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너와 나, 그 마음속에 영원히 피어날

전생 후 EX급 망나니로 살아남기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공모전참가작

시우림
작품등록일 :
2024.06.03 02:22
최근연재일 :
2024.06.29 23:50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29,722
추천수 :
382
글자수 :
175,106

작성
24.06.12 20:20
조회
763
추천
10
글자
11쪽

운수 좋은 날 (5)

DUMMY

23화. 운수 좋은 날



금철수가 익힌 무공은 음양조화공(陰陽造化功)이라는 무공이다. 음기와 양기를 동시에 사용하는 극히 드문 무공 중에 하나였다.


그래서인지 그 한계는 분명했다. 하나의 무공이 극음과 극양에 집중해도 끝에 다다르기 부족한 마당에, 두 개의 기운을 동시에 운용한다는 건 사실 둘 다 어중간하다는 말밖에 안 됐다. 다른 무인들이 바보라서 하나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다.


실제로 금철수의 손에서 피어난 음양의 기운도 중급무인 치곤 손색이 있었다.


‘하지만 이게 바로 노림수다!’


각기 따로 보면 강력한 기운은 아니었으나, 이걸 동시에 받는 순간 내부로 타고 들어간 음양의 기운이 서로 상생하여 적에게 내상을 입힌다.


‘감히 비겁하게 급습으로 나를 이리 궁지로 몰았지? 가만두지 않으마!’


퍼버버벙!


서로 맞닿은 양장에서 내공끼리 부딪친다.


주변 공기가 터져나간다.

처음엔 반발. 그 이후엔 대치. 그리고 대치를 하며 얽히는 내공끼리의 대결.


금철수는 이런 양상에서 단 한 번도 져본 적이 없다.


단 한 번도!


‘어······?’


분명······ 그랬는데······?


“으, 으으윽?”


회심의 미소로 올라간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어느새 다물어진 잇새로 신음이 흘러나왔다.


“신기한 운용이로군. 음과 양의 기운이 조화(調和)로운 것 같으면서도 서로 반발하는 힘을 사용하다니.”


사내가 호기심 어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신음을 흘리는 금철수와는 전혀 딴판이다.


“크윽! 너, 너는 대체!”


그제야 금철수의 시선이 사내의 얼굴을 확인했다.


이걸 뭐라고 해야 할까? 앳된 목소리라고 느꼈던 것을 초월하는 얼굴이다. 앳된 게 아니라 진짜 어렸으니까.


“이런. 소개가 늦었군.”


앳된 얼굴의 사내가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말했다.


“나는 상덕유가의 장자, 유성진이다.”


콰득!


유성진이 맞닿아있는 양장을 움켜쥐었다. 금철수의 손이 종잇장처럼 구겨지며 손가락이 부러졌다.


“크아악!”


금철수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단순히 손가락이 부러졌기 때문이 아니다. 양장을 마주하며 겨루던 내공이 역으로 해일처럼 밀고 들어와 금철수의 내부를 갈기갈기 찢어버렸기 때문이다.


“약하구나. 네놈들의 저열한 이유만큼이나.”


유성진이 귀찮다는 듯 손을 떨쳐냈다. 금철수의 양손이 툭하고 떨어졌다. 축 늘어진 고깃덩이 같았다.


“크륵! 쿨럭!”


금철수가 피를 토했다. 그리곤 어떤 반항도 보이지 못하고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입가로 흘러내리는 핏물이 앞섶을 적셨다. 그 사이로 조각난 내장조각들이 보였다.


믿을 수 없다는 듯 멍하니 땅바닥을 내려다보던 금철수가 힘겹게 시선을 들어 올렸다. 내리쬐는 태양을 등진 유성진의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는 아직도 믿을 수 없다는 듯 숨이 넘어가는 목소리로 물었다.


“네, 네가, 상덕의, 개망나니, 라고?”

“왜 못 믿겠나?”

“크, 큭!”


금철수가 이를 드러냈다.


못 믿겠느냐고? 당연한 거 아닌가? 이 금철수가. 불가해의 고수도 아닌 상덕의 개망나니 소리 듣는 어린놈에게 당해?


“끄륵, 끄르륵! 거짓, 말!”


피를 게워내며 소리친다. 네 진짜 정체를 말하라고.

대체 어떤 괴물인지! 얼마나 강한 고수길래, 이 금철수를 일격에 패퇴시켰는지!


“아, 그런가?”


유성진이 피식 웃었다.


“저승에서 묻거든······”


그리곤 금철수의 정수리에 검지손가락을 가져가며 말했다.


“패왕이 보내서 왔다고 해라.”


쿠웅!


한줄기 날카로운 기운이 백회를 관통했다.


금철수의 세계가 뒤집혔다. 그리고 뒤집힌 만큼이나 빠르게 시야가 암전되며 의식이 흐려졌다.


“패······ 왕······”


금철수의 마지막 숨에 섞인 목소리가 나지막이 흘러나왔다.


어느 날씨 좋은 오후의 골목길이었다.



* * *



나는 숨이 끊어진 금철수를 내려다보며 작게 한숨을 내뱉었다.


“씨발. 깜짝 놀랐네.”


진짜 놀랐다. 뭔가 꾸물거리는 게 개수작을 부릴 거라고 예상하긴 했지만, 그렇게 전조도 없이 튕겨 나가다니.


“호신기공을 대체 어떻게 쓴 거지?”


그거 상급무인쯤은 돼야 쓸 수 있는 거 아니었나?


게다가 난데없이 내공 대결로 돌입한 것도 그렇다. 분명 쳐내기만 하고 검을 쓰려고 했는데, 무슨 자석에 달라붙기라도 하듯 서로의 양손이 달라 붙어버렸다.


“음양의 기운을 모두 사용하던 특이한 운용법 때문인가?”


음과 양은 서로 배척하면서도 끌어당기는 이면성이 있으니, 어쩌면 그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나저나 운이 좋았군.”


의도치 않게 내공 대결로 돌입한 순간, 머릿속에서 경종이 울렸다.


내가 무공을 익힌 시간을 짧다. 당연히 내공도 적다. 내단의 힘을 빌어 단기간에 끌어모았지만, 그 양은 중급무인들 평균을 밑돌 것이다.


아무리 무공에 자신이 있어도 내공대결은 순수하게 그 기량으로 갈리는바, 자칫 잘못했다간 다잡은 놈에게 역으로 당할 수가 있었다.


그런데 막상 놈의 음기와 양기가 각기 양팔을 통해 쏟아져 들어오자, 그 상황은 뒤집어졌다.


“순수 내공이었으면 몰랐지만, 음기와 양기로 화한 내공이었기에 다행이었지. 그것도 동시에.”


지금의 나는 연정화기에 이르러 내단을 형성한 상태다.


축기된 내공으로 정기신 삼단전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도 있으며, 천지간의 기운을 사지백해로 보낼 수도 있다.


그 말인즉.


“외부에서 들어왔다 하더라도, 음양의 기운이라면 내가 제어할 수 있다는 뜻이지. 음양이야말로 가장 근본적인 천지간의 힘이니까.”


우장을 통해 들어온 양기를 수소양삼초경(手少陽三焦經)으로 유도했다. 관충혈을 시작으로 액문, 중저, 양지, 외관을 거쳐, 지구, 회종, 삼양락, 사독까지 하초를 지났을 때, 내단에서 흘러나온 기운이 주횡문의 입구에서 합류했다.


이후 천정, 청냉연, 소락, 노회까지 중초를 지나자 침투한 양기는 오롯이 내 의지대로 움직였다.


좌장을 통해 들어온 음기 역시 마찬가지다. 수궐음심포경(手厥陰心包經)으로 유도한 음기는 중충혈에서 시작해 곡택혈에 이르렀을 때 완전히 내 것이 되었다.


둘 다 정경의 끝까지 갈 필요도 없이 중간에 길들이는데 성공한 것이다.


그 이후엔 간단했다. 내공의 통제력을 잃은 주인에게 그걸 돌려주기만 하면 끝이었으니까. 그럼 제 주인을 갈가리 찢어버릴 테니 말이다.


“좀 더 구체화하면 나중에 써먹을 수 있겠어.”


방금의 내공 대결로 작은 깨달음이 있었다. 나중에 이것과 어울릴 만한 무공을 익힌다면······ 내 비장의 한 수가 되기 충분해 보였다.


나는 시체가 된 놈을 내려다보다가 주변을 살폈다.


“일단은 좀 치워야겠군.”


놈의 시체가 벌써 발견됐다간 적들의 움직임에 변경이 생길지도 모른다. 발견되더라도 오늘은 아니어야 했다.


놈에게 다가가 멱살을 잡고 들어 올렸다. 대충 하루쯤 숨길 수 있을 만한 곳이 어디 있으려나······.


그런데 그때.


툭.


무언가 발치로 떨어졌다.


뭐지? 하고 내려다보니 기름을 잔뜩 먹인 서책이었다. 겉엔 부드럽지만 강직한 힘이 느껴지는 필체로 이렇게 쓰여있었다.


「陰陽造化功」


“음양조화공?”


이거 혹시? 설마 이놈이 익혔던 무공인가?


“에이, 설마. 게임도 아니고 무슨 아이템이 드랍 돼?”


나는 피식 웃고는 남는 손으로 서책을 집었다. 뭔 줄은 몰라도 일단 놈의 흔적을 남겨선 안 되니까.


그런데.


【비급:음양조화공을 습득하였습니다.】

【비급:음양조화공을 익히시겠습니까?】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에 나는 피식 웃고 있던 입꼬리를 활짝 말아 올렸다.


“운이 좋군.”



* * *



독안검은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는 금철수에 얼굴을 구겼다.


“쯧! 결국 셋군!”


어디 갔을진 뻔했다. 분명 근처 기루로 가서 기녀들 엉덩이나 주무르면서 술이나 마시고 있겠지.


“날은 한번 잡아야겠어.”


독안검과 금철수. 둘의 표면상 위치는 같다. 나란히 돈으로 고용된 용병일 뿐이니.


하지만 그 이면은 달랐다.


몇 년째 회의 칼잡이로 활약한 독안검은 회의 주요인물들과 친분이 두터웠고, 이번 일만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정식으로 입회자격이 주어졌다. 그럼 이런 땀내 나는 일과는 안녕이다.


그런데 어디 낭인 나부랭이인 금철수 따위가 이런 건방진 태도란 말인가? 자신이 회의 간부였으면 입도 뻥긋 못했을 촌놈이.


“이번 일만 끝나고 보자.”


그때는 확실히 누가 위인지 똑똑히 알려주리라.


독안검이 객잔을 나섰다. 주변을 둘러본다. 아직 해가 중천이다. 집결시간까진 멀었다.


어디서 시간을 때우지? 고민하는데, 골목길에서 곱상하게 생긴 소년이 빠른 걸음으로 나왔다.


“음?”


이제 지학을 갓 넘었을까? 소년의 얼굴과 사내의 얼굴이 묘하게 공존하는 모습이다.


옷도 새하얀 비단옷을 입었다. 웬만한 부자가 아니라면 꿈도 못 꾸는 옷이다.


그런데 어딘가 급해 보이는 움직임이다. 당장에 골목길에서 뛰는 걸음으로 뛰쳐나온 것도 그렇다. 저런 부잣집 도련님이 이런 곳에서 뛸 일이 뭐가 있겠는가?


“누구에게 쫓기나?”


독안검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부잣집 도련님, 골목길, 다급한 움직임.

이 모든 것에서 냄새가 났다. 바로 돈 냄새가 말이다.


“이거 용돈 벌이 좀 되겠는데?”


저 정도 옷을 입고 다니는 도련님을 위기에서 구해준다면, 보상금으로 대충 받아도 금자 한두 냥쯤은 받을 수 있지 않을까?


독안검이 입꼬리를 올리고 소년을 구원하기 위해 다가가려는 그 순간.


공교롭게도 주변을 살피던 소년과 눈이 마주쳤다. 그리곤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어?”


반대쪽으로 도망치듯 뛰어갔다.


예상치 못한 행동에 잠깐 멍해진 사이, 인파에 섞인 소년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달리기에 재능이 있는 부잣집 도련님이었다.


“아, 내 돈.”


독안검은 사라진 소년과 소년이 뛰쳐나왔던 골목길을 번갈아 쳐다봤다.


대체 저기에 뭐가 있길래 저리 급하게 뛰어나온 거지?


고개를 갸웃한 독안검이 발걸음을 옮겼다.



* * *



“휴. 깜짝 놀랐네.”


하필 골목길을 나서자마자 마주칠 게 뭐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달렸다.


뭘 알고 기다린 것 같진 않다. 그랬다면 가까이서 기다리고 있었겠지.


게다가 나와 마주치기 직전까지 얼굴에 얼굴에 떠올라있던 미세한 짜증과 무료함은 동료의 죽음에 분개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었다.


아마 금철수가 화장실을 간다고 내뺀 뒤 사라졌기 때문이겠지.


“운이 좋은 놈이군.”


뭘 눈치챈 것 같다면 어쩔 수 없이 놈도 죽여야 한다.


하지만 리스크가 있다.


한 명도 아니라 둘이나 동시에 사라진다면, 적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뭔가 이상한 걸 눈치챌 거다. 이런 시골에서 중급무인이 둘이나 실종될 일은 거의 없다고 되면 되니까.


설령, 그런 일이 생긴다 한들 소문이 안 날 리도 없다. 오히려 소리소문없이 사라졌기에 의심을 할 거다.


그렇다고 역으로 둘이나 죽였다고 소문을 내버릴 수도 없으니, 결국 남은 건 저 애꾸눈을 살려두는 방법뿐이다.


“물론 그 운이 어디까지 닿을진······ 두고 봐야겠지만.”


여기선 어쩔 수 없이 살려줬지만, 만약 오늘 밤 습격에 놈이 온다면?


“그게 놈의 운수 좋은 날의 마지막 밤이 될 테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전생 후 EX급 망나니로 살아남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수정) 휴재 안내 +추가 (~06.26) 24.06.19 284 0 -
31 도원결의 (1) +1 24.06.29 315 9 15쪽
30 무협(武俠) 24.06.28 422 7 13쪽
29 달을 쫓는 법 (4) 24.06.27 472 11 12쪽
28 달을 쫓는 법 (3) 24.06.18 640 15 12쪽
27 달을 쫓는 법 (2) 24.06.15 708 8 17쪽
26 달을 쫓는 법 (1) 24.06.14 712 7 12쪽
25 운이 없군 (2) 24.06.13 722 10 12쪽
24 운이 없군 (1) 24.06.13 743 12 13쪽
» 운수 좋은 날 (5) 24.06.12 764 10 11쪽
22 운수 좋은 날 (4) 24.06.12 792 11 14쪽
21 운수 좋은 날 (3) 24.06.11 828 10 14쪽
20 운수 좋은 날 (2) 24.06.11 855 8 13쪽
19 운수 좋은 날 (1) +1 24.06.10 907 10 14쪽
18 【비급을 습득하였습니다.】 (6) +1 24.06.10 961 13 12쪽
17 【비급을 습득하였습니다.】 (5) 24.06.09 948 13 12쪽
16 【비급을 습득하였습니다.】 (4) 24.06.09 966 10 12쪽
15 【비급을 습득하였습니다.】 (3) 24.06.08 993 10 12쪽
14 【비급을 습득하였습니다.】 (2) 24.06.08 1,010 13 13쪽
13 【비급을 습득하였습니다.】 (1) 24.06.07 1,092 13 13쪽
12 깽값 (3) 24.06.07 1,012 12 13쪽
11 깽값 (2) 24.06.06 993 13 12쪽
10 깽값 (1) 24.06.06 1,025 12 12쪽
9 오히려 좋아 (2) 24.06.05 1,037 13 12쪽
8 오히려 좋아 (1) 24.06.05 1,107 13 11쪽
7 부인의 혼잣말 (3) 24.06.04 1,145 16 15쪽
6 부인의 혼잣말 (2) 24.06.04 1,166 12 14쪽
5 부인의 혼잣말 (1) 24.06.03 1,278 18 11쪽
4 그런데 OOO를 곁들인······. 24.06.03 1,302 16 13쪽
3 ······가 아니라, 무협세계로. 24.06.03 1,402 14 12쪽
2 고대 중국풍 세계로. 24.06.03 1,625 18 12쪽
1 전생했다. +1 24.06.03 1,774 25 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