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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이 의 서재입니다.

실직한 마왕성 문지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지하이
작품등록일 :
2022.10.26 12:21
최근연재일 :
2024.04.27 10:06
연재수 :
18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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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2,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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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5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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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8쪽

외전 다섯 번째 용사7

DUMMY

외전 <다섯 번째 용사7>



“아오. 덩치 새끼. 힘 한 번 더럽게 셌네.”


마을 외곽에 있는 울타리.

울타리에 두 사람이 기대었다.

용병 킬리언은 커다란 바구니에서 약초를 꺼내 씹었다

질겅질겅 씹고, 뱉고, 씹고, 뱉기를 반복했다.

다른 한 사람인 캣니스는 망토를 머리까지 뒤집어쓴 채 얌전히 있었다.


“아이고. 뼈고 내장이고 멀쩡한 구석이 없네.”


킬리언으로부터 약초 씹으며 앓는 소리를 들었다.

뼈와 내장이 다쳤다고 구구절절 귀를 혹사당했다.

아프다는 말과 다르게 목소리도 겉모습도 힘이 넘쳐난다.

분명 치료가 끝난 상태인데도 킬리언이 죽는다고 소리치고 있었다.


“···이만 돌아가도 될까요?”


곁에 있다가 못한 캣니스가 한마디 하였다.

열흘 동안 시달린 피로감에 목소리가 가라앉아 있었다.


“이미 더 나을 상처도 없잖아요.”


당장 할 수 있는 모든 치료를 했다. 여기서 더 나아질 몸 상태가 없다.

그런데도 아프다고 엄살이다.

그와 안 어울리게 꾀병을 부린다.


“치사하게 나만 두고 가려고? 너 때문에 내가 이렇게 다쳤는데?”

“다 나았잖아요.”

“아닌데? 다 안 나았는데? 네 치유 능력이 부족한 걸 환자에게 돌리는 거야? 아이고. 사제가 엉뚱한 환자 잡는다!”

“하아.”


열흘간 반복되는 이야기에 말을 잃었다.

그러나 이 일로 언성 높이면서 충돌하지는 않았다.

지금은 이렇게 멀쩡하지만, 그날에 킬리언은 심각한 상처를 입었었다.


-야. 나 아파. 끝까지 치료해주고 가야지.


좀처럼 캣니스가 그에게서 못 벗어나는 이유.

한 번 도움받은 처지에서 그가 청하는 도움을 거절하기 힘들었다.


-그놈들에게 가게? 너도 죽어가는 환자보다 멀쩡한 동료가 먼저냐?


여러 방면에서 거절하기 힘든 말을 하였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벗어날 거면 그때 벗어났어야 했다.

이후에 킬리언은 약초 한 바구니를 들고 왔다.

바구니 안의 약초를 다 먹을 때까지 못 간다고 못 박았다.

약초의 양은 아무리 봐도 한 사람이 먹을 양이 아니다. 한 가족이 최소한 한 달은 먹을 양이었다.

또한 안 보낸다는 말이 농담이 아니고 진짜로 지난 열흘간 붙잡혔다.


-킬리언 님.

-안 돼. 아직 많이 남았어.


일 분 일 초가 중요한 용사들에게는 큰 손실이었다.

그나마 지난 열흘 간 다행인 점을 찾자면. 마족이 한 번도 마을을 찾아오지 않았다.


“아아. 아파라! 여기 호해줘! 꼬맹아!”


캣니스가 생각에 잠겨있다가 눈을 가늘게 떴다.

정신 차리고 보니 킬리언이 어린아이처럼 굴고 있었다.


“아이고 사제가 눈빛으로 사람 잡네!”


하지만 그를 비난할 수 없었다.

그가 심하게 다친 데는 캣니스 본인의 책임이 있었다.

그가 아니었다면 고통 속에 있을 사람은 자신이었다.

무얼 잘못했는지 모르는 채, 용사의 발치에서 엎드려 비는 상황에 놓였을 것이다.


-씨발. 끝났다.


사흘 전, 캣니스는 용사와 갈등이 있던 숲속을 떠올렸다.

그때의 기억이 뇌리에 박혔다.

세상에 몇몇 강자를 제외하면 용사들의 합공을 이길 수 있는 자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걸 킬리언 한 사람이 깨부쉈다.


-내가 이겼다!!


분명히 킬리언의 힘은 게일과 비슷하거나 약간 우위에 있는 정도에서 그친다.

하지만 승리의 고함을 지르는 건 킬리언이었다.

킬리언 혼자서 모몬과 게일과 에이린을 모두 쓰러뜨리고 끝까지 서 있었다.

끝내 이겨내서 승리를 자축하였다.


-킬리언 님. 어째서···.


그리고 역시나 킬리언은 승자의 몸 상태가 아니었다.

승리의 고함을 내지르지만, 몸 상태가 쓰러진 사람보다 더 못났다.

생채기와 피투성이에, 몸을 움직일 때마다 뼈와 근육의 비틀림이 고스란히 보였다.


-꼬마 사제! 내가 이겼다고!!


그런데도 그는 상관없어 보였다.

승리 이외에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사람 같았다.

소리 지르고 숨을 들이마신다. 또 한 번 승리의 고함을 내질렀다.


-내가 이겼다고!!


서 있는 것도 놀라운 상태인데도 너무나 밝은 미소를 짓는다.

그를 본 캣니스의 마음은 미어터질 거 같았다.


-이제는 아무도 너를 못 건드려. 그러니 너도 똑바로 고개 들고 다···


승리를 자축하던 밝은 미소는 얼마 안 가서 흐릿해졌다.

억지로 버티던 무릎이 꺾이고 눈이 돌아갔다.

타인의 눈으로 보이는 몸 상태만큼이나 실제로도 최악의 몸 상태였다.


-킬리언 님!


이 이상은 몸이 한계였다는 듯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캣니스는 쓰러진 그에게 달려갔다.

정화의 힘을 사용하여 치유의 기적을 발휘하였다.

쓰러진 킬리언의 얼굴은 엉망진창이었는데, 기절한 와중에도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대체 왜.


그 얼굴을 보자마자 또 가슴이 욱신거렸다. 망토 아래서 입술을 잘근 씹었다.


-왜 이렇게 무모한 행동을 하신 거예요···.


용사와 다툰 상대라는 사실은 이 순간 중요하지 않았다.

용사보다 먼저 킬리언을 치료했다.

황금빛 신성력이 킬리언의 전신을 감쌌다.


-사제님.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목소리의 주인인 게일이 어긋난 어깨를 한 손으로 고정한 채 있었다.


-사제님.


그가 다시 한번 목소리를 냈다.

왼팔과 오른 다리가 부러진 상태로 다가왔다.

이에 캣니스는 질끈 눈을 감았다.

더 다가오려는 그를 향해 소리쳤다.


-제발! 이 사람을 먼저 치료하게 허락해주세요···!


두 눈을 감고 외친 말은 처음으로 용사에게 반항하는 목소리였다.

더 가까이 다가오자 킬리언을 보호하려는 듯이 감싸 안았다.


-용사님을 모시지 못한 벌은 나중에 얼마든지 받을게요! 그러니 제발··· 이번만큼은 이 사람을 우선하게 해주세요···.


학습된 공포에 몸이 떨린다.

그래도 용사와 대립하는 행동을 그만두지 않았다.

앞까지 다가온 게일의 얼굴이 가라앉았다. 손 뻗으면 닿을 거리에서 캣니스를 내려다봤다.


-사제님. 우리는 회복약을 사용할 겁니다. 당분간 돌아오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 말을 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게일은 캣니스를 지나쳤다.

다친 다리를 끌어서 에이린에게 다가갔다.

세 명의 동료가 서로 부축하고 다친 곳이 없는지 살폈다.

캣니스는 그들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킬리언을 포기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와 다시 승부를 겨룰 때까지 조금 더 마을에 머무를 겁니다. 그러니··· 그를 치료하세요. 당분간 편히 쉬십시오.


여태까지 고통을 참아온 게 우스울 정도로 쉽게 뱉은 말이다.

이런 말을 할 수 있었으면서 그동안 잔인한 대우를 반복해왔다.

왜 이제야 자신을 배려해준 건지 묻고 싶었다. 하지만 당사자는 해답 없는 의문만 남긴 채 동료와 함께 사라졌다.


“야. 뭔 생각하냐?”


번뜩.


캣니스는 정신을 차렸다.

과거의 회상에서 벗어나 현실로 돌아왔다.

눈앞에는 소여물 먹듯이 약초를 쑤셔 먹는 킬리언이 있었다.


“야. 잤냐? 잔 거냐? 환자가 이렇게 아픈데 잠이 와?”


씹다 만 약초를 들이밀며 말한다.

캣니스는 킬리언을 보는 눈빛이 혼란스럽기만 하였다.


“안 잤어요.”

“그러면 왜 멍 때리고 있었는데?”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표현 그대로 혼란스럽다.

감사하고 미안하다.

그리고 치료를 완벽히 했으니 아플 리가 없는데, 왜 자꾸 붙잡아 두는지 알 수 없었다.


“반하지 마.”

“네?”

“반하지 마. 너는 내 취향 아니니까.”


매사가 장난스러운데 무언가 생각이 있어 보인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상식 밖의 행동만 하는 사내다.

이에 대해 깊이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무심코 이 일에서 고개 돌리고 만다.


“뭐냐? 환자 말을 못 믿겠다는 거야? 아이고! 여기 아프고 저기 아파서 약초도 이만큼이나 씹어먹어야 하는데. 너무하네, 정말!”


아무 행동도 안 했는데 혼자서 고통스러워한다.

상당히 비겁하고 약은 수였다.

캣니스가 호의에 약하고, 도움을 청하는 사람을 외면 못 한다는 점을 잘 알고 하는 일이다.

그러한 성정을 교묘하게 이용하고 써먹었다.


“자꾸 그러시면 혼자 돌아갈······”

“미안해.”


이런 식이었다.

인내심이 바닥날 때까지 함께 있기를 요구하다가, 진짜로 인내심이 바닥나면 사과의 말을 한다.

캣니스의 처지에서는 할 말이 없었다. 휘둘릴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하지만 아픈 건 진짜야. 네가 떠나면 너무 아플 거 같아.”


여기도. 여기도. 여기도. 여기도.


환자가 친히 몸 곳곳을 짚으며 말해주었다.

심지어 상처를 치료할 때 다치지 않은 신체 부위도 짚었다.

그 부분을 지적할 수 있지만, 결국 불필요한 기력 소모가 될 거기에 관뒀다.


“그래도 벌써 열흘째예요. 더 이상 여기에 있어서는 안 돼요. 용사님의 곁에서 이 사실을 알려줄 사람이 필요해요. 제가 가야 해요.”


캣니스는 용사에게 가야만 하는 사정을 설명했다.

아무리 마족이 찾아오지 않아도 같은 자리에 오래 있는 건 위험했다.

이 순간에도 마왕군은 용사를 없앨 계획을 꾸미고 있을 테니까.

이만 사정을 이해해주고. 용사들에게 보내주기를 원하였다.


“안주해 있으면 왜 안 돼?”

“이 시간에도 마왕의 세력은 커질 테니까요. 사람들의 피해도 늘어나고요.”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인데?”

“저는 이래 보여도 용사예요. 용사 게일 님과 함께하기 위해 이 여정에 나섰어요.”

“용사라는 일. 때려치우면 안 돼?”

“안 돼요.”

“왜?”

“제가 빠지면 지금 용사님들은 너무 불안정하니까요.”


용사 파티의 입지를 말하는 얼굴은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거짓 하나 없이 진심만 담은 말에, 킬리언은 허브 씹던 입을 멈추었다.

이내 쯧, 혀를 차고. 킬리언도 진지한 얼굴로 성직자를 보았다.


“하아. 이봐, 꼬마 사제님. 아무리 대의가 용사 쪽에 있어도, 용사가 너에게 한 일은 정당화될 수 없어.”


킬리언의 표정은 안 좋았다.

아주 큰 골칫덩이를 발견한 표정이었다.


“어차피 마왕이 날뛰어도 살 사람은 살아. 너나 나처럼 강한 사람은 아무런 지장도 없다고.”


잇따라 꺼낸 말은 평범한 강자의 일반론이다.

아무리 전쟁이 잔혹하고 괴로워도 그건 결국 약자들의 비명일 뿐이다.

실제로 마왕군이 상주한 베인지역에서 용병과 모험가들의 마을은 멀쩡했다.

이 마을이 근거를 뒷받침해주고 있었다.


“그런데 너는 대체 뭘 위해서 용사를 고집하는 거야?”


킬리언은 진지하게 물었다.

줄곧 이해가 가지 않던 용사들의 이상향.

뼛속까지 용병인 그는 성직자의 헌신을 이해할 수 없었다.


“킬리언 님. 이상한 소리를 하시네요.”


그런 킬리언의 진심을 이상한 말로 치부하였다.

캣니스는 상냥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람을 구하는 일에. 대체 어떤 이해관계가 필요한가요?”


킬리언은 말문이 막혔다.

어쩌면 말의 내용이 허무맹랑해서 그렇게 그런 걸지도 모른다.

조금 전 답변에 반박할 여러 이유가 떠올랐다. 하지만 그중 무엇도 꺼낼 수가 없었다.

목이 바짝 말랐다.


“하아. 염병~”


힘없이 웃음을 터트렸다.

공짜로 사람을 구한다니 여전히 이해 못 할 말이었다.

성직자의 머릿속이 이상하다.

평생을 다 살고 죽을 때가 돼서도 지금 생각에 동조할 일은 없어 보였다.


“이야. 너는 진짜로 병신 호구구나?”


그래서 오히려 속이 시원했다.

이 기분과 생각을 말로 표현하자면 이런 말밖에 없었다.


“너는 진짜로 머저리야.”


캣니스는 킬리언의 말에 멍청한 표정이 되었다.

갑작스러운 비난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고장 났다.

도저히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만큼 이유 없이 받은 비난이었다.

난데없는 비난에 말문이 막혀서 입을 뻥긋거렸다.


“제가 그런 비난을 받을 이유는···!”


뒤늦게 목소리를 높였다.

캣니스가 얼굴이 빨개져서 화내던 그때였다.


“킬리언.”


두 사람 사이에 익숙한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대화를 멈추고 같은 방향으로 고개 돌렸다.

잘 아는 사람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갈색 머리 둘에 붉은 머리 하나.


“오늘도 왔냐?”

“그래, 킬리언. 이번이 마지막이야.”


용사들이 나타났다.

온몸에 붕대와 반창고를 잔뜩 붙인 모습이었다.

숲에서 싸운 일 이후에도 끊임없이 킬리언을 찾아왔다.


“이번에야말로 너를 동료로 들이겠어.”


그게 뻔뻔한 건지 성실한 건지 알 수가 없다. 킬리언도 그냥 그러려니 넘어가며 상대해주었다.


“킬리언. 최선을 다 해.”


오늘도 게일은 성검을 빼내 들었다.

진지한 각오와 함께 지난번 대련을 이어서 요청했다.


“그래. 어련하시겠어.”


킬리언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곧장 대련을 이어갔다.

그런 두 사람을 보며 캣니스의 기분은 불통해졌다.


“역시···”


아픈 사람이 잘도 날아가듯 움직인다.

아프다는 말은 거짓말이었다.



*****



“합격.”

“뭐?”

“합격이라고.”


수십 번의 공방 끝에 열린 한마디.

게일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합격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조금 전 말에 인상을 썼다. 전신을 뒤덮던 하얀 신력을 갈무리했다.

하지만 성검을 쥔 손에서 힘을 빼지 않았다.

분명 대련이 끝났다고 선언했어도. 갑작스러운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합격이 합격이지. 뭐긴 뭐야.”


킬리언은 미련 없이 쌍도를 회수했다.

씽도를 허리춤에 집어넣고 빈 양손을 펼쳤다.

축하하듯 손뼉 치는데 게일의 반응은 떨떠름하기만 했다.


“뭐야? 안 기뻐해? 내 말 못 알아들었어? 드디어 내 성에 찼다는 말이야. 마음껏 기뻐해도 좋아.”


드디어 함께 다질만하다는 소리였는데.

여전히 게일은 표정이 좋지 못했다.


“무슨 이유야?”

“뭐가?”

“왜 갑자기 동료로 들어오겠다고 마음을 바꾼 거야?”


게일도 검사다.

승부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적극적이고 진심이다.

그렇기에 이런 찝찝한 결말을 만족 못하였다.

한 방도 못 먹인 채 승부가 끝나는 건 기분 나빴다.


“야. 네가 나보고 들어와 달라매? 그러면 그냥 좋아할 것이지. 뭐가 또 이렇게 말이 많아?”

“하지만 얼마 전까지는···.”

“착각하지 마. 동료가 된다는 말이 거창한 소리처럼 들라나 본데. 내가 네 밑으로 들어간다는 건 아니니까.”


게일의 눈빛이 흔들렸다.

킬리언이 하는 말이 진심임을 느꼈다.

찝찝한 승부에 마음이 거부하는 일과 별개로, 그가 파티에 들어와 줬으면 했다.


“야. 쫄지 마. 내가 무슨 꿍꿍이인지 의심하는 게 훤히 보인다.”

“우리의 몸값과 장비를 생각하면 아쉬울 건 없으니···.”

“야야. 정신 나갔어? 이상한 피해망상에 절어 있지 마. 나는 너희 같은 초보자도 하는 용사놀음. 조금만 발만 걸쳐서 명성을 얻어보려는 거니까.”


용사의 일을 사업처럼 말한다.

용사로서 상당히 불쾌한 말이다. 하지만 함께할 이유로는 신빙성 있었다.


“너에게 한 번쯤은 이길 줄 알았는데···.”


게일은 작은 목소리로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왕이면 자신이 그를 이겼으면 좋았을 거다.

동료가 되기 전에 그를 개화하지 못한 점이 못내 아쉬웠다.

한 방 먹이지 못한 본심도 아쉬워했다.


“영 내가 꺼려지면 흔히 말하는 계약이란 걸 하던가. 마왕 토벌에 내 이름 올리는 일이라면, 용병 한 명 고용하는 형태라도 상관없으니까.”


킬리언이 거듭 제안했다.

네가 원하면 파티가 아니라 용병으로 같이 가주마.

거래에서 유리한 조건을 지닌 상대가 이렇게 양보하니, 게일도 더 이상 뭐라고 할 수가 없었다.


“아니. 킬리언. 용병이 아니라 동료로 파티에 들어와 줘.”


게일은 손을 내밀었다.

찝찝한 직감을 전부 무시하고 용사의 책임감으로 상대를 대하였다.


“진작 그럴 것이지.”


킬리언도 손을 내밀었다.

두 사람 모두 서로에게 가진 감정은 뒤로했다.


“잘 부탁해. 킬리언.”

“내 쪽도 잘 부탁하지, 용사.”


서로가 내민 손을 맞잡았다.

이로써 용병 킬리언이 용사 파티와 함께하게 되었다.

이 자리에서 동료가 되었음을 시인하였다.

다른 세 사람이 이 일의 증인이 되었다.


“그런데 리더. 나처럼 훌륭한 사람이 동료가 됐는데 말이야···.”


킬리언은 게일의 손을 맞잡은 상태로 씩 웃었다.

어울리지 않게 친절한 말투와 미소를 만들었다,

게일은 팔에 소름이 돋았다. 불안감이 팔을 타고 올라오는 것만 같았다.


“오늘은 네가 쏘는 거지?”


이어지는 한 마디에 얼굴이 굳었다.

숨까지 참을 정도로 얼어붙었다.


“설마 쩨쩨하게. 동료의 첫 끼도 안 사주는 거 아니지?”


게일은 고장 난 인형처럼 입매를 움직였다.

조금 전 제안에 함부로 말을 뱉을 수가 없었다.

최근 며칠간 사무엘에게 투자한 밥값만 육십 골드에 육박하였다.

이번에 잘 못 걸리면 타이타닉 코앞에서 후퇴하는 이유가 자금 부족이 될 수 있었다.

용사가 돈이 없어서 마왕성 코앞에서 도망치다니. 그런 치욕만큼은 피해야 했다.


“하하하. 새끼, 쫄기는? 걱정하지 마. 내가 거지들 돈을 뺏어 먹을 정도로 못나지는 않으니까.”


조금 전 말은 농담이었다고 어깨를 두드렸다.

게일은 웃을 수 없었다.


“이 킬리언이 용사의 일원이 된 기념으로 쏘마! 어때? 행복하지? 놀랐지? 이 형만 믿어. 너희를 굶기지 않을 테니까.”


아까보다 더 세게 어깨를 팡팡 두드린다.

자연스럽게 두 남자에게 어깨동무해서 어깨를 나란히 했다.

실제로 게일과 모몬 쪽이 나이가 많지만. 이 남자에게 실제 나이 같은 건 중요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이걸 언급하면 반대로 따질 거 같았다.


“자, 먹어, 먹어. 마지막 만찬인데 실컷 먹고 가야지.”


잠시 뒤, 킬리언은 마을에서 최고로 좋은 식당으로 왔다.

최고급 식당에서 그치지 않고 가게의 모든 음식을 시켰다.

식탁 위에 숟가락과 포크도 놓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많은 음식이 나왔다.

심지어 그게 다가 아니고 이중으로 삼중으로 접시가 쌓였다.


“킬리언.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야?”

“어이, 리더. 이건 일차적으로 시킨 거라고?”


걱정해도 돌아오는 답변에 말문이 막혔다.

화끈한 말만큼이나 밥을 산다는 말도 정도가 없었다.

용사는 성대한 만찬을 마주하며 여러 감정이 공존했다.

미안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과 부끄러운 마음과 당황스러운 마음이 함께하여 혼란스러웠다.


“정말로 먹어도 돼?”


에이린이 음식을 앞에 두고 물었다.

음식이 어느 정도 쌓이기 시작하자 킬리언이 걸신들린 사람처럼 욱여넣기 시작했다.

보기만 해도 식욕이 도는 광경.

용사들은 저도 모르게 군침을 삼켰다.


“왜? 먹기 싫어?”

“아니! 그건 아닌데···.”


에이린이 손을 내렸다.

그들은 혼란스러웠다.

지난 대련에서 패배할 때마다 인정사정 보지 않고 돈주머니를 거덜 내던 킬리언이었다. 아무리 동료가 되었다고 한들, 주먹다짐까지 한 사이다.

분명 쌓인 감정이 있을 텐데도 친절하게 대해주니 양심이 아팠다.


“자자. 너도 먹으라고 꼬마 사제님.”

“제, 제가 먹을게요···.”


심지어 직접 고기를 썰어서 캣니스에게 먹여주기까지 한다.

지금 보는 모습과 지난 며칠 동안의 모습 사이에 괴리감이 컸다.

용사들은 음식을 앞에 두고도 죽을상이었다.

그래도 식욕을 이기지 못해 포크와 나이프를 들었다.


“잘, 잘 먹을게. 킬리언.”

“그래그래. 적으면 더 시키고.”


용사들이 밥을 먹든 말든 주 관심은 성직자였다.

그나마 그런 태도가 용사들의 죄책감을 덜어주었다.


“와. 이게 얼마 만에 진수성찬이야···.”


용사들은 뭘 먹어야 할지 어지러웠다.

호화스러운 식탁 위로 포크를 움직였다.

간편식이 아닌 음식을 먹은 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그러면 킬리언.”

“잘 먹겠네.”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음식을 입 안에 넣었다.

너나 할 것 없이 헤벌쭉 웃음 지었다.


“아. 이게 요리구나.”

“고기란 게 이렇게 부드러웠구나···.”

“고향의 아버지가 떠오르는군. 정말로 그리운 맛이네.”


고된 모험으로 잊었던 미각이 돌아온다.

침과 눈물이 터져 나왔다.

그들은 이성을 잃고 음식에 달려들었다.

어느새 킬리언이 그들을 지켜보는 모양새가 되었다.


“야야. 재수탱이 마법사. 그거 그렇게 먹는 거 아니야.”

“그래? 그러면 어떻게 먹는데?”

“이거. 이거. 이거. 넣어서. 됐다. 이렇게 해서 먹어.”

“너무 다 섞은 거 아니야?”

“원래 이렇게 먹는 거야. 야, 덩치. 너는 겉모습과 안 어울리게 무슨 칠면조 다리에 나이프질이야?”


첫 만남과 안 좋은 기억은 전부 희미해져 갔다.

아무런 거리낌 없이 서로를 부르고, 도움이 필요하면 도움 주는 일을 서슴지 않았다.

성대한 만찬 앞에서 새로운 관계와 유대를 정립해갔다.

새로운 동료와의 합이 어떨지 걱정한 게 무색할 정도로, 킬리언은 용사들과 잘 어울렸다.


“솔직히 말하면 네 첫인상은 별로였어, 킬리언.”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어. 헛똑똑아.”


어느새 용사들은 그에 대한 편견을 고쳤다.

벼랑 끝에서 새 동료를 맞이한 것치고는 제법 순조로운 성과였다.

제법 친밀감이 느껴지던 때에 술 한 잔까지 들어가니 오래 알고 지낸 친구처럼만 보였다.


“야. 깨작깨작 먹는 거 보니까 도저히 못 참겠다.”


용사들과 어울리다가도 킬리언은 성직자의 접시를 빼앗았다.


“이거. 이거. 이거. 이거. 이거. 다 안 먹으면 네가 계산해라?”


순식간에 여러 접시가 비었다.

캣니스는 음식의 산을 마주하게 되었다.

빼앗겼다가 돌아온 접시를 마주하는 눈빛이 흔들린다.

제일 앞에 놓인 음식을 집는데 포크 끝이 가늘게 떨렸다.


“키 크고 싶으면 많이 먹어야지.”


여전히 망토를 뒤집어쓰고 있어서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망토 안의 얼굴이 다 예상되었다.

아직 음식물이 다 비지 않은 접시에 추가로 고기를 올려주었다.

음식 산의 꼭대기를 바라보는 사제의 고개가 좀처럼 내려오질 못했다.


“킬리언. 내일 보자.”

“그래. 모레 바로 출발하는 거지?”

“맞아. 내일은 정비하고 모레 출발할 예정이야.”


호화로운 식사가 끝났다.

게일과 킬리언은 마을 거리에서 인사를 나눴다.

동료가 된 이와 계획을 공유하고 내일 만나기를 약속했다.


“우리랑 같이 들어가면 좋을 텐데.”


게일이 아쉬움을 담아서 말했다.


“나는 워낙 귀한 몸인지라 잠자리가 불편하면 잠을 못 자.”


킬리언이 웃으면서 말을 넘겼다.

서로 머무는 여관이 달랐다.


“그러면 이만.”


게일이 먼저 등을 돌렸다.

네 명의 용사가 같은 방향으로 걸어갔다.


“야. 꼬마 사제.”


그때였다.

킬리언이 한 용사를 불렀다.


“너는 어딜 가려고?”

“네?”

“어딜 가? 너는 이쪽으로 가야지.”


용사들을 뒤따르던 캣니스는 당황했다.

당연히 용사들의 곁을 함께할 예정이었다. 며칠간 봐주지 못했던 치료를 할 생각이었다.

그런 발걸음을 또 킬리언이 붙잡았다.


“와. 치사하게. 단물만 쪽 빨아 먹고 가는 거야?”

“네? 그게 무슨 말이세요!”

“나. 아파. 아직도 아파. 오늘 싸워서 더 아파.”


킬리언은 캣니스의 망토를 붙잡고 자신 쪽으로 끌었다.

캣니스는 그냥 어이가 없었다.

용사가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도 잊고 멍하니 쳐다봤다.


“이봐요, 꼬마 사제님. 여보세요? 잠들었어요?”


코앞에서 손을 휘젓고 빈정대는 목소리를 들은 뒤에야 정신 차렸다.

캣니스는 지독한 피로감에 미간 사이를 꾸욱 압박했다.


“상처가 대체 어디에 있다는···”

“여기. 너무 아파.”


말이 끝나기 전에 상처 부위를 알렸다.

오른팔에 생긴 작은 생채기를 가리켰다.

팔꿈치가 멍들었어도 아픈 소리 한번 없던 그가 생채기 하나로 하소연한다.

누가 봐도 엄살이고 억지를 부리는 소리였다.


“했어요. 이제 됐죠?”


빠르게 정화의 힘을 사용하였다.

캣니스는 치료를 끝내고 뒤돌았다. 몇 걸음 떨어진 장소에서 기다리는 용사들에게 가려고 했다.


“어허. 아프다니까 어딜 가?”


또다시 망토를 붙잡혔다.

몇 걸음 뗀 걸음이 다시 원래 장소로 돌아왔다.


“대체 저번부터 왜 이러시는······.”


벌써 열흘째 말도 안 되는 억지로 사람을 붙든다.

끝내 억울한 마음을 못 참고 한마디 하려던 때였다.


“이봐. 리더!”

“무슨 일이야?”

“나. 너무 아파서 그런데. 너희 꼬마 사제님 좀 빌려도 되지?”


한마디 하려 하는데 또 말을 못 하게 되었다.

이야기 도중에 저 멀리 떨어진 다른 사람과 대화했다.

당연히 엄살인데도 게일에게 뻔뻔하게 협력을 요청한다. 그 뻔뻔스러움에 캣니스는 기함했다.


“아니. 지금 이게 무슨···.”


사람이 너무 어이가 없으면 할 말을 잃게 된다는 걸 처음 알았다.

캣니스는 지금 그가 보여주는 만행에 어이가 없었다.


“그건, 사제님에게 물어봐···.”

“그래, 고마워! 내일 보자!”


킬리언이 이별의 표시로 손을 흔들었다.

이제 캣니스는 어이없음을 넘어서 경악하였다.


“아니. 왜 계속 제 의견은 듣지도 않고!”

“자자. 들어가자고 꼬마 사제님.”

“제 의사는 대체 어디에 있는 거예요?!”


등을 떠밀려서 용사들과 반대 방향으로 향했다.

게일이 아무 말 없이 등을 돌리자, 그제야 캣니스도 체념하고 의지를 놓았다.


“아. 그전에 먼저 우리끼리 할 일이 있지?”


한 번 체념하기로 한 캣니스는 질린 표정을 지었다.

지금부터 할 일은 열흘 동안 용사 모르게 벌인 일이었다.


“0승 11패. 오늘은 꼭 너를 이겨줄게.”


싸움에 미친 사람에게 붙잡힌 채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사실상 거부권은 없기에 킬리언이 이끄는 방향으로 힘없이 끌려갔다.


“아프시다면서 멀쩡하잖아요.”

“아니야. 나 정말 아파.”


한 입으로 아프다면서도 싸워달라고 징징대는 모순을 보여준다.

안 싸워주면 온종일 징징대니 아쩔 수 없이 상대해야만 했다.


“간다.”

“오세요.”


마을 외곽에서 대련하고, 여느 때처럼 캣니스가 그를 기절시켰다.

그가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여관에 도착할 즈음이었다.


“아이 씨. 오늘 아까웠다!”


여관에 도착하자마자 킬리언이 자연스럽게 탈의하였다.

하얀 셔츠로 갈아입고 카펫 깔린 바닥 위에 드러누웠다.


“잠깐 소매 좀 걷을게요.”


캣니스는 킬리언의 소매를 걷고 치료해주었다.

땅바닥에 내동댕이쳤을 때 생긴 타박상, 그리 심하게 다치진 않았어도 꼼꼼히 확인했다.


“끝났어요. 혹시 나중에 아픈 일 생기면 말씀해주세요.”


킬리언의 소매를 다시 내렸다.

열흘간 매번 아프다고 호소하여도, 치료가 끝난 뒤에 아프다는 말을 한 적은 한 번도 없다.


“꼬마 사제. 나는 됐으니까 너도 가서 누워.”

“아프다면서요. 그런 사람이 또 바닥에서 잘 생각이에요?”

“그 질문을 듣는 일도 오늘로 일곱 번째야. 나는 침대에서 자는 게 더 아파.”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아픈 사람이 잠자리라도 편해야죠.”

“나보고 침대에 누우라고? 그래? 아~ 아악! 아파! 침대로 갈 생각하니 벌써 아파!”


캣니스는 침묵했다.

말다툼 필승법에 할 말을 잃고 침대 위로 가서 누웠다.

며칠 킬리언에 대해 알고 나니 빠른 수긍이야말로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렇게 되니 방 주인인 킬리언이 바닥에 눕고, 손님인 캣니스가 침대 위에 누운 광경이 되었다.


“네가 기척이 없는 게 잘못이야. 실수로 네 머리를 밟으면 발목이 꺾일 거라고.”


침대 위에 앉은 캣니스는 사제복을 벗던 행동을 멈췄다.

망토 벗은 얼굴에서 아니꼬운 표정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역시 좋네.”

“뭐가 좋아요?”

“역시 사람은 얼굴을 보고 이야기해야 해.”


앞선 대화와는 또 다른 주제였다.

며칠간 계속 이런 식이었다.

이야기가 어디로 튈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캣니스는 한숨을 쉬었다. 제 몸집보다 몇 배나 큰 이불을 뒤집어썼다.


“안녕히 주무세요.”


두 사람이 누워도 충분한 크기의 침대를 캣니스 혼자 독차지했다.

얼마 안 지난 이불에서 작은 숨소리가 났다.


“야. 꼬맹이 자냐?”


숨소리 이외에 아무런 답변도 들리지 않았다.


“그래. 일찍 자야 키가 크지.”


킬리언은 바닥에서 일어났다.


“후, 빡세다.”


의자 등받이에 외투와 칼집을 걸쳐뒀다.

그나마 바닥보다 괜찮은 의자에 누워서 다리를 뻗었다.

창틈 사이로 어렴풋이 달빛이 들어온다. 하염없이 달빛이 비치는 천장을 쳐다봤다.


“용사라. 나답지 않은 걸 맡아 버렸어.”


누운 모습으로 혼잣말했다.

목에 이어진 기다란 펜던트 끈을 잡아당겼다.

푸른 보석이 신비한 기운을 담아서 빛났다.

유물이라고 불리는 귀한 물건이다. 예전에 신세 진 사람에게서 훔친 물건이다.

도둑질한 펜던트를 천장을 향해 들어 보았다.

이내 입꼬리만 비틀어 올리고 다시 내렸다.


“에휴. 내 팔자야.”


펜던트를 옷 안쪽으로 집어넣었다. 팔이 아래로 가게 누웠다.

작은 담요 안에 몸을 구겨 넣었다.

조용히 눈을 감고 잠에 빠졌다.


“선한 사람··· 바보 같아···.”


어두운 방 안에 적막이 내려앉았다.

킬리언에게는 들리지 않을 작은 목소리가 있었다.

아직 잠들지 않은 침대 위의 주인이 그를 바라봤다.

푸른 눈동자가 한참이나 그를 주시하고 나서야 도로 누웠다.

이윽고 침대 위의 주인은 머리끝까지 이불을 뒤집어썼다.

고요한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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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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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 149화 사막의 나라 24.04.08 6 0 16쪽
181 148화 사막의 나라 24.04.05 6 0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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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 외전 다섯 번째 용사9 24.03.29 6 0 13쪽
177 외전 다섯 번째 용사8 24.03.27 6 0 16쪽
» 외전 다섯 번째 용사7 24.03.25 6 0 28쪽
175 외전 다섯 번째 용사6 24.03.20 5 0 21쪽
174 외전 다섯 번째 용사5 24.03.18 6 0 20쪽
173 외전 다섯 번째 용사4 24.03.15 9 0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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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 외전 다섯 번째 용사2 24.03.13 7 0 14쪽
170 외전 다섯 번째 용사1 24.03.08 7 0 13쪽
169 146화 십강 사무엘 24.03.06 4 0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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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 142화 십강[十强] 24.02.26 10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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