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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키어스의 두근두근 판타지 서재!

Eternal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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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키어스
작품등록일 :
2015.03.19 19:28
최근연재일 :
2015.09.19 11:13
연재수 :
53 회
조회수 :
19,090
추천수 :
275
글자수 :
201,957

작성
15.03.19 19:32
조회
1,261
추천
14
글자
10쪽

1장 <D-8 years> - 1

DUMMY

성 마레스력 231년 4월 33일

“으음~ 날씨 좋다~”

봄계절의 가샤 왕국의 햇살은 특별한 구석이 있다. 자신이 왜 그렇게 느끼는지 정확한 이유는 몰랐지만 숲길 옆에서 들려오는 새소리나 흙바닥에서 올라오는 온기의 포근함, 선선히 불어오는 따스한 바람 등의 복합적인 요소들 때문이리라 어렴풋이 느끼고 있을 뿐이다.

그녀는 봄바람에 자꾸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한 손으로 잡고 살며시 눈을 감았다. 조금이라도 더 이 만족감을 만끽하고 싶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또 다른 행복에 겨워하는 이들이 있었다. 바로 그녀가 타고 있는 마차를 호위하는 기사들이었다. 아직 15살에 불과하지만 일찌감치 대륙의 보석이라 불리는 여인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영광을 얻게 된 것이다. 사람은 꽃과 더불어 아름다운 것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분이 좋아진다는 옛말이 틀림없음을 몸소 느끼고 있었다.

“제다곤 경? 분명 이쪽이 도적들이 빈번하게 나타난다는 곳이 맞는거죠?”

그녀의 질문에 마차의 창문 옆에 딱 달라붙어 있던 한 기사가 대답했다.

“네, 왕녀님. 분명 이 길입니다.”

“그런데 꽤 오랫동안 길을 다니고 있는데도 도적은커녕 행인 한 명도 보이지 않는걸요.”

“상인들은 둘째치더라도 아마 저희들의 규모가 너무 커서 도적들이 일찌감치 포기해버린 것이 아닐런지요. 제아무리 세력이 큰 도적이라 할지라도 정규 왕국군의 군대는 상대하기 힘들겠지요.”

“아~ 이럴 줄 알았으면 소규모로 올걸 그랬네요. 마법사 협회에 가는 길에 좋은 일 하나 하려했는데 아쉽게 됐네요.”

“유일무이하신 공간마도사님께서 계시니 저라면 왕녀님이 혼자 계시더라도 절대 덤벼들지 않을 겁니다.”

“에이, 그 정도는 아니에요. 치켜세우지 말아요.”

아헬리아 센 메린톤. 대륙의 그 어떤 마법사라도 그녀의 이름을 듣는 순간 그녀의 앞에 머리를 조아릴 수 밖에 없다. 한 국가의 왕녀이자 겨우 15살의 나이에 마도사의 칭호와 공간마도사라는 별칭까지 얻은 그녀는 모든 마법사들의 우상이었다. 심지어 아름답기까지 하지 않던가.

도적들을 소탕하는 일은 거의 포기하고 순순히 숲길의 평화를 누리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기사들이 일제히 멈춰섰다. 아헬리아는 무슨 일인가 싶어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었지만 제다곤이 그녀의 행동을 만류했다.

“창밖으로 나오시면 안됩니다. 그러다가 예상치 못한 봉변이라도 당하시는 날에는 저희 모두 큰일납니다.”

“그런 말은 됐고요. 갑자기 왜 멈춘거에요? 도적들이 보이기라도 했어요?”

그녀의 질문에 제다곤이 다소 난처한 표정으로 앞을 바라보았다.

“그렇다고도... 할 수는 있겠네요.”

그의 두루뭉술한 말에 아헬리아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제다곤이 보지 않는 틈을 타 재빨리 마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대체 기사들이 무엇을 보고 머뭇거리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앞으로 향했다. 그리고 이내 그녀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입을 다물 수 없게 되었다.

100명은 족히 되어 보이는 사람들이 모조리 땅바닥에 엎어져 있었다. 주변에 떨어진 날붙이로 미뤄보아 이들이 바로 악명높은 도적들이라는 사실은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그들 중에는 기절한 사람도 보였고 굉장히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신음을 내는 사람도 있었다. 아헬리아는 조용히 마차 옆으로 돌아와 제다곤에게 물었다.

“어... 그러니까...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원래 도적들이 이러나요?”

“...아닙니다.”

제다곤은 일행에게 기다리라는 표시를 하고 혼자 도적들 사이로 다가갔다. 그리고 쓰러진 이들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간혹 피를 흘리는 자도 있었지만 검상은 아니었고 몸 이곳저곳에 멍이 든 자국으로 보아 둔탁한 무언가에 맞은 것 같았다. 그런데 바로 그 때 도적들 사이에서 한 남자가 상체를 벌떡 일으켜 세웠다. 제다곤은 그 기척을 느끼고 재빨리 검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얼핏 보기에 부랑자처럼 보이는 청년이었다. 도적이라고 보기에는 도적들에게 미안할 정도로 남루해진 옷을 입고 있었다. 그 청년은 꾀죄죄한 몰골로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이내 제다곤을 발견했다. 그러고는 반색해서 그에게 기듯이 다가왔다.

“이, 이봐요. 거기 기사님...”

“뭐지?”

“미안한데 말이야. 먹을 것 좀 주실 수 있으세요?”

제다곤은 그가 말을 꺼내는 사이 재빨리 그의 몸을 눈으로 훑었다. 외양은 거지꼴이었으나 딱 한 가지, 허리춤에 있는 검 한 자루가 눈에 띄었다. 겉으로만 봐도 꽤 값이 나갈 법해보이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그는 경계를 늦추지 않고 물었다.

“먼저 질문에 답해라. 넌 왜 이곳에 도적들과 같이 누워있던 거냐.”

“아~ 이놈들이 내 검을 내놓지 않으면 죽인다고 되도 않는 말을 지껄이길래 그냥 몽둥이질 좀 해줬을 뿐이에요. 난 선량해요. 오히려 피해자라니까요?”

가해자와 피해자의 구분이 어려운 시점이란 지금 같은 상황을 뜻하리라.

그보다 제다곤은 그의 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혼자서... 이들을 상대했다고?”

“예. 이놈들이 기껏 운동하게 해놓고는 먹을 거라고는 아무 것도 안 들고 있어서 화가 머리끝까지 뻗쳤거든요. 그래서 냅다 누워서 하늘이나 보고 있었는데 기사님이 이렇게 와주신거죠.”

그는 적의를 지우고 다시 자세를 바로 했다. 믿을 수 있는 자라고 여겨지지는 않지만 일단 적의는 없어보였다.

“난 단순한 호위 기사에 불과하다. 잠시 여기서 기다려라. 돌아가서 여쭙고 올테니.”

“예, 예. 사흘을 굶었는데 그 잠깐을 못 기다릴까요. 어서 다녀오세요~”

방긋방긋 웃으며 천진난만하게 손까지 흔들어 환송하는 청년을 보며 제다곤은 어이가 없어 헛숨을 내쉬었다. 아헬리아에게 돌아간 제다곤은 청년과의 대화를 하나하나 설명해주었다.

그러자 아헬리아는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눈을 빛내며 기사들에게 명령하기 시작했다.

“거기! 미하로! 지금 여기에서 잠깐 쉬다 갈거니까 마차 옆으로 치우고 스프같은 따뜻한 것 좀 준비해줘. 넉넉히 준비해야 돼. 던율은 서너명만 데리고 가서 저기 도적들을 포박해놓고. 아, 가듀람은 통신으로 도적들을 다 소탕했으니까 이제 걱정없다고 시장한테 연락 좀 넣어주고. 그리고...”

아헬리아는 시선을 제다곤에게 던지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모습을 보고 제다곤이 의아하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뭐해?”

“예?”

“가서 데려와야지.”

...이럴 줄 알았다. 만사가 흥미위주로 돌아가는 한창 파릇할 때의 왕녀님이다. 심지어 호기심이 왕성하다는 마법사이다. 그런 그녀가 혼자 도적 100명을 쓰러뜨리고 그들 사이에서 유유자적하며 누워있었다는 기이한 행보를 그냥 넘겨버릴 리가 없었다.

“후우... 하지만 왕녀님. 저자는 신원이 확실치 않은...”

“데려와.”

“네... 알고 있습니다. 저도 직무 상 한번 말씀드려본 겁니다.”

왕녀님의 호기심에 대해서는 제다곤은 물론이요, 국왕까지도 포기한지 오래였다. 아헬리아가 기사들에게 손수 명령하는 것을 뒤로 하고 제다곤은 다시 그 청년에게 다가갔다. 청년은 여전히 그 자리에 앉아 싱글싱글 웃으며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제다곤은 깊은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허락을 받았다.”

“야호!”

“먹을 것을 준비하고 있으니 조금만... 어?”

“밥이다~”

청년은 제다곤이 말을 다 꺼내기도 전에 벌떡 일어나더니 일행이 있는 쪽으로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달려가기 시작했다. 뒤늦게 알아챈 그가 청년을 만류하기도 전에 청년은 수십 명의 기사들에게 완전히 포위되어 옴짝달싹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 그는 지끈거리는 이마에 손을 얹으며 일행에게 다가가 기사들의 경계를 풀어주었다. 그리고 스멀스멀 올라오는 불안감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2045년 8월 21일

......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와서 일단 수건을 서너장 꺼내 젖은 머리를 닦아주고 몸에 덮어주었다. 욕조에 너무 뜨겁지 않은 물을 받아놓고 아이를 욕실 안으로 데려다주었다. 나가서 코코아나 타놓고 기다릴 생각이었지만 아이가 작은 손으로 내 옷깃을 잡았다.

「왜 그러니? 부족한거라도 있어?」

말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목욕 혼자 해본적 없니?」

아이는 더 세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난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머리를 긁적이다가 쭈그려 앉아 아이의 손을 잡았다.

「같이 있어줘?」

이번에도 말이 없었지만 미세한 표정 변화로 미뤄보아 무언의 긍정을 하고 있었다. 이걸 어쩌면 좋나 싶었다. 일단 욕실 밖에서 있겠다고 했지만 아이는 다시 고개를 가로저었다. 다른 방법이 떠오르질 않아 어쩔 수 없이 아이와 함께 목욕을 하게 되었다.

목욕이 끝난 후에는 뜨거운 코코아를 한 잔 타서 주고 나는 커피를 끓였다. 식탁에 마주 앉아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이름, 집 주소, 나이 등 신상을 물어봤지만 아이는 어느 것 하나 대답해주지 않았다.

결국 아무런 수확 없이 난 아이를 침대에 눕혀 재웠고, 나는 이불과 베개만 가지고 나와 거실의 소파에 누웠다.

이제 그만 자야겠다.




즐겁게 읽으셨나요? 만일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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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장 < D-8 years > (9) 15.05.17 409 8 10쪽
9 1장 < D-8 years > (8) 15.05.17 503 8 11쪽
8 1장 < D-8 years > (7) 15.03.30 745 12 12쪽
7 1장 < D-8 years > (6) 15.03.30 681 11 11쪽
6 1장 < D-8 years > (5) 15.03.26 674 8 11쪽
5 1장 < D-8 years > (4) 15.03.24 561 12 11쪽
4 1장 < D-8 years > (3) 15.03.23 662 13 9쪽
3 1장 < D-8 years > (2) 15.03.23 892 10 12쪽
» 1장 <D-8 years> - 1 15.03.19 1,262 14 10쪽
1 0장 <어쩌면 이미 그때부터...> +2 15.03.19 1,712 12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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