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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 그 마음속에 영원히 피어날

전생 후 EX급 망나니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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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우림
작품등록일 :
2024.06.03 02:22
최근연재일 :
2024.07.01 23:48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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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738
추천수 :
382
글자수 :
18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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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7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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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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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달을 쫓는 법 (4)

DUMMY

29화. 달을 쫓는 법.



세상이 반으로 갈라졌다. 달빛마저 가른 잔상이 비틀리며 붉은 핏물을 울컥 쏟아냈다.


툭.


발치로 무언가가 떨어졌다. 신경이 온전히 살아 제멋대로 펄떡거리는 팔 하나다.


“큭! 크으윽!”


마원희가 낭패한 얼굴로 고통스러운 신음과 함께 물러섰다. 아래를 향한 그의 시선에 경악스러운 감정이 떠올랐다.


바로 자신의 팔이었으니까.


“우선 팔 하나.”


앳된 소년의 목소리가 바람결에 실려왔다. 뒤로 물러서는데도 쫓지 않고 마치 제왕처럼 오연하고도 곧은 자세로 자신을 바라본다.


‘이게 무슨······?’


무슨 상황이 벌어진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찰나에 불과했지만, 분명히 봤다.


자신의 감각조차도 따라갈 수 없어 한순간 놓쳤던 극한의 쾌검(快劍).


그 대가가 땅바닥에 떨어진 팔 한쪽이다. 잘못됐다는 걸 인지할 겨를도 없이 팔 한쪽이 날아갔으니.


바로 눈앞의 소년. 유성진의 검격이었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분명 자신과는 적어도 세 수정도 아래의 실력이었다. 아득바득 막아내는 꼴이 우스워서 상대해줬지만, 제대로 검을 겨룬다면 삼십 초 이내로 제압할 자신이 있었다.


절정의 경지에선 일초반식의 차이라도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난다. 평생을 노력해도 그 간격을 좁히지 못하고 수명을 다하는 무인들이 널렸다.


‘그런데 놈은 한순간에 달라졌다.’


싸움 도중 무언가 깨달음을 얻었다는 건 알고 있었다. 다른 두 놈이 자신을 붙잡고 저 어린놈에게 시간을 내줬으니까.


하지만 그래봤자다. 본디 무공이란 것이 경지를 밟으며 계단식으로 강해지긴 하나, 놈과 자신의 차이는 한두 계단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제아무리 깨달음을 얻었더라도, 근본적인 경지의 높낮이. 무공의 이해. 무엇보다 내공은 차이는 절대 좁힐 수 없다.


······그랬어야만 했다.


‘대체 어떻게 그런 검을······?’


유성진의 검은 계단을 부쉈다.

아니, 날개라도 달린 듯 훨훨 날아가 버렸다. 경지, 이해, 내공 모든 걸 짓밟고 저 위로 올라갔다.


조금 전 일격으로 뼈저리게 느꼈다. 만약 저 검격이 한 번 더 자신에게 향한다면?


‘······위험하다.’


인지하기도 전에 팔 한쪽이 떨어졌다. 팔이 아니라 목을 향했다면 그걸 막을 수 있었을까?


게다가 귀찮은 혹 두 개 또한 여전히 붙어있는 상황. 유성진 하나로도 답이 안 나오는데, 혹 두 개가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고 늘어지는 날엔 도망치지도 못한다.


‘길보단 흉이 짙다. 빠져나간다!’


판단은 빨랐다. 시간은 이제 저들의 편이었다.


힐끗 주변을 바라보며 빠르게 도주로를 짰다. 끓어오르는 진기가 내부를 휘돌며 하체로 몰려든다.


이윽고 용천혈을 자극하며 폭발적인 경공이 터져 나오려는 순간.


“노인장은 달을 쫓는 법을 아나?”


물끄러미 자신을 바라보던 유성진이 낮게 깔린 목소리로 물었다.


“무슨 헛소리를······”


본능적으로 대답하던 마원희가 얼굴을 와락 구겼다.


‘이놈! 시간을 끌려고 수작을 부리는군.’


어느새 나가떨어졌던 혹 두 개가 자세를 잡고 움직이고 있다.

이러다 미리 자리를 선점하고 막아버린다면 유성진의 검을 피할 길이 없는 상황.


타앗!


곧바로 몸을 날렸다.


‘저 사갈 같은 혓바닥에 또 놀아날 뻔했군.’


용천혈을 타고 뿜어진 공력이 폭발하듯 터져나가며 단숨에 몸을 띄웠다. 힐끗 아래로 보이는 혹 두 개의 얼굴에 곤혹스러운 표정이 떠올랐다.


마원희의 입매가 비틀렸다.

유성진이 검에 대한 깨달음을 얻었을지언정, 경공은 자신을 쫓을 수 없을 거다. 경신법이야말로 자신이 검법만큼이나 자신 있는 공부였으니까.


‘기다려라! 내 반드시 돌아오마!’


회에 요청해서 제대로 병력을 꾸려서 다시 올 것이다.


그때는 지금과 다를 것이다. 이 빌어먹을 장원을 피로 물들이고, 저 어린놈의 생살을 씹어먹어 주리라!


‘반드시 이 치욕을 되갚아······’


서걱!


그 순간 그의 시선이 두둥실 떠올랐다. 천천히 시야가 하늘 위로 떠오른다.


‘······뭣?’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지?


이상한 걸 느낄 겨를도 없이 이내 떠오른 시야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눈을 제대로 뜰 수도, 시야를 고정할 수도 없었다. 온 천지가 촌각마다 위아래를 바꿔갔다.


‘이 무슨!’


치명적인 내상이라도 입었단 말인가? 어찌 몸이 제멋대로 움직인단······


‘······!’


마원희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몸이 제멋대로 움직인 게 아니었다.


‘감각이······ 없다.’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아니, 움직일 수가 없었다. 목 아래쪽으로 어떤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하늘과 땅이 수십 번 뒤집히며 땅바닥에 처박혔다.


데굴데굴 굴러가는 시야에 뒤늦게 하늘에서 곤두박질치는 무언가가 보였다.


목 없는 시체였다.


‘저건······ 나인데?’


그제야 깨달았다.


자신이 이미 목이 잘린 시체가 됐다는 사실을.


그때 바람결에 흘러드는 듯한 목소리가 귓가를 스쳐 갔다.


-달도 쫓지 못하면서, 내 검에서 도망칠 수 있을 리 없다고 말해주려 했건만.


비웃음과 안타까움이 섞인 유성진의 목소리였다.


정신이 멍해진다. 서서히 시야가 어두워지고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문득, 이곳에 오기 전 마지막으로 봤던 달이 생각났다. 악양루에 올라 동정호 위에 떠 있는 달을 바라보며 고민했었다.


사교의 명을 따라 형주로 갈 건지, 아니면 이대로 떠날 건지.


그때 명을 따를 것이 아니라, 달빛을 쫓아 떠나버릴 걸 그랬다.


‘빌어먹을······ 어쩐지 처음부터 형주로 오기 싫더라니······’


물론. 이미 지나버린 이야기다.



* * *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

.

.


시야 한쪽으로 끝도 없는 레벨업 메시지의 행렬이 올라온다.


그만큼 절정의 고수였던 노인이 가지고 있던 경험치가 많았던 이유기도 했고, 가진 힘에 비해 여태껏 레벨업을 못했던 이유기도 했다. 경험치를 얻을만한 곳이 딱히 없었으니까.


하지만 나는 당장 그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아직 무리였나.’


천둔검형 일식(一式).

천문추월(天問追月).


나의 깨달음으로 만들어낸 나만의 검식이다.


하늘에게 달을 쫓는 법을 묻는다는 이름처럼 천문추월은 도망치는 달빛마저 쫓을 정도로 극한의 쾌검식이었다.


허나 식은 완성됐을지언정, 그 식을 행하는 내 몸이 아직 완성되지 못했다.


파르르.


감당할 수 없는 힘을 사용한 대가. 그 반작용이 전신을 강타하고 있다.


온몸이 물먹은 천처럼 무겁고 답답했다. 손발이 미세하게 떨려왔고, 요동치는 진기를 다스리기 위해 호흡이 가빠졌다.


‘상태창.’



――――――――――――

플레이어: 유성진

칭호: 패배한 왕

레벨: 11

등급: C

내공: 30

스킬: [귀갑격투술], [대정금단묘지], [화룡의 법], [천둔검형], [음양조화공]

――――――――――――



노인을 잡고 다행히 레벨이 올랐지만, 내공은 늘어나지 않았다.


애초에 내공 자체가 전생에는 없던 개념이다. 시스템이 보조를 해주더라도 내공을 모이는 것 자체는 하나부터 열까지 내가 해야 했다.


‘천둔검형은 최소 절정의 무학이다. 애초에 레벨업이 아니었으면 내 몸도 정상이 아니었겠지.’


레벨업으로 치료가 돼서 이 정도 반작용만 남은 거지, 그게 아니었다면 노인을 베고 나도 피를 토하며 쓰러졌을 거다.


그만큼 내가 깨달은 천문추월이 가진 잠재력은 어마어마했다. 레벨업이 가진 절대 치유의 능력으로도 후유증을 숨기지 못했으니.


물론 노인을 죽인 대가로 이런 부작용만 남은 건 아니었다.


‘드디어 레벨 10을 돌파했군.’


노인을 죽이면서 레벨이 11이 됐다. 레벨 시스템은 10마다 주요 분기점이 되는데, 이는 그때마다 해금되는 기능 때문이다.


그리고 모든 분기마다 해금되는 기능 중에서 가장 중요한 기능을 꼽으라면 단연코 지금 해금되는 기능이었다.


‘인벤토리.’


바로 게임을 해봤더라면 누구라도 단번에 알 수 있는 인벤토리. 즉, 개인 창고다.



――――――――――――

1) 비어있음.

2) 비어있음.

3) 비어있음.

――――――――――――



인벤토리를 떠올리자 시야 한쪽이 일그러지며 가상의 공간이 보였다. 그 아래, 공간을 설명하듯 3개의 칸에 ‘비어있음’이라는 표식이 떠 있다.


‘역시 시작은 3칸이군.’


총 3칸의 개인 공간이 생겼다.


얼핏 적어 보이지만, 보관할 수 있는 용량은 내가 가진 힘에 비례한다. 지금의 나라면 능히 2톤 트럭쯤은 집어던질 수 있다.


즉, 최소 2톤 용량 크기의 물건 3개를 은밀히 보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적다면 적은 숫자지만, 인벤토리의 효용성은 사용하기에 따라, 또 목적에 따라 엄청나게 달라진다.


그 누구도 알아챌 수도 없는 어마어마한 용량의 개인 공간을 3개나 가졌다는 의미다. 게다가 인벤토리 숫자는 레벨업을 하면 늘어난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따로 있다.


‘바로 이 세계 사람들은 인벤토리의 존재 자체를 모른다는 거지.’


전생에서는 다들 인벤토리를 가졌기에 그걸 염두에 둬야 했다. 어떤 미친놈이 거기서 핵탄두를 꺼낼지, 어떤 생화학무기를 꺼낼지 몰랐으니까.


그런데 이곳은 아니다.


‘오직 나만이 인벤토리의 이점을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다.’


이건 이용하기에 따라 전략적인 가치가 무궁무진했다.


당장에 이번에 황요회의 습격을 알아챈 것도 그들이 이곳에서 무기를 사 모았기 때문이다. 나중에 어딘가에서 조사가 나오더라도 뒤처리하기 쉽도록 말이다.


하지만 나는 은밀하게 수천 명을 단번에 무장시킬 수 있다. 인벤토리에 담으면 되니까.


‘주요 전략물자도 얼마든지 빼돌릴 수 있고 말이지.’


이걸 써먹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배가 부르다. 조금 전까지 후유증으로 속이 메스껍고 어지러웠는데, 자연 치유라도 됐나 싶다. 이래서 벼락부자들이 통장만 봐도 배가 부르다고 한 건가?


나는 호흡을 가다듬고 허리를 곧추세웠다. 몸이 한결 나아지기도 했지만, 지금은 절대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줘선 안 된다.


‘아직 전투가 끝난 건 아니다.’


천천히 장내를 둘러봤다. 전장에는 정적이 내려 앉아있었다.


누구 하나 숨을 못 쉬고 내 얼굴만 뚫어지게 바라본다. 똑같은 시선이건만, 한쪽은 희열이, 한쪽은 절망이 느껴졌다.


당연한 일이다. 사실상 이 전투의 승패는 조금 전 나와 노인의 대결로 기울어진 상황이니까.


나는 그들 중 한쪽. 그러니까 절망 어린 눈빛을 가진 자들에게 소리쳤다.


“무기를 버리는 자는 살려주겠다.”

“······!”


적들에게서 술렁임이 느껴졌다. 서로 좌우를 두리번거리며 눈치를 본다.


어차피 결론은 정해져 있다. 노인이 죽음으로써 전장의 승패는 이미 결정됐으니. 그들이 버틴다고 해도 남은 건 확실한 죽음뿐이다.


“죽고 싶지 않은 자! 모두 무기를 버려라!”


챙그랑.


살아남은 적들은 전부 무기를 버리고 투항했다. 모두 돈을 받고 칼을 파는 낭인들이기에 전황이 기울어진 순간 그들의 운명 또한 결정된 것이다.


-와아아아!


누가 시작했는지 아군 측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건 들불처럼 번지며 장원을 들썩일 정도의 함성을 만들어냈다.


그 사이 어딘가.


-유성진! 유성진!


‘······?’


내 이름이 들려왔다.


작게 들리는 외침에 고개를 돌리니, 가까이서 전투를 지켜봤던 후발대와 부상병들이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런데.


-유성진! 유성진!


곧 그 작은 외침이 여기저기 퍼지더니.


-유성진! 유성진!


이내 환호성 대신 내 이름으로 가득찼다.


“······.”


나는 그들을 말없이 바라봤다.


-유성진! 유성진!


뭔가······ 코끝이. 가슴이 간질거려서 재채기가 나올 것만 같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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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무협(武俠) 24.06.28 423 7 13쪽
» 달을 쫓는 법 (4) 24.06.27 473 11 12쪽
28 달을 쫓는 법 (3) 24.06.18 640 15 12쪽
27 달을 쫓는 법 (2) 24.06.15 708 8 17쪽
26 달을 쫓는 법 (1) 24.06.14 713 7 12쪽
25 운이 없군 (2) 24.06.13 722 10 12쪽
24 운이 없군 (1) 24.06.13 744 12 13쪽
23 운수 좋은 날 (5) 24.06.12 764 10 11쪽
22 운수 좋은 날 (4) 24.06.12 792 11 14쪽
21 운수 좋은 날 (3) 24.06.11 828 10 14쪽
20 운수 좋은 날 (2) 24.06.11 856 8 13쪽
19 운수 좋은 날 (1) +1 24.06.10 907 10 14쪽
18 【비급을 습득하였습니다.】 (6) +1 24.06.10 961 13 12쪽
17 【비급을 습득하였습니다.】 (5) 24.06.09 949 13 12쪽
16 【비급을 습득하였습니다.】 (4) 24.06.09 966 10 12쪽
15 【비급을 습득하였습니다.】 (3) 24.06.08 993 10 12쪽
14 【비급을 습득하였습니다.】 (2) 24.06.08 1,010 13 13쪽
13 【비급을 습득하였습니다.】 (1) 24.06.07 1,093 13 13쪽
12 깽값 (3) 24.06.07 1,013 12 13쪽
11 깽값 (2) 24.06.06 993 13 12쪽
10 깽값 (1) 24.06.06 1,025 12 12쪽
9 오히려 좋아 (2) 24.06.05 1,037 13 12쪽
8 오히려 좋아 (1) 24.06.05 1,107 13 11쪽
7 부인의 혼잣말 (3) 24.06.04 1,146 16 15쪽
6 부인의 혼잣말 (2) 24.06.04 1,166 12 14쪽
5 부인의 혼잣말 (1) 24.06.03 1,278 18 11쪽
4 그런데 OOO를 곁들인······. 24.06.03 1,302 16 13쪽
3 ······가 아니라, 무협세계로. 24.06.03 1,404 14 12쪽
2 고대 중국풍 세계로. 24.06.03 1,627 18 12쪽
1 전생했다. +1 24.06.03 1,776 25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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