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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키어스의 두근두근 판타지 서재!

Eternal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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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키어스
작품등록일 :
2015.03.19 19:28
최근연재일 :
2015.09.19 11:13
연재수 :
53 회
조회수 :
19,088
추천수 :
275
글자수 :
201,957

작성
15.05.17 02:23
조회
408
추천
8
글자
10쪽

1장 < D-8 years > (9)

DUMMY

성 마레스력 231년 05월 20일

“이봐, 다르.”

“뭔가?”

“너 일 안하냐?”

“하고 있다.”

“그러니까! 네 집무실에서 하라고 하는거잖아!”

“도망갈 수도 있으니까.”

이벨이 남자의 무감각한 금색 눈동자을 째려보며 무언가를 더 말하려다 말고 머리를 거칠게 긁었다.

아헬리아가 난생 처음으로 ‘필름이 끊기고’ 난 다음 날부터 이벨의 옆에는 매일 반드시 한 명 이상의 기사가 동행하게 되었다. 듣자하니 화장실은 물론이고 밤에는 방 앞에서 밤새 교대로 지키고 서있다고 하니 당사자가 아닌 아헬리아조차 그의 고뇌를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그녀였다면 옛 저녁에 신경쇠약에 걸려버렸을 것이다. 아니, 그 전에 공간이동으로 떼어 버렸겠지만.

그 모든 짓을 꾸민 이가 바로 지금 자신의 방에서 아무 거리낌 없이 서류의 산을 쌓아두고 업무를 하고 있는 이 남자였다. 이벨에게서 남자의 정체를 들었을 때만 해도 기절초풍할 뻔했는데 지금에 와서는 그냥 번거로운 손님 그 이상의 느낌은 들지 않았다.

무엇을 숨기랴.

바로 그가 이벨이 그녀에게 소개해주겠다고 했던 ‘무뚝뚝이’이자 그 유명하신 가샤의 국왕님이시다. 설마 이렇게 어이없게 만남이 이뤄질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아헬리아는 그의 정체를 듣자마자 곧바로 직구를 날렸다.

“이 녀석이 정말 이벨 카샤르가 맞나요?”

그 질문의 대답으로 돌아온 것은 싸늘한 눈총과 혐오 비슷한 감정이 담긴 한 마디였다.

“쓸데없는 말을.”

이런 대답을 듣고 나니 더 이상 캐묻기도 힘들어져 버렸다.

‘아아~ 이제 나도 모르겠다!’

제멋대로 흘러가는 상황은 내버려두고 그냥 얌전히 책이나 읽기로 했다.

방에서 국왕과 이벨이 티격태격 싸우든지 말든지

리첸드로가 둘이 싸우는 것을 구경하면서 싸우든지 말든지

지나가던 하인들이 자꾸만 방을 기웃거리든지 말든지

둘이서 칼을 빼들고서 다시 싸우려고 하든지 말든지

마법의 여파로 읽고 있던 책이 미세먼지가 되든...지 말......

아헬리아의 고운 이마에 혈관이 불거지는 소리가 들렸다.

“야이씨!! 너희들 가만히 안있어!? 36차다중 결계로 가둬버려야 말을 들을래? 어, 야! 책 또 망가졌잖아, 가만히 싸우지 좀 말라니깐!! 으아아! 오늘 읽으려고 했던 책 24권이 다 가루가 되어버렸잖아.”

아헬리아의 분노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티격대는 둘의 행동에 그녀의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했다. 옆에서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던 리첸드로는 아헬리아가 들리지도 않는 작은 말을 중얼거리고 있는 것을 보고 옆에 있던 기사에게 넌지시 말해주었다.

“거기 기사분?”

“네! 가샤 왕성 기사단의 우익 제 2 검룡대...”

“괜찮으니까 빨리 내 지시를 따라주시길 바랍니다.”

“네!”

“지금부터 이곳을 나가서 이 방을 기준으로 500m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대피시켜주십시오. 궁금하면 기다렸다가 보고 가도 좋은데 목숨은 보장해드릴 수 없답니다.”

“아닙니다! 즉시 실시하겠습니다!”

리첸드로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방을 뛰쳐나가는 기사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

“좋은 선택입니다. 이곳은 이제...”

먼지로 화해 사라진 책이 있던 자리에 앉아있던 아헬리아가 스산한 기세를 발산하며 천천히 일어섰다. 그 기세를 느꼈는지 다르와 이벨이 잠시 싸움을 중단하고 시선을 돌렸다. 아헬리아의 상태가 평소와 달리 심상치 않다는 것을 눈치 챘을 즈음에는 이미 늦었다.

“공간선택 완료. 선택한 공간의 분할 작업 시작, 완료. 구성된 분할공간의 재배치 시작, 완료. 처리할 쓰레기 두 개의 공간 지정 시작, 완료. 케이스의 확률 가정 및 산정 시작, 완료. 전체 작업의 정리, 변환, 재구성, 활성...”

마법의 마자도 모르는 이벨이 봐서는 모르겠지만 가르포르는 자신보다도 다섯배는 더 빠르게 마법을 구축하는 아헬리아의 술식 전환을 보고 경탄을 금치 못했다. 각 항목에서 소요되는 시간이 7초 이상은 걸리지 않았고 그녀의 주위에 배열되는 술식들은 정확하고 빠르고 효율적으로 구성되어있었다. 어리더라도 과연 마도사의 칭호를 받을 만한 실력이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감탄만 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지금까지 그가 언 듯 본 것만 하더라도 그녀가 구성해놓은 마법은 79가지의 항목과 이를 이용해 엮어낸 14개의 활성술식, 또 다시 활성 술식을 엮어낸 2가지의 고차원 활성술식이었다. 아마 그가 못보고 지나친 마법도 수십가지는 되리라.

“내가... 그만하라고 했을 때 그만 했어야지.”

아헬리아가 마법의 구성을 마치고 마치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시작하려는 지휘자 마냥 양손을 각각 이벨과 다르 쪽으로 살포시 들어올렸다. 동작은 춤을 신청하는 레이디의 손짓처럼 나긋했으나 그 레이디의 표정에는 아수라가 깃들어 있었다.

“내가 가만히 말로만 하니까 가마니로 보여? 말로 할 때 들으란 말이야! 우씨, 다 덤벼!!!”

술식은 전개한 아헬리아의 양손에서 어지러운 빛의 향연이 일어났다. 훗날 백화요란百花搖亂이라 불릴 그 마법은 마치 빛의 줄기로 이뤄진 꽃이 일백송이 피어나는 것과 같은 모습이었다. 그 꽃의 아름다움과 새하얀 맹독을 맛본 두 사람은 그 이후로 한동안 아헬리아의 작은 몸짓 하나하나에 흠칫거려야만 했다.



성 마레스력 231년 05월 25일

신성독립국가 얼리-아셰른.

시베루투스 교단 다음으로 많은 신도를 거느린 거대한 종교 집단인 아셰른 교단에서 세운 나라였다. 희망, 충족, 행복 그리고 사랑의 신이라 추앙받는 아셰른의 교리는 타종교의 존재를 허락하는 포용의 자세를 내세웠기 때문에 자칫 이해관계가 얽힐 수 있는 각국의 고위인사 층에도 독실한 신도들이 많았다.

“성녀님... 오늘의 그 말씀은...”

얼리-아셰른의 신탑 최상층의 방 안에 두 남녀가 있었다. 세월이 중년에 걸터앉은 남자는 자신보다 훨씬 어린 여인에게 정중히 한쪽 무릎을 꿇고 있었다. 여인은 사내에게서 등을 돌린 채 창밖으로 휘황찬란한 빛을 뽐내는 달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셰른의 신녀.

아셰른의 의지를 전하는 대륙에서 유일한 여인이었다.

“네... 사실이랍니다.”

“그럴... 수가...!”

달빛을 머금은 여인의 입술 사이에서 나온 말에 사내의 얼굴에 절망이 드리웠다. 오늘 있었던 대집회에서 신녀가 신도들에게 했던 말 때문이었다. 신녀가 전해준 아셰른의 말씀은 이러했다.


유한된 영원이 지나가는 날

한 존재가 바닥을 기듯 기나긴 잠에서 깨어나리다

지금껏 그 어떤 존재도 감히 닿지 못했던 심연에서부터 깨어나

두 눈을 감음으로 하늘을 닫을 것이며

첫 숨을 들이마심으로 빛을 삼킬 것이며

첫 숨을 내쉼으로 악몽이 발을 딛고 일어서리니

그 끝에 있는 것은 무無로의 회귀로다


그 누가 듣더라도 의심할 여지가 없는 종언의 도래를 예견하는 말이었다. 결국 대집회는 혼돈의 도가니에 빠져 유야무야 해산되었다. 사내는 존경해마지 않는 신녀를 의심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믿고 싶지 않은 신탁이었다.

“고개를 들어주세요.”

사내는 여인의 말을 따라 고개를 들었다. 어느새 신녀는 뒤돌아서서 무릎 꿇은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순백의 머리카락이 흑색 바람에 흔들려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여인의 금빛 눈동자는 그의 모든 것을 꿰뚫어 보려는 양 영롱하게 빛났다.

“사실 여러분께 전하지 못한 그분의 말씀이 더 있어요.”

“말씀이라 하심은...?”

사내의 눈에 한 줄기 희망이 스쳤다. 그 눈빛을 받으며 여인은 쓴 웃음을 지었다.

“...그러니 나의 사랑하는 아이들아. 빛을 기다리거라.”

“빛, 입니까?”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아주세요.”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는 신녀에게 사내는 무심코 ‘최후 1선의 기사’답지 않게 신녀에게 언성을 높이고 말았다.

“그건 어째서입니까! 그 말씀으로 신도들을 안심시켜 주어야함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여인은 그의 말을 담담히 듣고 난 후에 입을 열었다. 그 때 그녀의 표정을 보고 사내는 자신이 크나큰 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구름에 희미하게 가려진 달처럼 감정이 옅은 눈빛은 자신이 알지 못하는 그 이상의 무언가를 짊어지고 있기에... 또한 ‘이 아이’는 항상 그래왔기에.

“제게 주어진 작은 축복으로 한순간이지만 강림할 빛의 모습을 내다보았답니다. 폭발적으로 쏟아져 나오는 빛에 눈이 멀어버릴 것만 같고, 수십만 개의 바늘이 되어 피부를 찌르는 열기에 전신이 바싹 말라버릴 것 같은데도... 너무나, 너무나 아름다워서 기꺼이 죽음을 감수할 수 있는 빛이었어요. 분명 그 빛이라면 예견된 어둠을 몰아낼 수 있으리라 믿어요. 하지만 그 빛이 저희들에게 내려올 때에는 이미... 얼리-아셰른은 없습니다.”

그녀의 말에 사내는 억장이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았다. 여인도 그의 심정을 십분 이해할 수 있었기에 어설프게 그를 위로하려 하지 않았다. 다시 뒤를 돌아서 지저분한 밤하늘을 올려보았다.

“저희는 그저... 기도를 하고 있는 수밖에...”




즐겁게 읽으셨나요? 만일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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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2장 < 다른 어딘가의 이야기 > (5) 15.06.27 229 4 7쪽
15 2장 < 다른 어딘가의 이야기 > (4) 15.06.26 289 4 5쪽
14 2장 < 다른 어딘가의 이야기 > (3) 15.06.25 278 3 7쪽
13 2장 < 다른 어딘가의 이야기 > (2) 15.06.22 400 5 15쪽
12 2장 < 다른 어딘가의 이야기 > (1) 15.06.20 397 8 6쪽
11 1장 < D-8 years > (10) 15.06.18 406 7 6쪽
» 1장 < D-8 years > (9) 15.05.17 409 8 10쪽
9 1장 < D-8 years > (8) 15.05.17 503 8 11쪽
8 1장 < D-8 years > (7) 15.03.30 745 12 12쪽
7 1장 < D-8 years > (6) 15.03.30 681 11 11쪽
6 1장 < D-8 years > (5) 15.03.26 674 8 11쪽
5 1장 < D-8 years > (4) 15.03.24 561 12 11쪽
4 1장 < D-8 years > (3) 15.03.23 662 13 9쪽
3 1장 < D-8 years > (2) 15.03.23 892 10 12쪽
2 1장 <D-8 years> - 1 15.03.19 1,261 14 10쪽
1 0장 <어쩌면 이미 그때부터...> +2 15.03.19 1,712 12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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