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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쎄진 홍길동, 이번엔 안 봐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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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n
작품등록일 :
2022.05.11 13:48
최근연재일 :
2023.05.08 20:15
연재수 :
12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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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5
글자수 :
538,244

작성
22.05.2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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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0쪽

< 28. 지뢰가 터지고 있다 >

DUMMY

오만하던 이신성 회장은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걸 절감하기 시작했다. 우선 신성의 주가가 연일 곤두박질쳤다. 하한선인 –30%를 기록하는 날도 있었다. 이러다가 이신성 회장의 지분 가치는 3분의 1토막, 아니 5분의 1토막이 날 가능성이 높았다.


사실 주가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주가는 내렸다가 오를 수도 있으니까. 심각한 것은 신성 법무실의 보고였다.


[이 상황이 계속되면 국민정서를 중시하는 우리나라 관행상 회장님은 사법처리될 가능성이 높고 형량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등이 적용될 경우 최소 10년 이상의 중형이 예상된다]


“다시는 감옥에 갈 수 없어. 내 인생에서 가장 두려웠던 대목이 과거 감옥살이 경험이야. 그런데 홍길동 놈이 내가 천문학적인 금액을 제시했는데도 안 받아? 도대체 어떻게 된 놈이야?”


변덕이 죽 끓듯 하는 회장님의 성미를 오롯이 받아내야 하는 비서실장만 죽을 맛이었다.


나는 신성 측의 제안을 거부하는 대신 ‘내돈내산’ 전략을 펼쳐나갔다. 내 개인 명의와 내가 1대 주주로 올라선 샛별전자 명의로 시쳇말로 떡락하고 있는 신성의 주식을 매집했다.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현금성 자산이 10조 원 정도 되니 매수를 계속하면 5%도 안 되는 이신성 회장의 지분보다 많은 지분을 확보할 수 있었다.


미래 여행자인 나로서는 21세기 한국사회에서 돈을 모으는 것은 누워 떡 먹기와도 같으니 필요하면 얼마든지 현금을 추가로 만들어 낼 수 있기도 하다.


지금처럼 주식을 사들인다 해도 물론 신성그룹의 지주회사가 버티고 있어 신성전자의 최대 주주는 당장 될 수 없지만 내가 다른 주주들과 연합하면 신성전자는 이신성 개인이 좌지우지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전 언론이 피 냄새를 맡은 짐승들처럼 연일 이 회장과 B장 리스트를 향해 달려들면서 이신성 회장은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빠졌다. 청와대와 여당, 그리고 관료들도 신성과는 눈에 띄게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괘씸한 놈들, 돈 받아 처먹을 때는 간이라도 빼줄 듯이 알랑방귀를 뀌더니 내가 조금 위태로워 보이니까 혹시 나랑 친한 게 들킬까 봐 겁나나 보지?”


김연 기자는 이번에는 관료들의 뇌물수수에 포커스를 맞췄다. 세종 정부종합청사 기재부 앞에서 출근하는 장관을 기다렸다. 차에서 내려 계단으로 올라서던 기재부 장관은 김연 기자가 마이크를 들고 서성이는 걸 보고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는 듯 사색이 되었다.


방송사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어 겉으로는 태연함을 가장했지만 걸어가는 다리가 후들거리는 걸 어쩌지는 못했다. 김연 기자가 따라붙자 도망갈 수도 없어 로비를 가로질러 가면서 질문에 답을 했다.


“장관님, 이신성 회장하고 만난 적 있죠?”


“재계의 어른이신데... 그 분과 만나는 건 제 업무의 일환이겠죠?”


“그런데 무슨 업무이길래 장관님 관용차 트렁크에 20억 원을 실었을까요?”


“???... 아, 누구라고 했죠? B채널 기자라고 했죠? 방금 그 말 책임질 수 있어요? 근거 있냐고요?”


“그럼 이신성 회장이 거짓 일기를 썼다고 말씀하시는 건가요?”


기재부 장관은 답변을 안 하고 문이 열려있는 엘리베이터에 급하게 몸을 숨겼다.


청와대, 여당, 정부 순으로 박살이 나고 있는데도 검찰과 경찰은 여전히 납작 엎드려 눈알만 돌리고 있었다. 사안이 사안인지라 잘해야 본전, 자칫하면 박살이 날 게 뻔한 사건을 서로 맡지 않으려고 미루기 바빴다.


“신성 뇌물 사건을 수사 중인 모 검사(또는 모 경찰관)도 신성의 뇌물을 받은 것으로 확인돼 범인이 범인을 수사한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B채널에 이런 보도가 나오지 말란 법이 없어 서로 수사를 기피할 수도 있었다.


이쯤 되면 대통령이 나서서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철저한 수사를 약속할 때가 되었건만 청와대는 유구무언이었다. 야당만 연일 정부 여당을 향해 융단폭격을 퍼부었다.


“건국 이래 현 정부보다 부패한 정부 여당을 우리는 본 적이 없습니다. 국민 여러분 그렇지 않습니까?”


신성의 고민은 지금 김연 기자가 까고 있는 뇌물리스트가 아직도 한참 남았다는 데 있었다. 연일 이어지는 보도에 지친 신성 임직원들은 회장님이 쓸데없이 뭘 그런 비밀장부까지 만들었냐며 원망을 했다.


“아이 씨*, 쪽팔려 회사 못 다니겠어. 퇴근해서 애들 보기도 민망하고... 그런 이상한 회사에 왜 다니냐고 물어볼 것 같아 겁난다니깐...”


나는 신성 사옥의 회장실을 다시 한번 방문했다. 비서실장이 내가 나타난 걸 보고 반색을 했다. 이신성 회장은 내가 갑자기 나타나자 해결의 실마리라도 찾은 듯 잠깐 얼굴이 밝아졌다.


“어서 오시오. 홍길동씨, 아니지 샛별 최대주주라면서요? 그럼 회장이라고 불러드려야 하나? 그렇게 합시다. 홍회장.”


“아니요, 난 그저 최대주주일 뿐, 회장이 아닙니다. 그냥 전처럼 홍길동씨라고 불러주세요. 전 괜찮습니다.”


“아니, 그래도 그렇지. 나는 하여간 홍회장이라고 부를 테니 알아서 하세요. 홍회장”


“뭐, 오늘의 대화를 위해, 정 그러시다면 뭐...”


“그래 홍회장님, 오늘 어떻게 어려운 발걸음을 하셨소?”


“제안을 좀 하려고 왔는데... 한 번 들어보시겠습니까?”


“좋아요. 그래 지난번 1조 원이었으니까, 나 1조5천까지는 양보할 의사가 있어요. 음, 1조5천, 어때요? 마, 이만하면 서로 괜찮은 거 아니요? 우리 통 크게 여기서 이렇게 마무리합시다.”


역시 대한민국 최고 부자답게 통이 크긴 컸다. 어느 재벌 회장이 비밀장부 값으로 1조 5천억 원을 내놓겠는가? 그러나 뒤집어 생각해 보면 1조 5천억 원을 주고서라도 꼭 회수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고 보는 게 오히려 맞을 것이다.


나는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회장님, 저는 돈에 관심 없습니다. 그리고 지난번 비서실장을 통해 말씀드린 대로 세상에는 돈으로 해결 안 되는 일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그럼, 원하는 게 뭐요? 혹시 돈 액수가 작아서 그런 거요?”


“회장님, 아니라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참 이상한 젊은 양반일세, 자, 그럼 뭘 제안하겠다는 건지 한 번 들어봅시다.”


“네. 고맙습니다.”


나는 비서실장과 이신성 회장을 번갈아 한 번씩 보면서 포즈를 두었다.


“회장님, 국민 앞에 한 번 서십시오.”


“그게 무슨 말이요?”


“예, 국민 앞에 사실을 인정하시고 벌을 달게 받겠다, 그리고 재산의 절반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말씀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뭐라고?”


별안간 이신성 회장이 고함을 질렀다. 나는 그의 반응을 어느 정도 예상했기에 조용히 그를 응시했다. 그의 얼굴이, 그의 목덜미가 검붉게 물들어갔다. 서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를 향해 주먹을 뻗어왔다. 나는 앉은 채 살짝 피했다. 이 회장이 중심을 잃고 휘청했다. 비서실장이 놀라 이회장을 부축했다. 이회장은 충혈된 눈으로 나를 내려다보며 고래고래 악담을 퍼붓기 시작했다


“야 새끼야, 뭐라고? 죄를 인정해? 벌을 받으라고? 네가 뭔데 감히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야? 게다가 전 재산의 반을 사회에 내놓으라고? 야 자식아, 내가 내 재산을 나이롱뽕 해서 딴 줄 아냐?”


“그럴 리가 있습니까?”


“아니면...응? 내가 이놈 저놈한테 굽신거려가며 회사 세우고 피땀 흘려 키워온 내 자식보다 소중한 회산데, 응? 그걸 반으로 툭 잘라 ‘여깄습니다, 국민 여러분, 나눠 드십시오’하고 내놓으라고? 너 이 새끼, 너 어떻게 된 놈 아니야? 하, 참, 미치겠네.”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습니다. 고정하시죠”


“하, 이놈 말하는 거 봐라. 고정? 너 같으면 고정하겠니? 응? 야, 비서실장아, 이놈 꼬라지 보기 싫으니까 빨리 쫓아내라.”


비서실장은 이미 안전요원들을 대기시켜 놓고 있었다. 그러나 비서실장도 알다시피 안전요원 같은 게 통하지 않는 나, 홍길동 아닌가? 비서실장이 난감해 했다. 나는 아직도 씩씩대며 맞은편에 서 있는 이 회장에게 말했다.


“그러고 서 계시지 말고 이제 좀 앉으시죠, 회장님?”


이 회장은 안 앉을 수도 없는 상황임을 파악하고 원래 자리에 다시 앉았다.


“회장님, 너무 욕심을 부리시다간 절반이 아니라 통째로 빼앗길 수도 있습니다. 저는 연세를 봐서, 그리고 어쨌든 한국경제에 기여한 공도 있으시니까 그런 제안을 드렸던 겁니다. 정 원치 않으시면 저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이신성 회장은 나의 마지막 제안을 거절했다. 나도 계속 설득할 이유가 없었다. ‘그럼 안녕히 계시라’고 인사를 하고 회장실을 나섰다. 이신성 회장이 내 뒤통수에 대고 경고를 했다.


“야, 이 자식아, 하룻강아지 같은 놈아. 내가 이대로 무너질 것 같니? 인간 이신성이 그 정도로밖에 안 보였니? 내가 너를 어떤 식으로 짓밟는지 조만간 알게 해줄 테니 기다려라.”


나는 방문을 나가기 전 몸을 돌려 다시 한번 이 회장을 바라봤다. 숨이 차는지 탁자에 양손을 짚고 씩씩거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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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쎄진 홍길동, 이번엔 안 봐줌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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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 40. 나의 비밀을 일부 공개하다 > 22.05.29 192 2 10쪽
40 < 39. 대통령은 이렇게 참교육을 받았다 > 22.05.28 199 2 10쪽
39 < 38. 시위대 앞에 나서다 > 22.05.28 191 1 10쪽
38 < 37. 시위의 시대 > 22.05.27 198 1 9쪽
37 < 36. 불독, 또 자객을 보내다 > 22.05.27 204 2 10쪽
36 < 35. 본캐는 대통령, 부캐는 납품업자 > 22.05.26 223 3 10쪽
35 < 34. 대통령 처남을 소환하다 > 22.05.26 212 2 10쪽
34 < 33. 이신성, 무릎 꿇다 > 22.05.25 234 2 9쪽
33 < 32. 대통령의 두 얼굴 > 22.05.25 207 2 9쪽
32 < 31. 홍길동은 주사파다 > 22.05.24 212 2 10쪽
31 < 30. 현직 대통령을 정조준하다 > 22.05.24 212 2 9쪽
30 < 29. 지푸라기라도 잡거나 애걸을 하거나 > 22.05.23 217 1 10쪽
» < 28. 지뢰가 터지고 있다 > 22.05.23 215 2 10쪽
28 < 27. 1조원 줄 테니 장부 내놔 > 22.05.22 220 2 10쪽
27 < 26. 비겁한 간부들 > 22.05.22 223 2 10쪽
26 < 25. 회사 속이기 작전 > 22.05.21 238 3 10쪽
25 < 24. 발등에 불이 떨어지다 > +1 22.05.21 248 3 10쪽
24 < 23. 신성에 포문을 열다 > +2 22.05.20 253 4 10쪽
23 < 22. 아차산그룹 결성 > +1 22.05.20 259 4 10쪽
22 < 21. 김연 기자의 작전계획 > +1 22.05.19 276 3 9쪽
21 < 20. 1조원을 요구하다 > +1 22.05.19 281 3 9쪽
20 < 19. 당황한 이회장 > +1 22.05.18 288 3 9쪽
19 < 18. 참교육의 후폭풍 > +1 22.05.18 288 4 10쪽
18 < 17. 이것이 참교육이다 > +1 22.05.17 295 4 10쪽
17 < 16. 불독, 자객을 보내다 > +1 22.05.17 287 3 10쪽
16 < 15. 구치소의 고문이 되다 > +1 22.05.16 299 3 10쪽
15 < 14. 판사를 참교육하다 > +1 22.05.16 305 3 10쪽
14 < 13. 이회장의 비밀 > +1 22.05.15 305 4 10쪽
13 < 12. 구속되다 > 22.05.15 314 3 10쪽
12 < 11. 박계장, 옳은 선택을 하다 > +1 22.05.14 334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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