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지하이 의 서재입니다.

실직한 마왕성 문지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새글

지하이
작품등록일 :
2022.10.26 12:21
최근연재일 :
2024.04.27 10:06
연재수 :
189 회
조회수 :
11,051
추천수 :
127
글자수 :
1,432,441

작성
24.01.31 19:09
조회
8
추천
0
글자
21쪽

133화 떠도는 이야기와 장사꾼

DUMMY

133화 <떠도는 이야기와 장사꾼>



“이왕 이렇게 오셨으니 묻겠습니다. 이곳에 어떻게 들어온 겁니까?”


불청객을 마주한 마몬에게서 깍듯하던 태도는 찾아볼 수 없었다.

제 발로 이곳을 찾아온 이들을 우습게 여길 뿐. 손님으로조차 대우하지 않았다.

이에 가만히 지켜보던 아쿠아가 입을 열었다.

마몬이 저를 얕잡아보는 시선만큼이나 코웃음 쳤다.


“내가 내 발로 어딜 못 가? 이게 잘난 여신의 인도다, 이 멍청한 똥대가리야.”

“···지금 보니 신앙심이라곤 하나 없는 자군요. 심지어 말까지 험하다니요. 제 고객님의 친우분이 이런 파계 사제 같은 자라니. 참으로 슬픈 일입니다.”

“야. 멀대야. 네가 뭔데 나에 대해 평하냐? 네가 나보다 잘났어? 고작해야 든 것도 없는 머리통을 하늘 높이 띄워놓은 게 삶 최대 업적인 주제에. 누가 누구 보고 안타깝대?!”


누가 시작했다 할 것 없이 험한 말이 오갔다.

두 사람 사이에 싸늘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한참 동안 험한 말이 오가다가 침묵했는데.

마몬이 먼저 어이없어하면서 다시 입을 였었다.


“상당히 입이 험하신 분이군요. 보아하니 원하는 것도 없이 이곳을 찾은 모양인데···”

“그래서 뭐? 꼽냐? 그렇게 꼬아서 인생살이 어떻게 살아?”

“제 말을 끊지 말아 주시길. 지금이라도 나가면 제 고객님을 봐서 넘어가 드리겠습니다. 지금 제 기분이 좋아서 드리는 기회니 감사히 받기를.”


‘허’, 헛웃음 뱉은 아쿠아는 관자놀이 옆에 손가락을 빙빙 돌렸다.

흔히 표현하기를 머리가 이상하냐는 손동작.

이를 모를 리 없는 마몬이 인상을 구겼다.

잠깐 이성을 되찾았던 눈동자가 다시 분노로 물들었다.


“아무래도 하등 한 자와는 말로 대화가 성립하지 않는 거 같군요.”

“동감이야. 원래 너 같은 게 나에게 말 섞기 쉽지 않은데, 평생 운을 다 썼다고 감사히 여기고. 우리는 간다?”


아쿠아와 두 모험가는 캣니스를 부축했다.

그대로 천막 밖으로 데리고 나가려 했는데, 녹색 불길이 가로막았다.


“어딜 가십니까? 값을 치르기 전에 못 나갑니다.”


마몬은 이제 노골적으로 살기를 흩뿌렸다.

아쿠아는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마주했다.


“값은 무슨. 악마가 사기밖에 더 쳐? 헛소리하지 말고 집에 가게 문 열어.”

“이곳에서 일어나는 일은 모두 신이 이름 아래서 이뤄지는 거래입니다! 대가를 내기 전까지는 벗어날 수 없어!”

“하. 이제 나한테 말도 깠네? 그래. 뭐가 그렇게 문젠데? 얼만데 네 쓰레기 같은 거래. 십만? 백만? 일억 금화라도 줄까? 아니면 처녀의 순결이라도 원해? 이상한 성병에 집착하는 변태야?”


우드득. 테이블 다리가 내려앉았다.

악마가 만든 중압감이 공간 전체를 짓눌렀다.

세 명의 거구조차 식은땀을 흘릴 정도로 심한 압력이었다.

그 안에서도 아쿠아는 마몬을 노려봤다.


“그건 나도 모른다. 나는 내가 준 상품에 걸맞은 값을 받을 뿐이니까.”


마몬이 또다시 입을 열었다.

두 사람 사이에 상호 이해라는 개념은 결코 있을 수 없다.

그런데도 아직 두 사람 사이에 대화의 형상이 띠는 이유. 앞서 말했던 계약과 대가 때문이었다.


“아. 그러셔? 그거 알아? 그거 사기꾼들의 전형적인 멘트야.”

“사기라고 비난해도 소용없어. 이미 거래는 마지막 단계만을 남기는 중이니.”

“에베베벱 소용없돠. 똥대가뤼는 개소뤼만을 남기는 중이뉘.”

“네년-!”

“아. 어쩌라고. 그래서 얘한테 뭘 팔았는지 이야기해 봐 사기꾼아. 그래야 내가 대신 내지.”


마몬은 험악하게 눈을 떴다.

그러나 인제 와서 고작 눈 부릅뜬 일로 겁먹을 인간이 아니었다. 만약 그런 인간이었으면 진작에 초록색 불길을 봤을 때 울음을 터트려야 했다.


“내게 산 것은 많은 사람을 구할 정보다.”

“네가 구하냐? 왜 선심 쓰듯 말하고 있어?”

“운명의 천칭이 거래를 인정했다.”

“내가 인정 안 한다니까? 뭔 개소리야.”

“이래서 하등한 것과 대화는···!”

“지금 네가 더 야만인 같거든? 옷도 입은 거야 안 입은 거야?”


파직-

또 한 번 불꽃 튀는 대치가 있었다.

이번에는 악마의 인내심이 바닥났는지 빠득, 이 가는 소리가 났다.


“다시 한번 말한다. 값을 치를 생각이 없다면···”

“아 됐고!”


아쿠아가 손바닥 보이며 말을 끊었다.


“그러면 이렇게 하자. 정보니까 정보로 값을 치를게. 여러 소설에서 흔히 나오는 전개잖아? 괜찮지?”

“정보로 값을 치르겠다고? 안 됐지만 네가 보여준 모습으로는 정보의 질이 의심···”

“나, 성녀야.”


누구도 예상치 못한 발언이었다.

마몬을 비롯하여 동료들조차 아쿠아의 고백에 충격받았다.


“아쿠아짱 제정신이야? 그걸 말하면 어떡해!”


게르드가 아쿠아의 양 볼을 누르며 말했다.

아쿠아는 게르드의 걱정하는 얼굴과 마주하게 되었다.

이에 조용히 미간을 찌푸리며 게르드의 얼굴을 밀어냈다.


“네가 성녀라고? 그 말을 어떻게 믿지?”


성녀 일행에게 동요가 있는 한편, 악마는 믿지 않는 눈치였다.

자칭 장사꾼답게 정보를 다루는 부분에서 신중을 가했다.


“그 말은 믿을 수 없다. 애초에 성녀라면. 가람 왕국이 순례의 종착점이었을···”

“아, 진짜! 의심 더럽게 많네!”


또 한 번 말을 끊었다.

이어지는 악마의 불신에, 망토를 벗어서 해결했다.


“이제 됐어? 설마 성녀 얼굴도 못 알아보는 진짜 촌놈은 아니지?”


성녀를 의심하던 말이 쏙 들어갔다.

마몬의 분노가 가득했던 빈자리를 채우는 건 놀라움이었다.


“진짜 성녀라고···?”

“그래, 내가 셀레브리디 교단의 성녀다. 왜? 아니꼽냐? 몇 번이고 말하지만 그렇게 아니꼬우면 인생 대체 어떻게 사는···”

“믿기지 않는군! 이 나라에 성녀가 있다니!”


조금 전까지 언짢았던 분위기는 사라졌다.

마몬은 비틀비틀 두 걸음 멀어지더니 하늘 높이 팔을 들어 소리쳤다.


“그래서였어! 그래서 망할 여신의 대신전이 비밀리에 움직이는 거였군!”


곧, 두 팔을 내린 얼굴은 섬뜩했다.

아쿠아를 보는 두 눈이 빛나고 있었다.

그 눈빛을 표현하기를 탐욕. 보석을 보는 듯한 눈이었다.

단순히 그뿐이면 됐겠지만, 그 안에 꺼림칙한 기운이 도사리고 있었다.

금 등급과 미스릴 등급 모험가는 몸의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자. 됐지?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 성녀야. 이 나라에서 한 번도 들킨 적 없는데 너한테만 말해준 거야.”


거기서 아쿠아는 다시 한번 성녀임을 강조했다.

또 마몬이 의심하지 못하게 확실히 못 박았다.

이에 마몬은 새로 얻은 정보에 대한 찬양을 멈추었다.

천천히 기쁜 감정을 갈무리하고는. 바닥에 떨어진 포도주 유리 조각을 통째로 집었다.

꿀꺽. 유리 조각을 삼켰다.

포도주가 흘러내린 입으로 길게 숨을 내쉰 뒤, 본래의 차분한 얼굴로 돌아왔다.


“좋습니다 고객님. 협상의 여지로는 아주 좋은 패였습니다. 한데, 이걸로 끝입니까?”


마몬은 다시 예의를 갖췄다.

다시 장사꾼으로 돌아갈 만큼 만족스러운 정보였으며, 또 만족 못했다.

그는 더 많은 대가를, 값을 바랐다.

황금알을 낳는 황금 거위에게서 모든 것을 앗아가길 원했다.


“야, 악마 그거 내가 할 말인데? 설마 부족하다고 생각한 거야? 그러면 정보의 가치도 모르는 네 머리통은 있으나 마나인 거 같은데.”


그런데 아쿠아가 오히려 추가적인 요금 청구를 되돌려줬다.

마몬의 싱글벙글 웃던 웃음이 사라졌다.


“···성녀. 어째서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거지? 고작 네 목숨의 가치가 이 도시 사람들 전체를 살릴 정보라고 생각하나?”

“당연히 더 귀하다고 생각하는데. 설마 너 부족하다고 생각한 거야? 에휴, 한심한 악마 같으니. 못 믿겠으면 네가 말한 천칭인가 뭔가에 무게 재봐. 내 말이 맞는지 네 말이 맞는지 알게 되겠지.”


아쿠아의 말에 긴가민가하던 악마 마몬.

곧 입으로 주문을 중얼거리더니 손끝으로 열심히 공중에 선을 그었다.

그가 허공에서 시선을 두기를 몇 분.

입이 꾹 다물렸다.

그 상태로 한참 동안 아무 말 없었다.

안색은 창백해져서 식은땀을 흘렸다.


“그걸 진짜로 했냐? 멍청하네. 너는 땡잡은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는구나.”


그 모습을 고스란히 지켜본 아쿠아가 코웃음 쳤다.

마몬의 낯빛이 울긋불긋했다.

최대한 내색하지 않고 자제한 모습이었지만, 아쿠아의 눈에는 전부 보였다.


“자. 그러면 다시 값을 치러볼까? 네 멍청한 행동으로 변한 거래의 값을 말이야.”


다시금 거래를 재개한다.

마몬에게 거부의 여지는 없었다. 이미 천칭을 거래에 쓴 시점에서 공정한 대가를 주어야 했다.

그가 이용한 천칭이란 그런 원리였다.


“이, 이런 말도 안 되는···.”


마몬은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고작 말 몇 마디로 완전히 판이 뒤집혔다.

유리하던 거래를 뒤집은 건 본인이었기에 변명의 여지는 없었다.


“인간. 어느 정도의 대가를 원하는···”

“너 진짜로 멍청한 대가리구나! 내가 그런 것도 일일이 제시해줘야 해?”


입술을 꽉 깨물었다. 너무 세게 물어서 상처가 아무는데 며칠은 걸리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였다.

그래도 거래는 이행해야 했다.

그러기 위한 공간이었으며, 그러기 위한 계약이었다.


“쌀 삼백 가마니를 주지. 이 정도면 네 성미에 만족할 텐가?”

“적어. 너무 적어. 그게 내가 준 정보의 값이라고 진심으로 생각해?”

“그러면 칠백 가마니를 주지. 덤으로 구황작물도 같은 양을 주마.”

“적어. 너 진짜로 감 없구나?”

“내가 줄 수 있는 건 이 정도다. 대체 얼만큼을 내게서 원하는 거지?”

“꺼져.”

“뭐···?”

“꺼지라고. 다시는 우리 앞에 나타날 생각하지 마. 얼굴 보이지 말고, 옷자락 끝도 보일 생각하지 마. 네가 이 정보로 뭘 하든지 상관 안 할 테니 다시 보지 말자고.”


속사포로 쏟아내는 결별 재촉에 마몬은 할 말을 잃었다.

이내 한 손으로 본인의 눈가를 압박했다.


“고작 바라는 게 ‘꺼져’라고···?”


이마에 돋은 핏줄이 아주 잘 보였다.

애써 웃음으로 가리려 하지만 어떤 심정인지를 잘 알려주고 있었다.


“야. 뭘 혼자서 그렇게 궁상떠냐? 여기서 더 염병하지 말고 빨리 이 도시에서-”


그가 아니꼽던 아쿠아의 독설이 또 한 번 시동 걸었다.


“큭. 큭큭큭. 크핫핫!”


그때였다.

마몬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의 몸에서부터 불길한 마기가 공간 전체로 퍼져나갔다.

게르드도 게이로드도 긴장하였다.

그런데 그 분위기 속에서도 여전히 마몬을 한심하게 보는 이가 있었다.


“쌀도, 구황작물도 마다하고 나를 내쫓겠다는 건가? 이곳 사람들이 굶어 죽든 말든 관심 밖이라는 것이냐!”


무엇이 그리 신나는지 아쿠아를 보는 눈빛에 즐거움이 가득하다.

이에 아쿠아는 가운뎃손가락을 세웠다.


“염병. 아가리 털지 말고. 그 잘난 작물들 갖고 평생 동굴 속에서 껍질 까먹기나 해. 역겨운 악마 냄새가 진동하니까 앞섶은 단단히 여미고 살라고.”

“큭. 크큭. 영웅의 면모를 가져야 할 성녀가, 굶주린 사람들보다 사사로운 감정을 우선할 줄은 몰랐군.”

“그래서. 싫다고? 그 잘난 작물들도 뱉고 타나토스 곁으로 갈래?”

“아니. 거래하겠습니다 고객님. 이 거래에 응하는 게 제 최선이군요.”


두 사람의 합의점이 생긴 순간, 공간 전체가 소용돌이쳤다.

정확히는 마몬이 서 있는 공간 뒤편으로 빨려 들어갔다.


“좋은 거래 감사합니다, 고객님. 언젠가 또 좋은 거래를 할 날이 오기를···.”


마지막 말을 남긴 악마는 허공에 검은 점이 되어 사라졌다.

휘황찬란한 사치의 증명인 천막 내부도 함께 사라졌다.


“기다리긴 뭘 기다려. 다시 볼 일 없을 텐데.”


아쿠아는 악마의 마지막 말까지 받아쳤다.

주변은 어느새 천막이 사라지고 평범한 상가 내부가 되어 있었다.

당연히 내부는 비어 있고 문조차 오랫동안 관리가 안 되어 방치된 가게였다.


“죄송해요··· 아쿠아 님······.”


그들이 상가의 문턱을 막 넘을 즈음. 아쿠아에게 업혀있던 캣니스가 사과하였다.


“제가 신중하게 못 한 바람에··· 아얏!”


그녀의 자책하는 이마에 아쿠아가 딱밤을 먹였다.

캣니스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상대방의 옆얼굴을 보았다.


“헛소리. 왜 사과를 네가 해? 그놈들이 잘못했는데.”


아쿠아는 얄미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에 캣니스는 윗니로 아랫입술을 눌렀다.


“하지만 저는 알고 있었는걸요. 악마와의 거래에서 방심하면 안 되는···.”

“그래서 거래가 성사될 거면, 세상 사람 모두 악마와 쿵덕쿵덕 잘 살겠지.”


아무리 믿음직하지 않아도 연장자라는 걸까.

아쿠아가 흔치 않게 캣니스를 꾸짖었다.

이는 대신전에 있을 때조차 한 번도 없었던 일.

그렇지만 역시 말하는 이가 아쿠아라서 불평에 가까운 꾸짖음이었다.


“그래도요. 원인이 어떠하든 아쿠아 님께 민폐를 끼쳤잖아요.”


문제는 아쿠아의 말을 듣는 이가 상상 이상으로 고집이 세다는 점이다.

캣니스가 끝까지 자신 잘못이라고 우기자, 아쿠아의 이마에 십자 핏줄이 솟았다.


“에잇! 이 멍청아!”

“느악-!!”


방심한 캣니스의 이마가 뒤통수에 박았다.

캣니스는 그 아쿠아가 두 번이나 가한 체벌에 어리둥절하였다.


“야. 몰라. 이런 기회 흔히 있어? 그냥 나처럼 에라 모르겠다 실컷 민폐 끼쳐!”


이어진 훈육은 어린아이가 들어도 무책임한 말이었다.

훈육을 들은 캣니스는 멍한 얼굴이 되었다.


“어차피 나중에는 민폐 끼치려고 해도 못 끼쳐. 그러니 지금 실컷 해두라고.”


이러니저러니 해도 어른이고 본성은 선하단 걸까.

아쿠아가 해주는 말은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 있었다.

캣니스는 아쿠아이 뒤통수를 보았다.

옆에 모험가들도 많은데, 굳이 자신을 업느라 고생하는 아쿠아를 알아줬다.


“네, 실컷 어리광 부릴게요.”


마침내 조언을 받아들이며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그러자 헹, 하고 코웃음 치는 소리가 아쿠아에게 있었다.


“캣니스 너는 제발 오지랖 좀 적당히 부려. 지금 말하지만 너는 항상 귀찮은 일을 끌고 다닌다고!”


멋진 연설의 마지막은 툴툴거리며 끝났다.

역시 이러한 점은 아쿠아다웠다.

캣니스는 아쿠아의 목에 감은 팔에 힘을 줬다.

그 감촉을 느낀 아쿠아는 또 헛웃음을 흘렸다.


“그런데 말이야 아쿠아~ 그 말을 어느 입으로 하는 거야?”

“우리 중에서 제일 민폐 끼치는 건 아쿠아 너면서~”


그때 두 사람이 아쿠아의 말에 끼어들었다.

두 사람 간의 감동적인 교류는 있을 수 없다는 걸까. 게르드, 게이로드가 사실에 기반한 말로 아쿠아를 두드려 팼다.

이에 아쿠아는 얼굴이 새빨개져서 소리쳤다.


“그러지 않거든!”


물론 본인만 부정하는 이야기였다.



*****



쾅쾅쾅.


이른 아침부터 어울리지 않는 소리였다.

얼마 전까지 손님조차 없던 평범한 여관에는 말이다.

밥을 먹다가 숟가락을 내려둔 딸은 짧은 다리로 뛰어갔다.


“아빠, 제가 나갈게요.”


혼자서 손님들을 데리고 올 정도로 똑 부러진 딸이었다.

그런 아이가 기특해서 아침 식사 자리가 딸의 칭찬으로 이어졌다.


“어서 오세··· 누구세요···?”

“비켜라.”

“꺄악-!”


그때였다.

문이 열리는 일과 동시에 여관 주인의 딸이 비명 질렀다.

식탁 앞에 앉아있던 이들은 벌떡 일어났다.


“우리는 왕실 기사단이다. 확인해야할 것이 있어서 찾아왔으니 협조해라.”


아침 식사를 즐기는 중에 찾아온 이들은 반갑지 못한 손님이었다.

무장한 기사들이 여관을 훑어봤다.


“네가 성녀인가?”

“아니요. 저는 수행 중인 사제예요. 기사님들은 왜 평범한 여관에서 성녀님을 찾는 건가요?”


한눈에 봐도 범상치 않은 목적을 지니고 찾아온 기사들이었다.

그들 중 가장 앞에 선 기사가 캣니스를 내려다봤다.


“그건 네 알 바가 아니다. ···라고 말하기에는 네 행동이 수상하군.”

“네?”


말의 의미를 깨닫기도 직전, 거대한 손이 캣니스의 코앞에 다가왔다.

예상치 못한 기습에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


“이거 놓아라. 지금 행동은 왕실의 권력 행사에 반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거냐?”


그러나 캣니스가 반응 못 했다고 하여, 손을 댈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조금 전까지 칠면조를 찢던 가더가 기사의 팔을 붙잡았다.


“야. 너, 뭐야?”


기사의 물음에 답하지 않고 가더가 제 본론을 말했다.

그와 동시에 가더의 몸에서 살기가 터져 나왔다.


“흡···!”


예상치 못한 살기에 숨을 들이마셨다.

한 번 당황했던 기사는 그에 밀릴세라 기세 높여 대립했다.


“조금 전에도 말했다. 나는 왕실의 기사다! 이 여관에 있을 성녀를 수색해서 데려가라는 명을 받았다!”


쿵, 기사의 말이 끝나자마자 다른 곳에서 소리가 들렸다.

소리 높여 말했던 기사는 깜짝 놀라 뒤돌아봤다.


“어머~ 식후경도 안 되잖니~”

“더 잘생겨지든지. 강해져서 다시 오렴~”


범상치 않은 체구의 남자 둘이 기사의 부하를 전부 쓰러뜨렸다.


“이 무슨-!”


당황한 기사가 가더의 손을 뿌리쳤다.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을 뽑으려 하였다.

그러나 그때. 또 하나의 목소리가 기사의 행동을 저지했다.


“안타깝게도 이렇게 됐네. 하지만 애초에 이곳에는 그대들이 찾는 성녀는 없고, 있다곤 해도 알려줄 의리가 없어 보이니 나가주지 않겠나?”


식탁에서 한 덩치 하는 남자가 일어섰다.

자리에서 일어난 브레드는 푸른색 마나를 전신에 둘렀다.

물론 상대도 기사인 만큼 쉽게 물러서진 않았다.

불리한 상황임을 인지하여도 브레드가 내민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검집에 손을 올린 채 사방을 경계했다.


“너희들. 리치슨 국왕의 명을 거부하다니 제정신이냐?”

“정말로 미친 자는 우리가 아니라 그대들인 거 같다만.”


철컥-


기사는 손에 힘을 주었다,

검은 겨우 빛이 반사될 정도에서 뽑히다가 그쳤다.

악문 턱과 이마에 솟은 핏대가 분노의 크기를 알려주었다. 하지만 멍청한 선택을 할 정도로 기사는 바보가 아니었다.


“너희들은 후회할 거다.”


끝으로 보복하리라는 암시를 남겼다.

기사는 쓰러진 부하들을 일으켜 세웠다. 기사단으로 돌아갈 준비 하였다.


“섣불리 기뻐하지 마라. 우리는 어떻게든 왕명을 거부한 네놈들을 찾아서 체포할···”

“그럴 필요 없습니다.”


후일을 도모하며 물러나려던 그때였다.

한 여성의 목소리가 말을 끊었다.

기사는 화들짝 놀라서 고개 돌렸다.

이층 난간 너머에서 금발의 성직자가 서 있었다.


“아쿠아 님···?”


평소라면 절대로 나타나지 않았을 아쿠아 센츄어리.

그런데 오늘은 어쩐지 모습을 보인 일도 모자라 말까지 걸었다.

그뿐 아니라 저 모습은, 대외적인 성녀를 연기할 때의 모습이었다.

캣니스를 비롯한 모두가 아쿠아의 돌발행동에 당황하였다.


“다, 당신이 성녀님이십니까···?”


기사가 이상한 분위기를 눈치챘다.

이때가 기회임을 직감하고 얼른 말했다.

조금 전에 패배감이 짙었던 기색은 온데간데없었다.

대신에, 아쿠아를 만나본 사람이 그렇듯 경외의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부디 성녀님이시라면 대답해주시겠습니까?!”


만약 아니라고 답하면 크게 실망할 거 같은 목소리였다.


“그래요. 제가 교단의 여섯 번째 날개 아쿠아 센츄어리예요.”


아쿠아는 본인이 성녀라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았다.

기사의 눈이 크게 뜨였다.


“왕, 왕국의 첫 번째 검 올란이 성녀님을 뵙습니다-!”


기사는 큰 소리로 외치며 무릎 꿇었다.

무례했던 첫인상을 만회하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방금 부상에서 일어난 기사들도 허둥지둥 고개 숙였다.


“우, 우리의 왕께서 성녀님을 뵙고자 초청···”

“네, 알겠어요.”


거듭 이어지는 기사의 말을 끊었다.

아쿠아는 우아한 발걸음으로 일 층으로 내려왔다.

기사들은 숨을 멈춘 채 성녀의 움직임과 소리에 집중했다.


“그, 그러면 이리로 모시겠···”

“아쿠아 님!”


기사의 에스코트를 받는 순간, 캣니스가 아쿠아를 불렀다.

다른 이들도 캣니스와 비슷한 심정으로 아쿠아를 쳐다봤다.


“대체 왜···”


도저히 아쿠아의 심증을 이해 못 하겠다는 얼굴이었다.

아쿠아는 성녀다운 미소 지었다.


“통신석. 까먹지 말아줘.”

“아쿠아 님!

”먼저 가서 기다릴게.“


이 말은 지금은 따라오지 말라는 말이었다.

기사들이 마차에 올라타는 그 순간까지도, 그들은 아쿠아의 부탁을 어기지 못했다.


”우선 통신석을 가져오도록 하지.“


마차가 떠나고 나서 빠르게 대책을 연구했다.

낯빛이 어두운 캣니스를 달래서 여관 안으로 들여보냈다.


”저 때문에··· 제가 실수하지만 않았어도···.“


그들은 만반의 준비를 끝내고 식탁 앞에 모여 앉았다.

통신석에 불이 들어올 때까지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렸다.


”왔네!“


그렇게 기다리기를 반나절. 통신석에 불이 들어왔다.

통신석 너머에 얼굴이 비치고 아쿠아가 입을 열었다.




제 작품이 마음에 들었다면 추천과 좋아요 잊지마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실직한 마왕성 문지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4/17 수요일 휴재입니다. 24.01.05 11 0 -
공지 도전! 주 3회 연재! 23.12.25 7 0 -
공지 연재 주기에 관하여? 23.07.03 37 0 -
공지 안녕하세요! 지하이입니다! 22.11.02 157 0 -
189 156화 전사의 나라 NEW 20시간 전 3 0 15쪽
188 155화 전사의 나라 24.04.24 3 0 15쪽
187 154화 전사의 나라 24.04.22 4 0 12쪽
186 153화 변하지 않는 24.04.19 6 0 25쪽
185 152화 변하지 않는 24.04.15 5 0 13쪽
184 151화 사막의 나라 24.04.13 6 0 15쪽
183 150화 사막의 나라 24.04.10 6 0 17쪽
182 149화 사막의 나라 24.04.08 5 0 16쪽
181 148화 사막의 나라 24.04.05 6 0 21쪽
180 147화 사막의 나라 24.04.03 7 0 12쪽
179 외전 다섯 번째 용사 終 24.04.01 8 0 31쪽
178 외전 다섯 번째 용사9 24.03.29 6 0 13쪽
177 외전 다섯 번째 용사8 24.03.27 6 0 16쪽
176 외전 다섯 번째 용사7 24.03.25 6 0 28쪽
175 외전 다섯 번째 용사6 24.03.20 5 0 21쪽
174 외전 다섯 번째 용사5 24.03.18 5 0 20쪽
173 외전 다섯 번째 용사4 24.03.15 9 0 19쪽
172 외전 다섯 번째 용사3 24.03.13 6 0 18쪽
171 외전 다섯 번째 용사2 24.03.13 6 0 14쪽
170 외전 다섯 번째 용사1 24.03.08 6 0 13쪽
169 146화 십강 사무엘 24.03.06 4 0 25쪽
168 145화 십강 사무엘 24.03.04 6 0 17쪽
167 144화 십강 사무엘 24.03.01 8 0 20쪽
166 143화 십강 사무엘 24.02.28 10 0 12쪽
165 142화 십강[十强] 24.02.26 10 1 14쪽
164 141화 십강[十强] 24.02.23 8 0 2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