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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n 님의 서재입니다.

더 쎄진 홍길동, 이번엔 안 봐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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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n
작품등록일 :
2022.05.11 13:48
최근연재일 :
2023.05.08 20:15
연재수 :
128 회
조회수 :
21,904
추천수 :
405
글자수 :
538,244

작성
22.05.1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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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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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9쪽

< 20. 1조원을 요구하다 >

DUMMY

나와 말싸움하는 데 정신이 팔린 나머지 이회장은 B장을 잠시 잊었나 보다. 나는 이회장을 향해 다시 돌아섰다. 말싸움에서는 이겼는데 오늘 만남의 주요 목적인 B장 회수는 물 건너간 걸 뒤늦게 깨닫고 낭패스러워 하고 있었다.


“왜 그러십니까? 더 하실 말씀이라도 있습니까?”


“아니, 거 있잖아 왜, 당신이 갖고 있는 그거...”


“제가 뭘 갖고 있는데요?”


“내 장부!”


“아, 예, 그거 제가 계속 가지고 있겠습니다. 그럼”


내가 다시 몸을 돌리자 이번에는 김용수 비서실장이 내 팔을 붙잡았다.


“홍길동님, 왜 이러세요. 고정하고 다시 앉아보시죠.”


매너 있는 김실장의 설득에 나는 못 이기는 척 다시 자리에 앉았다.


“자, 자리에 다시 앉았습니다, 회장님.”


“그러니까 말이야, 젊은 양반이 너무 성격이 급하시구만... 차분히 현실적인 해결책을 서로 의논합시다. 서로 감정만 앞세우지 말고...”


나는 녹음이나 녹화가 될 것에 대비해 테이블에 놓여있던 메모지와 펜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비밀 장부의 값을 적었다. 이회장에게 잘 보이도록 메모지를 이회장 눈앞에 들이밀었다.


이회장의 입이 떠억 벌어졌다. 얼굴이 갑자기 붉어지면서 벌떡 일어났다.


“야, 너 나가, 다 필요 없어. 니가 그 장부를 어디에 어떻게 써먹든 내 알 바 아니야. 만약 장부로 나를 해코지할 생각이라면 너도 각오는 해야 될 거야. 니가 나를 우습게 봤어. 내가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보였나? 어? 샛별전자 죽인다니까 나도 죽어봐라? 그 심보야?”


나는 냉정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 표정 관리도 신경을 썼다.


“야, 이 자식아, 맘대로 해. 이 이신성이 대한민국에 무서워하는 사람 있는 줄 알아?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더니... 야, 김실장아, 이놈 당장 내쳐라.”


김실장이 난감해 하며 나를 문 쪽으로 이끌었다. 나는 이회장을 향해 씨익 웃어주었다. 이신성은 순간 이건 또 무슨 의미야? 하며 표정을 어떻게 지을지 당황했다. 나는 그러는 이신성을 향해 한 번 더 웃어주고는 접견실을 나왔다.


비서실로 나오자 김비서실장이 잠시 나를 보자는 눈치였다. 김실장은 자신의 방으로 나를 안내했다. 나는 무슨 말을 하려는지 궁금하기도 해서 그를 따라 들어갔다.


“도대체 얼마를 요구하셨길래...?”


“1조 원이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심드렁하게 말하자 비서실장의 눈이 커진다.


“예? 회장님이 그러실 만도 하네요.”


“나는 진심입니다. 본인 재산 규모를 생각하면 놀랄 액수도 아니고요.”


“아니, 홍길동님, 조금 지나친 것 같습니다. 1조가 어디 동네 아이 이름도 아니고...”


“그럴 만하니까 그렇게 요구했습니다.”


“아니, 그 장부에 뭐가 들어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리고 그 장부를 갖게 된 경위가 적법하진 않지 않겠습니까?”


“그럼 제가 훔치기라도 했단 말씀입니까?”


김실장이 움찔했다.


“꼭 그런 뜻은 아닙니다만...”


“저는 적법 여부를 떠나 거기에 들어있는 내용이 너무나도 충격적인 것들이 많아서 조만간 국민들에게 공개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예? 공개를 해요?”


“그럼요. 전국민이 알게 해야 할 일입니다.”


“아, 왜 이러십니까? 진정하세요”


“제가 1조 원 운운했던 거는 회장님이 어떻게 나오나 한 번 보려고 일부러 그랬던 것뿐입니다. 2조 원, 10조 원을 준대도 저는 관심 없습니다. 그 정도 돈은 저도 있거든요.”


“예? 어떻게 그리 많은 돈을...”


김실장의 입술 끝에 살짝 웃음이 걸리는 걸로 봐서 농담이 지나치다는 뜻인 거 같았다.


“왜요? 돈은 이신성 회장만 벌라는 법이라도 있답니까?”


“물론이죠. 물론이죠. 그런데, 홍길동님, 다 좋은데요, 부탁 하나만 해도 되겠습니까?”


“네 말씀하세요”


“사업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법을 어겨야 하는 경우도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권위적인 정치문화가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한국에서는 기업 오너들은 불가피하게 그런 일에 손을 더럽히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다들 그러지는 않을 겁니다.”


“홍길동님이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지는 잘 알지 못하지만 무슨 결정을 하실 때 제 말씀도 참고를 좀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비서실을 나서면서 신성이 비서실장 하나는 잘 뒀다고 생각했다. 매너 좋게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진정성이 느껴지도록 또박또박 잘 전달했다.


납품이 막히자 아버지는 불가피하게 직원들을 정리 해고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아버지는 그래도 양심적인 편이었다. 회사의 유보금에 아버지의 사재를 보태 섭섭지 않은 퇴직금을 마련했다.


나는 최대주주로서 대표이사인 아버지를 만났다. 어렸을 때 몇 차례 보고 10여 년 만에 만나 보니 그 옛날 아버지가 아니었다. 얼굴은 주름지고 허리도 구부정하고 목소리도 노인네 목소리였다.


“네가 우리 주식을 많이 샀더구나.”


“네.”


“그래 무슨 말을 하려고 나를 보자고 한 거니?”


“정리해고 중단해주세요”


“나는 하고 싶어 하는 줄 아니? 방법이 없다. 공장이 문 닫을 판이다.”


“최대주주로서 제가 방법을 마련할 테니까 직원들 내보내지 마세요.”


“일감이 없어 빈둥빈둥하는데도 기본급에 4대 보험은 계속 나가야 하니 회사가 감당할 수가 없다. 위로금 조금이라도 넉넉히 줘서 내보내는 게 본인들한테도 좋고 회사도 부담 덜어서 좋은 거다.”


“내가 주주로서 운영자금 마련해서 드릴 테니 직원들 일단 붙잡아두세요.”


“니가 무슨 수로 운영자금을 마련하겠다고 하는지는 모르겠다만, 설사 마련한다 해도 언제까지 갈 수 있겠니? 새로운 납품처를 현재로서는 찾기 어려운데 언제까지 직원들을 붙들고 있어야겠냐고?”


“제게 다 계획이 있으니 그리 아시고 일단 제가 입금해 드리는 돈으로 직원들 봉급부터 챙겨주세요. 두고 보시면 알게 될 겁니다.”


“나는 모르겠다. 쓸데없이 왜 직원들을 붙잡고 있으라는 건지, 도대체 니가 어디서 그 많은 돈을 융통해 오겠다는 건지... 비즈니스는 현실이다. 감상이 절대 아니란 말이다. 한두 달 정도 더 붙잡고 있다가 내보낸다고 해서 직원들이 고마워하는 것도 아니고...”


아버지는 뜬금없는 나의 출현과 제안에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반복했다. 그러나 엄연히 대표이사의 임면권을 갖고 있는 최대주주로서 내리는 일종의 업무상 지시를 거부할 수도 없었다.


내가 그렇게 일단 샛별전자의 직원들을 붙잡아두라고 아버지에게 말할 수 있었던 것은 다 B장 덕택이었다. 나에게는 계획이 다 있었다.


나는 그동안 이회장의 B장을 몇 번을 반복해서 봤는지 모를 정도로 파고들었다. 이제는 종잇장이 너덜너덜해졌을 정도다.


수백 명에 이르는 등장인물들을 하나하나 확인을 하자니 수십 차례 아니 수백 차례 들여다볼 수밖에 없었다. 처음 보는 이름들도 많았는데 인터넷 검색으로 정체를 거의 확인할 수 있었던 건 그나마 다행이었다.


신성은 당연하게도 정치권에 각별한 공을 들인 걸 알 수 있었다. 국회 산자위, 법사위 등 기업활동에 직접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국회의원들은 여야 할 것 없이 신성의 특별 관리를 받았다. 그리고 여당과 야당의 대표를 비롯한 주요 당직자들, 다선 중진의원들도 은밀한 관리를 받았다.


선거철에는 각 정당에 뭉칫돈들이 흘러 들어갔는데 여당과 야당에 비슷한 액수가 전달되었다. 아마도 누가 대통령이 될지 어느 당이 총선에서 다수당이 될지 모르는 만큼 보험 드는 차원에서 여야에 똑같이 정치자금을 배분한 것으로 보였다.


다음으로 관료들에 대한 뇌물공여를 살펴보자면 짐작하는 대로 우리나라의 경제정책을 손아귀에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 산업자원부, 공정거래위원회의 고위 관료들에게 때마다 거액이 제공됐고 특별한 정책 입안을 앞두고는 장관 이하 국과장급까지 뇌물이 뿌려진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경제 분야만이 아니라 사법부, 검찰, 경찰 등 권력기관에 대한 관리 또한 꼼꼼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B장은 실감 나게 보여주고 있었고 언론사 고위간부는 물론 경제부처에 출입하는 기자들까지 모두 한통속으로 돌아가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휴우, 대단하다, 대단해”


내 입에선 연신 이런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막연히 짐작은 했지만 썩어도 이렇게 썩어있을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이라고, 이제 선진국이라고 자화자찬한 게 사실은 불공정 선진국, 부패 선진국, 끼리끼리 문화 선진국이라는 말을 잘못 쓴 게 분명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공직자들의 부패를 엄격히 감시하고 모범을 보여야 할 청와대 비서진의 부패상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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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 39. 대통령은 이렇게 참교육을 받았다 > 22.05.28 200 2 10쪽
39 < 38. 시위대 앞에 나서다 > 22.05.28 192 1 10쪽
38 < 37. 시위의 시대 > 22.05.27 198 1 9쪽
37 < 36. 불독, 또 자객을 보내다 > 22.05.27 204 2 10쪽
36 < 35. 본캐는 대통령, 부캐는 납품업자 > 22.05.26 223 3 10쪽
35 < 34. 대통령 처남을 소환하다 > 22.05.26 212 2 10쪽
34 < 33. 이신성, 무릎 꿇다 > 22.05.25 234 2 9쪽
33 < 32. 대통령의 두 얼굴 > 22.05.25 208 2 9쪽
32 < 31. 홍길동은 주사파다 > 22.05.24 212 2 10쪽
31 < 30. 현직 대통령을 정조준하다 > 22.05.24 212 2 9쪽
30 < 29. 지푸라기라도 잡거나 애걸을 하거나 > 22.05.23 217 1 10쪽
29 < 28. 지뢰가 터지고 있다 > 22.05.23 215 2 10쪽
28 < 27. 1조원 줄 테니 장부 내놔 > 22.05.22 221 2 10쪽
27 < 26. 비겁한 간부들 > 22.05.22 223 2 10쪽
26 < 25. 회사 속이기 작전 > 22.05.21 238 3 10쪽
25 < 24. 발등에 불이 떨어지다 > +1 22.05.21 248 3 10쪽
24 < 23. 신성에 포문을 열다 > +2 22.05.20 253 4 10쪽
23 < 22. 아차산그룹 결성 > +1 22.05.20 259 4 10쪽
22 < 21. 김연 기자의 작전계획 > +1 22.05.19 276 3 9쪽
» < 20. 1조원을 요구하다 > +1 22.05.19 282 3 9쪽
20 < 19. 당황한 이회장 > +1 22.05.18 289 3 9쪽
19 < 18. 참교육의 후폭풍 > +1 22.05.18 288 4 10쪽
18 < 17. 이것이 참교육이다 > +1 22.05.17 296 4 10쪽
17 < 16. 불독, 자객을 보내다 > +1 22.05.17 287 3 10쪽
16 < 15. 구치소의 고문이 되다 > +1 22.05.16 299 3 10쪽
15 < 14. 판사를 참교육하다 > +1 22.05.16 305 3 10쪽
14 < 13. 이회장의 비밀 > +1 22.05.15 305 4 10쪽
13 < 12. 구속되다 > 22.05.15 314 3 10쪽
12 < 11. 박계장, 옳은 선택을 하다 > +1 22.05.14 334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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