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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키어스의 두근두근 판타지 서재!

Eternal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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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키어스
작품등록일 :
2015.03.19 19:28
최근연재일 :
2015.09.19 11:13
연재수 :
53 회
조회수 :
19,079
추천수 :
275
글자수 :
201,957

작성
15.03.24 02:34
조회
560
추천
12
글자
11쪽

1장 < D-8 years > (4)

DUMMY

성 마레스력 동년 동월 동일

성문을 통과한 이들은 모두 가샤 근위기사단의 안내에 따라 연회장으로 이동했다. 아헬리아와 이벨은 연회장으로 안내받고 지정된 좌석에 앉았다. 우연의 일치일까? 아헬리아와 이벨은 바로 옆자리에 앉게 되었다. 한층 핼쑥해진 이벨에게 아헬리아가 웃으며 말을 걸었다.

“이걸 운명이라고 하지?”

“...두 시간이나 쉬지 않고 말했으니 좀 쉴게요.”

“괜찮아~ 여기는 구경만해도 심심하지 않거든.”

탁자에 엎어진 이벨을 내버려두고 아헬리아는 연신 두리번거리며 연회장의 벽이나 천장, 장식 등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녀는 일반인들은 보지 못하는 정교하게 얽힌 술식을 잡아냈다.

‘오호, 저건 직접 그려 넣지 않고 마법석의 위치만으로 발동하는... 저건! 굉장해! 다섯 개의 술식 중 하나라도 어긋나면 즉각 발동해서 술식을 자동 조정하도록 만든 보조장치! 으흠, 으흠~ 역시!’

이런 식으로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주위를 찬찬히 뜯어보고 있자니 사람들의 대화가 자연스럽게 귀에 들어왔다.

“그건 그렇고 가샤의 세 번째 눈이 또 다른 예언을 했다니... 이번에는 어떤 재앙을 보았기에 전 왕국의 인사를 불러 모은 걸까요.”

“나도 모르겠소. 하지만 괜히 ‘검은 예언가’이겠소? 이번에도 역시 불길한 미래를 내놓겠지.”

검은 예언가.

가샤의 세 번째 눈과 함께 그의 별칭이 되어버린 말이었다. 홍수, 화재, 범죄 그리고 당시에는 아무도 믿지 않았지만 흑운의 재앙까지 예언했던 그였다. 항상 그가 예견하는 미래는 불길한 것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액을 점치는 예언가라는 의미로 이런 별칭을 붙여준 것이다. 아헬리아는 그런 점이 마음에 안 들었다.

‘그렇게 액을 미리 말해줘서 피할 수 있으면 된거 아니야? 고마워하지는 못할망정.’

아헬리아가 속으로만 한 바가지 욕을 퍼부어준 다음 다시 연회장에 설치된 장식을 살펴보려 고개를 돌렸다.


바로 그때, 아무런 예고도 없이

눈앞에 지옥도가 펼쳐졌다.


연회장에 모인 모든 이들이 깜짝 놀라 뒤로 나자빠질 뻔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연회장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고 있었건만 한순간에 주변 풍경이 바뀌어버린 것이다. 연회장과는 정반대의 분위기였다. 불타는 황무지, 무너진 성의 잔해, 그리고... 섬뜩한 모습의 괴물들!

수십 마리의 괴물들이 사람들 사이를 방황하고 있었다. 그것들은 모습이 제각각이었다. 오른쪽에만 팔이 세 개 달린 것, 머리가 발아래 붙어서 걸을 때마다 끈적한 검은 액체를 토하는 것, 팔다리 없이 몸통만으로 꿈틀거리는 것... 그것들은 공통적으로 남자 손바닥만한 붉은 눈을 가지고 있었다. 흰자가 있어야할 곳이 피로 물든 마냥 섬뜩한 붉음이었다. 한 번이라도 마주하면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충격이었다.

그 눈을 마주본 한 여인이 그 자리에서 혼절했다. 하지만 아무도 여인에게 관심을 주지 못했다. 갑작스런 풍경이 너무나도 충격적이었기 때문에...

이는 아헬리아와 이변을 눈치채고 고개를 든 이벨도 마찬가지였다. 궁금한 것을 참지 못하는 아헬리아도, 흑운의 재앙 때 수많은 참상을 보아온 이벨도 몸을 떨고 있을 뿐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었다.

도대체 시간이 얼마나 흐른걸까?

1초가 한 달처럼 흘러갔다. 주변 풍경이 수십 번이나 바뀌었다. 그 풍경들 모두 참담하기 이를 데 없는 지옥의 한 귀퉁이를 떼어온 듯한 광경이었다.

그렇게 영겁의 시간이 흘러갔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흉악은 등장과 마찬가지로 갑작스럽게 사라졌다. 사람들은 다시 연회장으로 돌아왔음에도 한동안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있다가 한참 있은 후에야 간신히 한숨을 내쉬었다.

그 이후에 있는 것은 적막뿐이었다.

아헬리아는 겨우겨우 한 글자씩 말을 끄집어냈다.

“이벨...”

“네...”

“뭐였지? 그거... 마족?”

“아뇨. 저도 처음 보는 것들이었어요...”

“그럼 대체 뭐야, 그거.”

적어도 이 자리에 있는 이들 중에서 그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이가 없는 것은 확실했다.

그 때 누군가가 적막을 깨고 연회장의 문을 열었다. 190cm는 훌쩍 넘어 보이는 장신의 남자였다. 연녹빛 머리카락이 어깨를 넘어 등을 가릴 정도로 길었고, 흐린 빛이 서려있는 은회색 눈동자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몽롱한 감각에 빠지게 하는 힘이 있었다.

아헬리아는 그의 기묘한 분위기에 시선을 주었다가 이벨에게 고개를 돌렸다. 이벨은 보일 듯 말 듯 희미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는 들어오자마자 모두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짜고짜 아헬리아와 이벨 옆으로 와서 고개를 숙였다.

“아헬리아 센 메린톤님. 그리고 이벨 카샤르님. 두 분은 잠시 저를 따라와 주시길 바랍니다.”

그 순간 연회장이 술렁였다. 그 유명한 공간마도사와 신화로 남은 이벨 카샤르의 이름을 거론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연회장을 경호하고 있던 기사들의 눈이 빛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오랜만이야, 리첸.”

“오랜만에 뵙습니다, 이벨 카샤르님.”

“어? 둘이 아는 사이야?”

“마족의 습격이 있었을 때 좀 인연이 있었죠.”

“이벨 카샤르님. 인사는 장소를 옮긴 후에 하지 않으시겠습니까? 두 분께 긴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그의 간청에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보다가 주저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모두의 관심을 받으며 연회장에서 나갔다. 남자는 그들을 연회장에서 멀지 않은 귀빈실에 데리고 가서 자리를 권했다. 그리고는 방문을 닫고 둘의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공간마도사 아헬리아 센 메린톤 왕녀님. 그리고 염검사 이벨 카샤르님.”

“저... 누구세요?”

“저는 리첸드로 아렐가든. 미약하나마 가샤에 힘을 보태고 있는 보잘 것 없는 예언가랍니다.”

그의 말이 지나친 겸손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쯤은 누구나 알아차릴 수 있으리라. 이벨과 동시대에 흑운의 재앙에서 이벨의 등장을 예언했던, 수많은 재난의 눈길을 피해갈 수 있게 해준 대륙의 일정표. 그것이 리첸드로 아렐가든이니까.

“방금 본 그 환각도 당신이 한건가요?”

“다들 환각이라고 생각하시겠지만 환각이 아닙니다. 엄연히 앞으로 닥쳐올 미래의 모습입니다. 제가 본 미래를 여러분과 잠시 공유했을 뿐입니다.”

“그게... 미래?”

모든 것이 파괴되고 들어본 적도 없는 기괴한 생물들이 활보하고 다니는 미래... 더 기묘한 것은 그녀가 본 그 어떠한 풍경에서도 사람의 모습은 없었다. 심지어 시체마저도.

“지금으로부터 8년 후, 방금 보신 미래가 닥치게 됩니다. 이미 그 원흉은 서서히 그 미래를 만들기 위해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럼! 그 원흉을 지금 없애면 되는거아니야?”

“그래! 이건 마족의 습격 때보다도 심각한 수준이라고! 내가 나서서 처리하면 되는 거잖아!”

리첸드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건 불가능합니다. ‘그’는 이미 수순을 마쳤습니다. 마지막 ‘한 걸음’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그 ‘한 걸음’을 막는 것은 신마저도 어찌하지 못합니다.”

“그런...”

“하지만 아직 방법은 있습니다.”

그의 말에 이벨과 아헬리아가 동시에 그를 쳐다보았다.

“사실 전 왕국에 소집요청을 보낸 이유는 그 무엇보다도 두 분을 모시기 위함이었습니다. 다른 분들은 그저 경각심을 가지고 대재앙을 대비하기를 원해서 모았을 뿐입니다.”

“왜 우리를?”

이벨과 아헬리아가 잠시 서로를 마주 본 뒤에 그에게 물었다.

“염검사와 공간마도사... 두 분과 각 차원의 신들의 힘을 합쳐야만 위기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은 리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해 고개를 저었다. 염검사는 무엇이고 신들이 갑자기 왜 등장하는지, 그리고 차원이라는 것은 또 왜 나오는지 감조차 잡을 수 없었다.

“자세한 설명은 본격적인 계획에 착수하면 알려드리겠습니다. 지금은 그저 두 분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사실만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지금 바로 알려...!”

리첸드로에게 설명을 요구하려는 아헬리아를 이벨이 만류했다.

“리첸이 하는 말에는 다 이유가 있어. 마족들의 습격 때에도 그랬으니까.”

아헬리아는 마음에 들지 않지만 일단은 입을 삐죽이며 한 발 양보했다. 그녀가 진정한 후에 리첸이 다시 말을 이었다.

“곧... 재앙신이 탄생할 겁니다.”

“탄생? 신은 태초부터 존재하고 있는게 아니었어?”

“그 질문은 여러분이 세계의 진실을 알아야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재앙신은 태어날 겁니다. 그 재앙신은 이미 태어나기 이전부터 차원의 근간을 흔들고 있습니다. 탄생한 후에는 보셨던 바와 같은 미래를 만들 겁니다.”

“그래서 우리가 할 일이 뭔데?”

리첸드로는 잠시 간격을 두고 말했다.

“조력자를 데려와야 합니다.”

“조력자는 또 누구야?”

이해할 수 없는 말이 계속되어 짜증이 머리끝까지 난 아헬리아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리첸드로는 흔들리지 않고 둘에게 고개를 숙였다.

“이 이상의 설명은 후일을 기약하도록 하겠습니다. 국왕께는 말씀을 드려놓았으니 한 달만 이곳에서 머물며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지금 장난하자는 거야, 뭐야!!”

결국 아헬리아의 짜증이 폭발했다. 꼭 그녀가 아니더라도 일방적으로 대화를 끄는 리첸드로의 방식에 화를 내는 것이 일반적인 반응이었다. 이벨도 그녀와 같은 심정이었으나 꾹 참았다. 그는 이미 리첸의 말을 듣지 않았을 경우에 어떤 사태가 일어나는지 겪어봤기 때문이었다.

“죄송합니다, 마도사님. 지금은 그저 저를 믿고 기다려 달라는 말씀 밖에는 드릴 수 없습니다. 가샤 왕성 안에 있는 모든 시설을 마음껏 사용하셔도 좋습니다. 딱 한 달만 기다려주시면 모든 것을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정말이지?”

“가샤의 세 번째 눈을 걸고 맹세하겠습니다.”

“그, 그렇다면야 내가 양보해주겠어!”

“감사합니다. 사용하실 방까지는 하녀가 안내해드릴 겁니다. 그럼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그리고 리첸드로는 주저 없이 등을 돌려 방을 나갔다.

“리첸 녀석, 어지간히도 바쁜 모양이네.”

“그래? 내 눈에는 많이 여유로워 보이던걸?”

“걸음이 빨랐거든요. 예언가라서 웬만해서는 미리 어떤 일이 생길지 아니까 급하게 움직이는 일이 없어요. 그런데 방금은 걸음이 빨랐잖아요.”

“으응... 그랬던가?”

“그건 그렇고 왕녀님?”

“응?”

“양보하겠다고 꽤 너그러운 척 말씀하셨지만 사실은 가샤 왕성 도서관을 이용해도 된다고 해서 혹하신 것 맞죠? 마법 왕국인 만큼 희귀한 문헌도 많을 테니까요.”

“......”

아헬리아는 말없이 이벨의 정강이를 걷어찼고, 이벨은 하녀가 들어올 때까지 다리를 붙잡고 카펫 위를 뒹굴었다.




즐겁게 읽으셨나요? 만일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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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1장 < D-8 years > (7) 15.03.30 744 12 12쪽
7 1장 < D-8 years > (6) 15.03.30 681 11 11쪽
6 1장 < D-8 years > (5) 15.03.26 674 8 11쪽
» 1장 < D-8 years > (4) 15.03.24 561 1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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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장 <D-8 years> - 1 15.03.19 1,261 1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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