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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사랑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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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사랑
작품등록일 :
2017.07.14 13:26
최근연재일 :
2017.08.02 23:10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2,039
추천수 :
3
글자수 :
58,323

작성
17.07.29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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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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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에피소드 -9- 대화가 필요해.

블랙코미디,환타지,드라마,에세이,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주재와 소재들의 단편입니다.




DUMMY

남편 찬규는 열시가 되어서야 회사에서 퇴근하여 집에 도착했다.

아내 연정은 거실에서 TV를 보다가 그가 현관문을 여는 소리에 자리에서 일어나 마중 나갔다.

“오늘도 늦었네.”

그녀의 환대에 찬규는 무거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응.”

“피곤하지?”

“응.”

“저녁은? 먹었어?”

“응.”

“피곤 할 텐데 씻어.”

“응.”

찬규는 늘 그렇듯 양복을 벗어 침대위에 팽개치다시피 올려 놓고 반팔 반바지로 갈아입고는

화장실에 들어가 샤워를 했다. 연정은 익숙하게 겉옷을 정리하여 옷장 안에 챙겨 놓고 양말은 세탁물에 갖다 놓았다.

잠시 후 그는 욕실에서 나와 바로 냉장고로 향했다. 그곳에서 캔맥주 하나를 꺼내 열고는

한모금 마셨고 거실 소파에 앉아 TV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프로야구 하이라이트에 고정시켰다. 그 와중에 연정은 그가 어지러워 놓은 욕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오늘 뭐 재미있는 일 없었어?”

욕실 정리를 마치고 나온 연정은 사과를 쟁반에 들고 와 그의 옆에 앉아 깍으며 말을 붙였다.

“응.”

“참. 오늘 희연이가 모의고사 시험에서 영어하고 수학을 2등급 받았데.”

찬규는 그제야 두 눈에 이채를 띠며 한마디 덧붙였다.

“희연이는?”

“지금 이 시간에 학원에 있지.”

찬규는 다시 TV위에 신경을 쏟았다.

“다음 주 아버님 생신인데 뭐 준비하지?”

연정은 사과를 한입 크기로 자르며 물어왔다.

“당신이 알아서 해.”

로봇처럼 찬규의 손이 사과를 집어 입으로 가져갔다. 그때 프로야구 하이라이트가 끝나 찬규는 다시 리모컨을 집어 이곳 저곳 돌려보았다.

“이번 여름 휴가 어떡하지? 시골에 갈까 아니면..”

“여보. 나 지금 피곤하니까. 나중에 얘기하자.”

찬규는 더 이상 볼게 없다는 듯 TV 리모컨을 내려 놓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연정의 눈가에 불만이 어렸지만 어금니를 지그시 물며 참았다.

“그래. 내일 또 새벽 일찍 일어나야 될 텐데 어서 자.”

연정은 극도의 인내력을 발휘하며 최대한 자상하게 말했다. 찬규는 하품을 하며 안방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쾅!’하고 문을 닫았다.

연정은 접시들을 싱크대로 가져가 씻었다. 자신도 그냥 잘까 생각했지만 아이가 오는 것을 기다리기로 마음 먹었다. 결국 절친인 TV를 다시 찾게 되었다. 소파에 엉덩이를 붙이자 마자

안방문이 다시 열렸다. 그리고 그녀 찬규가 나왔다.

“여보! 나 심심해. 우리 얘기 수다나 떨자.”

찬규는 나오자 마자 냉장고로 향했다. 그 안에서 맥주 두캔을 집어서 소파쪽으로 다가왔다.

연정은 여자로 변한 찬규를 두 팔 벌려 환영했다. 같이 도란도란 얘기를 나눌 상대가 찾아 온 것이었다.

“그래 오늘 회사에서 재미있는 일 없었어?”

연정은 신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물었다. 찬규 역시 들뜬 모습으로 대답해 주었다.

“자재과의 김 흥식대리 있잖아. 글쎄 총무과의 박 미경과장이란 그렇고 그런 사이라네.”

“정말? 세상에나! 박 과장이 오히려 나이가 많잖아. 열 살 가까이 많지 않아?”

“요즘 세상에 연상연하가 무슨 상관있어. 그것 보다 놀라운 것 사귄지가 자그마치 삼년가까이 되었데.”

“세상에나 어떻게 그렇게 깜쪽같이 속였을까? 그런데 어떻게 알려지게...”

그때 연정이 안타깝게도 한순간에 남자로 변했다. 그렇게 변화 주기가 기가막히게 맞는 부부들도 꽤나 많았다.

“어떻게 알아차렸냐고? 그게 정말 우연 이었는데...”

여자 찬규는 남자로 변한 연정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흥분한 채 말을 이었다. 문제는 연정이었다. 그의 눈동자에 좀전까지 있었던 적극적인 눈빛이 꺼져 버렸던 것이다. 연정은 방금전에 찬규가 가져다 준 캔 맥주를 집어 들더니 통째로 꿀꺽꿀꺽 마셨다.

“끄어어억~”

연정은 길게 트림을 하면서 빈캔을 내렸다. 그 와중에도 찬규는 열심히 휴일에 도시 외곽에서 단 둘이 데이트를 하던 것이 우연히 한 직원에 의해 목격되었다는 사실을 직접 목격한 것처럼 생생하게 전했다. 문제는 연정의 귀에 하나도 들려오지 않는 다는 것이었다.

“뭐...축구 하는 데 없나?”

연정은 리모컨을 들어 이리저리 스포츠 채널을 돌려보았다. 광고만 줄창 나오고 있었다.

“여보 내 얘기 듣고 있어?”

찬규는 다그치듯 물어왔다.

“어? 어! 미안! 좀 피곤해서 말이야.”

연정은 잠깐 귀찮다는 표정을 떠올렸다가 황급히 지웠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갔다.

“아. 갑자기 배가 아프네.”

연정은 그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문제는 찬규 역시 일어나 화장실문 앞까지 왔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말이야. 직원이 확실하게 하기 위해 두 사람을 몰래 뒤에서 따라 다녔는데 세상에나...으슥한 나무아래에 가서 두 사람이 포옹을 하더니...”

찬규는 연정이 다시 나올 때까지 정확하게 팔분 오십 초동안 계속 그 얘기를 질질 끌고 나갔다. 연정이 물을 내리고 손을 씻고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물어왔다.

“정말 대단하지 않아?”

마치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르는 아이처럼 찬규는 연정의 뒤에 따라 붙으며 질문을 던졌다.

“뭐가?”

한편 연정은 피곤하다는 표정으로 반문했다.

“두사람 말이야! 지금까지 내 얘기 안듣고 있었어?”

찬규의 미간이 한순간에 날카롭게 치켜져 올라갔다.

“어? 아니 듣고 있었어. 정말 대단하네.”

연정은 당황하며 황급히 부엌쪽으로 도망치듯 이 들어갔다. 찬규 역시 놓칠새라 뒤에 붙어 새로운 얘기를 꺼냈다.

“기획가 장 민호 과장있지? 이번에도 승진에 떨어진 거 있지. 잘못하면 명예퇴직 당할지도 몰라.”

“아! 그래!”

연정은 건성으로 대답하며 컵을 쥐고 정수기에서 냉수를 뽑아 시원하게 들이켰다.

“아! 아까 먹은 면이 체했나? 꺼어억~”

연정은 트림과 함께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 얘기 듣고 있어?”

다시 분위기를 파악한 찬규가 불만어린 목소리를 내뱉었다.

“어! 듣고 있어. 장과장.”

“그래. 불쌍하지 않아. 육년 째 기러기 아빠로 사는데 갑자기 회사에...”

연정은 물컵을 싱크대에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로 갔다. 찬규가 껌딱지처럼 달라 붙으며 그 옆에 앉았다. 그 와중에도 장과장의 절친이라도 되는 듯 연신 혀를 차며 동정심이 가득 한 말을 줄줄 흘려 내고 있었다.

“저기. 나 오늘 하루 종일 이불빨래에 화장실하고 베란다 청소 하느라고 힘들었거든 좀 조용히 쉬면 안될까? 나중에 얘기하지.”

연정은 목소리가 하소연하는 투로 바뀌었다. 찬규의 표정이 순식간에 차갑게 돌변했다. 뒤이어 눈가에 눈물이 글썽거렸다.

“누군 하루종일 놀고 다닌 줄 알아? 새벽에 나가 아홉시 넘게까지 하루종일 회사에서 상사에게 시달렸는 데 그게 뭐 안 피곤 한 줄 알아?”

연정은 찬규의 눈동자에 어려 있는 눈물들을 보고 자신이 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차!’

속으로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잖아. 당신 밖에서 수고 한 거 잘 알지. 그러니까 당신 피곤할 테니까 들어가 쉬라고.”

연정은 황급히 돌려서 변명했다. 하지만 찬규의 상태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흥! 나랑 얘기하는 게 그렇게도 싫단 말이야? 이제 같이 있는 게 싫증나고 꼴도 보기 싫다 이거야?”

“뭔 소리야? 내 말은 그게 아니잖아.”

“몰라. 흑!”

찬규는 갑자기 몸을 홱 돌리며 상체를 웅크렸다. 뒤이어 그녀의 상체가 들썩 거렸다.

“휴우~”

연정은 어쩔 줄을 몰라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맨 날 겪는 일인데 전혀 익숙해지지 않는데다 매번 힘들었다. 연정은 이 상황에서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결국 하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TV리모컨을 잡았다. 그리고 유료VOD채널로 들어갔다. 그리고

드라마 장르에 들어가 뒤졌다. 그리고 유료버튼을 눌렀다.

“자기야! 이거 안 봤지?”

연정은 최대한 자상하게 말을 건넸다. 최근에 시작한 드라마인데 정말 재미있데 자기가 좋아하는 송 정호 나온다. 그 말에 울던 찬규가 고개를 들고 TV화면 쪽으로 돌렸다.

“송 정호?”

“그래! 도깨비 후속편으로 나온 두꺼비. 정말 재미있데 한 번 봐.”

드라마 오픈 OST가 흘러나오자 찬규는 홀린 듯 화면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연정은 리모컨을 그녀의 손에 쥐어주고는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행히 찬규는 TV에 사로잡혀 버린터라 연정에게 신경 쓰지 않았다. 연정은 그렇게 뒷걸음질 치며 안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최대한 조용하게 안방 문을 닫는 것을 잊지 않았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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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에피소드-12 산부인과 풍경들 17.08.01 103 0 7쪽
12 에피소드-11-성파괴 패션(유니 치마)의 시초 17.07.31 88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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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피소드 -9- 대화가 필요해. 17.07.29 57 0 9쪽
9 에피소드-8 군대에서-사겨 줄래? 17.07.28 70 0 9쪽
8 에피소드 - 7 테러리스트 17.07.27 86 0 13쪽
7 에피소드 6- 2차 성교육 17.07.27 81 0 10쪽
6 에피소드-5-목욕탕의 신풍경 17.07.23 78 0 12쪽
5 에피소드 4-데이트 폭력, 가정 폭력의 종말 17.07.21 130 0 8쪽
4 에피소드-3 김위원장 동영상 (여성호르몬의 위력) 17.07.19 98 1 11쪽
3 에피소드-2 꿈 같은 원나잇 스탠드 17.07.16 216 0 8쪽
2 에피소드 1 - 한밤중의 추격전 17.07.14 189 1 9쪽
1 Mr and Miss J의 프롤로그 +2 17.07.14 692 1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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