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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사랑
작품등록일 :
2017.07.14 13:26
최근연재일 :
2017.08.02 23:10
연재수 :
1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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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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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7.23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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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에피소드-5-목욕탕의 신풍경

블랙코미디,환타지,드라마,에세이,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주재와 소재들의 단편입니다.




DUMMY

1- 남탕에서 벌어진 일

수요일 오후 신천탕은 유달리 사람들로 붐볐다.

남탕 스무명의 남자들이 목욕을 하고 있었다. 주말 손님이 청결을 목적으로 때를 밀러 오는 것과는 달리 수요일 손님들은 개별 단위로 이곳에 방문하여 청결 보다는 사우나나 온탕 냉탕을 왔다갔다 하며 오후의 피곤함을 풀려는 목적으로 느긋하게 보내고 있었다.


그들과는 다른 한 사람 김혜지는 청결을 주목적으로 이곳에 왔다. 컴퓨터 그래픽 디자이너인 그녀는 아니 현재 남자로 변한 그는 지난 2주 동안 밤낮 없이 큰 기업에서 수주 받은 프로젝터를 제 시간에 끝내고자 제대로 먹지도 씻지도 못한 탓에 지난 2주 내내 일이 끝나고 나면 제일 먼저 목욕탕에게 그동안 온몸을 휘감았던 찝찝함을 제대로 제거하겠다고 다짐했었고


반차를 내자마자 집 근처 목욕탕으로 직행했던 것이다. 물론 이곳에 오기 전에 김밥 두 줄로 급한 허기를 임시로 다스렸다. 목욕을 하고 나면 족보쌈을 시켜 제대로 포식하겠다고 계획하고 있었다.


오리지날 성별은 여자로 여탕을 선호했지만 일곱시간 전에 남자로 변한 관계로 어쩔 수 없이 남탕을 이용하기로 했다. 처음엔 남자로 변해도 남탕을 사용하겠다는 생각은 없었지만 남녀로 변하는 것이 불규칙적인데다가


일주일에 한 번 정기적으로 가는 것을 맞추려고 하니 시간이 점점 맞지 않게 되어 여자로서 여탕에 가기위한 적당한 시간이 점점 어려워졌기에 어쩔 수(?) 없이 남탕을 이용하기로 큰 결심을 하게 된 것이다.

-다른 모든 오리지널 여자들이 그랬듯이 말이다.-

처음엔 다들 그렇듯이 남탕을 사용한다는 것이 쑥스럽고 이상했지만 모든 것은 익숙해지기 마련이었다. 남탕 사용이 열 번 정도가 넘었을 때 더 이상한 기이하거나 낯선 기분은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단 한 가지 온몸을 꼼꼼하게 씻으며 충분히 본전을 뽑는 여자와는 달리 남자들의 씻는 방법은 무척이나 게으르고 소홀한 게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신기한 것은 여자로서 여탕을 사용할 때 꼼꼼하고 세밀하게 온몸의 때를 밀지만 남자로 변해 남탕을 사용할 때는 훨씬 더 간소하게 때를 미는 게 남자로서의 삶에 나름 잘 적응하고 있는 듯 했다.

“어~ 좋다.”

혜지는 자신도 모르게 온탕에 들어가면서 감탄성을 발휘했다. 그것을 깨닫고 흠칫 놀라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다행히 탕 안에 있던 다른 여섯 명의 남자들은 제각기 두 눈을 지그시 감고서 외부의 일이 별반 신경 쓰지 않았다.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고 그렇게 가만히 있었으면 좋으련만 문제는 머릿속에 엉뚱한 생각이 들었을 때였다. 자신의 직속 상관인 보안프로그램 팀장인 김 찬석의 둥근 얼굴이 떠올랐다.

둥글고 넓적한데다가 머리숱이 없어 쟁반이라는 별명으로 몰래 불리고 있는 그는 유달리 혜지를 부려먹는 것을 좋아했다.


핑계야 프로그램 실력이 최고라고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업무 그리고 자신의 업무까지 그녀에게 내밀며 자신은 가족을 위해 최대한 야근을 줄여야 한다면서 퇴근 시간을 최대한 단축하곤 했다.


사실 2주간의 프로젝트도 김팀장이 조금만 더 분담했다면 밥먹듯이 야근할 필요도 없었던 일이었다. 왜 그렇게 유독 자신만을 괴롭히는 지 생각하자 점점 이가 갈리기 시작했다.


게다가 맨날 휴가가 오면 제일먼저 챙겨 주겠느니 보너스가 떨어지면 제일 많이 신경 쓰주겠다고 버릇이 될 정도로 얘기하곤 했지만 정작 여름휴가 겨울 휴가가 닥치면 자신을 제일 먼저 챙기고 그 뒤에 사원들이 남은 일정을 가지고 치열하게 싸우던 말던 신경쓰지도 않았다. 게다가 팀으로 내려오는 보너스의 경우 업무시간이나 공헌도에 상관없이 똑같이 분담하며 하는 말이 팀웍을 깨뜨리면 안된다고 변명해댔다.


‘아! 정말 열 받네.’


혜지의 얼굴이 온탕의 열 때문이 아닌 이유로 슬슬 붉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 일도 그렇다. 어제 밤새도록 프로그램을 시뮬레이션으로 몇 번이나 돌리며 오류를 체크하고 성공적으로 론칭시킨 뒤에 회사에서 아침을 먹고 바로 나오려고 했는데 – 게다가 김팀장 역시 어젯밤에는 분명히 아침에 바로 퇴근 시켜주겠다고 달랬었다- 정작 나가려고 하자 사장님이 팀장 자신을 부러는 데 굳이 혜지 그녀와 함께 봐야 한다며 우겨서 같이 회의에 참가하고야 말았다.


진짜 화가 나는 것은 자신은 그곳에 있어도 소용없는 그런 잡담이나 나누는 수준의 회의였기에 허무한 심정마저 들었다.

‘아! 정말 내가 사표되면 그 자식 상판 보기가 싫어서다.’

‘정말 우리나라가 총기 자유 구역이라면 벌써 구입해서 저격했다.’

‘아! 정말 생각하면 할수록 열 받네.’

처음의 분노가 눈덩이처럼 부풀어 혜지의 주변 물조차 들끓게 만들 것 같은 기색이었다.

마침내 노한 감정이 절정에 이르고야 말았다.

당연히 한순간에 남자 혜지는 여자 혜지로 바뀌어 버렸다.

다시 가슴이 나오고 남자의 중심(?)이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일직선이던 몸매가 볼록 오목 볼록으로 곡선을 이루는 것이 적나라하게 물속에 드러나 버렸다.

혜지는 이 느닷없는 상황에 자신도 모르게 한마디 내뱉었다.

“어?”

순간적으로 머리가 하얘지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한편 주변에 있던 남자들은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있었고 비교적 조용한 관계로 더없이 청각이 예민해 져 있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귀에 짧게 들려오는 여자의 감탄성이 모두의 눈을 뜨게 만들었다.

“어?”

이번에는 주변에 앉아 있던 남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혜지를 발견하고 넋나간 표정으로 한마디 감탄성을 내뱉었다. 잠시 몇 초 동안의 어색한 눈빛 교환과 침묵이 흘렀다. 순간적으로 얼어 붙어 있던 혜지의 시선이 그녀 자신도 모르게 주변으로 스윽 움직여 갔다. 그게 출발 총성이 되어 버렸다.

‘첨벙~ 첨벙~ 첨벙~’

여섯명의 남자들은 탄환처럼 온탕 밖으로 튀어 나갔다. 다행히 그 덕분에 일어난 물기둥과 물줄기들이 충분히 시야를 흐리게 만들어 그들의 도망치는 적나라한 뒷모습을 감추어 주었다.

“어!”

뒤이어 사태를 파악한 욕탕 곳곳의 남자들은 씻던 것을 멈추고는 벼락같이 출구로 달려갔다.

마치 보이지 않는 괴물의 습격을 피해 도망가듯 모두 한손으론 아래쪽 다른 한손으론 뒤쪽 중앙을 가린 채 미친 듯이 밖으로 우루루 달아났다.

혜지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욕탕 안에 사람이라곤 자신이 전부였다.

남탕안에 있는 젊은 여자. 혜지는 제정신을 차리고 잠시 망설였다. 어떻게 할까?

그녀는 다시 두 눈을 지그시 감고 가슴을 뒤로 확 피고는 뒤쪽 벽에 등을 대었다.

계속 목욕을 즐기기로 한 것이다.


2-여탕에서 벌어진 일

김 동석은 오전 여덟시쯤 여탕에 들어갔다. 그는 오리지널 남자지만 지금 여성으로 변한지 열두시간이 지난 상태였다. 그는 남녀가 변한 뒤 처음으로 큰 용기를 내어 여탕으로 들어왔다.


원래 남자로서 여탕에 대한 환상적인(?) 몽상이 있었지만 막상 여자로 변해 여탕에 들어갈 수 있는 자격이 되자 왠지 여탕에 들어간 다는 게 어색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것은 목욕탕 체험이 처음인 성전환자들에게는 당연한 일이었다. 그 역시 갈등하고 고민했던 시간이 계산을 하면 평균치에 해당했다. 입시학원의 수학강사로서 오후에 출근하기에 아침부터 느긋하게 즐겨보리라 마음먹었지만 놀랍게도 목욕탕 안에 들어섰을 때 그의 여유는 좀 가셔 버렸다.


무슨 여자들이 아침부터 부지런을 떠는 지 목욕탕 안에 스무 명의 다양한 연령층의 여자들이 부지런히 목욕을 하고 있었다. 모두 본전을 뽑겠다는 듯 목욕이 아니라 작업을 하듯 열심히 청결에 몰두하고 있었다. 동석은 처음 경험자라는 것을 티내지 않기 위해 긴장을 감추려고 일부러 여유로운 태도로 안을 유유히 걸었다. 하지만 가슴은 배신자라도 되는 듯 떨리고 있었다.


‘괜찮아! 나는 가슴도 당당한 떳떳한 여자잖아!’


제일 안쪽 구석을 자리잡고 나서 샤워기로 가볍게 몸을 씻었다. 그리고 중간에 있는 온탕으로 다가갔다. 그곳에는 여섯명의 여자들이 사방 벽에 등을 붙인 채 있었다. 서로 아는 듯 각각 두명씩 낮게 떠들고 있었다. 동석이 온탕 바로 앞에 다가가자 그들은 대화를 유지한 채 눈빛을 동석에서 한번 쑥 훑어댔다. 동석은 자신이 제품으로 변했고 방금 전에 불량품 검사라도 받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동석이 그들의 시선을 채 확인하기도 전에 그들은 상대방 친구를 보며 계속 얘기를 했다.


‘이대로 나갈까?’


동석은 잠시 갈등했지만 언젠가는 겪어야 할 일이라는 것을 되새기며 온탕안으로 발을 디뎠다. 물은 기분 좋을 정도로 따뜻했고 동석은 온몸을 그 안으로 담갔다.

다른 사람들은 더 이상 동석에게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정작 동석은 왠지 모든 게 신경쓰이기 시작했다.

‘몇 분 있다가 나가야 되나?’

‘들어 온 순서대로 나가야 되나?’

‘시선이 닿으면 깔아야 하...아니지 올려야 하나?’

‘어디부터 먼저 씻어야 하지?’

‘여자들은 씻는 비법이나 법칙이 있나?’

‘이 귀찮은 긴 머리는 어떻게 씻지?’

‘각 신체 부분 당 얼만큼 시간을 소비해야 되지?’

‘각각 몇 번씩 반복해서 씻어야 되지?’

‘밖에서 바나나 우유인가 아니면 강장제인가? 어떤 걸 마셔야 되지?’

‘등을 밀어달라고 부탁해야 되나?’

‘등을 부탁해 오면 어떻게 해야 되지?’

온갖 문제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그의 머릿속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난 바퀴벌레처럼 들끓어 오르기 시작했다.

‘어떻게? 어떻게 해야 되지? 도저히 모르겠어? 여탕에서 어떻게 씻어야 돼? 시선은 어디다 둬야 돼? 모르겠어? 정말 모르~~’

답이 보이지 않는 수많은 문제들이 마침내 그의 머리를 터질 듯이 뜨겁게 만들었고

그 결과 동석은 단숨에 오리지널 남자 동석으로 변해 버렸다.

순식간에 가슴이 들어갔고 머리는 짧아졌고 동시에 남자의 중심이 생겨나 버렸다.

그것도 여자목욕탕 온탕 한가운데서 말이다.

“어~?”

동석은 자신도 모르게 밑을 내려다 보며 한마디 짧게 내뱉었다. 그의 목소리조차

굵은 남자의 목소리로 변해버렸다.

그의 목소리 뿐만 아니라 주변의 공기의 흐름도 읽고 있다는 냥 끼리끼리 대화를 나누고 있던 여자들이 갑자기 대화를 끊었다. 그리고 모두 동석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윽.”

동석은 그들의 눈길을 느끼고 황급히 두 손으로 아랫도리를 가렸다.

잠시 사태를 파악하려는 듯 날카로운 눈초리들이 침묵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다들 텔레파씨라도 나누고 있었던지 탕 밖에서 자리를 잡고 씻고 있던 여자들 조차 씻기를 멈추고 탕쪽으로 시선을 모았다.

그 모든 여자들의 눈동자에는 일말의 동요나 갈등도 느껴지지 않고 있었다.

“뭐야?”

마침내 여자들 중에 누군가 침묵을 깼다.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던 동석은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났다.

“으 아~”

그는 정체를 알수 없는 비명성을 내지르고는 목욕탕을 입구쪽으로 뛰쳐 나갔다.

‘첨벙~’

물결이 요동을 치고 있었지만 다른 쪽에 앉아 있던 여자들의 눈길을 막을 수는 없었다.

동석은 도망치던 와중에도 두 손을 굳건히 앞으로 내려 가렸고 두 무릎을 최대한 붙여 뒤쪽을 감추는 데 최선을 다했다. 그렇게 그는 여탕을 도망치면서 타월 하나를 기적처럼 챙길 수 있었다. 그가 여탕을 빠져 나왔을 때 탕 입구에는 발을 동동 구르며 주인이 옷을 가져와 주기를 바라는 십 여명의 남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비록 모두 처음 보는 사이였지만 눈동자 속에는 따뜻한 동지애가 흐르고 있었다.


오늘의 교훈:

목욕탕 가기 전에 계산을 잘 하세요. 그리고 괜한 엉뚱한 생각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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