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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n 님의 서재입니다.

더 쎄진 홍길동, 이번엔 안 봐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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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n
작품등록일 :
2022.05.11 13:48
최근연재일 :
2023.05.08 20:15
연재수 :
128 회
조회수 :
21,881
추천수 :
405
글자수 :
538,244

작성
22.05.22 12:05
조회
220
추천
2
글자
10쪽

< 27. 1조원 줄 테니 장부 내놔 >

DUMMY

나와 박경감도 노는 입에 염불하는 셈 치고 시청자 게시판에 댓글을 달았다.


『청와대 뇌물 준 거 나왔다는 소문이 파다한데, 진실이 무엇인가요?』

『청와대 경제수석이 뇌물 받았다면서?』


나와 박경감의 댓글에 대댓글들이 붙기 시작했다.


『만약 사실이면 B채널은 x 잡고 반성해야 할 듯』

『시청거부 운동하기 전에 좋은 말 할 때 정신 차려라』

『만약 청와대 경제수석 수뢰설이 사실이 아니면 B채널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히든지...』

『그런데 얼마를 받았다는 겨?』

『B장 증거를 갖고 있으면서도 안 쓰면 시너통 갖고 상경한다, x발』


B채널과 타 언론사들은 침묵을 지키고 있지만 국민들은 그 침묵들을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B채널 간부들은 갈수록 궁지에 몰리고 있었다. 국민들의 관심이 날이 갈수록 증폭되는 걸 보고 있던 신문사 한 곳에서 B채널의 속사정을 기사화하기에 이르렀다.


『신성 그룹 이신성 회장의 이른바 B장 사건이 갈수록 의혹을 키우고 있다. 지난 8일 B채널이, 도난당했다는 이신성 회장의 자필 비밀 장부를 공개한 이후 국민들은 그 내용이 공개되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오늘까지 B채널은 후속 보도를 내놓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언론계 안팎에는 B채널의 김모 기자가 B장의 복사본을 회사에 제출하고 후속 보도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한 실정이다.


이에 대해 B채널은 확인도 부인도 안 하고 있다. 시청자들은 B채널이 정경유착의 증거를 갖고도 보도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은 국민과 역사에 대한 배신행위라며 강력히 성토하고 있다...』


B장 사건에 대한 관심이 이처럼 확산하면서 이제 국민들은 B채널의 결정만을 주시하는 상황이 되었다. B채널이 끝내 보도를 하지 않을 경우 언론사로서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은 명약관화했다.


마침내 보도국 간부들이 경영진에게 김연 기자의 기사를 더 이상 뭉갤 수 없다며 보도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올렸다. 청와대를 길들일 수 있는 기회라고 여긴 회장은 선선히 허락했다. 허락한 이유는 고상하게 포장했다.


“회사의 단기적인 이익보다는 국민의 알권리를 우선해야 하는 언론사의 회장으로서 젊은 기자들의 보도를 가로막을 수는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보도국 간부들은 ‘회장님의 고뇌에 찬 결단’을 칭송하기 바빴다. 그리고 뉴스에서는 그동안 보도하지 않았던 이유를 그럴싸하게 둘러댔다.


『지난 8일 저희 뉴스를 통해 보도해 드렸던 이른바 신성 B장 사건의 후속 보도와 관련해 시청자 여러분들이 많은 의견을 주셨습니다. 저희들은 그동안 이 사건의 증거를 확보하고 법적인 시빗거리를 최소화하기 위해 취재에 보다 많은 공을 들였습 니다.


그 결과 오늘부터 이 사건을 본격 보도할 수 있게 됐습니다. 자, 그러면 신성 B장 사건 두 번째 보도, 오늘은 청와대 이명현 경제수석이 이신성 회장으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았다는 내용을 보도합니다. 김연 기잡니다.』


앵커가 비록 거짓말이긴 하지만 그동안 보도가 안 됐던 변명을 하고 나서 오늘부터 본격적인 보도를 하겠다고 약속을 하자 B채널에 실망했던 시청자들의 마음이 봄기운에 눈 녹듯 풀렸다.


『.................. 이명현 수석은 신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대가로 신성전자가 수도권 공장 총량제의 적용을 받지 않도록 관계부처에 압력을 행사해 경기도 용인에 대규모 공장을 지을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이로써 신성이 얻은 경제적 이득은 뇌물액수의 수천 배에 이를 것으로 추산됩니다.


취재팀은 사실 확인을 위해 이수석에게 여러 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끝내 통화할 수 없었습니다. 또한 문자 메시지를 통한 질문에도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B채널 뉴스 김연입니다.』


기사의 초점이 청와대로 옮겨가니 언론계의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두 번째 뉴스가 나간 직후부터 다음과 네이버 등의 포탈에 B채널의 기사를 받는 언론사들이 하나둘 보이더니 다음날부터는 일제히 후속 기사 경쟁이 붙기 시작했다.


그러나 새로운 내용을 발굴해 보도하기 보다는 주로 B채널 보도에 대한 청와대와 신성, 그리고 시민단체들의 반응을 다루는 한계를 보여주었다.


B장 사건이 표면화하면서 신성의 주가가 폭락하기 시작했다. 두 번째 보도 다음 날 코스피 시장에서 신성의 주가는 –2%에서부터 시작해 한때 15%까지 떨어지더니 결국 –10% 선에서 마무리되었다.


B채널의 보도가 나왔음에도 수사기관들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청와대의 눈치를 보는 중이었다.


경찰은 기자들이 수사계획을 물어보면 신성사건은 부패, 경제 범죄에 해당하므로 검경수사권 조정에 따라 검찰에서 수사해야 한다고 하고 검찰은 같은 질문에 도난사건을 왜 검찰이 수사하느냐고 펄쩍 뛰었다.


검경수사권조정 때에 수사권을 갖겠다고 서로 물어뜯기에 바빴던 두 권력기관이 왜 이렇게 상대에게 수사권을 양보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세 번째 보도를 준비하기 위해 우리는 다시 아지트에 모였다. 이용준 시경 캡이 바뀐 회사 분위기를 전했다.


“이제 하루에 한 꼭지씩만 보도할 상황이 아니어서 사회부 기자들이 전부 달려들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B채널이 최소한의 양식은 있는 회사인가 봅니다.”


나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렸다는 듯 휴대폰 - 지난번에 마련한 대포폰 - 의 벨소리가 울렸다. 네 명은 일제히 자기 휴대폰을 꺼내보았다. 나에게 걸려온 전화였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신성의 비서실장이 도대체 어떻게 내 대포폰 번호를 알았는지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누구십니까?”


“아, 접니다. 신성 비서실장 김용숩니다.”


“아, 예...”


“이렇게 불쑥 전화 드려 죄송합니다만 꼭 좀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네, 말씀하시죠”


“전화로는 좀...”


“굳이 만날 필요 있겠습니까? 그냥 말씀하시죠”


“아니 꼭 직접 만나 뵙고 드릴 말씀이어서요”


“저는 신성 측과 만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럼 이만...”


“아, 잠시만요... 저 사실 여기 와 있습니다.”


“여기라니요? 저 어디 있는지 아십니까?”


“네.”


“아니 여기는 어떻게 알고...?”


“나름대로 저희들도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하하”


“알았어요. 알았어. 나가겠습니다. 예”


전화를 끊고 나는 동료들에게 통화 내용을 설명했다. 다들 혀를 내둘렀다. 비서실장은 내가 식당 밖으로 나가자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 조금 다급한 표정이었다.


“신성의 정보력 참 대단합니다.”


“불쾌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저희들도 상황이 다급해 김기자 뒤를 좀 따라다녔습니다.”


“자, 뭐 그건 그렇다 치고, 하실 말씀이나 들어보죠”


“에... 저를 골목길에 세워두실 작정입니까?”


“아, 예? 좀 그런가요? 그럼 저기 저 커피숍에라도 가시죠, 뭐”


비서실장은 시간을 끌었다. 나는 굳이 재촉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정 말을 안 하면 일어서면 된다는 마음으로 커피 향을 음미하며 한 모금 마셨다. 아쉬운 쪽이 말을 할 것이었다. 마침내 비서실장이 입을 뗐다.


“지난번 말씀하신 액수가 1조 원이었죠?”


“무슨 말씀이죠? 뭐가 1조 원이란 말입니까?”


“아니, 장부 돌려주시는 대가 말입니다.”


“저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장부는 뭐고, 대가는 또 뭐고...”


“아, 왜 이러십니까? 저희 회장님이 받아들이겠다고 하셨습니다.”


“뭘 받아들여요? 참 답답하네요. 제가 뭘 요구한 게 있었나요? 그쪽에? 회장님이 받아들인다니 뭘 받아들이겠다고 하는지 모르겠네요. 큼큼”


비서실장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대한민국 최고 기업의 오너 회장의 최측근으로서 지금까지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위치에서 누구에게도 아쉬운 소리 안 하고 살아온 비서실장은 1조 원도 싫다는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요구 사항이 있다는 건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는 나의 태도에 난감해 했다.


“홍길동님, 제발 기분 푸시고 솔직한 대화를 하죠 우리. 일이 생겼으니 해결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세상일, 돈으로 해결 안 되는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아닙니다. 간혹 돈으로 해결 안 되는 일도 있다는 걸 이번 기회에 이신성 회장님이 좀 아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아... 정말 이러면 안 되는데...”


“가서 전하세요. 홍길동이 마음이 변했더라고요. 그럼 전...”


나는 단호하게 일어났다. 비서실장은 엉거주춤 따라 일어나 나를 붙잡으려다 포기하고 자리에 그냥 앉아버렸다.


세 번째 기사는 여당 중진 의원들을 몇 명 함께 엮어 골로 보내버리는 내용이었다. 현 여당의 전 대표를 포함한 다선 의원들이 신성의 인허가와 관련한 도움을 주고 역시 적게는 수억에서 많게는 70억까지 돈을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청와대 수석에 이어 여당의 중진 의원들까지 굴비 엮이듯 엮이자 그동안 정부 여당을 조지지 못해 안달이던 언론들이 본격적으로 날뛰기 시작했다.


B채널이라는 사자 한 마리가 어렵게 사냥을 해 놓으니 같이 나눠 먹자며 수십 마리 하이에나들이 떼를 지어 달려든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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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쎄진 홍길동, 이번엔 안 봐줌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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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 40. 나의 비밀을 일부 공개하다 > 22.05.29 192 2 10쪽
40 < 39. 대통령은 이렇게 참교육을 받았다 > 22.05.28 200 2 10쪽
39 < 38. 시위대 앞에 나서다 > 22.05.28 192 1 10쪽
38 < 37. 시위의 시대 > 22.05.27 198 1 9쪽
37 < 36. 불독, 또 자객을 보내다 > 22.05.27 204 2 10쪽
36 < 35. 본캐는 대통령, 부캐는 납품업자 > 22.05.26 223 3 10쪽
35 < 34. 대통령 처남을 소환하다 > 22.05.26 212 2 10쪽
34 < 33. 이신성, 무릎 꿇다 > 22.05.25 234 2 9쪽
33 < 32. 대통령의 두 얼굴 > 22.05.25 208 2 9쪽
32 < 31. 홍길동은 주사파다 > 22.05.24 212 2 10쪽
31 < 30. 현직 대통령을 정조준하다 > 22.05.24 212 2 9쪽
30 < 29. 지푸라기라도 잡거나 애걸을 하거나 > 22.05.23 217 1 10쪽
29 < 28. 지뢰가 터지고 있다 > 22.05.23 215 2 10쪽
» < 27. 1조원 줄 테니 장부 내놔 > 22.05.22 221 2 10쪽
27 < 26. 비겁한 간부들 > 22.05.22 223 2 10쪽
26 < 25. 회사 속이기 작전 > 22.05.21 238 3 10쪽
25 < 24. 발등에 불이 떨어지다 > +1 22.05.21 248 3 10쪽
24 < 23. 신성에 포문을 열다 > +2 22.05.20 253 4 10쪽
23 < 22. 아차산그룹 결성 > +1 22.05.20 259 4 10쪽
22 < 21. 김연 기자의 작전계획 > +1 22.05.19 276 3 9쪽
21 < 20. 1조원을 요구하다 > +1 22.05.19 281 3 9쪽
20 < 19. 당황한 이회장 > +1 22.05.18 288 3 9쪽
19 < 18. 참교육의 후폭풍 > +1 22.05.18 288 4 10쪽
18 < 17. 이것이 참교육이다 > +1 22.05.17 295 4 10쪽
17 < 16. 불독, 자객을 보내다 > +1 22.05.17 287 3 10쪽
16 < 15. 구치소의 고문이 되다 > +1 22.05.16 299 3 10쪽
15 < 14. 판사를 참교육하다 > +1 22.05.16 305 3 10쪽
14 < 13. 이회장의 비밀 > +1 22.05.15 305 4 10쪽
13 < 12. 구속되다 > 22.05.15 314 3 10쪽
12 < 11. 박계장, 옳은 선택을 하다 > +1 22.05.14 334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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