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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쎄진 홍길동, 이번엔 안 봐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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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n
작품등록일 :
2022.05.11 13:48
최근연재일 :
2023.05.08 20:15
연재수 :
128 회
조회수 :
21,850
추천수 :
405
글자수 :
538,244

작성
22.05.26 12:05
조회
222
추천
3
글자
10쪽

< 35. 본캐는 대통령, 부캐는 납품업자 >

DUMMY

“여기 변호사는 무슨 대단한 전략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너무 머리 쓰다간 판사님들한테 찍혀. 요즘 밖의 분위기가 판사들이 조금만이라도 이상한 판결 내리면 당장 어떻게 할 분위기잖아?”


“그렇긴 하죠”


“판사들도 청와대고 신성이고 다 필요 없다는 거 알아. 그저 국민들이 상전이라는 말씀이야. 알아들어?”


세상을 많이 산 경륜인지 아니면 뛰어난 현실 파악 능력인지는 모르지만 이신성 회장은 어설픈 머리싸움 같은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충기의 변호사는 묵비권을 고집했다. 박경감이 나섰다.


“자, 이충기 피의자, 결정하세요. 묵비권 계속 행사할 건지 아니면 여기 계신 이신성 회장님과 간단히 사실확인하고 조사 끝낼 건지. 시간을 드릴 테니 두 분이서 잘 의논해서 알려주시죠.”


박경감과 이신성 회장은 잠시 조사실 밖으로 나왔다. 박경감은 이신성 회장에게 믹스커피를 손수 타 대접했다.


“난, 이 달달이 커피가 제일 맛있어. 꼭 비싼 것만이 좋은 건 아니더라고. 허허”


“구치소 생활하시면서 불편하신 건 없으십니까?”


“뭐 없시다. 6.25동란도 겪고 보릿고개도 겪었는데 삼시 세끼 밥 잘 나오고 잠자리도 있는데 뭐가 불편하겠소? 허허”


나는 이 영감이 지금 쇼를 하고 있는지 진심인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다시 조사실에 들어서자 이충기와 변호사는 서로 외면하고 앉아있었다. 변호사가 박강림 경감에게 말을 꺼냈다.


“먼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저의 의뢰인이 저의 변호인 선임을 취소했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지금 일어나겠습니다.”


변호사가 일어나 조용히 문을 열고 조사실을 나갔다. 이후 대통령 처남 이충기에 대한 조사는 물 흐르듯 진행되어 그 역시 구속 기소되었다.


박경감이 전날 구치소로 이신성 회장을 찾아가 대질신문에 응해달라고 설득한 전략이 주효한 것이다.


처남이 아무 변명도 못하고 구속되자 이제 대통령 본인에게로 시선이 쏠렸다.


어떻게 하든지 처남 개인의 비리로 떠넘기고 자신의 정치자금 수수는 한국 정치판의 불가피한 관행이라고 우기면서 임기를 채워보려던 대통령에게 국민들과 언론의 시선은 싸늘했다.


특히 야당은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으로 정적들을 일거에 소탕하고 집권 가능성이 눈앞에 보이자 기세가 오를 대로 올랐다.


사회부 사건 기자로서 한 고비는 넘긴 김연 기자와 이용준 시경캡은 한숨을 돌렸다. 그러나 두 사람은 아직 싸움이 끝나지 않은 걸 잘 알고 있었다.


B장 리스트에서 아직 공개가 안 된 인물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야당과 언론사 관련 리스트는 대통령의 행보와 재판 진행 상황을 봐가면서 공개할 예정이었다.


지금 공개할 경우 너무 많은 적을 사방에 두는 격이었기 때문에 상황을 봐가면서 리스트를 공개할 필요가 있었다.


잠시 휴식을 갖게 된 김연 기자와 이용준 캡은 우리집에 자주 놀러 왔다. 김연 기자는 여전히 김영철이 24시간 밀착 경호를 하고 있었다.


김연 기자는 김영철이 경호를 해 줘 안심되는 면도 있으나 사생활이 말이 아니라며 이제는 경호를 그만해도 되지 않느냐고 나에게 상의했다.


“길동님이 제공해준 차, 내가 몰고 다니면 별일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김영철이 나섰다.


“김기자님 무슨 큰일 날 소리를 하세요? 제 경험으로는 말이죠, 상대가 긴장하고 있을 때는 테러나 린치 안 합니다. 상대방이 이젠 괜찮겠지 하면서 방심하는 순간을 노리죠.”


“일리는 있네요”


“김기자님 내가 앞으로는 최대한 덜 불편하게 할 테니까 절대 경호 그만두라는 말씀은 하지 마세요.”


“보디가드 놀이 너무 좋아하는 거 아니에요? 스타와 경호원, 그림이 나오네. 일약 스타 기자로 떠오른 김연 기자와 김기자를 24시간 철통 경호하는 김영철 보디가드! 영화 찍어도 되겠네요. 하하하하”


이용준 캡이 놀리자 김영철은 얼굴이 벌개졌다. 나는 김영철의 편을 들어줬다.


“김기자, 나는 김영철 경호원의 말이 맞다고 생각해요. 조금 불편하겠지만 일단 B장 사건이 대단원의 막을 내릴 때까지는 참는 게 좋을 것 같네요.”


“그럴까요?”


“김기자는 적을 너무 만들었잖아요? 그들 중에서는 정신이 온전치 못한 놈들이 있을 수도 있어요. 사이코들이 없다고 보장 못하니까 당분간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고 봐요”


사실 이런 경호 인력은 김기자의 회사에서 붙여줘야 마땅한 일이었다. 그러나 언론사들은 설마 대형 언론사 기자를 상대로 테러를 벌일 간 큰 놈들이 있겠느냐며 기자 보호에 무심했다.


전국 주요 도시에서 연일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처음 대통령에게 표를 찍어줬던 충실한 지지자들도 처남 명의로 준재벌급 회사를 운영했다는 범죄 사실을 알고는 배신감에 치를 떨었다.


- ‘양두구육’

- ‘두 얼굴의 사나이’

- ‘겉 다르고 속 다른 놈’

- ‘부캐는 대통령, 본캐는 납품업자’


집회 참석자들이 들고나온 피켓들은 대통령의 이중성과 정경유착을 질타했다.


꼴 보기 싫은 대통령이 위기에 처하자 야당과 야당 편을 드는 언론들은 기고만장, 환호작약했다. 그럴 만도 했다. B장 사태에서 야당 국회의원들과 언론사 고위층들은 털끝 하나도 다치지 않았기 때문에 부패한 집권 여당과 확실히 차별화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우리 ‘아차산 그룹’(나, 박강림 경감, 김연 기자, 이용준 시경캡, 김영철 보디가드)의 스케줄에는 그들의 운명의 날 시계도 째깍째깍 쉼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때는 바야흐로 꽃 피는 봄이 돌아왔다. 진달래와 개나리, 벚꽃이 앞다투어 피어나는 춘삼월, 우리 아차산 그룹은 아차산으로 가벼운 봄산책을 갔다.


바보온달과 평강공주의 전설이 서린 아차산에는 백제와 고구려 시대에 쌓은 보루와 성곽이 발굴, 보존되어 있었다.


나는 발굴 현장을 지나치면서 바로 이 장소에서 군사훈련을 하고 보초를 서고 밥솥에 불을 지펴 밥을 하고 있는 수많은 고구려 병사들의 모습을 지금 내 앞으로 소환해 떠올렸다.


나의 ‘과거 소환 영상’에는 누추한 복장의 영양실조에 걸린 병사들이 마치 노예처럼 노동을 하고 있었다.


“이 사람들은 지금 누구를 위해 처자식, 부모와 떨어져서 이 고생들을 하고 있는지, 알기는 할까?”


저들이 왕과 귀족들을 위해 개고생을 하는 대가는 무엇이었을까?


“본인들이 머나먼 변방에서 고생하는 대가로 가족들의 편안한 잠자리와 부족함 없는 먹거리는 보장이 되었을까?”


한강을 사이에 두고 아차산에서 건너다 보이는 하남의 검단산에서는 백제군의 군사들이 밥짓는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었다.


이 나라 저 나라 할 것 없이 소수의 지배자들을 위해 백성들은 몸이 으스러져라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백성이나 국민으로서 제대로 대접을 받아본 적이 없는 것이 한반도의 역사였다.


“21세기인 오늘날도 평생을 일해도 보금자리 하나 마련하지 못하고 죽는 서민들이 태반 아닌가?”


과거나 지금이나 절대 권력자와 재벌을 앞세운 지배층은 피지배층을 노예처럼 부리면서 부와 권력을 독점한다는 본질은 전혀 변함이 없는 것이다.


B장은 21세기 대한민국의 지배층 명부라고 할만 했다.


잡념에 빠져 동료들을 따라 오르다 보니 어느새 아차산의 정상 쪽 보루에 도착했다. 저멀리 팔당에서부터 굽이쳐 내려오는 한강이 햇빛을 반사해 마치 반사판처럼 반짝였다.


동료들과 한강의 이쪽 저쪽을 살펴 보니 송파 쪽에 한 재벌이 세웠다는, 세계에서 몇 번째로 높다는 마천루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동료들과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고 잡담을 하고 있는데 낯선 사람이 다가온다. 김영철 보디가드는 습관대로 김연기자를 가로막고 경계태세를 취했다. 나는 다가오는 이의 행동을 주시했다.


테러를 할 사람은 아니었다. 키는 1미터 75정도에 약간 살집이 있는 몸, 그리고 머리카락이 절반 정도 빠진 중늙이였다.


김영철이 다가오는 중늙은이를 제지했다.


“누구세요?”


“아, 지나가는 등산객입니다. 여러분들에게서 광채가 뿜어져나와서 실례를 무릅쓰고 이렇게 가까이 와봤습니다. 도대체 어떤 분들이신가 하고요.”


중늙은이가 싱글싱글 웃으며 말했다. 내가 나섰다.


“하하하, 사범님, 오랜만입니다. 하하하하”


아차산그룹 식구들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누구지? 하는 표정들을 지었다. 나는 그들에게 ‘사범님’이라고 불린 사람을 소개했다.


“다들 인사해요. 이분은 내가 어렸을 때 다니던 태권도 학원 사범님이세요. 하하하”


다들 고개를 끄덕이는 품이 의문이 풀린 모양들이었다.


“사범님, 그나저나 여긴 웬일이세요?”


“응 그냥 봄나들이 나왔지. 자네는 요즘 많이 바쁘대?”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그런데 말이야... 마침 잘 만났네. 자네한테 할 말이 좀 있는데... 시간 좀 되겠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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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쎄진 홍길동, 이번엔 안 봐줌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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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 40. 나의 비밀을 일부 공개하다 > 22.05.29 192 2 10쪽
40 < 39. 대통령은 이렇게 참교육을 받았다 > 22.05.28 199 2 10쪽
39 < 38. 시위대 앞에 나서다 > 22.05.28 191 1 10쪽
38 < 37. 시위의 시대 > 22.05.27 198 1 9쪽
37 < 36. 불독, 또 자객을 보내다 > 22.05.27 203 2 10쪽
» < 35. 본캐는 대통령, 부캐는 납품업자 > 22.05.26 223 3 10쪽
35 < 34. 대통령 처남을 소환하다 > 22.05.26 212 2 10쪽
34 < 33. 이신성, 무릎 꿇다 > 22.05.25 234 2 9쪽
33 < 32. 대통령의 두 얼굴 > 22.05.25 207 2 9쪽
32 < 31. 홍길동은 주사파다 > 22.05.24 212 2 10쪽
31 < 30. 현직 대통령을 정조준하다 > 22.05.24 212 2 9쪽
30 < 29. 지푸라기라도 잡거나 애걸을 하거나 > 22.05.23 216 1 10쪽
29 < 28. 지뢰가 터지고 있다 > 22.05.23 214 2 10쪽
28 < 27. 1조원 줄 테니 장부 내놔 > 22.05.22 220 2 10쪽
27 < 26. 비겁한 간부들 > 22.05.22 223 2 10쪽
26 < 25. 회사 속이기 작전 > 22.05.21 238 3 10쪽
25 < 24. 발등에 불이 떨어지다 > +1 22.05.21 248 3 10쪽
24 < 23. 신성에 포문을 열다 > +2 22.05.20 253 4 10쪽
23 < 22. 아차산그룹 결성 > +1 22.05.20 259 4 10쪽
22 < 21. 김연 기자의 작전계획 > +1 22.05.19 276 3 9쪽
21 < 20. 1조원을 요구하다 > +1 22.05.19 281 3 9쪽
20 < 19. 당황한 이회장 > +1 22.05.18 288 3 9쪽
19 < 18. 참교육의 후폭풍 > +1 22.05.18 288 4 10쪽
18 < 17. 이것이 참교육이다 > +1 22.05.17 295 4 10쪽
17 < 16. 불독, 자객을 보내다 > +1 22.05.17 287 3 10쪽
16 < 15. 구치소의 고문이 되다 > +1 22.05.16 299 3 10쪽
15 < 14. 판사를 참교육하다 > +1 22.05.16 304 3 10쪽
14 < 13. 이회장의 비밀 > +1 22.05.15 305 4 10쪽
13 < 12. 구속되다 > 22.05.15 314 3 10쪽
12 < 11. 박계장, 옳은 선택을 하다 > +1 22.05.14 333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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