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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n 님의 서재입니다.

더 쎄진 홍길동, 이번엔 안 봐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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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n
작품등록일 :
2022.05.11 13:48
최근연재일 :
2023.05.08 20:15
연재수 :
12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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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5
글자수 :
538,244

작성
22.05.15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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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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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0쪽

< 13. 이회장의 비밀 >

DUMMY

놈들이 작당해서 조직적으로 한 개인을 파멸시키려 하는 걸 몸소 겪고 있는 나는 놈들을 절대 봐줄 수 없다는 명분과 확실한 이유를 찾은 셈이다.


처음에 합의했던 것처럼 74억 원을 사회에 내놓고 은철이에게 개인적으로 사과하고 은철이 부모에게 위로금으로 1억 원을 줬더라면 조용히 지나갔을 일을 놈들은 실력을 과신하고 나를 물 먹이려다 이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이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나 가혹해질 수 있는지 놈들은 이제 알게 될 것이다.


나는 구치소에 있으면서 분신술로 밤 외출을 나가 불독 놈을 만났다. 술에 취해 귀가하는 불독 놈의 승용차를 운전하는 사람은 운전기사가 아니고 나였다. 별생각 없이 승용차를 타고 가다가 이상한 분위기를 느낀 불독이 내가 운전대를 잡고 있는 걸 확인했다.


“놀랐지? 하나만 묻자.”


“야, 너, 너... 구치소에 있어야 되잖아? 어떻게 된 거야?”


“하나만 물을 테니 대답 똑바로 해. 그러면 너 해치지 않을 거야”


“뭐, 뭔데?”


“내 재판 맡은 그 단독판사 말이야... 그놈 너희 명단에 있는 놈이지?”


“너 그걸 어떻게 알았어?”


“그놈 급수는 어떻게 돼?”


“급수? 그놈 아직 어려서 B급이지. 좀 더 대가리가 커야 A급 대우해주지.”


“이번 내 재판 앞두고 니가 만났어? 나 죽여주라고?”


“아니야, 판사 놈들은 소심해서 직접 안 만나려고 해. 우리 변호사 통해서 이야기했지.”


“변호사 누구?”


“...”


“말 안 할 거야?”


나는 차의 가속 페달을 꾸욱 밟았다. 차들 사이를 요리조리 피하면서 난폭운전의 전형을 시전했다. 놈이 공포에 질려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야, 말해 줄게, 살려줘”


“그래 그 변호사 놈 누구야?”


“이양호.”


신성전자가 판검사들을 특별관리한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관리대상 명단에 오른 놈들은 부끄러워하기는커녕 오히려 자랑스러워하고 대상이 못된 놈들은 실력 있는 자신을 못 알아봐 준다며 서운해 하기도 했다.


나는 놈의 승용차를 한강 둔치에 주차하고 놈을 살짝 기절시킨 다음 구치소로 돌아왔다.


기소가 되었으니 재판을 받아야 했다.


나는 판사 놈이 신성전자의 관리대상이라 하더라도 재판에 성실히 임할 생각이었다. 나의 참교육 이유와 불독이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였다는 점이 입증되기만 하면 나는 어떤 형량을 받아도 신경 쓰지 않으려 했다.


감옥에 있건 집에 있건 나에게는 사실 아무런 차이가 없다. 인간 세상의 잣대로 감옥이니 자유니 하는 것이지 나의 잣대로는 다 무의미한 구분일 뿐이다.


재판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나의 결심은 그러나 지키기 쉽지 않았다.


첫 재판 때 피고의 신원을 확인하는 인정신문 때부터 판사의 눈초리가 이상했다. 내가 못마땅해 죽겠다는 눈초리였다. 나를 재벌 2세에게 대든 개돼지로 보고 있었다. 신성전자의 은총(?)이 이 단독판사에게 과하게 내려진 것이 표정에서 나타났다.


나는 심사가 꼬였다. 판사 놈은 내 심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나를 위아래로 한참을 훑어봤다. 불가촉천민이나 거렁뱅이를 보는 눈이 이럴까? 눈치가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이 판사의 눈초리에 모멸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참자, 참자 했지만 나의 얼굴색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놈이 이윽고 신문을 시작했다.


“이름”


처음부터 말꼬리가 없다. 심사가 더 꼬인다. 인상을 확 쓰고 대답하지 않았다.


“어이, 피고, 내 말 안 들려?”


“...”


대답 대신 비웃음을 흘리자 판사의 심기가 꿈틀거리는 게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묻는다. 이름이 뭐냐고?”


“홍길동”


나도 반말로 응수했다.


“어라? 피고, 지금 반말했나?”


“응”


판사가 당황한다. 법정에서 황제처럼 군림하는 판사님에게 감히 반말을 한 피고는 없었다. 말을 더듬는다.


“본 법정에서의 태, 태도는 혀, 형량에 영향을 주, 줄 수도 있다는 점 아, 알고 있나?”


“갑자기 웬말을 그렇게 더듬수? 뭐, 피고의 태도가 형량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겠지. 그거 상식 아니야? 그런데 뭐, 내 태도와 관계없이 법정 최고형 때릴 작정 단단히 하고 있잖아? 왜 내 말 틀렸어?”


“머머, 뭐?”


“너, 신성전자 관리받는 놈이잖아? 명절 때마다 떡값 받고 신성 재판 배당받으면 부드럽게 넘어가 주고 그러다 법복 벗으면 그쪽 사건 변호 맡고, 잘하면 그쪽 법 무실 취업하든지... 아니면 어리버리한 사촌 취직이라도 시키든지... 내 말 틀렸냐?”


판사는 얼굴색이 울그락불그락 달아올랐지만 딱히 나를 어찌할 방법도 없었다.


‘그래 니가 이유 불문하고 중형을 때려야 하는 나의 양심의 가책을 덜어주는구나, 차라리 잘됐다.’


이러면서 간신히 화를 참고 있었다. 겨우 평정심을 다시 찾아 다시 신문을 이어갔다.


“주소”


“서울 광진구 아차산로 76길 21”


“계속 반말로 할 건가?”


“응, 니가 반말하니까 나도 반말로 하는 거야.”


“반성을 하고 잘못을 뉘우쳐도 부족할 판에 재판장에게 반말을 해? 어이가 없군”


“어이, 판사 나리, 어이없는 건 니가 아니라 나야. 재판 받을 놈은 내가 아니라 신성전자 망나니 아들놈하고 바로 옆 경찰서의 서장놈 그리고 바로 옆 중앙지검 김모 검사거든. 그리고 너도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 틀렸어?”


“뭐야? 너, 너 죽고 싶어?”


“아니야? 아니면 아니라고 니 입으로 분명하게 말해 보든지”


“너, 너너...”


“말 더듬지 말고...


결국 판사는 재판을 중단하고 법정모욕 혐의로 감치 한 달을 명령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한 달이든 두 달이든 나에겐 다 무의미한 이야기들일 뿐이다. 구치소로 돌아온 나는 이놈들을 어떻게 혼을 내야 전 국민의 속이 시원해질까 궁리했다.


나는 생각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1. 놈들의 카르텔을 깨기 위해서 힘의 원천인 신성전자의 이신성 회장을 제압한다.

2. 놈들의 참교육을 각자의 직장 앞 대로에서 만인이 보는 앞에서 행한다.

3. ‘홍길동tv’에 참교육 동영상을 업로드해 모든 국민이 볼 수 있도록 한다.

4. 김은철 군에 대한 사과와 보상이 즉각 이뤄지도록 한다.

5. 샛별전자의 납품 중단을 취소시킨다.


생각을 정리하니 내가 취해야 할 행동의 순서도 정해졌다. 나는 우선 이신성을 다시 한번 보러 가기로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무턱대고 사무실이나 집으로 찾아가 만나는 게 아니었다. 그의 비밀을 캐기 위해 은밀히 주변을 탐색하기로 했다.


재벌이든 벼락부자든 돈이 많은 사람은 비밀도 많기 마련이다. 비밀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손이 닿는 가까운 곳에 있기 십상이다.


재벌들이 종종 세무서나 검찰에 탈탈 털려 패가망신하는 경우가 있는데 보통 회장실이나 자택 서재 등에 있는 비밀금고를 털리는 바람에 그렇게 되는 경우가 많다.


금고 안에는 외화나 금괴만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중요한, 이른바 B장 또는 비(秘)장, 풀어서 얘기하면 비밀장부가 있기 때문이다.


재벌의 비밀 장부에는 비자금 조성 내역이나 뇌물 명단이 들어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뇌물 명단은 정관계 실력자들을 망라하는 경우가 많은데 재벌들이 B장을 비밀스럽게 보관하는 이유는 그 B장이 자신을 살려줄 동아줄이 되어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직도 건재한 K모 재벌그룹의 오너는 검찰이 정치자금 수사를 하면서 자신을 구속하려 하자 보관하고 있던 B장을 들이밀어 구속을 면하고 당당히 서울중앙지검을 걸어 나올 수 있었다.


그 B장에는 당시 현직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기 전 자신에게 불법정치자금을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받았는지 깨알같이 적혀있었다.


B장을 받아든 수사검사는 현직 대통령을 소환해 조사하든지 아니면 재벌 오너를 깨끗이 풀어주든지 양자택일을 할 수밖에 없었고 선택은 당연히 후자였던 것이다.


당시 수사검사가 재벌 오너의 B장을 받아들고는 혼비백산했다는 이야기는 아직도 검사들 사이에 전설처럼 돌고 있다.


나는 이신성 회장도 B장을 작성해 은밀한 곳에 보관하고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나는 그가 테헤란로 사옥의 회장실에 있을 때나 퇴근해 자택에 있을 때나 가리지 않고 끈기 있게 그의 주위를 맴돌았다.


어느 날 저녁 이른 저녁을 먹은 그가 자택 서재에서 신문을 뒤적이고 있었다. 그러다 불현듯 뭔가 생각난 듯 일어나 침대로 다가갔다. 서재에는 구석진 곳에 침대가 하나 놓여있었다.


이회장은 침대 협탁의 서랍을 열더니 깊숙이 손을 넣었다. 서랍 안쪽에 리모콘이 설치되어 있었던 것이다. 리모콘을 누르자 침대가 수직으로 세워지더니 벽으로 쏙 들어갔다.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원룸도 아니고 그야말로 재벌 오너의 대저택에서 이런 침대를 쓰다니... 나는 쾌재를 불렀다. 침대가 놓여있던 자리는 잠시 후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의 입구로 변했다. 이신성 회장은 계단을 걸어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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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 40. 나의 비밀을 일부 공개하다 > 22.05.29 192 2 10쪽
40 < 39. 대통령은 이렇게 참교육을 받았다 > 22.05.28 200 2 10쪽
39 < 38. 시위대 앞에 나서다 > 22.05.28 192 1 10쪽
38 < 37. 시위의 시대 > 22.05.27 198 1 9쪽
37 < 36. 불독, 또 자객을 보내다 > 22.05.27 204 2 10쪽
36 < 35. 본캐는 대통령, 부캐는 납품업자 > 22.05.26 223 3 10쪽
35 < 34. 대통령 처남을 소환하다 > 22.05.26 212 2 10쪽
34 < 33. 이신성, 무릎 꿇다 > 22.05.25 234 2 9쪽
33 < 32. 대통령의 두 얼굴 > 22.05.25 208 2 9쪽
32 < 31. 홍길동은 주사파다 > 22.05.24 212 2 10쪽
31 < 30. 현직 대통령을 정조준하다 > 22.05.24 212 2 9쪽
30 < 29. 지푸라기라도 잡거나 애걸을 하거나 > 22.05.23 217 1 10쪽
29 < 28. 지뢰가 터지고 있다 > 22.05.23 215 2 10쪽
28 < 27. 1조원 줄 테니 장부 내놔 > 22.05.22 221 2 10쪽
27 < 26. 비겁한 간부들 > 22.05.22 223 2 10쪽
26 < 25. 회사 속이기 작전 > 22.05.21 238 3 10쪽
25 < 24. 발등에 불이 떨어지다 > +1 22.05.21 249 3 10쪽
24 < 23. 신성에 포문을 열다 > +2 22.05.20 253 4 10쪽
23 < 22. 아차산그룹 결성 > +1 22.05.20 259 4 10쪽
22 < 21. 김연 기자의 작전계획 > +1 22.05.19 276 3 9쪽
21 < 20. 1조원을 요구하다 > +1 22.05.19 282 3 9쪽
20 < 19. 당황한 이회장 > +1 22.05.18 289 3 9쪽
19 < 18. 참교육의 후폭풍 > +1 22.05.18 288 4 10쪽
18 < 17. 이것이 참교육이다 > +1 22.05.17 296 4 10쪽
17 < 16. 불독, 자객을 보내다 > +1 22.05.17 287 3 10쪽
16 < 15. 구치소의 고문이 되다 > +1 22.05.16 299 3 10쪽
15 < 14. 판사를 참교육하다 > +1 22.05.16 305 3 10쪽
» < 13. 이회장의 비밀 > +1 22.05.15 306 4 10쪽
13 < 12. 구속되다 > 22.05.15 314 3 10쪽
12 < 11. 박계장, 옳은 선택을 하다 > +1 22.05.14 334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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