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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이 의 서재입니다.

실직한 마왕성 문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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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이
작품등록일 :
2022.10.26 12:21
최근연재일 :
2024.04.27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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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08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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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외전 다섯 번째 용사1

DUMMY

외전 <다섯 번째 용사1>



가람왕국 변방의 마을.

사실상 베인지역에 자리 잡은 용병들의 쉼터였다.

이곳에 사는 이들은 대부분 은퇴한 용병이나 모험가들이다.

은퇴 후 센츄어리 대륙 내에 자리를 못 잡아서 바깥까지 내몰린 자들이다.

베인지역답게 밀이나 쌀 같은 생산은 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들이 살아가는 데에 지장은 없다.

이곳은 센츄어리 대륙의 제1방어선이기에 모든 지원이 무료로 지급된다.

매주 왕국 규모로 지원 물품이 오고, 여차하면 마물을 사냥해서 자급자족도 한다.


“망할 사제 놈들!”


그런 마을의 한 여관이었다.

변방치고는 그나마 깨끗한 여관에서였다.

붉은 머리 여성이 화를 참지 못하고 소리 질렀다.

화를 참지 못하고 방바닥을 쿵쿵 밟았다.


“어떻게! 어떻게 이렇게 뒤통수를 쳐?! 이래서 사제들은!”


어찌나 열받았는지, 고운 손 아랑곳하지 않고 바닥을 내리쳤다.

손에 가시가 박히든 피가 나든 개의치 않고 분노를 토해냈다.

현재 화내는 여성의 이름은 에이린 프런티어.

용사 파티의 마법사였다.


“게일! 이제 어떻게 해? 지금이라도 돌아갈까?!”


에이린은 잔뜩 분노를 표출하다가 동료에게 물었다.

오늘이 있기 전 가람왕국 평야에서 마왕군과 맞붙었다.

결과는 참패.

겨우 목숨만 부지해서 이곳에 왔다.


“에이린. 잠시 생각할 시간을 줘.”


거듭되는 닦달에 용사 게일이 입을 열었다.

그 또한 오늘 있던 일로 크게 충격받은 모습이었다.


“에이린. 진정하도록 하지. 게일도 많이 당황했을 거네.”


용사 파티의 전위 모몬이 에이린을 진정시켰다.

그러나 그들 중 진심으로 진정하는 이는 한 명도 없었다.


“대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그만한 일이었다. 그 정도의 충격을 준 싸움이었다.

믿었던 아군의 배신.

바솔루트의 병력이 마왕군과 부딪치는 동안에 용사 일행이 타이타닉으로 잠입하는 계획이었거늘. 어째선지 전장에는 용사 일행만 남았다.


“너! 다 알고 있었지? 알면서 우리를 골탕 먹이려고 그런 거지!”


에이린의 분노가 다른 곳을 향했다.

이곳에 있는 또 한 명의 일행이 움찔 어깨를 움츠렸다.

이글거리는 눈빛을 마주한 성직자가 허둥지둥 무릎 꿇었다.


“여, 여신님께 맹세코 그런 일 없어요. 제, 제가 어떻게 용사님을 해하려 하겠어요···.”

“혹시 모르지! 그동안 괴롭힌 게 원망스러워서 그랬을지 모르잖아?”


말도 안 되는 누명이었다.

그러나 성직자는 한마디 변명 못했다.

왜냐하면 이곳에 성직자의 편은 없다. 단 한 번도 성직자의 말을 귀담아 준 적이 없었다.


“모몬! 저 살인자가 이상한 낌새 취한 일 없었어? 쟤도 걔들이랑 같은 교단이잖아! 뭔가 들은 게 있을 거야 분명!”

“에. 에이린 님. 저는 그런 말을 들은 적 없어요! 애초에 바솔루트랑 저희 교단은···”

“닥쳐! 너한테 안 물었어! 가증스럽게 벌써 억울한 척 행동하지 마! 역겨우니까!”


억울함을 호소하던 성직자의 입이 다물렸다.

에이린은 여전히 성난 표정으로 모몬을 닦달했다.


“으음. 사실 나와 캣니스는 주변의 병력이 물러가는 걸 똑똑히 보았네. 자네가 게일을 지키기 위해 깊이 들어갔던 때인데···. 그때 사제가 우리도 돌아가야 하지 않냐고 말했지.”


정적.


모몬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말들이 사라졌다.

그것은 폭풍이 불기 전의 고요함이었다.


“에, 에이린 님. 지금 말은 오해···.”

“너! 살인자!”


우당탕-


성직자가 변명하기도 전에 마법이 행사됐다.

붉은 마력을 따라서 여관 내의 물건들이 배신자에게 들이닥쳤다.

머리를 감싼 채 벽에 내몰린 성직자는 복부로 날아온 의자를 맞고 바닥에 쓰러졌다.


“끄윽. 윽···.”


한순간에 엉망진창이 된 방안.

에이린의 분노는 멈추지 않았다.


“망토 벗어!”


손가락을 튕기자 망토가 머리 뒤로 넘어갔다.

금빛 머리카락 아래로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푸른 눈동자가 있었다.

소녀의 눈물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하얀 얼굴 위로 손을 올리고 그대로 넘어트렸다.


“가증스러운 년! 이래도 착한 척이야? 그 가면을 언제까지 쓰고 있을 거야!”


멱을 잡고 주먹질했다.

마법사의 얼굴에는 성직자에 대한 짙은 혐오감이 담겨있었다.

상대의 얼굴에 떠오르는 피멍과 아픔을 보면서도, 좀처럼 매도를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더 심한 고통을 주는 방법을 사용했다.


“에이린 진정해.”


매도가 멈췄을 때는 게일이 에이린의 팔을 붙잡은 뒤였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성직자의 얼굴 아래로 새까만 화상이 생겼다.


“아니에요. 아니에요. 에이린 님···. 용사님, 모몬 님. 저는, 저는 그런 의미에서 뱉은 말이 아니었어요···.”


동료의 명확한 증언이 있는데도 억울함을 호소하였다.

이에 에이린의 얼굴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입술에 이가 박혀 피가 났고, 주먹은 너무 세게 쥐어서 떨렸다.


“너는··· 왜 미안하다는 말 하나를 못 하는 거야···?”


잔뜩 까진 주먹에서 피가 떨어졌다.

차가운 붉은 눈이 얼굴을 가린 채 울고 있는 성직자를 내려봤다.


“왜 항상 나를 나쁜 년으로 만드냐고! 넌 정말로 끔찍해-!”


에이린은 소리 지르면서 왈칵 눈물 흘렸다. 잔뜩 일그러진 얼굴을 감싸며 뛰쳐나갔다.


“에이린!”


그 뒤를 게일이 황급히 쫓아갔다.

방 안에는 모몬과 성직자 둘만이 남았다.


“캣니스. 미안하지만 이게 다 업보라네.”


모몬 마저 성직자를 두고 떠났다.

방 안에는 지독한 아픔의 흔적만 가득했다.

옷장도, 침대도, 탁자도, 의자도, 성치 못한 방안.

그 안에서 성직자는 쓰러진 채 계속 눈물 흘렸다.

아파서인지 서러워서인지 모를 울음이 한동안 여관방 하나를 차지했다.

마계를 코앞에 둔 용사 파티는 어떠한 때보다 위태로웠다.

용사와 성직자의 믿음이 최악으로 치달았다.



*****



“애들아 이렇게 된 일. 타이타닉까지 들어가자.”


다음날이 되고 게일이 말했다.

하룻밤 자고 일어나서 내린 결론이다.

당연하지만 잠든 곳은 성직자와 다른 여관이었다.

여관 하나를 더 빌린 다음 세 명끼리만 잤다.


“이 몸은 찬성이네. 어차피 우리의 목적은 타이타닉으로 들어가는 것. 여기서 돌아갔다가는 언제 또 기회가 생길지 모르는 일이니.”


모몬이 게일의 의견에 동의했다.

이미 베인지역 코앞까지 온 이상, 돌아가기에는 아쉬움이 따랐다.

어차피 다른 나라의 협력은 마계에 진입하기 전까지였으니, 본래의 목적만 달성하면 문제 될 게 없었다.


“에이린, 모몬. 여기서 제안하는데 새로운 동료를 한 명 구하는 게 어때?”


게일이 조심스럽게 추가적인 의견을 냈다.

용사 파티에 동료를 더 영입하자는 의견이었다.

그 의견에 에이린과 모몬을 두 눈을 크게 떴다.

그래도 큰 거부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찬성이야, 솔직히 그 살인자를 데리고 가는 게 불안했어. 이번 일도 그렇고, 차라리 용병 출신 사제를 한 명 데리고 가는 게 낫지.”


특히 에이린이 강하게 의견을 내세웠다.

지금껏 담아두었던 속마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그러나 게일은 강한 동조에 기뻐하기보다는, 난처한 얼굴로 쓰게 웃었다.


“에이린. 사제님은 데리고 갈 거야.”

“왜! 한 번 우리 뒤통수 때린 애를 데리고 가겠다고?”

“그 점이 불안하긴 하지만. 사제님의 능력은 타이타닉에서 필요할 거야.”


에이린은 이를 갈았다.

새 동료를 구하자는 말이 기존 동료를 교체하자는 말이 아니었음에 크게 실망하였다.


“하지만 게일. 우리가 여태까지 인원을 늘리지 않은 건···”

“이번 여신의 가호가 네 명까지였기 때문이지.”


여신의 가호.

용사 일행의 모험에 행운이 깃드는 가호였다.

단순히 운만 깃드는 게 아니라 마물을 상대할 때의 힘이나 용사 본연의 전반적인 성장을 급속 시키는 훌륭한 가호였다.

문제는 여신의 가호는 파티의 인원을 제한한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이번 여신의 가호는 반드시 네 명이어야 한다는 제약이 걸려 있기에 인원수를 넘길수록 가호가 약해진다.


“하지만 에이린, 모몬. 우리는 충분히 강해졌어. 더 성장할 필요가 없어. 오히려 필요한 건 부족한 파티원의 보충이지.”


게일은 전날의 일로 깨달았다.

전위 둘 후위 둘 구성으로는 위험 요소가 너무 많았다.

저번 싸움에서도 자신이 위험에 처하자 에이린이 앞으로 나오면서 진영이 갈라지지 않았던가.

그것은 자리를 이탈한 에이린 탓이라기보다는 파티 구성원의 문제였다.


“레인저까지는 아니더라도 전후방을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실력자가 필요해.”


전위와 후위의 연결다리가 되어주면서 양측 모두에게 도움이 될 인원.

그런 위치의 존재가 파티에서 필요했다.


“확실히 이 몸도 저번 싸움에서 그리 느꼈지. 하지만 이곳에서 우리와 견줄 강자가 있겠나?”

“찾아봐야지. 정 안 되면 기준 미달이라도 넣어야 해.”

“참으로 머리가 아프군. 전장에서 합을 맞출 생각 하면 벌써 심장이 쪼그라드는 거 같으니.”


시야가 넓고 싸움이 능하며 현재 용사 파티에 넣어도 손색이 없는 인물이 필요하다.

문제는 그런 인원이 이런 곳에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누가 마왕군이 가람왕국 앞을 차지한 가운데 베인지역으로 들어오고 싶어 할까.

지금도 이 마을은 마왕군에 맞선 긴장 상태를 유지 중인데 말이다.


“일단 이곳에서 동료를 늘리기로 정하자. 사제님에게도 잊지 말고 전달하고.”

“걔 의견이 필요해? 어차피 포션 대용인데 몰라도 되잖아.”

“에이린. 그래도 타이타닉까지 함께 갈 동료잖아. 이번 같은 일은 다시 저지르지 못할 테니 걱정하지 마.”

“···알겠어. 하긴 걔도 생각이 있다면야 마계에서 날뛰지는 않겠지.”


그렇게 우열곡절 끝에 다다른 마을에서 새로운 동료를 구하기로 하였다.


“안 돼요! 절대 안 돼요!”


그런데 성직자와 만난 세 사람의 얼굴이 빠르게 굳었다.

전날 숙소에서 기다리고 있던 동료가 반발했다.


“대체 무슨 생각이세요! 우리가 여태까지 인원을 늘리지 않은데는 이유가 있잖아요!”


반대하리라고 예상치 못한 인물이 강하게 의견을 내세웠다.

망토를 뒤집어쓴 성직자가 동료를 구하자는 말에 반대하고 나섰다.


“여신님께서 제한 인원을 정해준 이유는 반드시 그렇게 해야만 하기 때문이에요! 용사님. 이 일을 다시 한번 생각해주세요!”


여신의 이름이 언급되자 한 번 정했던 결정이 흔들렸다. 성직자의 간절한 모습을 보고 있자면 확신이 약해졌다.

정말로 인원을 늘려서는 안 된다는 근거 없는 생각이 들었다.

반대를 무릅쓰고 파티에 필요한 인력을 구해야 할지. 아니면 성직자의 말에 따라야 할지. 혼란스럽던 그때였다,


“야. 네가 뭔데 이래라 저래라야? 이 포션 대용품이!”


에이린이 나서서 성직자를 꾸짖었다.


“게일. 이 멍청이에게 설명해줘. 왜 우리 인원이 더 필요한지!”


게일은 에이린의 말에 정신 차렸다.

신앙을 따르는 이의 관점에 지나치게 홀렸음을 깨달았다.

어차피 새 동료와 베인 지역을 떠나기 전에 한 번은 부딪쳐야 할 일이다.

정말로 문제가 된다면 지금 옳고 그름을 가려도 나쁘지 않았다.


“사제님. 저번에 보셨잖습니까. 같은 상황이 됐을 때 사제님을 누가 지키겠습니까?”


게일은 성직자를 설득하기 위한 말을 꺼냈다.

그러나 어느 일이 나은지 논쟁을 벌일 일이 없었다.

반드시 인원이 고정되어야 한다고 말했으면서 금방 고개를 떨군는 성직자.


“···알겠어요. 용사님의 뜻에 따를게요.”


세 용사는 성직자의 빠른 변화가 반가운 한편, 맨 처음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물을 흐린 게 마음에 안 들었다.

게일은 성직자를 빤히 바라보다가 한숨 쉬었다.

에이린은 아예 대놓고 화난 표정으로 고개 돌렸다.


“그러면 사제님도 동의하셨으니 이제 마을을 돌아보도록 하죠.”


새로운 동료를 구하기 위해 준비하였다.

새 동료를 수색할 장소는 그들이 머문 베인 지역 내의 마을이다.

모험가와 용병들이 머물 곳은 한정되어 있기에 여관과 주점들을 집중적으로 수색하기로 하였다.

베인 지역 내에 들어와서 활동하는 모험가이니, 한 사람 정도는 실력자가 있기를 기대했다.

다들 작은 희망을 품고 거리로 나가던 때였다.


“뭐해? 빨리 안 와?”


그들 중 단 한 사람. 쉽게 다리를 움직이지 않는 이가 있었다.

조금 전 이야기를 모두가 수긍했다고 여겼지만, 진상이 어떨지는 아무도 모른다.


“안 와?! 내가 소리 질러야겠어?”


마법사의 호통에 성직자가 얼른 뒤따라갔다.

낮의 햇빛은 밝은데 망토 안의 얼굴은 어두웠다.




제 작품이 마음에 들었다면 추천과 좋아요 잊지마세요-!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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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 152화 변하지 않는 24.04.15 5 0 13쪽
184 151화 사막의 나라 24.04.13 6 0 15쪽
183 150화 사막의 나라 24.04.10 6 0 17쪽
182 149화 사막의 나라 24.04.08 6 0 16쪽
181 148화 사막의 나라 24.04.05 6 0 21쪽
180 147화 사막의 나라 24.04.03 7 0 12쪽
179 외전 다섯 번째 용사 終 24.04.01 8 0 31쪽
178 외전 다섯 번째 용사9 24.03.29 6 0 13쪽
177 외전 다섯 번째 용사8 24.03.27 6 0 16쪽
176 외전 다섯 번째 용사7 24.03.25 6 0 28쪽
175 외전 다섯 번째 용사6 24.03.20 5 0 21쪽
174 외전 다섯 번째 용사5 24.03.18 5 0 20쪽
173 외전 다섯 번째 용사4 24.03.15 9 0 19쪽
172 외전 다섯 번째 용사3 24.03.13 6 0 18쪽
171 외전 다섯 번째 용사2 24.03.13 6 0 14쪽
» 외전 다섯 번째 용사1 24.03.08 7 0 13쪽
169 146화 십강 사무엘 24.03.06 4 0 25쪽
168 145화 십강 사무엘 24.03.04 7 0 17쪽
167 144화 십강 사무엘 24.03.01 9 0 20쪽
166 143화 십강 사무엘 24.02.28 10 0 12쪽
165 142화 십강[十强] 24.02.26 10 1 14쪽
164 141화 십강[十强] 24.02.23 8 0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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