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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월 이야기

깊은 상흔의 잔향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철의대화
작품등록일 :
2020.05.11 10:15
최근연재일 :
2023.02.28 15:54
연재수 :
1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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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47,868

작성
22.10.17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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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4권] 2장. 불티_1화_프랙탈 (4)

DUMMY

“소모전을 펼치기보단 병력 전체를 투입해 마법전으로 끝내는 방법은 어떨까?”


“그 방법이 가장 효율적이겠지만... 적들 또한 이대로 손놓고 있진 않겠죠. 분명 기회를 봐서 돌파를 시도할테니 그 대비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럼 대대 규모의 기동 타격으로 가볍게 인사정도만?”


“그리고 그 전투속에서 벨리안느의 위치를 특정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네요.”


그렇게 끓는 솥에 빠진 적들을 어떻게 요리할까 고민하던 중, 엘제어의 마지막 말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4열에게 전파. 2개 중대씩 사방으로 공격. 나머지 1개 중대는 마법사가 있는 곳을 지원』


그리하여 최후방 포위전선을 담당하던 1개 대대에게 공격 명령을 내린 아르센은 이어질 적들의 대응을 살피기 위해 다시금 마력감지에 집중했다.


하지만 별동대의 침입을 감지했텐데도 전혀 반응이 없는 벨리안느.


이윽코 별동대가 마력전선의 균형을 깨트릴 위치까지 진격했으나, 여전히 전선은 고요했고, 이에 공격을 주장했던 엘제어마저 살짝 불안해졌다.


“전투를 포기했나? 이상하군요.”


“그러게. 이걸로 벨리안느가 마력감지를 ‘못’한 것은 아니란 말인데... 과연 어떤 대책이 있길래 이런 배짱을 부리는지 궁금하네.”


그 말이 끝나길 무섭게 두 사람 앞을 지나치는 200여명의 별동대 인원들.


마력전에 투입된 병사들과 달리, 쐐기 진형을 갖춘채 검날을 번뜩이며 숲속을 가르는 그들의 모습은 보는이를 자극하기 충분했다.


『적들에게 마법을 상쇄할 여력은 없다. 그러니 맘껏 박살내!』


여기에 아르센이 채찍질을 가하듯 공격적인 명령을 내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희망이 없어 보이는 적들이 오히려 덤벼보란 식의 태도였기에, 순간 오기가 앞섰던 것이었다.


“자.. 이제 정말 어떻게 할거야, 벨리안느?”


팽팽한 마력전선을 향해 진격하는 별동대들.

그곳에 고착된 방대한 마력을 이용한 마법공격은 월영군에게 막대한 피해를 줄 것이며, 벨리안느가 그 참사에 신경을 쓴다면 마력전선의 균형은 무너질테였다.


그렇게 기름통에 튀는 불씨처럼 전투지에 파멸을 불러 일으킬 별동대가 마침내 마력전선에 도달한 순간.


별동대 200명의 마력 기척이 갑자기 사라졌다.


이에 하제르 호수의 악몽이 떠올라 없는 심장이 덜컥했으나, 조금더 집중해보니 그게 아니었다.


벨리안느가 쌓아 놓은 마력.

여기에 병사들이 끌고온 마력이 중첩되어 농도가 짙어진 마력전선 속으로 별동대의 마력이 묻혀 버린 것이었다.


그 사실에 안도의 숨을 내쉰것도 잠시, 예상치 못한 그 현상이 촉매가 되어 쌓여있던 찝찝함이 불길함으로 돌변한 찰나였다.


갑자기 마력전선의 균형이 무너지며 마력들이 중앙탑으로 썰물처럼 밀려가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야! 상황 전파해!』


물론 그 현상 자체는 마력전의 승리를 뜻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벨리안느가 이처럼 무력하게 물러선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고, 그 의구심에 평정심을 잃은 아르센이 전방으로 뛰쳐가려던 순간.


“안됩니다! 정확히 상황을 파악하기 전까지 기다리십시요!”


엘제어가 아르센의 앞을 가로막으며 그렇게 외쳤고, 그와 동시에 별동대로부터 정보 하나가 전달되었다.


『마력 수십개 산개 중!』


“뭐?”


“왜그러십니까?”


그 이해할 수 없는 정보를 공유할 틈 따윈 없었다.

안개를 뚫고 날아든 화살처럼 아르센의 마력범위 안으로 수십의 마력들이 전선에서 쏟아져 나온 것이었다.


그리고 사방으로 흩어지는 마력들 중 두 사람을 향해 접근해오는 마력 하나.


위치상 중앙탑으로 이어진 대로를 따라오는 듯했고, 이에 반사적으로 검을 뽑아든 아르센은 신경을 곤두세운채 그 방향을 주시했다.


잠시뒤, 텅빈 대로 위를 질주해오던 그 마력이 마침내 시야거리까지 접근한 순간.


아르센이 눈으로 목격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허상 마력 목격』


『마력전선 인근 소수 월영군 진격 중』


『허상 마력과 월영군 1차 포위망 돌파』


그리고 쏟아지는 수십의 정보들을 들으며, 아르센은 검날을 떨군채 멍하니 하늘을 올려봐야했다.


“또다시 벨리안느가 미끼 마력을 쓴 건가요? 하지만 그 기만책으론 포위망을 뚫진 못할텐데... 대체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는 겁니까?”


“······”


그러나 아르센은 잠시 침묵한 뒤, 허탈한 웃음을 터트릴 뿐이었다.


“그래.. 좀더 신경썼어야 할 상대는 벨리안느뿐만이 아니었는데 말이야···”


“의장님...!”


『월영군에게서 마력 감지』


그렇게 언성을 높이려던 찰나, 아르센으로부터 전달받은 정보에 엘제어는 말로 표현 못할 당혹감을 느껴야했다.


“월영군에게서.. 마력이? 그게 무슨 말도 안되는..?”


“신체향상구슬을 한계치까지 한번에 복용할 경우 일시적으로 마력을 띄는 현상.. 그 방법으로 벨로나가 벨리안느를 붙잡았다란 소문이 있었지.”


“..그럼 이번에도..?”


“그래. 마력을 띤 월영군을 이용해 마력감지에 혼선을 일으키고, 그 틈에 벨리안느를 탈출시키려는 속셈이야.”


생각치도 못한 적들의 전략에 뒷통수를 맞은듯 멍하게 있던 엘제어는 이어서 울려퍼진 아르센의 명령에 정신을 번쩍 차려야했다.


『모든 마력에 대한 개별 추적! 포위망 유지는 필요 없다!』


“포위망을 푸실 생각이십니까?”


“별다른 방법이 없잖아! 최소한 벨리안느의 도주 방향이라도 알아야 할것 아냐!”


“······”


언성이 높아진 아르센의 말에 엘제어는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말대로 추적해야 할 마력을 4개로 상정하고, 대규모 교전을 대비해 펼친 포위망은 현재로서 그 효용성이 현저히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의장님. 이해가 안됩니다. 단번에 신체향상을 한계까지 올린다면 그 효과가 끝난 뒤의 전투는 포기한다는 말인데...”


“우리 동족에 대해 너무나 잘알고 있는 두 사람이야. 그러니 우리가 벨리안느를 확보하는 것에 집중하고, 그외 불필요한 전투는 하지 않을거라 생각했겠지.”


그들의 그 뻔뻔한 예측을 깨고 도주하는 월영군을 철저히 섬멸하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너무 비효율적인게 사실이었다.


물론, 전면전 시 월영군을 섬멸한다면 벨리안느를 놓쳐도 괜찮다고 했던 엘제어였으나, 그것은 월영군의 이상(理想)을 제거한다는 전제가 있었기 때문.


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벨리안느는 물론, 그 이상의 화신인 벨로나 또한 놓칠 지경이었고, 그렇다면 그녀를 중심으로 모인 인간들이 또다시 공화국을 위협할게 뻔했다.


『미끼 마력이나 월영군으로 확인되면 시간 끌지말고 즉시 다른 마력을 쫓아!』


따라서 적어도 둘 중 하나는 잡아야 후한이 없다고 판단한 엘제어는 그 명령에 반대하는 대신, 우려점을 지적하며 대책을 강구하려했다.


“추격대를 소규모로 쪼개면 벨리안느를 발견터라도 상대 할 수 없을겁니다!”


“..벨리안느가 마법을 이용해준다면 다행이지. 그럼 단번에 위치를 파악할 수 있을테니까. 하지만 아마 그녀는.. 목숨이 위험하기 직전까지 월영군인척 할거야.”


“....... 쉽지않은 추적이 되겠군요.”


마력감지로는 물론, 여기에 벨리안느가 월영군으로 위장했을게 분명하니 육안으로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상황.


게다가 도대체 몇 명의 월영군이 이 작전에 동원됐는지 알길이 없었고, 운좋게 벨리안느를 발견하더라도 소수의 추격 인원으론 그녀를 붙잡는 것은 불가능할테였다.


“...벨로나에게 제대로 당했어. 설마 전장을 숨바꼭질 장소로 바꿔버릴 줄이야..”


따라서 추격대간 거리가 벌어지기 전에 벨리안느를 찾는 것이 급선무였고, 때문에 엘제어는 씁쓸한 말을 남긴채 전방으로 튀쳐가는 아르센을 막아설수가 없었다.


“부디 동원된 적들의 숫자가 많지 않길..”


그리고 자신 또한 술래로서 제 역할을 해야함을 깨닫고는, 기도문처럼 희망 사항을 중얼거린 뒤, 마력들이 광란하는 혼돈의 장으로 뛰어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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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일러스트]_인물 소개_벨로나 세라트너 20.05.31 326 0 -
182 [4권] 2장. 불티_1화_프랙탈 (7) 23.02.28 11 0 12쪽
181 [4권] 2장. 불티_1화_프랙탈 (6) 23.01.04 32 0 10쪽
180 [4권] 2장. 불티_1화_프랙탈 (5) 22.10.26 42 0 8쪽
» [4권] 2장. 불티_1화_프랙탈 (4) 22.10.17 37 0 8쪽
178 [4권] 2장. 불티_1화_프랙탈 (3) 22.10.13 37 0 11쪽
177 [4권] 2장. 불티_1화_프랙탈 (2) 22.09.07 43 0 10쪽
176 [4권] 2장. 불티_1화_프랙탈 (1) 22.08.10 37 0 10쪽
175 [4권]1장. 뿌리_ 2화_ 열기(5) 22.08.02 39 0 14쪽
174 [4권]1장. 뿌리_ 2화_ 열기(4) 22.07.26 39 1 9쪽
173 [4권]1장. 뿌리_ 2화_ 열기(3) 22.07.19 48 0 9쪽
172 [4권]1장. 뿌리_ 2화_ 열기(2) 22.07.12 48 0 9쪽
171 [4권]1장. 뿌리_ 2화_ 열기(1) 22.06.27 47 0 11쪽
170 [4권]1장. 뿌리_ 1화_곡식의 왕 (4) 22.06.02 38 0 12쪽
169 [4권]1장. 뿌리_ 1화_곡식의 왕 (3) 22.05.23 43 0 10쪽
168 [4권]1장. 뿌리_ 1화_곡식의 왕 (2) 22.05.06 45 0 9쪽
167 [4권]1장. 뿌리_ 1화_곡식의 왕 (1) 22.04.21 40 0 7쪽
166 [3권] 12장 합수(合水) 2화_ 마력의 눈물(15) 22.03.23 43 0 12쪽
165 [3권] 12장 합수(合水) 2화_ 마력의 눈물(14) 22.03.16 42 0 9쪽
164 [3권] 12장 합수(合水) 2화_ 마력의 눈물(13) 22.02.28 44 0 10쪽
163 [3권] 12장 합수(合水) 2화_ 마력의 눈물(12) 22.02.14 42 0 8쪽
162 [3권] 12장 합수(合水) 2화_ 마력의 눈물(11) 22.02.03 40 0 7쪽
161 [3권] 12장 합수(合水) 2화_ 마력의 눈물(10) 22.01.20 39 0 8쪽
160 [3권] 12장 합수(合水) 2화_ 마력의 눈물(9) 22.01.10 39 0 9쪽
159 [3권] 12장 합수(合水) 2화_ 마력의 눈물(8) 21.12.27 45 0 9쪽
158 [3권] 12장 합수(合水) 2화_ 마력의 눈물(7) 21.12.20 46 0 11쪽
157 [3권] 12장 합수(合水) 2화_ 마력의 눈물(6) 21.12.03 40 0 11쪽
156 [3권] 12장 합수(合水) 2화_ 마력의 눈물(5) 21.11.10 44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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