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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키어스의 두근두근 판타지 서재!

Eternal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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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키어스
작품등록일 :
2015.03.19 19:28
최근연재일 :
2015.09.19 11:13
연재수 :
53 회
조회수 :
19,080
추천수 :
275
글자수 :
201,957

작성
15.05.17 02:14
조회
502
추천
8
글자
11쪽

1장 < D-8 years > (8)

DUMMY

성 마레스력 231년 05월 16일

두 사람의 대결은 만 하루가 지나고 나서야 끝이 났다. 결과는 검이 서로의 급소에 닿는 것으로 무승부로 결정되었다. 둘이 싸우는 사이에 아헬리아는 책을 한권씩 가져와서 독서에 빠져있었다. 한 권 읽을 때마다 공간이동을 해야 하는 점이 귀찮았지만 행여나 폭발의 여파로 귀중한 서적이 소실되게 할 수는 없었기에 그 정도는 감수하기로 했다.

둘의 대결이 끝난 것을 확인하고 아헬리아는 보던 책을 덮고 조심스럽게 그들에게 다가갔다. 우습게도 그들은 그 상황에서까지 말로 싸우고 있었다.

“마법을 사용. 검과 팔을 얼리고 넌 죽는다.”

“웃기지마. 네 마법이 발동하는 것보다 내 검이 더 빨리 네 목을 꿰뚫을걸?”

“그럼 피할뿐. 그 후에 옆을 벤다.”

“흥! 그따위 느린 검은 밟고 뛰어서 네 뒷통수를 날려버릴걸?”

이런 식으로 입씨름을 계속하고 있었다. 신의 대결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무예를 보여준 이들의 유아 수준의 연장전이었다. 그 이상 했다가는 끝도 없을 것이 명백했기에 아헬리아가 둘의 싸움에 끼어들었다.

“자, 자~ 도대체 언제까지 싸울거야? 옆에서 기다리는 사람도 생각해달라고.”

갑작스런 방해꾼에 둘이 동시에 고개를 홱 돌렸다. 이벨이 깜짝 놀라 물었다.

“어라? 왕녀님이 어떻게 이곳에 있는 거에요?”

“어휴... 빨리도 물어 본다”

“누구냐.”

“메린톤 왕국의 왕녀님이셔. 최연소 마도사이기도 하고.”

“상관없다. 침입자는 죽인다.”

그의 서슬 퍼런 살기가 아헬리아의 몸을 옥죄었다. 하지만 그녀는 리첸드로와는 달랐다. 작은 손짓 한번으로 그의 살기를 쉬이 받아넘겨 버렸다. 그리고 불쾌함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어조로 말했다.

“내가 당신에게 이길 자신은 없지만 그렇다고 지겠다는 생각은 안 드는데?“

더욱 살기를 강렬하게 내뿜는 남자와 양손에 마법 술식을 두른 아헬리아가 요상한 흐름을 타고 싸움을 시작하려하자 이벨이 재빨리 검을 거두고 상황을 수습했다.

“그만해! 왕녀님도 그만하세요.”

“흥!”

다행히 싸울 생각이 없었던 아헬리아가 먼저 공격 자세를 풀었다. 이벨은 아직까지 날이 서있는 남자를 반강제로 자리에 앉혔다. 어느새 찾아온 리첸드로도 그 옆에 앉았고 덩달아 아헬리아도 앉았다. 마지막으로 “술이라도 마실까요?”라면서 어디선가 와인 병을 한 아름 들고 온 이벨이 자리에 앉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술자리가 마련되었다.

“그럼 어디... 신나게 한 번 마셔볼까?”

익숙하게 와인의 마개를 뽑아 잔에 아슬아슬하게 넘치지 않을 정도로 가득 따랐다. 각자의 앞에 한 잔씩 돌아가고 난 후에 리첸이 말을 꺼냈다.

“이렇게 극적으로 다시 모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남자가 리첸의 말에 반박했다.

“네가 숨긴 탓이다.”

“그건 죄송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러면 어떻고 저러면 어때? 오랜만에 모인거 아니냐!”

“8년 동안 안 나타난 주제에.”

“캬아!! 미안하구만!”

“안 미안하군.”

방금 전까지 살기를 풀풀 날리며 피터지게 싸웠다고는 믿기 힘든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한 사람만 빼고.

‘분위기를 못 따라가겠는건 나만 그런거야? 그런거야?’

술자리가 시작된지 아직 30분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 셋이서 와인 11병을 비워버렸다. 아헬리아만 대화에 끼지 못하고 술 한 방울도 마시지 않은 채 육포만 깨작거리고 있었다.

“맞아! 리첸! 빨리 그놈의 계획 이야기나 해달라고! 궁금하잖아!”

“그거어언~ 아안됨니아아아~”

“프하하핫! 봤어? 혀 돌아갔어! 푸후하하핫!”

“여전히 약하군.”

“너도 따로 들은거 없는 거야?”

“기다리라더군.”

“정보 독점 반대! 계획할거면 알고 하자아!!”

‘난 왜 여기에 있는걸까...?'

원래 취객들 사이에 홀로 제정신인 사람은 고독한 법이다. 홀로 고독을 씹고 있는 그녀에게 이벨이 술냄새를 풀풀 풍기며 옆으로 다가왔다.

“왕녀니임~ 왜 혼자 아무 말이 없으세요.”

“읏! 술냄새!”

“같이 마시고 신나게 떠들어야죠. 히히히~ 저기 보세요? 리첸이나 저 무뚝뚝이도 즐겁게 마시고 놀잖아요?”

“...즐거워?”

리첸의 시선을 따라 눈을 돌렸으나 즐겁게 마시고 노는 사람의 모습 따위는 없었다. 그저 술에 떡이 되어서 바닥에 엎어진 시체 하나와 혼자 묵묵히 와인을 병째로 들어 퍼붓고 있는 괴물의 모습이 보일 뿐이었다.

“어라? 왕녀님? 지금까지 한 모금도 안 드신거에요?”

“...안 먹어봤어.”

“네?”

“술 안 먹어봤다고!”

“그럴 리가!”

이벨이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아직 15살이기는 하나 귀족이라면 10살 때부터 주도를 배우고 12살 때부터 사교회 등에 참석하여 술을 마시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왕녀가 지금껏 술을 마셔본 적이 없다고 하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사교회에 참석 안 하셨어요?”

“마도서 보느라...”

“주도도 안 배우셨어요?”

“그 시간에 연구했어...”

“메린톤 국왕님은 아무 말씀도 없으셨나요?”

“나 하고 싶은대로 하라고 해서... 술이란건 그냥 쓰기만 한 발효 음료일 뿐이잖아? 마시면 환각 증세와 발열, 오한, 구토를 유발하는 유해한 음료일텐데 왜 굳이 그런 걸 먹어야 하는지 모르겠어.”

그녀의 말에 이벨이 손을 이마에 짚고 깊은 탄식을 했다. 자신은 8살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해서 심심할 때면 술병을 옆에 끼고 다니지 않았던가! 한창 때에는 술통을 가지고 다니면서 벌컥벌컥 마셨었다. 그의 탄식도 잠시, 이 순진한 왕녀님에게 술맛이 무엇인지 가르쳐줘야겠다는 취객 본성이 치솟았다.

그래서 그는 기꺼이 거짓말쟁이가 되기로 했다.

“왕녀님~ 혹시 ‘자기암시 효과’를 알고 있나요?”

“물론 알고 있지. 자기 스스로 어떠한 암시를 되뇌임으로써 실제로는 일어나지 않을 일인데도 일어났다고 믿게 되는 것을 말하지. 신기한 것은 단지 암시로 인한 단순한 착각임에 불과한데도 실제로 그 암시대로 이뤄지는 경우가 허다해서 마법사들 사이에서 연구 주제가 된 적도 있었어.”

“바로 이 술이! 그 자기암시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묘약이랍니다.”

“술이?”

“술은 자신을 받아준 사람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는 역할을 한답니다. 그리고 그 자신감이 어느 샌가 자기암시 효과를 일으키지요. 환각을 일으키는 것은 그 효과가 지나치게 발휘된 사람에게서만 나타나는 특징이랍니다.”

“아... 자기암시 효과로 자신감이 향상되어 우울증을 치료했다는 내용의 서적을 본 적이 있었어.”

“바로 그겁니다! 순서대로 말씀드리면 우선 술을 마십니다.”

“응.”

어느새 이전과 마찬가지로 아헬리아는 이벨의 말에 금방 빠져들었다. 술이 윤활유 역할을 했는지 이벨의 말은 전보다 거리낌 없이 봇물처럼 쏫아져 나왔다.

“하나, 자신감이 솟아납니다. 그래서 자기암시 효과가 작용합니다. 둘, 자기암시 효과 덕에 사람들은 염원하던 무언가를 이루었다는 착각에 빠져 기분이 좋아집니다. 술을 마시면 행복해진다는 말이 여기에서 나온 것이지요. 그리고 셋, 자기암시 효과 덕에 사람들은 술을 마시면서 동시에 암시한대로 무언가를 이루게 됩니다. 왕녀님의 주변 사람들을 찬찬히 생각해보세요. 단언컨대 원하는 것을 이룬 이들 중에서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은 없어요!”

아헬리아가 팔짱을 끼고 곰곰이 생각하더니 “그러고 보니 아버님도...”라고 중얼거렸다. 이벨은 그녀의 반응에 이제 모든 밑작업이 끝났음을 깨닫고 술잔을 들어 그녀의 손에 쥐어주었다. 그리고 상쾌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술을 권했다.

“자~ 그러면 왕녀님도 한 잔 받으세요. 원하시는 것을 계속해서 마음속으로 생각하시면서. ‘마법을 더 잘 사용할 수 있게’라든가 ‘사랑을 하게 해주세요’라든가 ‘가슴이 커지게 해주세요’ 등등 어떤 소원이든... 쿠헉!”

“너, 너너너너! 무슨 말을 하는거야!!!”

설마 아헬리아에게서 숏어퍼를 정통으로 맞아 뒤로 날아가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던 이벨은 허무하게 뒤로 넘어가 버렸다.

그리고 더 이상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묵념...

이벨이 움직이거나 말거나 아헬리아는 얼굴이 잔뜩 붉어진 채로 술잔을 양손으로 들고 투명한 루비색 와인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안 그래도 신경 쓰고 있었는데 이벨이 정확하게 그곳을 찔러버린 것이다. 아헬리아는 시선을 힐끔 아래로 향했다가 이내 얼굴이 터질듯이 새빨갛게 변했다.

‘저, 절대로 그그그런 것 때문에 마시는게 아니니깐!’

그리고 속으로 누구도 듣지 못할 변명을 하면서 단숨에 와인을 목구멍으로 넘겨버렸다.



“으음...”

방금 막 와인 병을 호쾌하게 비운 남자가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에메랄드빛의 고운 머리카락이 좌우로 흔들리며 신비한 빛을 뿌렸다. 그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정상적으로 사고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자신 밖에 남아있지 않음을 파악했다.

건방진 예언가는 옛 저녁에 와인 병을 베개 삼아 드러누웠고, 이제야 겨우 눈앞에 나타난 친구 녀석은 웬 여자한테 멱살을 잡혀서는 신나게 두들겨 맞고 있었다. 이상하군. 저 녀석은 술에 꽤 강할 텐데. 아, 저 여자 때문인가?

한 여름 날의 폭포수를 연상시키는 흰색과 파란색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머리카락. 그보다 좀 더 밝은 느낌의 파란 눈동자. 깨끗한 밤하늘의 달처럼 눈이 부실 정도로 새하얀 피부. 새삼 그녀에 대한 얘기를 건방진 예언가에게서 들었던 기억이 난다. 분명 ‘대륙의 보석’, ‘신의 반려’라고 했었던 것 같다. 과연 그 별명이 아깝지 않은 미모다. 5년만 더 기다리면 여신의 미모를 위협할만한 여자가 될지도 모르겠군.

그런데 그 여자가 왜 한손으로 저 녀석의 멱살을 잡고 나머지 손으로 그를 파운딩(Pounding)하고 있는 거지?

“네가 내 마음을 알아? 내 또래 애들이 하나 둘씩 나를 앞서 가는걸 혼자 거울만 보면서 끙끙 앓고 있는 내 마음을 아느냐고!!”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저 녀석이 잘못했겠지.

후... 오늘은 마음도 후련한데 술이나 더 먹을까?




즐겁게 읽으셨나요? 만일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행복하세요~


작가의말

 와우~


 데이터 슝슝~


 ...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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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장 < D-8 years > (9) 15.05.17 408 8 10쪽
» 1장 < D-8 years > (8) 15.05.17 503 8 11쪽
8 1장 < D-8 years > (7) 15.03.30 744 12 12쪽
7 1장 < D-8 years > (6) 15.03.30 681 11 11쪽
6 1장 < D-8 years > (5) 15.03.26 674 8 11쪽
5 1장 < D-8 years > (4) 15.03.24 561 1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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