굴 구르다가 멈췄다.

엎어진 몸에서 작은 숨소리가 흘러나왔다.

보이지 않는 누군가에게 습격당한 게 아니다. 같은 용사인 게일이 동료의 얼굴을 후려쳤다.


“야. 잠깐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심하잖아.”


그리고 분풀이는 한 번 때린 일로 끝날 거 같지 않았다.

킬리언은, 엎드린 채 코피를 쏟아내는 성직자 앞에 섰다.


“야야. 일단 진정해.”


화가 풀리지 않은 게일의 팔을 붙잡았다.

또 좋지 못한 얼굴로 다가가려 하기에 어쩔 수 없이 힘을 썼다.


“놔. 킬리언.”

“야. 화가 난 건 알겠는데. 조금만 진정하고 생각을···”

“나는 경고했어.”


막아서기 무섭게 주먹이 날아왔다.

킬리언은 주먹을 피했다. 뒤로 물러나며 무해 하다는 의미에서 양손을 펼쳤다.


“워워. 진정해. 아무리 화가 나도 이러는 건···.”


덥석-


싸울 의지가 없다고 펼친 팔이 다른 이에게 붙잡혔다.

어느새 등 뒤를 잡은 모몬이 양팔을 묶었다.


“어? 야? 잠깐만. 너희. 진짜로 이러는 거 아니지?”


이상하게 흘러가는 분위기.

안 그래도 수상하긴 했었는데. 지금 용사들의 눈빛이 제정신이 아니다.


“킬리언. 나를 방해하지 마.”

“야야. 진정해. 용병 중에도 있어. 가끔 말도 안 되는 일을 벌이는 애들이 있는데···.”


이번에도 말을 듣지 않았다.

게일은 캣니스 앞에서 허리 숙였다.

그러고는 뭐라고 속삭인 뒤 머리카락을 붙잡았다.

흙투성이인 머리카락을 그대로 잡아끌었다.


“아으! 아. 아아아!”

“사제님. 치료하세요.”


끌려간 곳은 부상자의 앞이었다.

앞서 킬리언이 확인했던 어깨가 뜯겨나간 남자다.


“치료하세요. 사제님.”


거듭되는 명령에 따라서 캣니스가 정화의 힘을 사용했다.

뜯겨나간 어깨가 언제 아팠냐는 듯 치유되었다.


“고, 고맙습···”

“당장, 이곳에서 꺼져.”


게일이 감사 인사하는 남자에게 한 마디 뱉었다.

지켜보던 킬리언의 얼굴이 빠르게 굳었다.

부상자를 먼저 챙기는 모습을 보고 이성이 남은 줄 알았다. 하지만 살벌한 욕설로 목격자를 내쫓는 모습에 생각을 달리했다.


“야. 용사 잠깐···”


목격자가 사라지자마자 캣니스를 바라보는 눈빛이 살벌했다.


“이건 교육입니다. 사제님.”


퍽-


완력 이외에 기운이 실린 주먹이 캣니스의 얼굴을 가로질렀다.

육체 강화의 신력이 담긴 주먹 한 번에 피가 튀었다.


“케흑.”


하찮은 비명과 함께 성직자의 몸이 고꾸라졌다.

중심 잃고 땅바닥을 짚는 여린 손이 구둣발에 짓밟혔다.


“아. 으으. 아아악!”


손이 으스러지는 고통에 지르는 신음.

그마저도 고통을 참아내느라 억눌린 목소리였다.


“야, 이 미친 새끼야-!!”


그 모습을 지켜보다 못한 킬리언이 소리쳤다.

도저히 교육이라는 말과 어울리지 않는 폭력적인 행위에 분노했다.


“훈육도 정도가 있지! 놔! 이거 놓으라고! 이 돼지 새끼야!”


팔을 붙잡던 모몬을 뿌리쳤다.

다시 붙잡으려고 엉켜오니 명치를 때려서 무릎 꿇렸다.

킬리언은 화난 얼굴로 게일에게 다가갔다.

게일의 옷깃을 틀어쥐고 사람 같지 않은 차가운 눈을 정면에서 노려봤다.


“야, 이 새끼야. 정신 차려! 네가 때리는 게 몇 살짜리인지는 알아?”


당연한 사실을 그만이 모르는 거 같기에 알려줬다.

지금 폭력을 받는 대상은 용사 파티라는 사실조차 아니꼬운 성직자다.


“화가 난 일? 인정해. 명령 불복한 일? 충분히 화가 날 만해.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 나름의 이유가 있어서 벌인 일인데, 애를 이렇게 심하게 대할 일은 아니잖아!”


멱살을 틀어잡았지만, 폭력이 아니라 이성적인 말로 설득했다.

다행히 게일의 눈동자에 이성의 빛이 돌아왔다.


“킬리언.”

“그래. 정신 좀 차렸어? 뭐가 잘못됐는지 이제 알겠지?”

“대체 네가 무슨 권리로 우리 일에 간섭하는 거지?”

“···뭐?”


하지만 돌아온 건 이성뿐이었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킬리언이 들려온 답변에 정신 차릴 새도 없이 손이 뿌리쳐졌다.


“킬리언. 우리의 일을 방해하지 마.”

“야. 이제 막 성년을 넘었어도 어른이야. 제 앞가림 알아서 할 사제에게 무슨 훈육을 한다고···.”

“나는 경고했어. 에이린-!”


게일의 뒤편에서 대기가 일렁였다.

킬리언은 그 현상을 미처 반응하지 못하였다.

아무런 대비도 하지 못한 채 무형의 마나를 정통으로 맞았다.


“켁! 이런 염병할.”


멀리 떨어진 나무 둥치까지 날려졌다.

나뭇가지와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졌다.


“이 미친 마법사가 도와주진 못할망정!”


마법을 정통으로 맞은 여파로 가슴이 욱신거렸다.

그래도 안간힘 써서 흙과 나뭇조각을 털어내며 움직였다.


뚝. 뚜둑.


조금 전 충격으로 어긋난 어깨를 바로 맞췄다.

두 다리로 일어서서 용사와 똑같이 제정신이 아닌 마법사를 노려봤다.


“야! 너희 미쳤어? 용사라는 작자들이 애 하나를 두고 뭐 하는 짓거리야!”


성직자 한 명을 두고 이상하게 행동하는 세 용사를 비난했다.

게일의 눈은 이미 심하게 돌았고, 어쩔 수 없이 다른 동료들을 겨냥했다.


“야! 마법사! 누구보다 이성적인 족속들이 너희 마법사라면서! 그런데 이래도 돼? 지금 이게 맞는 일이야?”


그나마 이성적인 판단이 가능해 보이는 마법사에게 따져들었다.

마법사는 아무리 화가 났어도 마법사니까. 죽은 부모 앞에서도 마법 서적을 잃는 또라이라고 불리는 인간들에게 기대를 걸었다.


“지금 이게 맞는지 똑바로 보라고! 너희의 행동이 얼마나 미친 짓인지!”


뇌까지 근육인 족속들과는 생각 깊이가 다르다는 걸까.

일순 에이린의 눈빛이 혼란스러운 감정을 보였다.

킬리언은 그러한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봐. 너도 이상하잖아. 너희는 저 아이를 무슨 끔찍한 노예 대하듯이 대하고 있다고!”


거듭되는 일침에 에이린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죄책감이 올라오는 얼굴로 한 걸음 뒷걸음질 쳤다.


“이번 일은 돌아가서 천천히 따져보자. 이런 일. 누가 보면 안 되잖아?”


이건 먹힌다.

더 집요하게 죄책감을 파고들려던 때였다.


“에이린.”


게일의 목소리가 대화를 끊었다.

동시에 에이린의 죄책감을 머금던 눈동자가 흐려졌다.


“네가 캣니스를 맡아줄래?”


꼭두각시 인형처럼 모든 생각과 죄책감이 사라진다. 에이린은 명령받은 대로 캣니스 앞으로 다가갔다.


“씨발. 이것도 안 먹히냐?”


킬리언은 처참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부터 일어날 일을 말리기 위해 앞으로 나섰다.

그 앞을 게일과 모몬이 막아섰다.

등 뒤에서 마법사가 저지르는 일을 방해하지 못하게 가로막았다.


“으윽. 아아. 아아아-!!”


이어진 건 고통이 담긴 비명.

킬리언은 목 뒤가 뻐근해 지는 걸 느꼈다.

머리까지 빠르게 흐르는 혈류를 느끼며 허리춤의 쌍도를 뽑았다.

이에 맞서는 게일과 모몬도 성검과 망치를 들었다.


“킬리언. 바보 같은 짓 하지 마. 대체 무슨 생각으로 우리 일에 간섭하는 거야?”

“너희들의 병신 같은 짓거리를 도저히 못 봐주어서 이런다. 나라도 이렇게 해야지, 너희가 '적당히'를 알 거 같으니까.”

“함부로 말하지 마. 여기에는 네가 모르는 사정이 있어.”

“그러니까 내가 나서는 거야. 내가 너희에게 적당히를 알려줘야겠으니까.”


킬리언이 용사를 마주하며 살의를 날카롭게 벼렸다.

하지만 이는 무모한 행동이었다.

전날과 다르게 확실한 대비책을 준비해온 용사 게일이다.

심지어 지금 상대할 수는 한 명이 아니라 세 명이다.


“킬리언. 이건 무모한 일이야.”

“닥쳐. 병신아. 나도 알고 있어.”


그동안 단련해온 실력 하나만 믿기에는 너무나 안 좋은 상황.

그래도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야. 하나만 묻자. 언제부터 이 짓거리를 한 거야?”


용사들의 등 너머로 드문드문 보이는 붉은 빛들.

과거에 비슷한 일을 본 적이 있기에, 상대의 몸에 마력을 주입하는 고문법인 걸 알았다.

과거에 저걸 당한 삼류 암살자들은 십 분도 안 돼서 모든 비밀을 털어놨다.


-용사님이 악덕한 생각을 품을 리 없어요.


그런데도 용사에 대한 믿음을 말하는 사제가 떠오른다. 도저히 좋은 표정을 지을 수가 없었다.


“우리가 언제부터 이 짓을 했냐고···?


앞선 질문에 게일이 응답했다.

망가진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글쎄. 너무 오래전 일이라서 기억이 안 나네.”


그 대답에, 킬리언은 눈을 크게 떴다가 질끈 감았다.


“이 씨발 새끼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적의만이 남았다.

더 이상 대화를 나눌 필요 없이 칼을 부딪쳤다.


“이 씨발 새끼들아-!”


한쪽이 다른 한쪽을 꺾어도 승자가 될 수 없는 싸움이다.

그래도 무기를 휘둘렀다.




제 작품이 마음에 들었다면 추천과 좋아요 잊지마세요-!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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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직한 마왕성 문지기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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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 156화 전사의 나라 24.04.27 4 0 15쪽
188 155화 전사의 나라 24.04.24 4 0 15쪽
187 154화 전사의 나라 24.04.22 5 0 12쪽
186 153화 변하지 않는 24.04.19 6 0 25쪽
185 152화 변하지 않는 24.04.15 5 0 13쪽
184 151화 사막의 나라 24.04.13 6 0 15쪽
183 150화 사막의 나라 24.04.10 6 0 17쪽
182 149화 사막의 나라 24.04.08 6 0 16쪽
181 148화 사막의 나라 24.04.05 6 0 21쪽
180 147화 사막의 나라 24.04.03 7 0 12쪽
179 외전 다섯 번째 용사 終 24.04.01 8 0 31쪽
178 외전 다섯 번째 용사9 24.03.29 6 0 13쪽
177 외전 다섯 번째 용사8 24.03.27 7 0 16쪽
176 외전 다섯 번째 용사7 24.03.25 7 0 28쪽
» 외전 다섯 번째 용사6 24.03.20 6 0 21쪽
174 외전 다섯 번째 용사5 24.03.18 6 0 20쪽
173 외전 다섯 번째 용사4 24.03.15 10 0 19쪽
172 외전 다섯 번째 용사3 24.03.13 6 0 18쪽
171 외전 다섯 번째 용사2 24.03.13 7 0 14쪽
170 외전 다섯 번째 용사1 24.03.08 7 0 13쪽
169 146화 십강 사무엘 24.03.06 5 0 25쪽
168 145화 십강 사무엘 24.03.04 8 0 17쪽
167 144화 십강 사무엘 24.03.01 9 0 20쪽
166 143화 십강 사무엘 24.02.28 12 0 12쪽
165 142화 십강[十强] 24.02.26 10 1 14쪽
164 141화 십강[十强] 24.02.23 8 0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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