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soooon 님의 서재입니다.

더 쎄진 홍길동, 이번엔 안 봐줌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oooon
작품등록일 :
2022.05.11 13:48
최근연재일 :
2023.05.08 20:15
연재수 :
128 회
조회수 :
21,849
추천수 :
405
글자수 :
538,244

작성
22.05.17 12:00
조회
286
추천
3
글자
10쪽

< 16. 불독, 자객을 보내다 >

DUMMY

불독이 이신성 회장에게 뭐라고 고자질해 바쳤는지는 몰라도 샛별전자의 납품 중단 건은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아버지는 일주일 후부터는 신성에 납품할 필요가 없다는 최후통첩을 받았다.


아버지가 평생 일궈왔던 샛별전자는 매출액의 60% 이상을 잃게 생겼다. 아버지는 샛별전자가 무너지는 것도 무너지는 것이지만 샛별전자에 몸담고 있는 3천여 명의 직원들과 그 가족의 생계가 막막해지는 것이 더욱 가슴 아팠다.


나는 간혹 생각한다. 이렇게 회사와 직원들을 끔찍이 생각하는 아버지가 나에 대해서는 왜 그토록 매정한지를.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 내가 모르는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러는 것인지 아니면 형님들과 형님들을 낳은 분, 그리고 아버지 사이에서 무슨 드라마 같은 일이라도 펼쳐진 때문인지, 나는 잘 모른다. 알고 싶은 마음도 없다.


그러나 아버지가 나로 인해 수십 년 거래처를 하루아침에 잃고 회사를 잃고 직원들을 책임 못 지는 상황을 맞게 할 수는 없었다. 더구나 이 같은 상황이 신성전자 회장 부자의 불합리하고 감정 섞인 갑질에 의한 것이라면 나는 더더욱 받아들일 수 없다.


재판 선고기일, 나는 판사가 어떤 판결을 내릴지 내심 궁금해 하며 재판에 출석했다. 포승줄에 묶인 나는 호명에 따라 법정 안으로 들어갔다. 피고석에 서서 법정을 둘러보니 맞은편에 김검사가 긴장한 표정으로 앉아있고 방청석에는 불독과 최서장이 나와 눈이 마주치는 걸 피하며 둘이서 소곤거리고 있는 게 보였다.


판사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아는 체를 하는 것 같았다. 입가에는 약간의 웃음이, 눈에는 친절이 살짝 담겨있는 것도 같았다.


판사는 판결문을 읽어 내려갔다. 앞서 내가 이야기한 대로 피해자라는 사람들이 특정이 안 돼 사건 자체가 불성립되며 설사 그런 일이 있다 하더라도 어떻게 홍길동이 동시에 두 군데에 존재할 수 있겠느냐며 다음과 같이 판결문의 주문을 읽었다.


“피고 홍길동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의 판결이 내려지자 김검사, 그리고 방청석의 두 놈은 동시에 한숨을 쉬었다. 이미 낌새를 채고 있었지만 정작 무죄로 결론이 나자 세 놈은 부모가 죽은 것 이상의 충격을 먹은 듯했다. 나는 놈들에게 미소를 보내주고 법정을 떠났다.


판사는 그나마 세 놈의 악당들에 비해 머리가 돌아가는 편이라고 봐야 했다. 누구 편에 서야 피해가 줄어들지 정확히 판단했기 때문이다. 판사는 내가 불독을 비롯한 세 놈을 어떻게 처리하는지를 보고서는 자신의 판단이 옳았음을 알고 가슴을 쓸어내릴 것이다.


나는 구치소로 돌아와 방장, 따까리를 비롯해 식구들을 하나하나 안아주었다.


“출소하면 나한테 찾아들 와요. 힘껏 도와줄게요.”


“괜히... 먼저 나가니까 미안해서 하는 소리 아닙니까?”


“허허, 이 사람, 나를 어떻게 보고... 그동안 나를 겪어봤으면서도...”


“알겠습니다, 고문님. 충성!”


김영철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방장이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거수경례를 갖다 붙이며 친밀감을 표시했다.


“ 빈말 아니니까 꼭 찾아오라고요”


불쌍한 사람들을 남기고 나 혼자만 구치소를 나선다는 씁쓸함을 안고 나는 손을 흔들어주며 감방을 나섰다.


태어나기를 가난하게 태어났고 교육을 제대로 받을 기회도 없었던 사람들이었다. 의욕을 갖고 뭐라도 해보고 싶었지만 일자리 구하기도 쉽지 않고 장사라도 해보려 해도 장사밑천이 없었다.


자신과 부모를 원망하며 술이나 먹고 쌈박질을 하다 보니 어느덧 사회의 잉여 인간이 되어있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유혹에 빠져 사기도 치고 약자를 괴롭히기도 했던 것이다.


나는 이들을 동정할 생각은 없다. 다만 그들에게도 공정한 기회는 줘보고 나서 비난을 하더라도 비난을 하는 게 옳다고 생각할 뿐이다. 나는 이들이 출소하면 기회를 만들어줄 생각이다.


시간 여행자인 나 홍길동은 시공간을 옮겨갈 때 돈을 싸 짊어지고 가는 것도 아니어서 개인적으로는 많은 돈이 필요 없다. 단지 내가 돌봐주고 싶은 사회의 약자들에게 기회를 만들어주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돈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물론 2022년 대한민국의 기준으로는 그 어느 정도의 돈이 혀를 내두를 만큼 많은 액수이겠지만 말이다.


나는 오랜만에 아차산 집에 돌아왔다. ‘홍길동tv’를 론칭하고 김은철 군의 제보를 받아 참교육을 하다 감옥살이까지 할 뻔하는 등 오늘 여기 내 집에 돌아오기까지 적지 않은 일들이 벌어졌다.


그러나 아직 마무리는 되지 않았다. 아니, 한 가지도 해결된 게 없었다. 나는 산적한 숙제들을 내일로 미루고 오늘은 푹 쉬기로 작정하고 포근한 침대에 몸을 누였다.


자정을 훨씬 지난 시간인 것 같았다. 마당으로 물체가 툭툭 떨어지는 진동이 침대를 통해 내 몸에까지 전달되었다. 나는 잠을 떨쳐내고 귀를 기울였다.


쨍그랑! 소리 대신 퍽! 하고 둔탁하게 창문이 깨지는 소리에 이어 사사삭 거실을 스치는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역시 불독을 비롯한 세 놈은 내 예상을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자객을 보낸 모양이었다.


나는 투명 모드로 전환해 놈들의 하는 짓을 지켜보기로 했다. 침대에는 분신을 눕혀놓고 조용히 방 가운데로 빠져 나왔다. 살금살금 침실로 다가온 놈들은 소리 안 나게 침실 문을 열었다.


모두 세 놈이었다. 모두 복면을 쓰고 있었다. 한 놈은 방문 옆에 지키고 서 있고 두 놈은 침대로 접근해 왔다. 한 놈이 손에 쥐고 있던 단도를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눈 깜짝할 새에 단도가 침대로 내리꽂혔다.


나의 분신은 홀로그램처럼 사라졌다. 놈들은 눈을 비비고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확인하려고 했다. 분신이 덮고 있던 이불을 들추었다. 침대 바닥에 꽂혀 있는 단도 외에 홍길동의 몸뚱어리는 보이지 않았다.


나는 놈들이 당황한 틈을 타 하나씩 붙잡아 밧줄로 묶었다. 마지막으로 세 놈을 서로 등을 붙이게 하고 한꺼번에 칭칭 감았다. 놈들을 다 묶은 나는 침실의 불을 켰다. 그리고 112에 신고를 했다.


긴급 출동한 관할 경찰서의 경찰관들은 나 혼자서 세 놈을 제압한 데 대해 놀라움을 표시했다.


“아니, 어떻게 이놈들을 다 붙잡았어요? 누가 도와준 건 아니고요?”


“놈들이 워낙 아마추어라...”


나는 적당히 둘러댔다. 경찰은 침대에 꽂혀 있는 칼을 촬영하고 증거물로 수거해 갔다. 경찰은 나에게 동행을 요구했지만 나는 너무 피곤해 날이 밝는 대로 경찰서로 가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나는 경찰이 오기 전 놈들로부터 빼앗아놓은 핸드폰으로 불독에게 전화를 했다. 불독은 한밤중인데도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던 듯 벨소리가 두 번도 채 울리기 전에 전화를 받았다.


“그래, 잘 처리했어?”


나는 짐짓 범인들 중 하나인 것처럼 대답했다.


“예, 처리했습니다.”


“반항하거나 뭐 서로 격투를 벌이거나 하지 않고?”


“네, 놈이 자는 사이에 조용히 칼을 꽂았습니다.”


“잘했어. 잘했어”


“성공보수금은...?”


“뭐, 성공보수금? 맞아, 그래 착수금 보낸 계좌로 보내도록 할 테니까 걱정 말고 기다려.”


“네, 그럼 75억 원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무심코 전화를 끊으려던 불독이 75억 원이라는 말에 화들짝 놀란다. 감을 잡았다. 이놈이 그놈이 아니다. 홍길동이다. 작전은 실패했다!


“하하하, 그래 이제 사태 파악이 돼? 하하하하”


“너 너 너...”


“네가 씨부렸던 말은 이 전화기에 그대로 녹음이 됐지. 하하하하”


“야, 야 홍길동, 너 도대체 나한테 무슨 원한이 있길래...”


“이번에는 살인교사였네... 죄가 점점 무거워지고 있어.”


“야, 홍길동, 제발 이러지 마라.”


“나를 죽이려 해놓고 그런 말이 입에서 나와?”


“야, x발 니가 나를 너무 힘들게 하니까 그랬지.”


“누가 누구를 힘들게 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너무 자기 위주로 생각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럼”


내가 전화를 끊으려 하자 할 말이 있는 듯 불독은 ‘여보세요’를 다급하게 외쳤다. 나는 미련 없이 전화를 끊고 침대에 누웠다. 놈이 경찰에 연행되기 전 놈을 제대로 혼내 주기로 결정하고 다시 눈을 붙였다.


다음날 점심시간, 테헤란로는 점심을 먹으러 나온 직장인들로 붐볐다. 대형 트럭 한 대가 사거리 한가운데로 진입했다. 누구도 트럭에 눈길을 주지 않았다.


잠시 후에 벌어질 일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트럭은 흔히 윙카라고 불리는, 적재함의 양쪽이 날개처럼 위로 들리는 트럭이었다.


사거리 한가운데에 깜빡이를 켠 채 멈춘 트럭은 서서히 양쪽의 날개를 들어 올렸다. 대형 윙카 때문에 차량 흐름이 방해를 받아 차가 밀리기 시작했다. 사거리 한가운데 멈춰선 트럭이 양쪽 날개를 펼쳐 올리자 사람들의 시선이 조금씩 쏠리기 시작했다.


날개가 완전히 열린 트럭 위로 곤장 형틀과 그 형틀에 엎어져 묶여있는 남자가 보였다. 남자는 하의가 완전히 벗겨져 발목에 걸려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더 쎄진 홍길동, 이번엔 안 봐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1 < 40. 나의 비밀을 일부 공개하다 > 22.05.29 192 2 10쪽
40 < 39. 대통령은 이렇게 참교육을 받았다 > 22.05.28 199 2 10쪽
39 < 38. 시위대 앞에 나서다 > 22.05.28 191 1 10쪽
38 < 37. 시위의 시대 > 22.05.27 198 1 9쪽
37 < 36. 불독, 또 자객을 보내다 > 22.05.27 203 2 10쪽
36 < 35. 본캐는 대통령, 부캐는 납품업자 > 22.05.26 222 3 10쪽
35 < 34. 대통령 처남을 소환하다 > 22.05.26 212 2 10쪽
34 < 33. 이신성, 무릎 꿇다 > 22.05.25 234 2 9쪽
33 < 32. 대통령의 두 얼굴 > 22.05.25 207 2 9쪽
32 < 31. 홍길동은 주사파다 > 22.05.24 212 2 10쪽
31 < 30. 현직 대통령을 정조준하다 > 22.05.24 212 2 9쪽
30 < 29. 지푸라기라도 잡거나 애걸을 하거나 > 22.05.23 216 1 10쪽
29 < 28. 지뢰가 터지고 있다 > 22.05.23 214 2 10쪽
28 < 27. 1조원 줄 테니 장부 내놔 > 22.05.22 220 2 10쪽
27 < 26. 비겁한 간부들 > 22.05.22 223 2 10쪽
26 < 25. 회사 속이기 작전 > 22.05.21 238 3 10쪽
25 < 24. 발등에 불이 떨어지다 > +1 22.05.21 248 3 10쪽
24 < 23. 신성에 포문을 열다 > +2 22.05.20 253 4 10쪽
23 < 22. 아차산그룹 결성 > +1 22.05.20 259 4 10쪽
22 < 21. 김연 기자의 작전계획 > +1 22.05.19 276 3 9쪽
21 < 20. 1조원을 요구하다 > +1 22.05.19 281 3 9쪽
20 < 19. 당황한 이회장 > +1 22.05.18 288 3 9쪽
19 < 18. 참교육의 후폭풍 > +1 22.05.18 288 4 10쪽
18 < 17. 이것이 참교육이다 > +1 22.05.17 295 4 10쪽
» < 16. 불독, 자객을 보내다 > +1 22.05.17 287 3 10쪽
16 < 15. 구치소의 고문이 되다 > +1 22.05.16 299 3 10쪽
15 < 14. 판사를 참교육하다 > +1 22.05.16 304 3 10쪽
14 < 13. 이회장의 비밀 > +1 22.05.15 305 4 10쪽
13 < 12. 구속되다 > 22.05.15 314 3 10쪽
12 < 11. 박계장, 옳은 선택을 하다 > +1 22.05.14 333 4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