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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키어스의 두근두근 판타지 서재!

Eternal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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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키어스
작품등록일 :
2015.03.19 19:28
최근연재일 :
2015.09.19 11:13
연재수 :
53 회
조회수 :
19,078
추천수 :
275
글자수 :
201,957

작성
15.03.30 09:21
조회
680
추천
11
글자
11쪽

1장 < D-8 years > (6)

DUMMY

성 마레스력 231년 05월 08일

아헬리아는 여전히 가샤 왕성 도서관에서 책에 파묻혀 살고 있었다. 사실 공간 분야의 도서는 이미 다 섭렵했으나 이왕 가샤에 왔으니 다른 분야라도 희귀한 문헌은 모조리 찾아보자는 심산이었다. 그녀는 도서관에 아예 전용 테이블을 두고 하녀가 끓여준 차를 마시며 여유롭게 책을 읽었다. 그래도 왕녀가 누릴 수 있는 특권을 생각하면 그녀가 원하는 것은 소박한 편이었다.

“오늘도 도서관에 계시는 겁니까? 왕녀님은 아직 어리시니까 좀 더 활동적으로 움직이시는 편이 좋습니다.”

독서에 열중하다가 문득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시선을 돌리니 5일 동안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던 리첸드로가 유유자적하게 걸어오고 있었다. 그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차 한 잔을 손수 따르고는 아헬리아의 맞은편에 앉았다.

“오랜만이네.”

“그간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습니다. 이제야 겨우 한 숨 돌릴 틈이 생겼습니다. 어떠십니까? 가샤는 마음에 드십니까?”

아헬리아는 차를 한 모금 홀짝이고 말했다.

“음~ 마음에 들어. 무엇보다도 희귀한 책이 많다는 점이.”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입니다. 그런데 이벨은 어디에 있습니까? 식당에서 만한전식을 즐기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만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예언가잖아?”

그녀의 말에는 예언가라면 미래를 보아서라도 그가 있는 장소를 알아낼 수 있지 않느냐는 뜻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리첸은 작게 웃고 대답했다.

“저도 제 능력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랍니다. 하물며 사람 찾는데 능력을 쓸 여력도 없습니다.”

“의외로 불편하구나?”

“그렇게도 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벨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겠습니까?”

“으음... 글쎄? 오늘도 여기저기 쏘다니고 있겠지.”

“관심이 없어지신 겁니까?”

“솔직히 조금. 솔직히 말해줘, 예언가님.”

“리첸으로 괜찮습니다.”

“그럼 리첸. 정말로 그 녀석이 이벨 카샤르가 맞는거야?”

의아해하는 그에게 아헬리아는 이틀 전에 있었던 기사단장과 이벨의 대련과 그 결과를 설명해주었다. 대련 후에 기사단장은 자신이 이겼다는 사실에 그 어떤 감정도 보이지 않았다. ‘이기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한 태도였다. 아헬리아는 솔직히 그 후에 이벨이 분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결투를 요청하거나, 창피함을 참지 못하고 도망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벨의 반응은 그녀의 예상을 크게 벗어났다.

그는 결투에서 지자마자 벌떡 일어서서 이렇게 말한 것이다.

“이야~ 져버렸네요. 정말 강하신데요? 다음에도 기회가 되면 또 대련이나 하죠.”

그리고 끝이었다. 이벨은 배가 고프다며 식당으로 가서 식사를 하고 분수대 근처에서 뒹굴 거리다가 그대로 잠들어서 다음 날에 감기에 걸려 드러누웠다. 심지어 환자인 주제에 쉬지는 못할망정 끊임없이 이곳저곳을 방랑하고 있다. 스스로 말을 하면서도 기가 막혀왔다. 그런데 그녀의 말을 듣는 리첸의 얼굴에서는 여전히 웃는 표정 그대로 변화가 없었다.

“리첸? 듣고 있어?”

“네, 듣고 있습니다. 공간마도사님께서 궁금하신 것은 한 시대의 영웅이라면 고작 가샤의 기사단장에게 패할 일도 없을뿐더러 패하고 나서도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돌아다니지 못하는 열혈 기사라고 생각하셔서, 그 괴리감 때문에 그가 이벨 카샤르가 아니라고 생각하셨다... 맞습니까?”

“말이 좀 긴데... 맞아.”

“흑운의 재앙 때 가까운 곳에서 그의 활약상을 지켜본 제가 보증합니다. 그는 이벨 카샤르 본인이 틀림없습니다.”

“그럼 내가 이벨 카샤르를 한 시대를 호령했던 영웅의 상으로 생각한 것이 환상이라고 말할 셈이야?”

“아뇨, 그건 아닙니다. 그는 분명 흑운의 재앙 때에는 공간마도사님이 생각하시는,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생각하는 영웅의 모습 그 자체였습니다. 적을 앞두고 단 한 발도 물러서지 않고, 그 누구도 그를 패주시킨 적이 없으며 그의 검에 소멸한 마족만 천을 아득히 넘고 인류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는 열혈 기사였습니다.”

아헬리아는 그의 말투가 마음에 걸렸다. 리첸이 자꾸 ‘였습니다’라는 과거형 문장을 강조했기 때문이었다.

“그럼 지금은?”

“지금은 그냥 ‘실력 좋은 평범한 기사’입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동일 인물이잖아?”

자신은 궁금해서 몸이 근질거리는데 정작 대답해주는 사람은 느긋하게 차의 향을 즐기고 다음으로 한 모금 입에 넣고 음미하고 있었다. 아헬리아는 진심으로 그의 주변을 비틀어서 찻잔을 아예 기울이지도 못하게 해버릴지를 고민했다.

“제가 왕녀님은 공간마도사, 그리고 이벨은 ‘염검사’라고 했던 것을 기억하십니까?”

“응, 기억해. 그래서 책도 찾아봤는데 그 어디에도 없더라고.”

“없는 것이 당연한 겁니다. 염검사는 세계에 단 한 사람만이 존재할 수 있고 이전의 염검사들은 모두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아니, 그들은 자신이 염검사라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을 겁니다.”

실제로 이벨은 리첸이 자신을 염검사라고 부르는 것을 의아해했다.

“그 염검사가 대체 뭔데?”

“한없이 강해질 수도, 한없이 약해질 수도 있는 이들이랍니다.”

아헬리아가 그런 애매모호한 대답을 용납할 수 있을리 만무했다. 당연지사 재차 캐물으려고 했지만 리첸이 검지손가락으로 그녀의 입술을 막았다.

“이 다음부터는 세계의 진실과 관련이 되어 있어서 말씀드리기 어렵답니다. 그 대신,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한에서 뭐든 대답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녀는 그의 말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이벨이 ‘그의 말에는 이유가 있다’는 것이 걸려서 그 이상 따지고 들지는 않았다. 그래서 리첸의 말대로 궁금한 것들을 모조리 물어보자고 마음먹었다.

“그럼 원하는 대로 전부 다 물어보겠어! 일단! 왜 당신이 가샤의 세 번째 눈이야? 첫 번째, 두 번째도 있는거야?”

“가샤에는 총 다섯 쌍의 눈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창공에서 가샤를 돌보는 에퓌두의 눈, 두 번째는 대지에서 가샤를 가꾸는 샤릇테의 눈, 세 번째는 염치없게도 미래를 점치는 능력을 가진 제가 맡고 있습니다. 네 번째가 바로 나라를 돌보는 국왕이신 가르포르 륜 샤릇테 가샤의 눈, 마지막 다섯 번째가 왕을 바라보는 국민의 눈. 즉 가샤라는 나라의 눈입니다.”

“그 기사단장이라는 사람은 대체 누구야? 솔직히 이벨이 약한건 아니잖아? 기사단장 외에는 아무도 이벨을 못 이겼으니까.”

“그는 유라제이 던 호크. 이미 가샤 뿐만 아니라 타 왕국에서도 눈독 들이고 있는 기사입니다. 시베루투스의 새로운 화신이라고도 할 정도로 그의 실력은 단순히 뛰어나다는 말로는 설명하기가 힘듭니다. 그는 도신 길이 1m 50cm의 ‘폭풍우’라는 검을 사용하는데 그가 본 실력을 내보일 때 나타나는 풍압과 그 기세의 날카로움 때문에 그런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제가 그에게 예언을 이야기 해주었더니 그 다음 날에 곧바로 ‘재앙의 싹을 자르고 오겠다’며 뛰쳐나갔었습니다.”

“아, 그래서 그 때 옷이 그렇게 너덜너덜했구나.”

“나중에 들어보니 결국 재앙의 싹이라고 할 만한 것은 찾지 못했고 주위를 어슬렁거리던 마족을 하나 베었다고 했습니다.”

“아니! 그거 그냥 가볍게 말할 수 있는게 아니잖아!”

“그 정도는 가볍게 말할 수 있는 남자가 유라제이 던 호크라는 기사입니다.”

그러다 불현 듯 무언가를 떠올렸는지 리첸이 짧게 감탄사를 뱉었다. 그의 행동에 아헬리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야? 갑자기.”

“생각해보니 가샤에 저 말고도 있었습니다.”

“뭐가?”

“이벨 카샤르와 같이 흑운의 재앙을 겪은 사람이.”

하지만 그 말은 바로 의도를 파악하기 힘든 말이었다. 흑운의 재앙이 끝나고 8년, 솔직히 어느 정도 기사를 해온 사람이라고 하면 다들 흑운의 재앙 정도는 겪어온 이들이다. 한 마디로 ‘흑운의 재앙을 겪은 사람’은 한 사람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재앙 이후 100년이나 흘렀으면 모를까.

“그런 말은 나도 할 수 있어. 기사단장도 흑운의 재앙을 겪은 기사야. 맞지?”

뒤늦게 자신이 말을 너무 많이 생략했다는 것을 깨달은 그가 정정했다.

“정정하겠습니다. 그 전에 한 번이라도 궁금한 적이 있으셨습니까? 흑운의 재앙이 종결난지 겨우 8년 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왜 사람들은 시대의 영웅인 ‘이벨 카샤르’의 얼굴조차 모르는지 생각해보신적 있으십니까? 일반인들은 제외하더라도 함께 싸운 기사들은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이 정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어... 어...? 그러고보니.”

‘영웅’이나 ‘시베루투스의 화신’이라는 호칭 따위로 이미 자신과는 먼 세상에 있는 사람이라고 은연중에 여기고 있었기 때문일까? 그녀는 조금만 생각해보면 할 수 있는 지극히 당연한 질문을 떠올리지 못했다는 사실조차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랍니다.”

“어쩔 수 없는 일?”

“이 사실은 역사의 기록에도 남아있지 않은 것이어서 모르시는 것이 당연입니다. 이벨 카샤르는 최후의 격전 때에 도합 241마리의 마족을 섬멸했습니다. 그 때에 241마리의 마족들이 하나로 힘을 모아 이벨을 ‘저주’했습니다.”

“저주? 마족들은 특수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그 중 하나입니다. 각각의 힘을 집약시켰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무슨 저주였는데?”

“그건... ‘그의 이름만을 남기는 저주’였습니다.”

이름만을 남기는 저주... 어디서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녀는 왠지 리첸과 대화를 하면서 점점 자신이 바보가 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래도 궁금하니까 물어보았다.

“무슨 저주인데?”

“이벨 카샤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이 마족들을 무찔렀다, 인류의 구세주이다... 등 그의 이름이 해낸 것들은 그대로 세상에 남습니다. 하지만 남는 것은 오직 이름뿐이고 정작 그 모든 것을 이룬 이벨 카샤르라는 사람은 사람들에게서 잊혀집니다.”

“그...”

“유라제이, 제다곤, 슈게라든...그래서 당시에 함께 싸웠던 수많은 기사들조차 이벨 카샤르를 보고 이벨 카샤르임을 눈치 채지 못하는 겁니다.”

“하지만 나는!? 나는 의심만 하고 있었을 뿐이지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걸!”

“그건 간단합니다. 마족의 저주가 파고들지 못할 정도로 강한 의지, 혹은 신념, 실력, 그 외의 무언가를 가진 사람인 겁니다. 그래서 저도 이벨을 기억하고 있는 거랍니다.”

“그런 억지가...”

“그리고 저나 왕녀님과 마찬가지로 이벨을 기억하는 한 사람이 가샤에 있습니다. 그에게 가서 물어본다면 더 자세한 것을 알 수 있지 않겠습니까?”

싱긋 웃는 리첸의 입에서 나온 이름을 듣는 순간, 결국 아헬리아는 리첸의 찻잔 내부의 공간을 왜곡시켜서 잔을 기울이는 순간에 다시 찻주전자로 돌아가도록 마법을 걸 수밖에 없었다.

뭐... 그만큼 화딱지 나게 하는 대답이었다.




즐겁게 읽으셨나요? 만일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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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장 < D-8 years > (9) 15.05.17 408 8 10쪽
9 1장 < D-8 years > (8) 15.05.17 502 8 11쪽
8 1장 < D-8 years > (7) 15.03.30 744 12 12쪽
» 1장 < D-8 years > (6) 15.03.30 681 11 11쪽
6 1장 < D-8 years > (5) 15.03.26 674 8 11쪽
5 1장 < D-8 years > (4) 15.03.24 560 12 11쪽
4 1장 < D-8 years > (3) 15.03.23 662 13 9쪽
3 1장 < D-8 years > (2) 15.03.23 891 10 12쪽
2 1장 <D-8 years> - 1 15.03.19 1,261 14 10쪽
1 0장 <어쩌면 이미 그때부터...> +2 15.03.19 1,711 12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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