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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 그 마음속에 영원히 피어날

전생 후 EX급 망나니로 살아남기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공모전참가작

시우림
작품등록일 :
2024.06.03 02:22
최근연재일 :
2024.06.29 23:50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29,735
추천수 :
382
글자수 :
175,106

작성
24.06.14 08:20
조회
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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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2쪽

달을 쫓는 법 (1)

DUMMY

26화. 달을 쫓는 법.



‘이 기회, 절대 놓치지 않는다!’


만약 자신이 가주의 목을 치는 공만 세운다면! 간절히 바라던 입회도 더는 꿈이 아닐 것이다.


팟!


단숨에 전력 질주를 했다. 사자 둘이 만들어낸 순간의 틈을 비집고 적들의 진영으로 쏘아 들어갔다.


깜짝 놀란 적 병사들이 무기를 들이밀었지만.


촤르륵! 차창!


검격이 공간을 가를 때마다 적 병사의 목이 떨어졌다.


“크악!”

“컥!”


다들 평범한 병사가 아니라 내공을 가진 병사들이었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랴.


자신과 병사들의 수준은 아득할 만큼의 차이가 있다. 마음만 먹으면 이 병사들 전부를 도륙하는 것도 가능했다.


하지만 자신의 임무는 그보다 중요했다.


적의 머리를 노리고 숨통을 끊는 것. 이 전투의 최종 승리자이자, 최대 수혜자는 자신이 될 것이다.


‘생각할 시간 없이 단번에 친다!’


거침없이 쇄도했다.


걸리적거리는 모든 걸 베어낸다. 자신의 경지가 한 단계 진일보하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과연 금혈단의 소문이 과장된 것이 아니었구나!’


온몸에 활력이 넘친다. 끓어오르는 피가 활화산처럼 폭발하며 내공으로 분출된다.


“마, 막아야······ 큭!”

“······너무 강해!”


마침내 달려들던 병사들의 얼굴에 두려움과 망설임이 깃든다. 칼날이 번쩍일 때마다 수급이 떨어지니 당연한 반응이다.


‘됐다!’


어느새 병사들의 심리적 거리만큼이나 길이 휑하게 뚫렸다.


적의 머리.

유씨가문의 가주가 있는 곳까지.


“목을 내놔라! 유정원!”


콰득!


단번에 대지를 딛고 날아올랐다. 발아래 적 병사들의 경악 어린 표정과 허탈감이 보인다.


그리고 이내, 유정원의 얼굴이 가까워졌다.


독안검의 하나뿐인 눈동자가 야망으로 불타올랐다.


‘저자의 목만 베어낸다면!’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유정원의 앞을 가로막았다. 유정원의 어깨 어림 정도 오는 키의 소년이었다.


저놈이 그 유명한 상덕유가의 개망나니라는 아들놈인가보다. 그래도 꼴에 아들이라고 부모를 보호하려고 하다니.


소문과는 딴판이었지만, 그럼에도 달라질 건 없다.


‘놈을 베고, 가주도 벤다!’


쐐애액!


칼날이 바람을 찢고 날았다.


번개와 같은 쾌검.


아마 저 녀석은 자신이 언제 죽었는지도 모른 채 목이 떨어질 것이다.


하지만······.


카캉!


검격이 막혔다.


독안검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설마 여기서 막힐 줄이야? 내 검격을, 저 개망나니가 막았다고? 이게 말이 되나?


당황스러운 마음이 표정으로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때.


“운이 없군.”


소년의 입에서 웃음이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입꼬리가 미묘하게 비틀린······ 명백한 비웃음이었다.


독안검의 얼굴이 구겨졌다. 감히 새파랗게 어린놈이 면전에서 나를 조롱해?


“놈!”


분기탱천한 독안검의 검이 아래로 뚝 떨어져 내렸다.


이전까지 보였던 쾌검과는 전혀 다른 무거움이 담긴 검격. 일도양단의 중후한 기세가 담긴 중검(重劍)이었다.


소년 또한 바뀐 기세를 느꼈는지 경시하지 않고 몸을 옆으로 틀며 검격을 비껴냈다.


카카카캉!


칼날이 서로의 날카로움을 견주듯 긁어대며 불꽃을 튀겨냈다.


하지만 소년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힘에서 밀렸음에도 오히려 검을 쳐낸 공간으로 한 발짝 다가서더니 검을 찔러넣었다. 위험을 무릅쓰고 말이다.


독안검의 눈에 이채가 스쳤다.


‘이건······ 배운 검술이 아니로군?’


배워서는 이렇게 도박수를 놓듯 위험을 감수하는 판단이 물 흐르듯 나올 수 없다.


무술, 무공, 무예. 모든 무의 기본은 보신(保身)이다. 보신이 먼저 이뤄져야, 그 다음 목적인 수양이든, 살상이든이 가능하다. 죽고 나면 아무 의미 없으니.


그렇기에 오히려 소년의 검은 낭인의 방식에 가까웠다. 목숨을 패로 걸고 이득을 취하는. 그것도 웬만한 낭인들은 엄두도 못 낼 지독할 정도로 실전적인 검.


‘······이제 갓 지학(志學)이나 지났을 소년이?’


태어날 때부터 검을 잡았더라도, 실전을 어디서 겪었단 말인가?


독안검은 상념을 털어냈다.


이 소년이 피 냄새가 짙은 검술을 쓰던, 실전을 얼마나 겪었던, 그게 뭔 상관인가.


‘어차피 내 손에 죽을 것을.’


독안검이 찔러오는 소년의 검을 막았다.


맞부딪친 검이 한 차례 힘 싸움을 하듯 서로의 칼날을 긁어댄다.


여기서 어떤 방향으로 칼날이 떨어질지, 흘러갈지, 튕겨날지 등등 수많은 변수로 머리싸움이 일어나는 그 순간.


스스슥.


독안검의 좌수가 은밀히 꿈틀거렸다. 스치듯 허리춤을 훔친 그의 손엔 어느새 시퍼렇게 날이 선 단검이 들려 있었다.


‘보아라. 이게 진정한 낭인의 방식이다!’


독안검은 오롯이 밑바닥부터 시작한 낭인 출신이다. 이 나이까지 안 죽고 살아있는 낭인이라면 다들 실전에 이골이 났다. 문자 그대로 ‘칼밥’을 먹는 자들이다.


따라서 낭인들에겐 절체절명의 순간, 상대의 숨통을 단번에 취할 비기가 있었다. 그게 칼날 위에서 목숨 걸고 사는 자들의 유일한 구명줄이었으니.


독안검도 마찬가지였다.


쇄애애액!


바람 갈라지는 소리마저도 은밀한, 한 자루 단검이 소년의 가슴을 찔렀다.


은형구검(隱形救劍).


은밀한 형태로 검을 돕는다는 뜻이다. 낭인에게 검은 목숨과도 같기에, 결국 목숨을 건질 구명절초라는 의미였다.


각자의 검이 맞닿아있는 이 순간만을 노린 비기다. 자칫 승부처가 될 수도 있는 힘 싸움을 포기하고 선택한 회심의 수.


‘이게 통하지 않았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놈! 죽어라!”


어느새 쇄도한 단검의 칼날이 소년의 가슴팍에 도달하는 그 순간.


차앙!


무언가에 단검이 막혔다.


“아닛!?”


분명 서로 검을 맞대고 있는데 대체 무슨 수로?


의문을 짧았다. 맞닿아있는 시퍼렇게 날이 선 칼날 뒤로 소년의 스산한 눈빛이 반짝였다.


“너만 칼이 두 자루인 건 아니야.”

“······!”


번쩍!


대체 언제 꺼낸 건지, 독안검의 단검을 밀어낸 소검이 그대로 그의 목울대를 훑고 지나갔다.


“컥!”


화끈한 기운이 목을 불태울 듯 치솟았다.


독안검이 목울대를 움켜쥐고 비틀거리며 물러섰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소년을 바라봤다.


‘대체 언제?’


검을 뽑는 걸 보지도 못했다. 아니. 설마 저런 소검을 갖고 있으리라곤 상상도 못 했다.


소검을 훅 털어내며 칼날에 묻은 피를 털어낸 소년이 독안검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말했잖아. 너, 운이 없다고.”


독안검의 시야가 서서히 흐려졌다. 어느새 무릎을 꿇었는지 시선이 낮아졌다.


점점 머리가 멍해져 온다. 목울대 사이로 솟구치는 피가 손가락 사이로 줄줄 샌다. 막으려 해도 막아지지 않는다.


‘이게, 아닌데······ 분명, 오늘······ 운이 좋았는데······’


골치를 썩이던 금철수의 실종을 알아낸 것부터, 회에 곧바로 보고해 사제와 사도의 지원을 받았고, 심지어 사제께서 자신을 눈여겨보고 기회까지 줬다.


‘이런 천금 같은 기회를······’


저 발칙한 어린놈 때문에!


독안검의 흐릿한 시야가 눈앞의 소년을 향했다.


모든 게 저놈 때문에 엉망이 돼버렸다. 입교만 하면 더러운 낭인 생활을 청산하고 남부럽지 않게 살 수 있었는데!


그런데 문득 어떤 장면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저 얼굴······ 왜 낯이 익나 했더니?’


금철수가 실종됐던 골목길에서 나왔던 소년이었다.


독안검의 하나뿐인 눈동자의 동공이 지진이라도 난 듯 떨렸다.


‘아, 아아······!’


이제야 깨달았다. 왜 소년이 자신을 보자마자 ‘운이 없다’라고 했는지.


소년은 이미 그때 한번 그를 살려줬던 거다.


‘하, 하하, 하하핫! 이런 멍청한. 간신히 피한 사신을 다시 찾아왔으니 죽는 게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구나.’


독안검은 그렇게 자신의 죽음을 온전히 받아들였다.


온몸의 힘이 빠져나간다. 깊은 잠에 빠져드는 것처럼, 서서히, 조금씩.


그렇게 영면에 들려는 그 순간.


꾸르륵!


무언가 괴이한 힘이 뱃속에서 요동쳤다. 그 힘은 눈 깜짝할 사이에 독안검의 전신으로 뻗어 나갔다.


독안검의 허리가 활처럼 휘었다!


어찌나 강력하던지 죽어가던 그의 몸이 갓 잡은 생선처럼 팔딱거렸다.


납검하던 유성진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본능적인 어떠한 감각이 머릿속을 관통했다. 정기신 삼단전의 공능 중 신(神)에 해당하는 상단전을 통해 예지와도 같은 감각이 깃들었다.


‘이건······ 위험하다!’


유성진은 곧바로 몸을 날렸다.

아버지인 유정원에게로.


그리고 그 순간.


쿠르륵!

콰콰쾅! 쾅!


어마어마한 폭발이 주변을 휩쓸었다.



* * *



무릉군 익양.


어둠이 뒤덮은 한 호족 가문의 장원에서 연신 비명 소리와 창칼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마, 막아······ 컥!”

“제길! 어디서 이런 무뢰배들이!”

“사, 살려줘!”

“죽어! 죽어! 죽, 커억!”


그야말로 압도적인 전력 차이로 호족 가문의 병사들이 쓸려나갔다. 개중에는 아직 솜털이 보송하게 나 있는 소년병들도 있었다.


일방적인 학살이 이럴까? 흑의를 입은 자들의 손속인 거침이 없었고, 잔인하기 짝이 없었다.


“이놈들! 여기가 어딘 줄 알고!”


쿠구궁!


그때 호족 가문 측에서 제대로된 무인이 등장했다.


거대한 창을 휘두르며 습격자들을 공격하는데, 그 힘이 장사인지 흑의인들이 추풍낙엽처럼 나가떨어졌다.


“나, 익양의 흑호 장철산이 여기 있다! 이 무뢰배놈들! 모조리 대가리를 부셔주마!”


정말 호랑이가 포효하는듯한 목소리였다. 바로 익양 장씨가문의 가주 장철산이다.


대대로 군문에 드는 호족 가문이 바로 장씨세가였다. 장철산 역시 군대에서 10여 년을 복무했고, 북방 이민족들 사이에서 ‘흑호’라고 불리며 그 위명이 쩌렁쩌렁했다.


붕붕붕! 쾅!


과연 그 위명답게 다수를 상대하는 창술이 가히 호랑이와 같다. 병사들을 조롱하듯 상대했던 흑의인들도 감히 장철산의 창을 받아내는 자가 하나도 없었다.


“우두머리가 누구냐! 당장 나오거라! 네놈의 생살을 씹어먹고, 뼈를 고아 먹으리라!”


장철산이 분기탱천한 목소리로 외쳤다. 그 흉흉함과 흉포함이 진짜 호랑이 같았다.


그때 누군가 화살처럼 그를 향해 쇄도했다. 기형도를 든 사내였다.


카카캉! 챙!


거창과 기형도가 허공에서 맞부딪친다. 그 속도도 속도였지만, 부딪치는 힘이 장난이 아니었다. 그저 소리임에도 불구하고 머리카락이 쭈뼛 설 정도였다.


“네놈이 대장이렷다!”


처음으로 자신의 창을 맞상대하는 고수가 나타나자 장철산이 벌겋게 물든 얼굴로 소리쳤다.


“반쪽을 내주마!”


번쩍!


거창이 벼락처럼 내리꽂혔다. 기형도를 든 사내 역시 경시하지 않고 상대했으나······


파창!


기형도가 버티지 못하고 두 동강이 나버리면서, 창날이 그대로 바닥에 내리꽂혔다. 당연히 그 사이에 있던 사내의 몸 역시 반쪽이 나버렸다.


“크하하하! 이놈들! 네놈들의 대장도 죽었다! 어서 무기를 버리고 무릎을······”


콰콰콰쾅! 쾅!


장철산의 외침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사방을 휩쓸어버리는 폭발이 장철산을 덮치면서 폭음에 목소리가 끊겼다.


고오오오.


폭발이 일어난 곳에 먼지가 자욱했다. 달빛에 반사된 먼지들이 장내를 뒤덮을 정도였다.


그때.


스스스슷.


그 앞으로 누군가 떨어져 내렸다.


“흐음. 이 정돈가?”


폭발 현장을 나른한 눈으로 둘러본다. 그는 비단 장포를 대충 걸친 사내였는데, 허리춤에 주먹만 한 호리병들이 띠처럼 둘려 있었다.


“조금 더 개량하면 쓸 만하겠어. 아직 역혈의 법의 몇 개 더 남았으니.”


사내의 목소리엔 조금의 아쉬움이 섞여 있었다. 마치 이 폭발을 그가 일으킨 것처럼.


“조 사제님. 남은 자들은 어찌할까요?”


사내의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른 습격자들처럼 흑의를 입은 자들이었는데, 허리춤에 눈에 띄는 황금요대를 찬 자들이었다.


“뭘 물어?”


사내가 피식 웃었다. 그리고 발치에 걸리는 무언가를 장난스럽게 발로 차며 말했다.


“모두 죽여.”


데구르르.


장철산의 머리가 굴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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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고대 중국풍 세계로. 24.06.03 1,626 1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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