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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n 님의 서재입니다.

더 쎄진 홍길동, 이번엔 안 봐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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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n
작품등록일 :
2022.05.11 13:48
최근연재일 :
2023.05.08 20:15
연재수 :
12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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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5
글자수 :
538,244

작성
22.05.25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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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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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 33. 이신성, 무릎 꿇다 >

DUMMY

나는 준비된 대형 LED 전광판에 B장을 띄웠다. 신성의 장학생 명단이었다. 다른 장학생의 이름은 지운 가운데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고 본안 심리를 맡은 그 판사 놈의 이름이 클로즈업되었다.


매년 추석, 설 명절에 천만 원씩 용돈이 지급되고 2년짜리 국비 해외 연수를 갔을 때는 매년 5만 달러씩 지급한 내역 외에 룸살롱에서 술을 마시고 나면 신성에서 외상값을 갚아준 정황까지 기록되어 있었다.


“*발, 뭘 망설여? 여러분, 모두 법원으로 쳐들어갑시다.”


다혈질 시민 한 사람이 앞장서자 몇몇 시민들이 스크럼을 짜고 법원 정문을 향해 당장이라도 돌진할 기세였다. 나는 급히 말려야 했다. 이러면 안 되었다. 나는 마이크를 다시 잡았다.


“시민 여러분, 민주시민 여러분”


내가 차분한 목소리로 시민들을 부르자 시민들의 움직임이 일순 멈췄다.


“시민 여러분, 쳐들어갈 필요 없습니다. 이놈을 나오라고 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여러분 앞에 세워서 이놈 말을 직접 들어보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시민들 사이에서 ‘옳소’, ‘맞습니다.’ 등등 호응이 드높았다. 나는 시민들의 관심을 조금 더 집중시키기 위해 아무 말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


나는 서서히 순간이동을 이용해 판사 놈을 데려올 준비를 했다. 내 옆의 허공을 향해 두 팔을 벌려 무언가를 소개하는 제스처를 하자 그 판사 놈이 어리둥절해 하면서 두리번거리고 서 있는 모습이 갑자기 보였다.


시민들은 지금 보고 있는 장면을 믿을 수 없다는 듯 서로 얼굴들을 마주 봤다.


나는 말을 이어갔다.


“시민 여러분, 여러분은 지금 누구를 보고 있는지 아시겠습니까? 네, 바로 오늘의 참교육 주인공인 정현세 판사입니다. 큰 박수로 환영해 주십시오”


시민들은 열광했다. 그리고 ‘참교육, 참교육’을 연호했다.


“참교육 회초리를 때리기 전에 이놈의 변명을 먼저 들어보는 게 어떻습니까?”


나는 정현세에게 마이크를 들이댔다. 정현세 판사는 공포에 질려 온몸을 부들부들 떨 뿐 말을 하지 못했다. 나는 일문일답식으로 그놈의 생각을 끌어내기로 했다.


“정현세 판사, 지난번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는데 아직도 그때의 판단이 옳다고 생각합니까?”


수만 명의 대중이 쏟아내는 적의(敵意) 앞에 얼이 빠져 있지만 묻는 말에는 간신히 대답은 했다.


“아닙니다. 잘못했습니다.”


“그때는 왜 그런 결정을 했습니까?”


“제가 신성의 장학생이라는 사실이 알려질 것이 두려워 신성에 유리한 결정을 하고 말았습니다.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그렇다면 오늘 참교육 회초리를 맞을 준비는 돼 있습니까? 본인이 선택할 수 있습니다. 물론 본인이 맞지 않겠다고 하면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자, 어떻게 하겠습니까? 참교육 회초리를 맞겠습니까? 아니면 안 맞겠습니까?”


안 맞겠다고 하면 아마도 시민들에게 잡아먹힐 것 같은 예감에 회초리를 맞겠다고 서둘러 정답을 말했다.


“네, 기꺼이 맞겠습니다.”


시민들이 와! 하고 함성을 질렀다. 나는 인터뷰를 이어갔다.


“참교육 회초리를 맞는 이유는 뭡니까?”


“네, 내 몸에 고통을 줌으로써 그동안 저질렀던 잘못을 응징하고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나는 계기로 삼기 위해섭니다.”


“역시 공부 잘한 판사라서 그런지 말을 참 잘하는군요.”


시민들은 박수를 치면서 ‘참교육, 회초리, 참교육, 회초리’를 연호하기 시작했다. 내가 눈짓을 하자 판사는 알아서 무대 뒤를 향해 돌아섰다. 그리고 자신의 바짓가랑이를 스스로 걷어 올렸다.


나의 참교육 회초리가 허공에서 황금빛 원을 그리기 시작하자 시민들이 열광하기 시작했다. 저물어가는 서쪽 하늘의 노을과 회초리의 황금빛 원이 어우러져 신성한 제의를 행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시민들이 숨죽이고 주시하는 가운데 참교육 회초리는 혜성의 꼬리처럼 황금빛 줄기를 잔영으로 남기면서 허공을 자유자재로 날아다녔다.


휙휙 바람을 가르는 날카로운 소리에 판사 놈은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어댔다. 한순간 참교육 회초리가 허공에 정지하면서 호버링을 하기 시작했다.


부르르 떨며 정지해 있던 회초리가 판사의 종아리를 향해 내리꽂혔다. 회초리가 낭창거리며 종아리를 휘감더니 튕겨 나온다.


판사의 종아리에서 터져 나온 자디잔 핏방울들이 방울방울 줄기를 이루어 하늘로 날아오르다 사라진다.


두 대, 석 대가 끝날 때까지 시민들은 환영을 보는 듯 꿈을 꾸는 듯 무대 위의 퍼포먼스에 몰입됐다. 참교육 회초리질에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열광하며, 울분을 풀며 눈물을 흘렸다.


참교육이 끝나고 판사 놈의 모습이 갑자기 사라지자 시민들은 꿈을 꾸다 갑작스럽게 현실로 넘어온 것 같은 약간의 부자연스러움을 느꼈다.


참교육 회초리질이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안 되는 짧은 혼란을 겪은 것이다.


나는 판사 놈을 다시 제 방에 패대기쳐 놓았다. 온몸을 갈기갈기 찢는 듯한 날카로운 고통이 여전히 놈을 놓아주지 않고 있었다. 놈은 엉금엉금 기어서 책상에 가까스로 앉았다.


놈은 데스크탑을 재부팅했다. 작성하다 만 방송금지 가처분 본안 소송 판결문이 떴다. 판사 놈은 떨리는 손을 겨우 진정시키면서 판결문을 고쳐쓰기 시작했다.


한 줄 쓰고 고통으로 울다가 다시 한 줄을 써 내려가길 한 시간여, 마침내 판결문이 마무리됐다.


『상기와 같은 이유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주문, 방송금지신청은 이유 없으므로 기각한다.』


뒤집힌 판결에 따라 B채널은 단독 기사들을 다시 보도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에는 ‘사법부의 장학생들’을 집중보도하기 시작했다.


판사 놈은 물론 그의 동료 선후배 판사들이 대거 법복을 벗었다. 며칠 후 대법원장도 결국 ‘작금의 사태에 책임을 통감한다’며 자리에서 물러났다.


국민들의 열화와 같은 지지에 힘입어 박강림 경감의 특별수사본부는 수사에 박차를 가했다. 대통령도 코너에 몰려있는 마당이라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가 없어지자 경찰청장은 갑자기 대담해졌다.


“박강림 특별수사본부장은 지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철저히 수사하도록”


“넵, 명심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머시냐...”


“그건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잘 챙기고 있습니다”


경찰청장이 박본부장의 손을 꼭 잡았다. 눈을 맞추며 무언의 약속을 하는 듯도 했다. 자기 이름만 튀어나오지 않는다면 박강림 본부장은 승진과 보직이 보장되었다는 뜻이리라.


특별수사본부의 1호 소환대상은 당연히 이신성이었다.


경찰에 소환되기 전날 밤 이신성은 결국 나를 찾아왔다. 대문을 열어주자 이신성은 혼자서 뚜벅뚜벅 대문 안으로 들어왔다.


이신성은 마당에 서서 집 건물을 한참 동안 올려다보더니 조용히 꿇어앉았다.


모든 걸 내려놓은 것 같은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날 잡아먹든 말든 알아서 하라는 듯 온몸을 내맡기는 자포자기 심정이 읽혔다.


탐욕과 오만을 버린 것일까? 나는 알 수 없었다. 사람은 겉모습 보고 판단해서는 절대 안 되는 영물이니까.


난 그의 말을 들어보고 싶었다. 그러나 그의 앞에 나타나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집안에서 그에게 물었다. 멀리 떨어져 있지만 그의 귀에는 나의 말이 잘 들렸다.


“나를 찾아온 이유라도 있습니까?”


“도대체 당신은 누구십니까?”


“그게 왜 중요합니까?”


“나는 물론 대통령까지 무너뜨리고 있는데 궁금한 건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그건 당신과 대통령이 그만큼 나쁜 짓을 많이 했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나의 힘이 당신들을 능가해서가 아니라 당신들의 해악이 너무 심해 국민들에게 슬쩍 귀띔을 해줬을 뿐인데도 국민들이 도저히 참을 수 없어 거리로 나온 결과이죠.”


“당신은 사람입니까? 아니면 신입니까?”


“그것이 궁금하군요. 나는 사람이죠. 사람이지만 조금 특수한 능력을 가지고 있긴 하죠”


“B장은 어떻게 가져간 겁니까?”


“그건 말해 줄 수 없습니다.”


“저는 그것이 너무 궁금합니다. 그렇게 꽁꽁 숨겨놓은 물건을 도대체 무슨 신기한 방법으로 가져갔는지, 비록 나의 모든 것이 무너졌지만 그것만은 알고 싶은 심정입니다.”


“정 궁금하면 조금 보여줄 수는 있겠네요.”


나는 무릎을 꿇고 있는 그의 앞에 나의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바로 모습을 감췄다가 다시 모습을 보여줬다.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순간이동을 하는 나를 보고 이신성은 확실히 감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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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 40. 나의 비밀을 일부 공개하다 > 22.05.29 192 2 10쪽
40 < 39. 대통령은 이렇게 참교육을 받았다 > 22.05.28 199 2 10쪽
39 < 38. 시위대 앞에 나서다 > 22.05.28 191 1 10쪽
38 < 37. 시위의 시대 > 22.05.27 197 1 9쪽
37 < 36. 불독, 또 자객을 보내다 > 22.05.27 203 2 10쪽
36 < 35. 본캐는 대통령, 부캐는 납품업자 > 22.05.26 222 3 10쪽
35 < 34. 대통령 처남을 소환하다 > 22.05.26 211 2 10쪽
» < 33. 이신성, 무릎 꿇다 > 22.05.25 234 2 9쪽
33 < 32. 대통령의 두 얼굴 > 22.05.25 207 2 9쪽
32 < 31. 홍길동은 주사파다 > 22.05.24 212 2 10쪽
31 < 30. 현직 대통령을 정조준하다 > 22.05.24 212 2 9쪽
30 < 29. 지푸라기라도 잡거나 애걸을 하거나 > 22.05.23 216 1 10쪽
29 < 28. 지뢰가 터지고 있다 > 22.05.23 214 2 10쪽
28 < 27. 1조원 줄 테니 장부 내놔 > 22.05.22 220 2 10쪽
27 < 26. 비겁한 간부들 > 22.05.22 223 2 10쪽
26 < 25. 회사 속이기 작전 > 22.05.21 238 3 10쪽
25 < 24. 발등에 불이 떨어지다 > +1 22.05.21 248 3 10쪽
24 < 23. 신성에 포문을 열다 > +2 22.05.20 253 4 10쪽
23 < 22. 아차산그룹 결성 > +1 22.05.20 259 4 10쪽
22 < 21. 김연 기자의 작전계획 > +1 22.05.19 276 3 9쪽
21 < 20. 1조원을 요구하다 > +1 22.05.19 281 3 9쪽
20 < 19. 당황한 이회장 > +1 22.05.18 288 3 9쪽
19 < 18. 참교육의 후폭풍 > +1 22.05.18 288 4 10쪽
18 < 17. 이것이 참교육이다 > +1 22.05.17 295 4 10쪽
17 < 16. 불독, 자객을 보내다 > +1 22.05.17 286 3 10쪽
16 < 15. 구치소의 고문이 되다 > +1 22.05.16 299 3 10쪽
15 < 14. 판사를 참교육하다 > +1 22.05.16 304 3 10쪽
14 < 13. 이회장의 비밀 > +1 22.05.15 305 4 10쪽
13 < 12. 구속되다 > 22.05.15 314 3 10쪽
12 < 11. 박계장, 옳은 선택을 하다 > +1 22.05.14 333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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