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나르키어스의 두근두근 판타지 서재!

Eternal Dream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나르키어스
작품등록일 :
2015.03.19 19:28
최근연재일 :
2015.09.19 11:13
연재수 :
53 회
조회수 :
19,085
추천수 :
275
글자수 :
201,957

작성
15.06.25 12:47
조회
277
추천
3
글자
7쪽

2장 < 다른 어딘가의 이야기 > (3)

DUMMY

결국 상윤 씨는 내가 혼자 차를 석 잔이나 비우고 나서야 웃음을 멈췄다. 그는 끝까지 숨을 헐떡이며 눈가의 눈물을 닦아냈다.

“아하, 하... 죄, 죄송합니다. 제가 크나큰 실례를 저질렀군요.”

「확실히 실례하셨네요.」

“죄송합니다. 크흠! 설마 그렇게 순진한 반응을 보여주실 줄은 몰랐거든요.”

난 네 번째 잔을 따라 마시며 담담하게 매모를 보여주었다.

「절 보고 웃으시는건 상관없지만 제 동생을 그런 장난을 하는데 이용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마음대로 가상현실로 꺼내지도 말고요.」

“정말 죄송합니다.”

그제야 상윤 씨는 나에게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 사과를 표했다. 내가 그 사과를 받아들이자 그는 다시 얼굴에 미소를 띠었다.

“동생 분은 정말 든든한 오빠가 있군요.”

난 그냥 고개를 살짝 숙이는 것으로 대답했다. 그는 테이블의 화면을 조작해서 테이블 위로 어떤 영상 화면을 띄웠다. 그 영상에는 차마 뭐라 표현하기 힘든 생물이 움직이고 있었다. 일단 외형은 사람과 비슷했으나 전신이 검었다. 마치 모자이크가 흔들리는 것 같은 불안정한 색의 신체였다. 게다가 얼굴에는 다른 신체기관은 하나도 없이 오직 눈만이... 핏빛으로 시뻘겋게 물들어 있는 섬뜩한 느낌을 주는 눈만이 있었다.

「이게... 뭔가요?」

“제가 작가님을 초청한 이유랍니다. 성현님의 책을 찬양하는 것, 외의 또 다른 이유이지요.”

그가 다시 화면을 조작하자 영상의 그것이 홀로그램으로 떠올랐다.

“이것의 이름은 ‘아드보카투스’. U-real 안에 존재하는 유일한 적 프로그램입니다. 제가 만든 U-real이라는 게임은 참 단순하답니다. 판타지 소설처럼 화려한 마법을 난사하며 오우거나 드래곤 따위와 싸우는 액션물은 아니지요. U-real에서 유저들의 목표는 단 하나랍니다. 각자 자신만의 능력을 게임 안에서 최대한으로 발휘하여 아드보카투스를 몰아내고, 이들을 통솔하는 최초의 악마를 몰아내는 것. 참 간단한 구조이지 않습니까?”

「제가 게임을 잘 안 해봐서...」

내 말에 그가 잠시 말을 멈추고 화제를 바꾸었다. 그는 테이블 아래에서 익숙한 표지의 책 두 권을 꺼내놓았다. 내 소설, ‘터널’과 ‘신의 습작’이었다.

“저는 이 책들을 정말 닳고 닳도록 읽었답니다. ‘터널’은 미래의 불확실성, 한치 앞도 보이지 않았던 저에게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주었고, ‘신의 습작’은 제 정체성과 완벽을 향한 저의 집착을 없애주었지요. 만약 이 책이 없었다면 저는 지금 이 순간까지 제 임무의 무게에 눌려 그저 질식사해버렸을지도 모릅니다.”

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내 소설이 누군가의 삶을 바꾸었다는 사실에 고양되어 있었다. 그는 ‘터널’을 들고 책갈피로 표시된 한 부분을 펼쳤다.


「이 끝없이 이어진 터널에서 더 이상 무엇을 바랄 수 있단 말인가. 그는 눈알이 없는 휑한 눈구덩에 부딪혀 우는 바람 소리를 들었다. 그 소리는 그의 머릿속을 좀 먹어 들어간 악마의 웃음소리였다. 다가오지도 멀어지지도 않는 어둠에 먹혀 두 눈의 필요성을 잃어버린 그를 향한 악마의 조소였다.

그는 눈구덩에서 느껴지는 후끈한 열기와 악마의 조소와 비참함, 억울함, 자괴감에 처참하게 썩어가면서도 꿋꿋하게 앞을 향해 걸어갔다. 이곳에 벽이란 없다. 오직 발을 딛을 수 있는 바닥만 있을 뿐. 그의 발이 앞으로 향하는 곳이 곧 ‘앞’이었다. 알 수 없는 내면의 힘이 그를 이끌고 있었다. 목적도 도착지도 없는데 그는 정처 없이 걸었다.

그저,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바로 그 때였다.

빛이 보였다.

이미 두 눈을 스스로 뽑아버린 그에게 더 이상 빛이란 영광이 찾아올 리가 없거늘.

시신경이 뽑힌 눈구덩으로는 빛을 받아들일 수 없거늘.

하지만 분명 알 수 있었다. 지금 머릿속이 부시도록 환하게 물들이는 이것은 틀림없는 빛이라고. 그는 희열에 몸을 떨며 뒤를 돌아보았다. 지금껏 어둡기만 했던 터널이 더 이상 어둡지 않았다. 아무 것도 볼 수 없었으나 분명 터널은 밝았다. 그저 밝았다. 그는 결국 환희에 차 울음을 쏟아내고 말았다. 울음소리조차 나오지 않는, 심장이 따끔해지도록 소리 없는 울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그곳에서 편안히 몸을 뉘일 수 있었다.」


터널의 마지막 페이지를 읽은 후 그는 조용히 눈을 감고 책을 덮었다. 그리고 한참 그 여운을 만끽하고 나서 말을 이었다.

“저는... 아직 터널에 있습니다. U-real이라는 터널이지요.”

그는 재차 영상을 띄워서 U-real을 보여주었다. 수많은 유저들이 갖가지 능력을 사용해 아드보카투스들을 물리치고 있었다. 하지만 수십만, 수백만은 되어 보이는 아드보카투스를 없애기에는 너무나 힘이 부족했다. 그 영상을 가만히 지켜보던 상윤이 말했다.

“사실 전 이 게임 시나리오가 완결되는 것을 제 두 눈으로 보고 싶어서 U-real을 만들었습니다. 제 손이 아닌 유저들의 손에 의해서. 제가 게임을 만든 이후로 단 한 번도 손을 대지 않은 이유도 바로 있는 그대로의 제 세계를 누군가가 종결시켜주었으면 하는 바램에서였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그는 뭔가를 깊게 생각하는 듯 고개를 떨궜다. 괜시리 무거워진 분위기에 잠시 눈치를 살피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게 제가 이곳에 온 것과 무슨 관련이 있는건가요?」

“물론입니다. 전 성현님께 U-real을 권유하기 위해서 이렇게 초대했으니까요.”

「네?」

“물론 성현님께 제 소망을 이뤄달라는 그런 부담스러운 말을 하려고 한게 아닙니다. 제가 성현님께 U-real을 제안하는 단 하나의 이유는 오직 제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게임으로 꼭 한 번 초대하고 싶어서지요. 제게 있어선 U-real도 제 세계거든요.”

「아... 그렇군요.」

내가 쪽지를 내밈과 동시에 그는 몸을 앞으로 확 숙여 내 손을 양손으로 꽉 붙들었다. 깜짝 놀라 흠칫했으나 어린아이 마냥 기대감에 잔뜩 부풀어있는 그의 시선에 사로잡혔다.

“그래서 그런데... 제 게임 한 번 해보시지 않겠습니까?”




즐겁게 읽으셨나요? 만일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행복하세요~


작가의말

 댓글과 추천을 먹고 싶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Eternal Dream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6 2장 < 다른 어딘가의 이야기 > (5) 15.06.27 229 4 7쪽
15 2장 < 다른 어딘가의 이야기 > (4) 15.06.26 289 4 5쪽
» 2장 < 다른 어딘가의 이야기 > (3) 15.06.25 278 3 7쪽
13 2장 < 다른 어딘가의 이야기 > (2) 15.06.22 400 5 15쪽
12 2장 < 다른 어딘가의 이야기 > (1) 15.06.20 397 8 6쪽
11 1장 < D-8 years > (10) 15.06.18 406 7 6쪽
10 1장 < D-8 years > (9) 15.05.17 408 8 10쪽
9 1장 < D-8 years > (8) 15.05.17 503 8 11쪽
8 1장 < D-8 years > (7) 15.03.30 745 12 12쪽
7 1장 < D-8 years > (6) 15.03.30 681 11 11쪽
6 1장 < D-8 years > (5) 15.03.26 674 8 11쪽
5 1장 < D-8 years > (4) 15.03.24 561 12 11쪽
4 1장 < D-8 years > (3) 15.03.23 662 13 9쪽
3 1장 < D-8 years > (2) 15.03.23 891 10 12쪽
2 1장 <D-8 years> - 1 15.03.19 1,261 14 10쪽
1 0장 <어쩌면 이미 그때부터...> +2 15.03.19 1,711 12 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