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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n 님의 서재입니다.

더 쎄진 홍길동, 이번엔 안 봐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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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n
작품등록일 :
2022.05.11 13:48
최근연재일 :
2023.05.08 20:15
연재수 :
128 회
조회수 :
21,851
추천수 :
405
글자수 :
538,244

작성
22.05.2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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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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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 29. 지푸라기라도 잡거나 애걸을 하거나 >

DUMMY

신성으로부터 한 번이라도 돈을 받았거나 특혜를 받은 소위 잘 나가는 사람들은 좌불안석이었다. 기사에 자기 이름이 거명되는 순간 수십 년 쌓아왔던 공든 탑이 와르르 무너질 수 있어 B장에 자신의 이름이 포함돼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 혈안이 되었다.


경찰 수뇌부에서는 B장을 제보받은 박강림 경감이 뭔가 자세한 내용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경찰청장은 박경감을 이리 구슬리고 저리 떠보았다.


“정 그렇게 청장님이 원하시면 청장님 성함이 들어가 있는지는 파악해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 그래? 그렇단 말이지?”


“대신 제가 이 건(件) 수사를 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아, 그래? 그럼 그러지. 좋아. 그렇게 하라고”


경찰청장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다. 박경감이 자신의 이름 하나는 기자들에게 드러나지 않게 처리해 줄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경찰청장은 박강림 경감에게 청장 직속의 특별수사본부를 꾸려줬다. 청장은 자기가 직접 지휘하고 보고를 받아야 수사 기밀이 다른 데로 새지 않아 안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박본부장, 똑똑하고 눈치 빠르고 출세욕 있는 전국의 형사들 다 모으라고. 마음껏 수사하란 말이야. 그리고 겸해서 이번 기회에 수사권조정 때 경찰 무시하던 검사놈들 아작을 내놓자고. 알아들었어?”


B채널의 보도가 한풀 꺾일 때쯤이면 국민들의 시선은 바야흐로 문제의 인사들을 사법처리할 경찰의 특별수사본부에 쏠릴 것이었다.


김연 기자의 다음 목표는 권력기관이었다. 우리나라의 권력기관이라고 하면 검찰, 경찰, 법원, 국세청, 금감원, 국정원 등을 일컫는데 B장을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사업하기가 참 어렵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사업할 시간도 부족할 텐데 권력 기관들의 힘 있는 놈들에게 일일이 뇌물을 갖다 바치느라 참 힘들었겠다는 짠한 생각마저 든다.


이 나라의 힘 있는 놈들은 나라의 자원을 한 곳으로 몰아주어 특정 기업을 살찌워 놓고 서로 모여앉아 그 기업을 뜯어먹으며 살아 왔던 것이다.


“기업도 좋고 힘 있는 놈들도 좋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세련된 말로 윈-윈하는 견고한 시스템을 만들었구만... 그리고 이 구조를 자식들에게까지 물려주고 말이야... 대단하다, 대단해”


이른바 상층부 사람들의 물욕과 자식 사랑은 실로 경탄할 만했다.


이제 김연 기자의 취재는 소속 회사에서 ‘하라’, ‘하지 마라’, 할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섰다. 국민적인 관심사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김연 기자와 시경 캡의 어깨는 무거워졌다.


여성인 김기자는 마음고생도 심했다. 격려와 응원의 댓글이 99%이긴 했지만 종종 김연 기자를 음해하는 댓글들이 김기자의 마음에 상처를 주기도 했다. 급기야 요즘은 협박 전화까지 오기 시작했다.


처음 협박 전화는 이 사건과는 무관하게 야동의 오디오를 들려준다든가 아무 말도 안 하고 몇 분이고 전화를 끊지 않고 있다든가 하는 식이었는데 점점 강도가 세어지고 있었다.


‘니 배때기는 칼이 안 들어가냐?’

‘니 부모님은 건강하냐?’

‘남의 눈에 피눈물 흘리게 해놓고 너는 두 발 뻗고 잠이 오냐? 독한 년...’

‘이런 식으로 계속하면 쥐도 새도 모르게 죽는 수가 있다’


나와 박경감은 전 국민이 주시하고 있는 김연 기자에게 테러를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은 하면서도 그래도 사람 일을 어찌 알겠는가? 김연 기자에게 보디가드를 붙여주기로 했다.


최근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난 나의 구치소 시절, 방장 노릇을 했던 김영철을 불러들였다.


“저도 이런 국가적인 큰일에 참여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행님”


‘행님’하면서 나에게 허리를 90도로 꺾었다. 나는 기겁을 하며 그러지 말라고 했다.


“알겠습니다, 행님”


“그놈의 ‘행님’ 소리 하지 말라니까”


“아, 알겠습니다, 행...”


“앞으로 한 번만 더 행님하면서 허리 꺾으면 다시는 안 봅니다. 예?”


“알겠습니다”


이날부터 김영철은 김연 기자의 보디가드 일을 시작했다.


김연 기자와 이용준 시경 캡의 기사는 거침없이 권력 기관들을 훑고 있었다. 권력기관 실세들 중 일부는 보도가 되자 바로 간단한 입장문을 발표하고 자리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그나마 양심이 조금 살아있는 족속들이었다. 그러나 대부분은 ‘나 혼자 먹은 건 아니잖느냐?’며 자리에 버티고 있었다.


나는 시간 여행자로서 지금, 대한민국에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썩어있는 사회를 조금이라도 정화할 수 있다면 내가 지금, 여기에 온 보람이 조금이나마 있다고 생각했다.


도대체 인간사회는 왜 약육강식과 불공정, 부패, 패거리 문화가 사라지지 않는 것일까? 21세기 대한민국 사회는 내가 일찍이 한번 다녀왔던 조선시대와 비교해 본질적인 면에서 진보가 전혀 없었다.


신이 세상을 만들면서 실수를 한 걸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오랜만에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휴대폰의 진동 소리가 들렸다.


뜻밖에 나에게 참교육을 받고 나를 무죄 방면해 준 판사 녀석이었다. 나와의 각별한 인연 때문에 B장 사건의 배후에 내가 있는 걸 능히 짐작했을 것이다. 놈도 요즘 돌아가는 상황 때문에 밤잠을 못 자고 있었나 보다.


장문의 이메일을 보내왔다.


『존경하는 홍길동님. 김정호 판사입니다. 홍길동님 그동안 평안히 잘 지내셨는지요. 저는 덕택에 그동안의 잘못을 반성하고 올바른 판사로 거듭나기 위해 매사에 조심하고 법에 따른 올바른 판결을 내리려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갑자기 연락을 드린 것은 다름이 아니옵고 최근 B채널을 비롯한 언론에서 연일 보도하고 있는 신성 B장 사건에 대해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어서입니다.


부디 오해는 말아주시고 저의 사정을 조금 혜량하시어 보도에 반영이 될 수 있게 해주시면 이 은혜 백골난망으로 꼭 갚도록 하겠습니다. 제 사정이란....................』


너무 길어 옮기기도 힘든 김판사의 편지를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았다.


『판사에 임용돼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까불던 시절, 선배들과 함께 술집에 가서 술을 얻어 마셨고 그때는 잘 몰랐지만 그 술값을 신성에서 내주었다,


그걸 알게 된 것은 자기가 생각해도 그 비싼 술값을 아무리 선배라고는 해도 매번 감당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아 물어보게 되었고 그 선배가 넌지시 말해 주어 알게 되었다,


그러고서도 그런 술자리에 계속 따라다니게 되었고 어느덧 도덕감각이 마비돼 신성이 판사인 자기에게 그 정도 술값 내주는 건 별문제가 없는 걸로 생각이 되었고 나중에는 당연하다고 생각이 될 정도로 일상이 되어 버렸다,


급기야 명절이 되면 신성에서 보내오는 비싼 선물도 당연한 걸로 받아들이게 되었고 돈을 받는 것에 대해서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게 되었다. 신성으로부터는 돈을 받아도 사고(?)가 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작용하기도 했다.


지금은 홍길동님 덕분에 그런 과거를 깨끗이 청산하고 정의로운 판사가 되려고 정말 노력하고 있다. 그러니 이번 B장 태풍을 피할 수 있도록 홍길동님이 은혜를 베풀어주시길 앙망한다』


공부 잘하는 판사라 그런지 편지글도 장문에 미문으로 잘 썼다. 나는 그런 형식보다는 이놈의 말에 진정성이 있는지, 이놈이 정말 반성하고 새사람으로 태어나려고 하는지에 관심이 갔다.


다 아는 일이지만 말만 번지르하고 속은 시커먼 놈들이 너무 많지 않은가? 이번 B장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놈들이 그 대표 선수들 아닌가?


나는 이놈, 김정호 판사를 믿어보기로 했다. 만약 또다시 허튼짓을 했다간 그때는 내가 다시는 판사질이든 변호사질이든 못하게 하면 그만이라 일단 믿어보기로 한 것이다.


나는 김연 기자에게 말해 신성 장학생 명단을 보도할 때 김정호 판사를 대표 선수로 앞세우지 않아 줄 수 있는지 물었다.


“김정호 판사는 선수급에도 못 끼잖아요. 피라미죠 피라미. 만약 김정호 급까지 청소를 해야 한다면 법원은 판사 부족으로 재판 기능이 마비될 텐데요?”


기사가 기사인 만큼 B채널에서는 요새 전 보도국이 달라붙어 B장 사건을 취재 보도하는 모양이었다. 김연 기자가 당일 보도 대상으로 추려낸 사람들을 상대로 일일이 팩트 체크를 하고 또 각계의 반응을 전달하기에도 보도국 기자들은 힘이 부칠 정도였다.


전국의 언론들은 매일 저녁 B채널에서 무슨 보도를 하는지 모니터하느라 메인뉴스가 끝날 때까지 퇴근을 못하고 지켜봐야 했다.


경쟁사들 입장에서는 더럽고 아니꼬운 일이지만 B장을 갖고 있지 않은 이상 일단 B채널의 보도를 인용할 수밖에 없었고 이를 근거로 당사자의 반응 등을 추가로 취재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언제나 B채널보다 한발 늦은 보도를 내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러다가도 간혹 특종을 건져 올리기도 했다.


뇌물을 받은 인사 주변을 취재하다 신성만이 아니라 다른 대기업도 입찰 부정을 저질렀다든지 또는 불행한 일이지만 뇌물 받은 사실이 폭로된 고위 공무원이 자살을 시도해 병원에 실려 갔다는 등의 잔잔한 단독기사들을 건지기도 했다.


나는 이신성 회장이 나에게 말한 것처럼 신성이 이대로 앉아서 죽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본인이 작성한 비밀 장부를 가지고 보도를 하는 데야 천하의 이신성도 마땅한 반격 카드를 마련하기 쉽지 않은지 아직까지는 조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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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쎄진 홍길동, 이번엔 안 봐줌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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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 40. 나의 비밀을 일부 공개하다 > 22.05.29 192 2 10쪽
40 < 39. 대통령은 이렇게 참교육을 받았다 > 22.05.28 199 2 10쪽
39 < 38. 시위대 앞에 나서다 > 22.05.28 191 1 10쪽
38 < 37. 시위의 시대 > 22.05.27 198 1 9쪽
37 < 36. 불독, 또 자객을 보내다 > 22.05.27 203 2 10쪽
36 < 35. 본캐는 대통령, 부캐는 납품업자 > 22.05.26 223 3 10쪽
35 < 34. 대통령 처남을 소환하다 > 22.05.26 212 2 10쪽
34 < 33. 이신성, 무릎 꿇다 > 22.05.25 234 2 9쪽
33 < 32. 대통령의 두 얼굴 > 22.05.25 207 2 9쪽
32 < 31. 홍길동은 주사파다 > 22.05.24 212 2 10쪽
31 < 30. 현직 대통령을 정조준하다 > 22.05.24 212 2 9쪽
» < 29. 지푸라기라도 잡거나 애걸을 하거나 > 22.05.23 217 1 10쪽
29 < 28. 지뢰가 터지고 있다 > 22.05.23 214 2 10쪽
28 < 27. 1조원 줄 테니 장부 내놔 > 22.05.22 220 2 10쪽
27 < 26. 비겁한 간부들 > 22.05.22 223 2 10쪽
26 < 25. 회사 속이기 작전 > 22.05.21 238 3 10쪽
25 < 24. 발등에 불이 떨어지다 > +1 22.05.21 248 3 10쪽
24 < 23. 신성에 포문을 열다 > +2 22.05.20 253 4 10쪽
23 < 22. 아차산그룹 결성 > +1 22.05.20 259 4 10쪽
22 < 21. 김연 기자의 작전계획 > +1 22.05.19 276 3 9쪽
21 < 20. 1조원을 요구하다 > +1 22.05.19 281 3 9쪽
20 < 19. 당황한 이회장 > +1 22.05.18 288 3 9쪽
19 < 18. 참교육의 후폭풍 > +1 22.05.18 288 4 10쪽
18 < 17. 이것이 참교육이다 > +1 22.05.17 295 4 10쪽
17 < 16. 불독, 자객을 보내다 > +1 22.05.17 287 3 10쪽
16 < 15. 구치소의 고문이 되다 > +1 22.05.16 299 3 10쪽
15 < 14. 판사를 참교육하다 > +1 22.05.16 304 3 10쪽
14 < 13. 이회장의 비밀 > +1 22.05.15 305 4 10쪽
13 < 12. 구속되다 > 22.05.15 314 3 10쪽
12 < 11. 박계장, 옳은 선택을 하다 > +1 22.05.14 333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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