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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키어스의 두근두근 판타지 서재!

Eternal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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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키어스
작품등록일 :
2015.03.19 19:28
최근연재일 :
2015.09.19 11:13
연재수 :
53 회
조회수 :
19,074
추천수 :
275
글자수 :
201,957

작성
15.03.26 02:48
조회
673
추천
8
글자
11쪽

1장 < D-8 years > (5)

DUMMY

성 마레스력 231년 05월 06일

“그러고보니 이벨.”

“네?”

가샤에 머물기 시작한지 사흘째, 아헬리아는 가샤에서의 생활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 증거로 그녀는 도서관에서 가져온 수십 권의 고서를 옆에 산처럼 쌓아두고 그 위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너 아직 네가 이벨 카샤르라는거 확증 받지 못했잖아.”

그녀의 말에 이벨이 크게 한숨을 쉬었다. 아헬리아가 생활을 만끽하고 있을 동안 그와 정반대로 이벨은 고초를 겪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안 그래도 요즘 그것 때문에 골치 아프다고요. 근위기사단 전체가 제가 이벨 카샤르 임을 증명하고 싶으면 대련을 하자고 덤벼들고, 대련을 해주고 이기면 아직 기사단장님이 오시지 않았다며 그때까지 증명은 유보하겠다고 하고... 하아...”

“그러게 가명으로 활동했으면 좋았잖아.”

“제 이름이 버젓이 있는데 왜 가명을 쓰나요?”

“아~ 그런 부분에서 소신 있는 쪽이었구나. 이해해. 그런데 솔직히 나도 아직 네가 이벨 카샤르인지 훌륭한 거짓말쟁이인지 잘 모르겠단 말이야.”

“뭔가 이해한다고는 말씀하셨지만 굉장히 기분이 묘하네요. 그나저나 왕녀님은 도서관에서의 시간이 괜찮으신가보네요. 부쩍 활기차지신 것 같은데요?”

“그치? 그래 보이지?”

아헬리아의 눈이 휘황찬란하게 반짝이는 것을 보자마자 이벨은 ‘아, 잘못 건드렸다.’고 생각했다.

“가샤 왕성 도서관에 오길 정말 잘했어! 공간 분야는 워낙 마법사가 극소수여서 기록이 적을 수밖에 없었는데 여기에는 역대 공간마법사들의 간단하지만 여러 가지 연구 기록이 남아있더라고. 그조차 적었지만. 그리고 리첸드로가 말했었던 것 중에서 차원이라는게 뭔지도 알아냈어!”

“차원이요?”

솔직히 이벨은 리첸이 했던 말 중에서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은 모조리 잊어버린지 오래였다.

“우연히 300년 전의 공간마법사가 딱 한번 언급했던 내용이 있어서 알게 됐어. 자, 설명해줄테니까 잘 들어봐.”

“네...”

그녀는 연설이라도 하려는 양 헛기침으로 목을 가다듬고 말을 이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 이외에 또 다른 세계가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다는 거야. ‘신’의 존재 역시 저 하늘에 있는 존재가 아니라 어딘가 다른 차원에 있는 존재라는 거지! 만약 우리가 1이라는 차원이라면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공간의 틈 어딘가에 2, 3, 4라는 가샤, 메린톤, 마법 따위는 없고 다른 국가, 다른 종족, 다른 문화가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말이야! 정말 굉장하지 않아?”

흥분하는 아헬리아와는 다르게 이벨의 반응은 시큰둥하기만 했다.

“그런데 그 차원이 뭐 대단한건가요? 어차피 다른 세상 이야기라서 딱 감이 안 잡히는데요. 그리고 그게 저희의 계획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도 모르겠고.”

“글세... 그 부분은 나도 동감이야. 일단 리첸드로가 한 얘기를 이해해보려고 했지만 ‘차원’의 존재가 어떤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겠단 말이지.”

“그런가요.”

그렇게 둘이서 리첸드로가 계속 뜸 들이는 계획이라는 녀석이 무얼까 토론을 나누고 있을 때 방 밖에서 묵직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간간이 철이 쩔그렁거리는 소리도 들렸다. 소리에 민감한 이벨이 먼저 그 소리를 듣고는 또 한숨을 쉬었다.

“또네요.”

“뭐가?”

“대련이요. 아마 곧 기사가 와서 다짜고짜 대련을 하자고 할걸요.”

아니나 다를까 정중히 노크를 하고 방에 들어온 이는 허리춤에 검을 차고 있는 한 남자였다. 그런데 그 남자를 기사라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보였다. 누더기나 마찬가지인 옷을 입고 양어깨에는 거의 성인 남성만한 파충류의 다리 같은 것이 얹혀있었다. 간헐적으로 경련을 하듯 꿈틀대는 다리를 보고 아헬리아는 등에 소름이 쫙 돋았다.

남자는 고개를 숙여 아헬리아에게 예를 표한 후에 이벨에게 시선을 돌렸다. 남자의 시선을 받은 이벨의 표정은 퍽... 썩어있었다고 표현해도 좋을법하다.

“당신이... 이벨 카샤르인가?”

“네~ 제가 이벨 카샤르랍니다~ 영웅이랍니다~ 신의 사자랍니다~ 영 찝찝하시면 대련이나 한 번 할까요?”

그렇게 건성으로 대답하며 일어난 이벨에게 남자는 잠시 동안 그를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의외의 말을 꺼냈다.

“아니, 필요 없겠군.”

그의 말에 도리어 이벨이 놀랐다.

“네? 필요 없어요?”

“그래. 필요 없다.”

“오~ 한 눈에 나를 알아봐주는 분도 계셨구나! 다행이야! 기사라는 님들은 모두 의심마귀에 홀려있는게 아닌가 걱정할 뻔했는데!”

“확실히 알아보겠군. 아무래도 내 휘하 기사들에게 좀 더 교육을 시킬 필요가 있겠어.”

그리고 또 다시 예상치도 못했던 말을 꺼냈다.


“나에게도 질 녀석이 이벨 카샤르일 리가 없지.”


“네?”

“잘 못 들었나. 전설의 영웅이 한낱 나 같은 기사에게 질 리가 없다. 그러니 너는 이벨 카샤르가 아니다.”

너무도 당연하게 말하는 남자에게 이벨보다도 아헬리아가 먼저 항변했다.

“아무래도 잘 모르시는 것 같네요. 가샤의 왕성기사단과 제 호위기사들 중에서 이벨을 이긴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 그런데도 이벨이 당신한테 질거라고 생각하는 건가요?”

“아헬리아 센 메린톤 왕녀님. 제 기사들과 왕녀님의 호위기사들을 비하하려는 것은 아님을 미리 말씀드리겠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기사든지 이런 자에게 패했다면 다시 한 번 검을 갈고닦아야합니다. 저라면 이 자에게 패하는 순간 1년 동안 폐관 수련에 들어갈 정도로 저의 미숙함에 충격을 받을 겁니다.”

단호한 남자의 말에 아헬리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 남자를 납득시키는 것을 이벨에게 넘겨버렸다.

“안되겠다. 이벨, 대련 한 번 해야 될 것 같은데?”

“그러게요. 제가 먼저 대련을 요청하는 경우는 별로 없지만...”

이벨은 검집채로 허리춤에서 빼어 검을 남자에게 향하게 했다.

“저 이벨 카샤르는 당신에게 정식으로 기사 간의 결투를 요청하는 바입니다.”

그의 결투 요청에 남자는 어깨에 짊어진 파충류의 다리를 바닥에 떨어뜨리고 마찬가지로 검을 뽑았다. 남자의 키가 커서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는데 남자의 검은 이벨이나 다른 기사들의 검보다 두 뼘은 더 길고 두꺼웠다. 그런 검을 한 손으로 들고 서있으니 그 기세가 묵직하게 다가왔다.

“자신의 실력에 자만하는 이에게. 한수 보여주겠다.”

남자가 앞장서고 이벨이 뒤따르는 대열로 둘은 연무장으로 향했다. 아헬리아는 자연스럽게 둘의 뒤를 따라갔고 그 둘이 연무장으로 가는 것을 본 기사들도 하나 둘 모여들었다. 결국 둘이 연무장에 마주보고 서있을 즈음에는 왕성기사단의 대부분이 그들을 둘러싸게 되었다.

“결투 형식은 아다르의 뜻대로. 시간은 무의미하며 시베루투스가 손에서 떠나는 순간까지 계속된다. 동의하는가?”

“동의합니다.”

기사들의 결투 방식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하나는 지금과 같은 ‘아다르의 방식’. 평화의 신인 아다르의 가호 아래 결투를 진행한다는 맹세로 상대를 죽일 경우에는 그 자리에서 검을 부러뜨리고 다시는 기사임을 밝힐 수 없게 된다. 항복하거나 누가보아도 결착이 났을 때에 강제적으로라도 결투를 멈출 의무가 있다. 가벼운 대련이라고 보아도 무방한 방식이다.

두 번째 방식은 ‘고아쿠나의 방식’이다. 역경의 신인 고아쿠나의 가호 아래에 이뤄지는 결투는 오직 ‘상대가 굴복했을 경우’에만 결투가 끝난다. 검이 부러지든 뼈가 부러지든 상대가 속행 의지를 밝힐 경우에는 결투를 중단할 수 없다. 다만 정신을 잃을 경우에는 중단할 수 있으며 이 방식 또한 상대를 죽여서는 안 된다.

그리고 마지막 방식은 가장 냉정하고 잔혹한 결투로 ‘시베루투스의 방식’이다. 전장의 신인 시베루투스의 가호 따위는 없으며 결투의 끝은 오직 결투를 하는 두 기사의 선택에 맡긴다. 죽여도 좋고 팔다리를 하나씩 잘라도 좋다. 둘 중 한명이라도 포기 의사를 밝히지 않는 한 결투는 계속된다. 이 방식의 무서운 점은 한 명이 기절할 경우, 다른 한 쪽이 결투 중단을 밝히지 않고 죽이거나 그 어떤 짓을 하더라도 책망을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중에서도 아다르의 방식을 택했다는 사실은 지금의 결투는 이벨도, 남자도 가벼운 대련으로 검을 섞을 생각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벨과 남자가 동시에 준비 자세를 취했다.

“아다르의 방식이라니... 너그러우시네요.”

“약자는 배려해야한다. 그것이 진정한 기사의 도리.”

“이렇게 약자 취급 받는 것도 꽤 오랜만이네요. 뭐... 저도 같은 생각이었지만요.”

둘이 준비를 끝낸 순간부터 결투는 이미 시작되었지만 그 누구도 움직이지 않고 서로를 노려보기만 할 뿐이었다. 그것을 보며 아헬리아는 답답해서 발만 구르고 있었다.

“뭐야? 왜 둘이 노려보기만 하고 있어?”

“서로의 기세를 읽고 있겠지요. 전장과 마찬가지로 결투 역시 서로의 수를 읽는 것이 중요하답니다.”

그녀의 혼잣말을 옆에 있던 남자가 친절히 대답해주었다.

“어... 누구죠?”

“전 가샤 왕궁 기사단의 부단장인 슈게라든 쿠 비첼라이오입니다. 어제 저 사람과 대련을 해서 졌던 기사 중 하나지요.”

“꽤 깔끔하게 패배를 시인하네요? 이벨이 다들 인정 못한다고 바득바득 우긴다던데.”

“다들 졌다는 사실 자체는 인정하지만, 그가 이벨 카샤르라는 사실을 인정 못했던 겁니다.”

“그게 그거 아닌가요?”

“많이 다르답니다. 제가 어제 검을 섞은 후에 느낀 점은 분명 저 남자는 ‘저희들보다는’ 강하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저 남자는 가샤가 자랑하는 기사단장을 이길 수 없다는 사실도 알았습니다.”

아헬리아는 슈게라든을 바라보다가 다시 연무장에서 대치하고 있는 둘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그에게 물었다.

“당신이 자신만만해하는 이유는 가샤 왕성 기사단장을 믿고 있어서인 것 같은데, 그럼 저 사람이 기사단장이라도 된다는 말인가요?”

그녀의 질문에, 너무도 자연스럽게, 그가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저 분이야 말로 최고의 기사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 기사단장, ‘유라제이 던 호크’님 이십니다.”


그 날의 결투의 결과는

총 스물세 합

검 날이 상대의 목을 겨누는 상황을 끝으로

승리를 호언장담했던 두 남자의 말따라

유라제이 던 호크가 승리했다.




즐겁게 읽으셨나요? 만일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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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장 < D-8 years > (9) 15.05.17 408 8 10쪽
9 1장 < D-8 years > (8) 15.05.17 502 8 11쪽
8 1장 < D-8 years > (7) 15.03.30 744 12 12쪽
7 1장 < D-8 years > (6) 15.03.30 680 11 11쪽
» 1장 < D-8 years > (5) 15.03.26 674 8 11쪽
5 1장 < D-8 years > (4) 15.03.24 560 12 11쪽
4 1장 < D-8 years > (3) 15.03.23 662 13 9쪽
3 1장 < D-8 years > (2) 15.03.23 891 10 12쪽
2 1장 <D-8 years> - 1 15.03.19 1,261 14 10쪽
1 0장 <어쩌면 이미 그때부터...> +2 15.03.19 1,711 12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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