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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n 님의 서재입니다.

더 쎄진 홍길동, 이번엔 안 봐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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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n
작품등록일 :
2022.05.11 13:48
최근연재일 :
2023.05.08 20:15
연재수 :
128 회
조회수 :
21,869
추천수 :
405
글자수 :
538,244

작성
22.05.25 12:00
조회
207
추천
2
글자
9쪽

< 32. 대통령의 두 얼굴 >

DUMMY

나는 홍길동 tv를 통해 가감 없이 B장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가장 설득력이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여러분 홍길동입니다. 어제 신성그룹의 이신성 회장에 의해 주사파 간첩으로 몰렸습니다. 여러분 설마 그 말을 믿지 않으시겠죠? 그러나 혹시 의혹을 완전히 떨쳐버리지 못한 구독자분들을 위해 이 홍길동의 정체를 속 시원하게 공개하겠습니다....”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말한 적 없는 나의 비밀을 전국의 구독자들에게 공개하려고 하니 만감이 교차했다.


“저는 사실 샛별전자라는 중견 제조업체를 경영하는 홍 대자 곤자, 홍대곤 회장의 아들입니다. 샛별전자는 최근까지 신성에 납품을 해오다 저 때문에 납품계약을 해제당했습니다. 회사가 문을 닫게 되었습니다.


이런 사정이 있어 신성과 사이가 좋을 수는 없습니다.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B장을 공개하는 건 아닙니다.”


잠시 멈추었다. 실시간 댓글들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응원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 이 기회에 썩은 놈들을 싹 도려냅시다

- 최후의 보루? 법원이 더 썩었어요. 이참에 이놈들도 싹 갈아엎어야 해요.

- 길동님, 사랑해요. 힘내요


다시 방송을 이어갔다.


“그리고 B장의 입수 경위에 대해 궁금해 하는 구독자분들이 많다는 것 알고 있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면 기회를 봐서 소상히 설명드리겠습니다.”


이어 4백 쪽에 이르는 B장을 한 쪽 한 쪽 모두 보여줬다. 4초 만에 한 번씩, 천천히 페이지 넘기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 ASMR 방송이지만 시청자들의 몰입도는 30여 분 간 조금도 떨어지지 않았다.


물론 법정에서도 우리 측 변호인이 공개하지 않았던 사생활 부분과 개인적 감상 등을 적어놓은 페이지들은 공개대상에서 제외했다.


아직 B채널에서 다루지 않은 부분 즉, 야당 의원들과 언론사 고위층들에 대한 뇌물 제공 부분도 제외했다. 그리고 신성의 장학생 명단도 일단은 제외했다. 써먹을 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수백 명이 넘는 뇌물수수 명단에서 국민들은 단연 현직 대통령의 뇌물수수에 관심을 집중했다. B장에 따르면 대통령은 야당 의원 시절부터 수시로 이신성의 뇌물을 받아왔으며 그 액수는 수십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선에 출마한 후에는 대선자금으로 백억원이 넘는 거금을 일시에 받은 것으로 기록돼 있었다.


- 와, 대도(大盜)는 따로 있었네...

- 이러니 방송금지가처분을 신청했고만

- 아니면 아니라고, 지금이라도 기자회견에 나서야 하는 거 아님?


그런데 정작 국민들의 관심은 대통령보다 대통령의 처남에게 쏠렸다.


대통령선거 직후 신성은 핸드폰 케이스 제조 회사 하나를 협력업체 명단에 추가했는데 베일에 가려져 있던 그 회사의 소유주가 바로 새 대통령의 처남이었다는 사실이 B장으로 인해 드러난 것이다.


대통령의 처남은 이 사업 저 사업에 손을 댔으나 제대로 성공한 적이 없는 무늬만 사업가로, 주변으로부터 애물단지 취급을 받던 인사였다. 그런 그가 매형이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 무슨 돈이 있었는지 코스닥에 상장된 IT 기업을 인수했다.


그 회사는 소리소문없이 신성의 협력업체가 되었고 이후 매출이 쑥쑥 올라가 지금은 연 매출액이 5천억 원을 상회하는 준재벌급 회사가 되었다.


- 이거 정말 *같은 세상이네...

- 믿었던 내가 바보지 누굴 탓해?

- 비리의 끝판왕, 저런 놈은 콩밥 멕여야

- 당장 대통령에서 끌어내려야 한다고 봄

- 나도 저런 매형 있으면 좋겠다

- 나는 누나가 없어 저런 매형 갖기 불가능 ㅠㅠ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사시사철 지하철로 버스로, 그저 그래야 하는가 보다 하고 출근하고 퇴근하고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서민들은 자신과 자식들의 처지가 갑자기 너무 짠하게 생각되었다.


워낙 세상이 그런 줄은 알았지만 B장으로 세상이 얼마나 불공평한지를 실제 확인을 하고 나니 분통이 터지지 않을 수 없었다.


믿었던 대통령마저 선거 때는 불공평을 없애주겠다며 표를 얻었으면서도 뒤로는 불공평한 사회를 앞장서서 만들고 있었다니 배신감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아니, 정치 하다 보면 이런저런 돈 필요할 것 같아요. 정치 자금 필요할 수도 있겠죠. 그 정도라면 이해해 줄 용의도 있어요.


근데 이건 아니잖아요? 가족 명의로 대기업 협력업체를 몰래 운영한 것은 도저히 용납하기 어렵네요”


시민들의 분노는 다양한 수위로 표출되었다. 재산 몰수 이야기도 나왔다.


“그 협력업체로 번 돈은 전부 몰수해야 해요. 우리가 뽑아준 대통령직을 이용해 대기업의 협력업체가 된 거잖아요? 질적으로 아주 나쁜 사람이에요. 대통령이란 사람”


좀 더 과격한 의견들도 많았다.


“지금 당장 민주시민들이 대통령실로 밀고 들어가 대통령 놈 머리끄덩이를 잡고 끌어내야 해요. 그래야 국민 무서운 줄 알고 앞으로 대통령 되는 놈들도 조심할 것 아니에요”


“그런 놈들이 법원에 압력을 가해 보도까지 못하게 하다니... 이건 알량한 법을 이용해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겠다는 거잖아요?”


“잘난 저희들만 잘 먹고 잘살겠으니 개돼지들은 이것저것 보고 들을 생각 말고 그저 시키는 일이나 열심히 하라는 거와 뭐가 달라요?”


대한민국 국민들이 어떤 국민인가? 맨손으로 군부독재를 넘어서고 함성으로 대통령도 탄핵한 국민 아닌가? 참으로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은 악수였고 가처분을 받아들인 결정은 악수 중의 악수였다.


B채널은 가처분 결정이 난 뒤 본안 소송을 제기했다. 가처분 결정대로 지금 당장은 방송을 안 하고 있지만 정말 이 가처분 결정이 맞는지 정식 재판을 통해 다퉈보자는 것이었다.


B채널의 본안 소송 제기 소식이 알려지자 국민들은 서서히 대오를 갖추기 시작했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대통령과 신성을 규탄하는 목소리들이 점점 더 커지고 가처분을 인용한 판사에 대한 신상털기도 시작됐다.


국회에서는 대선에서 패배한 후 지리멸렬했던 야당이 모처럼 만에 활기를 되찾았다. 야당은 대통령과 처남 사건을 ‘B장 게이트’라고 명명하고 특검을 하자고 공격의 고삐를 조였다.


다수당인 여당의 동의가 없으면 특검 출범은 어렵지만 그래도 국민을 등에 업은 야당의 공세는 매서웠다.


“국민 여러분, 우리는 오늘부터 국민 여러분과 행동을 함께 하겠습니다. 여러분이 거리로 나오라면 나갈 것이고 국회 안에서 투쟁하라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야당 대표는 거리 투쟁을 유도하는 발언까지 했지만 누구도 과격한 발언이라고 비난하지 않았다.


가처분 신청이 악수인 이유가 하나 더 보태졌다. 내가 ‘홍길동tv’에 B장을 전부 까버리자 언론들은 ‘홍길동tv’를 인용해서 보도하는 새로운 우회로를 발견하게 된 것이었다.


가처분 인용 전에는 B채널이 하루에 한 건씩 보도하면 그것을 받아먹어야 하는 감질맛 나는 상황이 계속됐었는데 이제 ‘홍길tv’가 B장 전체를 공개해 버리는 바람에 취재할 것이 넘쳐나게 되었다.


각 언론사들이 자신들이 취재하고 싶은 뇌물수수자들을 골라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바람에 ‘B장 사태’는 그 누구도 컨트롤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본안 소송이 열리는 날, 서울 남부지법 앞 편도 4차선 도로는 수만 명의 시민들로 꽉 메워졌다.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던 판사는 자신의 사무실에 앉아 수만 명이 지르는 함성을 고스란히 듣고 있었다. 멀리서 메아리치는 듯 하다가 어떤 때는 바로 옆에서 울리는 굉음처럼 들려오는 함성에 귀를 막았다.


그러나 수만 명이 구호에 맞춰 동시에 부르는 자신의 이름은 아무리 귀를 막아도 너무도 선명하게 들렸다.


- 부패판사 정현세를 끌어내라!

- 끌어내라, 끌어내라, 끌어내라!

- 신성 장학생 정현세는 자폭하라!

- 자폭하라, 자폭하라, 자폭하라!


나는 때가 무르익었다고 판단했다. 판사 놈을 여기 수만 명의 시민 앞에 세울 시간이 된 것이다. 집회 주최 측이 마련한 단상에 홀연히 내가 나타나자 시민들은 박수와 환호로 맞아 주었다.


“시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홍길동입니다.”


나의 인사에 집회 참석자들이 일제히 환호와 함께 내 이름을 연호했다.


- 홍길동, 홍길동, 홍길동,....


나는 흥분한 시민들에게 목소리를 조금 낮춰 줄 것을 요청한 뒤 말을 시작했다.


“제가 이렇게 여러분 앞에 나선 것은, 사법부라는 권위 뒤에 숨어서, 법관이라는 권능을 앞세워서 대한민국의 운명을 가를 중요한 결정을 사리사욕에 맞춰 멋대로 내려버린 판사 한 놈을 응징하기 위해섭니다.”


시민들이 와! 하고 함성을 질렀다.


- 응징, 응징, 응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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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쎄진 홍길동, 이번엔 안 봐줌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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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 40. 나의 비밀을 일부 공개하다 > 22.05.29 192 2 10쪽
40 < 39. 대통령은 이렇게 참교육을 받았다 > 22.05.28 199 2 10쪽
39 < 38. 시위대 앞에 나서다 > 22.05.28 191 1 10쪽
38 < 37. 시위의 시대 > 22.05.27 198 1 9쪽
37 < 36. 불독, 또 자객을 보내다 > 22.05.27 204 2 10쪽
36 < 35. 본캐는 대통령, 부캐는 납품업자 > 22.05.26 223 3 10쪽
35 < 34. 대통령 처남을 소환하다 > 22.05.26 212 2 10쪽
34 < 33. 이신성, 무릎 꿇다 > 22.05.25 234 2 9쪽
» < 32. 대통령의 두 얼굴 > 22.05.25 208 2 9쪽
32 < 31. 홍길동은 주사파다 > 22.05.24 212 2 10쪽
31 < 30. 현직 대통령을 정조준하다 > 22.05.24 212 2 9쪽
30 < 29. 지푸라기라도 잡거나 애걸을 하거나 > 22.05.23 217 1 10쪽
29 < 28. 지뢰가 터지고 있다 > 22.05.23 215 2 10쪽
28 < 27. 1조원 줄 테니 장부 내놔 > 22.05.22 220 2 10쪽
27 < 26. 비겁한 간부들 > 22.05.22 223 2 10쪽
26 < 25. 회사 속이기 작전 > 22.05.21 238 3 10쪽
25 < 24. 발등에 불이 떨어지다 > +1 22.05.21 248 3 10쪽
24 < 23. 신성에 포문을 열다 > +2 22.05.20 253 4 10쪽
23 < 22. 아차산그룹 결성 > +1 22.05.20 259 4 10쪽
22 < 21. 김연 기자의 작전계획 > +1 22.05.19 276 3 9쪽
21 < 20. 1조원을 요구하다 > +1 22.05.19 281 3 9쪽
20 < 19. 당황한 이회장 > +1 22.05.18 288 3 9쪽
19 < 18. 참교육의 후폭풍 > +1 22.05.18 288 4 10쪽
18 < 17. 이것이 참교육이다 > +1 22.05.17 295 4 10쪽
17 < 16. 불독, 자객을 보내다 > +1 22.05.17 287 3 10쪽
16 < 15. 구치소의 고문이 되다 > +1 22.05.16 299 3 10쪽
15 < 14. 판사를 참교육하다 > +1 22.05.16 305 3 10쪽
14 < 13. 이회장의 비밀 > +1 22.05.15 305 4 10쪽
13 < 12. 구속되다 > 22.05.15 314 3 10쪽
12 < 11. 박계장, 옳은 선택을 하다 > +1 22.05.14 334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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