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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쎄진 홍길동, 이번엔 안 봐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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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n
작품등록일 :
2022.05.11 13:48
최근연재일 :
2023.05.08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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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2.05.2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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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 38. 시위대 앞에 나서다 >

DUMMY

낮 12시쯤 되자 시민들이 광화문 광장에서부터 서울역 광장까지 입추의 여지 없이 가득 메웠다. 언론에서는 2백만 명이라고 하고 경찰은 5만 명이라고 주장하지만 역사상 이렇게 많은 인파가 모인 것은 2002년 월드컵 때 이후 처음이라는 보도는 사실이었다.


시위대의 중간 중간에 마련된 대형 무대에는 시민들이 뛰어 올라와 대통령과 일족을 성토하는가 하면 유명 가수들이 올라와 자칫 지리멸렬할 수 있는 시위대 분위기를 고양시키기도 했다.


한 가지 눈에 띄는 대목은 야당 국회의원들이 대거 집회에 참석하고 있는 점이었다. 간간이 야당 국회의원들도 무대 위로 올라가 대통령을 몰아내고 대한민국을 제대로 이끌 수 있는 정치세력은 자신들밖에 누가 있느냐고 열변을 토했다.


순진한 시민들은 와! 하는 함성과 함께 손바닥에 불이 나도록 박수를 쳐주었다.


혼란한 시기에 자칫 엉뚱한 놈들이 정권을 잡아 또다시 국민을 속이고 사리사욕을 채울 가능성이 높았다. 또 사기를 당했다고 땅을 쳐봐야 소용없을 것이다.


전쟁과 극심한 사회 혼란은 누구에게는 권력을 잡고 부를 축적하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는 것은 역사가 말해 주는 진리이다.


오후 6시쯤이나 되었을까? 해가 저물 시간이 되었다. 시민들은 귀에 못이 박이도록 대통령에 대한 성토를 듣고 목이 쉬도록 운동가요를 부르고 해서 목도 마르고 배도 고파지기 시작했다.


나는 조선시대의 홍길동이라고 생각할 만한 복장을 갖추어 입고 있었다. 무명 저고리에, 바지에는 행전을 차고, 신은 짚신을 신고, 머리에는 초립을 얹었다. 사회자는 지친 시위 참가자들에게 나의 등장을 예고했다.


“여러분, 조금 지루하죠?”


사회자의 질문에 집회 참가자들이 심드렁하게 ‘예’하고 대답했다.


“긴급속보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여러분 귀기울여주세요.”


사회자가 긴급속보라고 하자 대통령이 하야라도 결정했다는 것인지, 장내가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여러분 지금 이 자리에 여러분들이 가장 보고 싶어 하는 분이 있다면 누굴까요? 자, 말씀해 보세요. 누가 이 자리에 나오면 여러분들이 가장 좋아하겠습니까?”


군중들은 ‘누가 나오려고 저렇게 설레발을 치지?’하는 표정들로 각자 보고 싶은 사람들을 들이댔다. 어떤 사람들은 대통령, 어떤 사람들은 대통령 처남, 어떤 사람들은 엄마, 하는 식으로 반은 장난으로 대답들을 이어나갔다.


“아니, 아니, 여러분, 생각을 좀 넓혀 보세요. 우리가 이 광화문 광장에 모이기까지 대한민국 국민 중에서 누가 가장 큰 역할을 했습니까?”


사람들은 그제서야 ‘아하~~’하는 낮은 소리와 함께 ‘홍길동, 홍길동, 홍길동’하고 내 이름을 연호하기 시작했다.


“맞습니다. 바로 그 홍길동 선생이 침묵을 깨고 여러분을 만나러 오셨습니다. 홍길동 선생은 그동안 저희 집회 준비 측에서 여러 차례...”


사회자의 공치사가 늘어질 듯 하자 시민들은 조바심이 났다.


“야, 말이 길다. 그만해”


“홍길동 선생 모셔, 그만하고”


사회자가 웃으며 받아쳤다.


“네, 알겠습니다. 여러분의 명령을 받들어서 지금 바로~~~홍길동 선생을 모시겠습니다. 자, 홍길동 선생, 나와주세요~~.”


집회 참가자들이 와~~~하는 함성을 지르며 나의 등장을 재촉했다. 나는 오늘 같은 날 굳이 마음에도 없는 점잔을 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광화문 건물의 용머리를 향해 대형 탐조등을 비추도록 했다. 서치라이트가 광화문을 밑에서부터 훑어 올라가 용머리에 이르자 조선시대 홍길동 복장을 한 나의 실루엣이 어둑해진 하늘을 배경으로 선명하게 드러났다.


나는 양팔을 높이 들어 이리저리 바라보며 몸을 크게 숙여 참가자들을 향해 인사했다.


이어 투명 비차에 훌쩍 올라타 허공을 가로질러 메인 무대 위로 산뜻하게 내려섰다.


수십, 수백만 개의 눈이 지켜보는 가운데 광화문 건물의 용머리를 출발해 광화문 사거리 광장에 설치된 메인 무대로 날아온 것이다.


보는 사람에 따라 한 마리의 봉황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고 아니면 용인 줄 알았다는 사람도 있었다.


나의 등장에 흥분한 것은 현장의 시민들만이 아니었다. 현장에 중계차를 뻗쳐놓고 있던 각 방송사들은 방송 중인 프로그램들을 중단하고 긴급 라이브 중계에 들어갔다.


홍길동이 등장했다는 자막과 함께 나의 연설이 전국에 중계되었다.


나는 마이크를 잡고 다시 한번 시민들을 향해 큰 인사를 했다. 그리고 손에 들고 있던 B장을 치켜들었다. 나는 연설을 시작했다.


“존경하는 시민 여러분, 저 홍길동 인사드립니다. 제가 손에 들고 있는 이 치부책, 여러분 이제 익숙한 물건이죠? ”


“예~~”


“네, 바로 대통령의 하야까지 요구하게 만든 대한민국 비리의 바이블, 바로 B장입니다.”


“여러분은 이 비밀장부에서 뭘 확인하셨습니까?”


나는 말을 멈추고 청중을 빙 둘러보았다. 다들 나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과연 홍길동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손에 땀을 쥐고 기다렸다.


“여러분 다 아십니다. 바로 이 대한민국은 사기꾼 공화국입니다. 제 말 맞습니까?”


여기저기서 옳소! 옳소! 소리가 터져 나오면서 동의의 박수를 힘차게 보냈다.


“여러분은 그동안 이 대한민국이 정의가 살아있는 민주공화국인 줄 알고 사셨습니다. 그러나 무참히도 우리의 믿음은 철저히 배반당했습니다.


대기업이야 이익을 추구하는 게 목적인 조직이니까 그렇다 칩시다. 정치인들, 고위 공무원들은 그래서는 안 되는 것 아닙니까?”


대중들이 우레와 같은 찬동의 박수를 보냈다. 광화문에서 서울역 광장으로 이어지는 대한민국의 한복판이 서민 대중들의 함성과 박수로 떠나갈 것 같았다.


“급기야, 우리 손으로 뽑은 대통령마저 간 큰 도둑놈에 불과하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우리 국민들의 억장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여러분~~”


청중들 사이 어디에선가 ‘홍길동, 홍길동, 홍길동’하는 연호가 시작되었다. 그 연호는 쓰나미와 같이 광화문에서 서울역까지 강력하게 번져나갔다. 나는 잠시 잦아들기를 기다렸다.


“자, 그러면 우리는 어떡해야 하겠습니까? 에라이, 이 도둑놈들... 하고 이 광장으로 끌고 나와 즉결 처형이라도 해야겠습니까?”


광장을 메운 인파는 일제히 ‘예~~’를 외쳤다. 나는 손을 들어 제지했다.


“아닙니다. 국민 여러분, 이러시면 안 됩니다. 성질 같아서는 나도 지금 당장 놈들을 여러분 앞에 끌고나와 즉결처형이라도 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놈들이 우리가 그런 악수를 두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면 어떡하시겠습니까? 폭력 시위를 한다는 이유로 탱크를 끌고 나올 게 뻔한 놈들입니다.


놈들이 발호할 빌미를 줘서는 안 됩니다.”


한 젊은이가 벌떡 일어서더니 큰 목소리로 말했다.


“법의 심판대에 세워야 합니다.”


“네 그렇습니다. 법에 의한 단죄, 그것이 우리의 갈 길입니다. 정의의 심판을 받게 하는 것만이 우리가, 그리고 우리나라가 살길입니다.


여러분, 절대로 흥분하거나 폭력에 기대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제발 그러기를 놈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금 수도방위사령부 연병장에는 대통령의 충견들이 탱크의 엔진에 키를 꽂아놓고 명령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 절대 부화뇌동하면 안 됩니다. 만약 대통령실로 처들어가자고 선동하는 놈이 있다면 그놈은 우리 편이 아니라 적이라고 선언합니다. 동의하십니까?”


“예!!!”


집회 참가자들은 나의 의견에 절대적인 동의를 표했다. 나는 연설을 계속해 나갔다.


“여러분, 그렇다고 이렇게 기다리기만 하면 과연 이 나라의 공권력을 가진 놈들이 우리의 기대에 맞춰 법을 집행해 줄까요?”


“아닙니다!!”


“그렇습니다. 놈들을 도대체 믿을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슬픈 현실입니다. 그러면 어떡해야 하겠습니까? 아이디어를 한 번 내보세요.”


저 멀리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어떤 여성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참교육’하고 외쳤다. 이와 동시에 전체 집회자들이 ‘참교육, 참교육, 참교육’을 연호했다.


광화문에서 서울역까지 그리고 서소문에서 종로와 청계천까지 ‘참교육’ 외침이 서울 하늘에 메아리쳤다. 중계를 통해 전국에 울려 퍼졌다.


“여러분의 열화와 같은 기대를 저버릴 수 없겠군요... 알겠습니다. 제가 오늘 여러분의 막힌 가슴을 뻥 뚫어드리겠습니다. 하하하하”


“보여줘, 보여줘, 보여줘...”


집회 참가자들의 연호가 웃음과 함께 다시 한번 물결을 이루었다. 이미 서울 하늘은 어둠에 잠겼다.


“오늘의 참교육, 저는 누가 좋을까 생각했습니다. 여러분은 누굴 참교육시키기를 바랍니까?”


“윤재명, 윤재명, 윤재명...”


시민들이 현직 대통령 윤재명을 소환하기를 간절히 소원했다. 나는 당초 처남인 이충기를 불러낼 생각이었으나 시민들의 바램은 한 단계 뛰어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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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 40. 나의 비밀을 일부 공개하다 > 22.05.29 192 2 10쪽
40 < 39. 대통령은 이렇게 참교육을 받았다 > 22.05.28 200 2 10쪽
» < 38. 시위대 앞에 나서다 > 22.05.28 192 1 10쪽
38 < 37. 시위의 시대 > 22.05.27 198 1 9쪽
37 < 36. 불독, 또 자객을 보내다 > 22.05.27 204 2 10쪽
36 < 35. 본캐는 대통령, 부캐는 납품업자 > 22.05.26 223 3 10쪽
35 < 34. 대통령 처남을 소환하다 > 22.05.26 212 2 10쪽
34 < 33. 이신성, 무릎 꿇다 > 22.05.25 234 2 9쪽
33 < 32. 대통령의 두 얼굴 > 22.05.25 208 2 9쪽
32 < 31. 홍길동은 주사파다 > 22.05.24 212 2 10쪽
31 < 30. 현직 대통령을 정조준하다 > 22.05.24 212 2 9쪽
30 < 29. 지푸라기라도 잡거나 애걸을 하거나 > 22.05.23 217 1 10쪽
29 < 28. 지뢰가 터지고 있다 > 22.05.23 215 2 10쪽
28 < 27. 1조원 줄 테니 장부 내놔 > 22.05.22 220 2 10쪽
27 < 26. 비겁한 간부들 > 22.05.22 223 2 10쪽
26 < 25. 회사 속이기 작전 > 22.05.21 238 3 10쪽
25 < 24. 발등에 불이 떨어지다 > +1 22.05.21 248 3 10쪽
24 < 23. 신성에 포문을 열다 > +2 22.05.20 253 4 10쪽
23 < 22. 아차산그룹 결성 > +1 22.05.20 259 4 10쪽
22 < 21. 김연 기자의 작전계획 > +1 22.05.19 276 3 9쪽
21 < 20. 1조원을 요구하다 > +1 22.05.19 281 3 9쪽
20 < 19. 당황한 이회장 > +1 22.05.18 288 3 9쪽
19 < 18. 참교육의 후폭풍 > +1 22.05.18 288 4 10쪽
18 < 17. 이것이 참교육이다 > +1 22.05.17 295 4 10쪽
17 < 16. 불독, 자객을 보내다 > +1 22.05.17 287 3 10쪽
16 < 15. 구치소의 고문이 되다 > +1 22.05.16 299 3 10쪽
15 < 14. 판사를 참교육하다 > +1 22.05.16 305 3 10쪽
14 < 13. 이회장의 비밀 > +1 22.05.15 305 4 10쪽
13 < 12. 구속되다 > 22.05.15 314 3 10쪽
12 < 11. 박계장, 옳은 선택을 하다 > +1 22.05.14 334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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