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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n 님의 서재입니다.

더 쎄진 홍길동, 이번엔 안 봐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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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n
작품등록일 :
2022.05.11 13:48
최근연재일 :
2023.05.08 20:15
연재수 :
12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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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38,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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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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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
추천
3
글자
10쪽

< 14. 판사를 참교육하다 >

DUMMY

나는 투명 모드를 유지한 채 이 회장의 뒤를 따라 비밀의 방으로 들어갔다. 대략 가로세로 10 미터 정도 되는 큰 방에 불이 켜지자 일견 무미건조한 방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4면의 벽을 따라 서가 같은 선반들이 설치되어 있고 그 선반들에는 각종 귀중품과 서류 등이 들어있을 상자들이 가지런히 정돈돼 있었다. 가장 깊숙한 벽면의 한가운데에 내가 찾아 헤매던 바로 그 금고가 위용을 뽐내며 서 있었다.


어른 키보다 더 큰 금고는 이 회장이 비밀번호를 누르자 부드럽게 열렸다.


이신성 회장은 열린 금고에서 두툼한 치부책(置簿冊)을 끄집어냈다. 방 한가운데에 있는 책상에 앉아 치부책을 펼쳤다. 나는 그의 등 뒤에 서서 그가 펼치는 치부책을 함께 들여다 봤다.


맞다, 바로 B장이었다.


뇌물을 제공한 사람과 금액 등이 날짜순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었다. 비고란에는 돈을 수수한 장소나 대가관계, 심부름한 사람의 이름으로 보이는 메모들이 깨알 같은 손글씨로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뇌물을 받은 사람들의 명단에는 알만한 고관대작들의 이름들이 즐비했다.


이회장은 만년필을 들어 명단을 추가하려 했다. 나는 숨죽여 지켜봤다. 검찰이나 법원의 고위 인사들의 이름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이회장은 ㅇㅇ일보 김ㅇㅇ회장, ㅇㅇ신문 오ㅇㅇ편집인, ㅇㅇTV 김ㅇㅇ사장 등의 이름을 하나하나 적어갔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꺼낸 메모지를 참고해 돈 액수와 수수장소, 심부름꾼의 이름, 수수이유 등을 꼼꼼하게 정리했다.


아! 나는 감탄했다. 재벌 회장이라고 하면 글로벌한 비전을 가지고 세계시장을 무대로 자사 제품의 점유율을 올리기 위해 수십만 명의 직원을 진두지휘하는 비즈니스 전쟁의 사령관을 연상했지만 내가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한 재벌 회장의 모습은 그와는 너무 달랐다.


힘깨나 쓰는 사람들의 입에 뇌물이라는 재갈을 물려 재벌이 무슨 짓을 벌이든 군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단속하는 것 또한 재벌 회장의 중요한 업무 중의 하나인 걸 확인한 것이다.


이신성 회장은 만년필의 뚜껑을 닫고 치부책도 덮었다. 치부책을 들고 다시 금고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나는 이신성 회장이 치부책을 금고에 안전하게 보관한 다음 서재로 완전히 올라간 것을 확인하고 아까 봐두었던 비밀번호로 금고를 다시 열었다.


이회장의 생명줄이라 할 치부책을 챙겨 들고 이신성 회장의 저택을 조용히 빠져 나왔다.


나에 대한 재판은 속전속결로 진행이 되었다. 판사는 도대체 내가 왜 불독과 최서장에게 참교육을 시켰는지 전혀 관심이 없었다.


관심은 오로지 내가 놈들을 회초리라는 흉기(?)로 무자비하게 폭행했고 그 폭행의 결과인 종아리에 새겨진 회초리 자국을 ‘홍길동tv’에 올린 사실뿐이었다.


애초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은 나는 왜 그런 ‘폭행’이 일어났는지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피해자들’을 증인으로 소환해 심문할 필요가 있다고 호소했지만 판사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피해자들이 법정에 나타나는 순간 재판의 스포트라이트는 피고인 내가 아니라 피해자들에게 비춰질 게 뻔했으니까...


이런 판사를 나는 그대로 둘 수는 없었다. 재판이 끝나고 나는 조용히 판사실을 방문했다. 조금 전 재판정에서 봤던 피고가 구치소에 가지 않고 자기 방에 나타난 걸 보고 그는 영문을 몰라 했다.


나는 웃으면서 그에게 다가갔다. 그는 회전의자를 뒤로 밀면서 나와의 간격을 유지하려 애썼다. 나는 그러거나 말거나 뚜벅뚜벅 발걸음을 계속 옮겼다. 막다른 코너에 몰린 그가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도, 도대체, 도대체... 너 너...”


“그래 나, 홍길동이야. 판사님.”


“원하는 게 뭐야? 소리친다?”


“그러든지...”


놈이 소리를 지르려고 입을 열려고 하는 순간 나는 회초리를 공중에 띄웠다. 나의 황금빛 참교육 회초리는 하늘에서 쌩~쌩~ 소리를 내면서 원을 몇 차례 그리더니 놈의 책상 위에 떨어진다. 서슬에 책상이 정확히 두 동강이 났다.


넋이 나간 놈은 입을 벌렸으나 목소리는 만들지 못했다. 나는 손을 내리뻗어 판사의 멱살을 잡아 일으켜 세웠다. 얼이 빠진 판사는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도 모른 채 종아리를 걷으라는 나의 지시를 순순히 따랐다.


“니 친구들도 석 대씩 맞았으니 너도 오늘 석 대만 맞아라.”


“...?”


판사는 눈만 끔뻑거렸다. 나는 놈의 친구들에게 휘둘렀던 그대로 회초리질을 시작했다. 평생 매라곤 맞아본 적이 없는 범생이였을 것이 분명한 판사는 신세계(?)를 경험했다. 첫 번째 회초리에 바닥을 뒹굴며 살려달라고 애걸복걸했다.


“이것은 약자의 심정을 이해하라고 때린 참교육 회초리야.”


“살려주세요. 잘못했습니다.”


“무엇을 잘못했는지 나에게 설명해 봐”


“네, 공정한 재판을 하지 못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네, 피고의 방어권 행사를 방해했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너 인마, 신성전자 쪽 사람들 만났잖아?”


“네, 그걸 어떻게...?”


“만났어, 안 만났어?”


“만났습니다.”


“얼마 받았어?”


“얼마 받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얼마?”


“근데 그건 이번 재판 때문에 받은 게 아니고...”


“알아, 네가 신성전자의 장학생이라는 거. 그러니까 장학금 얼마 받았냐고 이번에?”


“네, 장학금 천만 원 받았습니다. 그냥 우리 회식비로 받은 거에 불과합니다. 대가성은 없었습니다”


“너는 피고가 재판에서 그렇게 변명하면 인정해 줘? 일리 있다고?”


“...”


아무말 못하고 짐짓 애처로운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는 판사를 나는 한참 동안 지긋이 내려다 봤다. 스스로 깨달았으리라. 내로남불의 의미를.


“한 대 더 맞자.”


완전히 기가 눌린 판사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엉금엉금 기어 회초리 맞을 장소로 이동했다. 낮게 흐느끼면서 풀어진 바짓단을 다시 말아 올렸다. 계급장 하나가 새겨진 종아리가 바짓단에 스치자 칼로 베는 아픔에 소스라쳤다.


회초리를 높이 치켜들었다. 황금빛 참교육 회초리는 비명 같은 소리를 내며 놈의 하얀색 종아리에 다시 한번 깊숙이 박혔다가 튕겨 나왔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에 미세한 살점과 핏방울이 이슬방울처럼 흩뿌려지는 게 세세하게 보였다.


양쪽 종아리에서는 피를 머금은 두 줄씩의 회초리 자국이 순식간에 부풀어 올랐다. 판사는 온몸에 힘이 빠진 듯 제자리에 풀썩 무너져 내렸다. 잠시 기절한 것 같았다. 나는 판사의 뺨을 때려 정신을 차리게 했다. 눈을 간신히 떴다.


“한 대 마저 맞아야지. 입만 나불나불 살았지 이렇게 강단이 없어서야...”


판사는 자존심은 있는지 이를 악물고 일어났다. 다시 종아리를 걷었다. 나는 판사가 종아리 한 대 맞는 건 그동안 저질러왔을 사법 농단에 비하면 새 발의 피라고 생각했다. 나는 육군 상병 계급장의 간격이 고르게 새겨지도록 마지막 자국을 남겼다.


판사는 무감각해진 것 같았다. 그러나 몸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우리우리한 고통을 참을 수는 없었다. 죽어가는 짐승에게서나 나올 법한 신음소리와 함께 판사는 사무실 바닥에 사지를 쭉 뻗었다.


나는 사무실 구석에 설치했던 디지털카메라를 수거했다. 참교육 현장이 잘 담겼는지 확인했다. 이상 없이 녹화가 잘 되어있었다. 나는 카메라를 들고 신음 중인 판사 곁으로 다가갔다. 판사 눈앞에 카메라의 동영상을 들이댔다.


“야, 이것 좀 봐라. 녹화 잘 됐다.”


판사는 정신을 겨우 수습하고 내가 들이미는 동영상에 눈길을 주었다. 판사는 고통 속에서도 허걱! 놀란다.


“으으으... 안 돼. 이것만은...”


“왜? 부끄러워서? 너도 부끄러운 줄은 아나 보지?”


“제발, 제발...”


“너는 불쌍한 피고인들 엄벌에 처하기는 좋아하면서 그 잣대를 본인에게 들이대기는 싫어?”


“이건 그것 하고...”


“달라? 아니야, 내가 볼 때 이게 그것보다 죄질이 더 나빠.”


“그래서... 그래서, 어쩔 건데...?”


참교육을 하다 보면 이렇게 피교육생이 대드는 단계가 있다.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문다고나 할까?


“두고 보면 알아. 니가 희생해서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더 좋은 세상에 살게 된다면 니가 나에게 이렇게 참교육을 받은 보람이 있지 않겠냐?”


나는 회초리를 맞은 신체적 충격에다 참교육 동영상을 본 정신적 충격까지 겹쳐 기진맥진한 놈의 방을 조용히 빠져 나와 구치소로 돌아갔다.


구치소에는 나의 분신이 코를 골며 잠을 자고 있었다. 분신의 몸과 나의 육신이 오버랩하듯 합일(合一)을 완료해 다시 잠을 청하고 있는데 주위가 수런거리기 시작했다.


어떤 놈이 나에게 툭툭 발길질을 하면서 일어나라고 재촉했다. 콧구멍 만한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달빛에 의지해 곁눈질을 해보니 미결수 10여 명이 한쪽 벽에 등을 붙이고 나란히 앉아있는 것이 보였다.


대충 짐작이 갔다. 방장이라는 놈이 오늘도 군기를 잡는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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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쎄진 홍길동, 이번엔 안 봐줌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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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 40. 나의 비밀을 일부 공개하다 > 22.05.29 192 2 10쪽
40 < 39. 대통령은 이렇게 참교육을 받았다 > 22.05.28 199 2 10쪽
39 < 38. 시위대 앞에 나서다 > 22.05.28 191 1 10쪽
38 < 37. 시위의 시대 > 22.05.27 198 1 9쪽
37 < 36. 불독, 또 자객을 보내다 > 22.05.27 204 2 10쪽
36 < 35. 본캐는 대통령, 부캐는 납품업자 > 22.05.26 223 3 10쪽
35 < 34. 대통령 처남을 소환하다 > 22.05.26 212 2 10쪽
34 < 33. 이신성, 무릎 꿇다 > 22.05.25 234 2 9쪽
33 < 32. 대통령의 두 얼굴 > 22.05.25 207 2 9쪽
32 < 31. 홍길동은 주사파다 > 22.05.24 212 2 10쪽
31 < 30. 현직 대통령을 정조준하다 > 22.05.24 212 2 9쪽
30 < 29. 지푸라기라도 잡거나 애걸을 하거나 > 22.05.23 217 1 10쪽
29 < 28. 지뢰가 터지고 있다 > 22.05.23 214 2 10쪽
28 < 27. 1조원 줄 테니 장부 내놔 > 22.05.22 220 2 10쪽
27 < 26. 비겁한 간부들 > 22.05.22 223 2 10쪽
26 < 25. 회사 속이기 작전 > 22.05.21 238 3 10쪽
25 < 24. 발등에 불이 떨어지다 > +1 22.05.21 248 3 10쪽
24 < 23. 신성에 포문을 열다 > +2 22.05.20 253 4 10쪽
23 < 22. 아차산그룹 결성 > +1 22.05.20 259 4 10쪽
22 < 21. 김연 기자의 작전계획 > +1 22.05.19 276 3 9쪽
21 < 20. 1조원을 요구하다 > +1 22.05.19 281 3 9쪽
20 < 19. 당황한 이회장 > +1 22.05.18 288 3 9쪽
19 < 18. 참교육의 후폭풍 > +1 22.05.18 288 4 10쪽
18 < 17. 이것이 참교육이다 > +1 22.05.17 295 4 10쪽
17 < 16. 불독, 자객을 보내다 > +1 22.05.17 287 3 10쪽
16 < 15. 구치소의 고문이 되다 > +1 22.05.16 299 3 10쪽
» < 14. 판사를 참교육하다 > +1 22.05.16 305 3 10쪽
14 < 13. 이회장의 비밀 > +1 22.05.15 305 4 10쪽
13 < 12. 구속되다 > 22.05.15 314 3 10쪽
12 < 11. 박계장, 옳은 선택을 하다 > +1 22.05.14 333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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