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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키어스의 두근두근 판타지 서재!

Eternal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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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키어스
작품등록일 :
2015.03.19 19:28
최근연재일 :
2015.09.19 11:13
연재수 :
53 회
조회수 :
19,084
추천수 :
275
글자수 :
201,957

작성
15.03.30 09:21
조회
744
추천
12
글자
12쪽

1장 < D-8 years > (7)

DUMMY

성 마레스력 231년 05월 15일

가샤 왕성의 복도 중간에 하인도 없이 홀로 덩그러니 서있는 아헬리아가 씩씩거리다가 돌연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 도대체 이벨, 너! 어디에 있는거야!”

아헬리아의 상황을 설명하기 앞서 이 전의 이야기를 하도록 하자.

지금으로부터 일주일 전, 리첸이 그녀에게 소개해준 사람은 일반인은 물론이요 아헬리아라 하더라도 쉬이 볼 수 없는 자였다. 흑운의 재앙 때에 50만 마족대항군의 부사령관이었던 그는 이벨 카샤르의 바로 옆에서 마족 토벌에 앞장섰던 이들 중 하나다. 현재는 이벨 카샤르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영웅 대우를 받고 있다.

그랬던 그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가샤의 ‘왕’이 되었다.

가르포르 륜 샤릇테 가샤.

당시 가샤의 촉망받는 왕세자이자 뛰어난 검술, 가샤 특유의 자유로운 성향의 마법까지 두루 섭렵한 천재가 그였다. 그 때에도 마검사는 많이 있었지만 대부분 어중이떠중이일 뿐이었다. 최초로 마검사로서 인정을 받은 이라고 해도 무방했다. 실제로 그가 흑운의 재앙 당시 소멸시킨 마족은 12마리로, 이벨 카샤르에 비해 한참 적은 수이지만 이벨 카샤르가 없었다면 그 배 이상은 해낼 수 있으리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아무튼 일국의 왕녀이자 마도사라 해도 그를 알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솔직히 불가능에 가까웠다. 특히 그는 재앙의 끝난 직후에 왕위에 올라 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대중의 앞에 단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리첸의 말로는 그의 친우인 이벨 카샤르의 실종 이후에 큰 상심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서 리첸이 추천한 방법이 이벨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전하는 이벨 카샤르라는 말만 들어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시는 분이랍니다. 아직까지 이벨 카샤르의 소재를 찾는 분도 전하가 유일하십니다. 저희야 물론 확실한 이벨 카샤르가 옆에 있어서 절대 성공하는 방법입니다만... 만에 하나라도 그것이 거짓이었을 경우에는 목숨을 장담하기는 힘듭니다.”

“그래서 가라는거야, 말라는거야!”

그 때의 대화를 재차 생각하고는 아헬리아는 한숨을 쉬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벨이 벌써 일주일 째 보이지 않는걸.”

실제로 그녀는 식사 및 수면을 제외하고 남는 시간을 이벨을 찾는 데에 보내고 있었다. 마법까지 사용해서 찾아보려 했지만 어찌된 사람이 탐지 마법에도 걸리지 않고, 2초 단위로 공간이동을 해서 성 안 곳곳을 찾아다녔는데도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벌써 일주일이다. 이제 그녀는 반쯤 오기로 이벨을 찾아다니고 있었다.

“후후후... 이베엘~ 감히 나에게 이렇게까지 육체노동을 시킬 줄이야. 찾기만 해봐. 1m 이상은 움직일 수 없도록 주변에 16중 다중공간 결계로 가둬버릴테니까. 후후후후후~”

...다소 위험한 방향으로 상황이 진행되고 있었다.

바로 그 때였다.

아헬리아는 왕성의 한 곳에서 비정상적으로 거대한 힘의 파동을 느꼈다. 소리도 진동도 없었지만, 마법사이기 느낄 수 있는 미묘한 흐름의 변화였다. 그저 변화라고 보기에는 너무도 강력한 파장이었다. 마법석 수백 개가 동시에 과부하를 일으켜 폭발하면 이 정도의 파장을 만들 수 있을까? 참고로 그 정도 폭발이면 마을 하나는 가볍게 사라져버린다.

궁금증을 참지 못한 아헬리아는 그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생각도 하지 않고 무작정 파동의 근원지로 공간이동했다. 공간이동을 하자마자 보이는 것은 주위에 자욱하게 끼어있는 새카만 연기였다.

“콜록! 콜록! 이게 뭐야!?”

손을 휘휘 저으며 앞으로 걸어가자 금방 연기가 걷히고 주위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가 이동한 곳은 거대한 밀실과도 같은 곳이었다. 넓이는 거의 연회장과 비슷할 정도로 넓었고 천장에는 오색찬란한 마법석이 빼곡하게 박혀 있었다. 천장만 구경하더라도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구경하는 것이 가능할 것 같았다. 다만, 상황만 괜찮다면 말이다.

밀실의 가운데에 두 남자가 서로를 마주보며 대치하고 있었다. 한 명은 보자마자 바로 이벨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는 척을 하려는 것도 잠시, 자연스럽게 맞은편의 남자에게 시선을 향했다. 한눈에 봐도 상당한 미남이었다. 어깨 조금 아래까지 내려온 에메랄드빛 머리카락은 매일 심혈을 기울여서 꾸준히 관리한 그녀도 탐날 정도로 아름다운 빛이 흘렀다. 황금색 눈동자는 얼핏 보면 우수에 찬 듯 보이지만 조금만 자세히 바라보면 등골이 서늘해질 정도로 차가운 날이 서있었다. 그는 아헬리아보다도 큰 두터운 검을 한손으로 들고, 다른 쪽 손에는 손바닥만한 단검을 역수로 쥐고 있었다. 그녀는 단박에 그 단검에 말도 안 되는 양의 마법이 걸려있음을 꿰뚫어보았다.

이벨이 왼손으로 뺨을 스윽 문지르고 특유의 능글맞은 말투로 말을 꺼냈다.

“다짜고짜 검부터 휘두르는 거냐... 물론 이곳을 마음대로 사용한건 내가 잘못했다만.”

“시끄럽다.”

“넌 여전하구만.”

더 이상의 말은 불필요하다고 여긴 둘은 자세를 바로잡더니 이내 빛과 같은 속도로 서로를 향해 맞부딪혔다.

아헬리아는 눈앞에서 벌어지는 광경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수도 없이 쏟아지는 섬광과 그 뒤에 밀려오는 후폭풍으로 둘이 싸우고 있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을 뿐이지 둘은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귀가 먹먹해질 정도의 폭음 때문에 더더욱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반면, 그 속도로 검을 나누고 있는 이벨로서는 매 순간이 긴장의 연속이었다. 이 남자가 상대여서는 0.1초의 방심도 허용되지 않는다.

‘이 녀석... 진심으로 날 죽일 생각이구만. 심지어 전보다 실력이 더 좋아졌어.’

검을 횡으로 아래에서 위로 휘두르다가 페이크를 섞어서 한순간에 역수로 바꿔 위에서 아래로 내리치려 했으나 금새 간파당하고 말았다.

키잉! 까앙!

이벨의 공격을 손쉽게 파악한 남자는 검면으로 그의 공격을 막고 단검으로 이벨의 손목을 노렸다. 이벨은 그것을 알아차리고 손을 살짝 돌리는 것만으로 단검을 아슬아슬한 차이로 피해내고 검을 원형으로 빙글 돌리는 것과 동시에 검을 정수로 바로 잡고 남자의 어깨를 내리쳤다.

티잉! 챙! 챙! 슈슈슉, 카앙!

남자는 대검의 손잡이 끝으로 이벨의 검을 쳐내는 것으로 방어, 이어서 앞으로 뻗었던 단검을 위로 올려 끈질기게 이벨의 손을 노렸다. 하지만 그마저도 이벨의 발차기에 막혀 무산되었다. 남자도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이벨의 발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재빠르게 공격이 무산되었음을 판단하고 단검에 폭발 마법을 시전, 손과 발이 닿는 순간에 마법을 발동시켰다.

콰아아아앙!

주변 5m는 삼켜버릴 정도의 큰 폭발이 일어났다. 하지만 두 사람은 폭발 따위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폭연 속에서도 싸움을 지속했다. 만약 아헬리아가 아니라 둘의 싸움을 볼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갖춘 기사가 보았다면 무력감에 무릎을 꿇을 정도의 대결이었다.

“이런... 혹시나 해서 왔더니 역시나였습니다.”

“리첸!?”

갑자기 옆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싶어서 시선을 돌렸더니 리첸이 소매로 얼굴을 가리고 서있었다.

“공간마도사 님께서 찾아보셨는데도 이벨 카샤르 님을 찾지 못했다는 말을 듣고 왔습니다만, 쓸데없는 참견이 되어버렸습니다.”

“아무래도 좋으니까 저 두 사람 좀 말려봐! 이곳이 무너지거나 둘 중 한 명이 죽겠어!”

“괜찮습니다. 일단 이곳은 가샤의 마법 지식이 십분 발휘된 공간으로 저 정도로는 무너지지 않습니다.”

“저... 저 정도?”

“그리고 아무리 죽일 듯이 싸우더라도 절대 누군가가 죽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걸 어떻게 알아?”

그녀의 질문에 리첸은 싱긋 웃으며 손가락으로 자신의 눈을 가리켰다. 그제야 그녀는 그가 미래를 내다보았음을 깨달았다.

“그, 그그래도 일단 말려줘! 저건 정도가 너무 심하잖아!”

“으으음... 일단 말려보기는 하겠습니다만... 쓸데없을 겁니다.”

“그래도!!”

“그럼 3초만 기다려주시겠습니까?”

아헬리아가 고개를 갸웃하고 1초.

리첸이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2초.

다시 커다란 폭발이 서너번 일어나고 3초.

리첸이 자신이 낼 수 있는 가장 큰 목소리로 둘에게 소리를 질렀다.

“잠시 싸움을 중단 해주시겠습니까아!!!!”

그러자 마침 폭발에서 뒤로 물러서서 다음 공격로를 계산하던 두 사람이 싸움을 멈추고 일제히 시선을 돌렸다. 이벨과 겨루던 남자가 리첸을 보더니 매우 불쾌한 어조로 말했다.

“리첸드로... 방해다.”

“참 오랜만에 재회가 아닙니까? 싸우지 마시고 평화롭게 다과회라도 열어서...”

“방해. 죽인다.”

남자의 황금빛 눈동자가 흉흉한 빛을 뿜어냈다. 그는 눈빛만으로 리첸에게 살기를 1초 만에 수십 번은 쏟아냈고, 그 살기를 정면으로 받아낸 리첸은...

“죄송합니다. 하시던 것 마저 하시길 바랍니다. 기다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사시나무 떨 듯 파들파들 떨며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절로 비굴해졌다.

그것을 보고 이벨이 한숨을 푹 쉬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에휴~ 친구한테 그렇게 살기를 뿜어대면 어떡하냐.”

“고대했다. 지금... 이 순간을!”

“어쩔 수 없는 멍청한 녀석이로세!”

그리고 둘은 약속이나 했다는 듯이 동시에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남겨진 아헬리아는 일단 둘의 싸움을 지켜보기 전에 말없이 리첸에게 다가갔다. 가엾게도 아직까지도 영하의 추위에 맨몸으로 던져진 사람처럼 부들부들 떨고 있는 리첸의 등을 부드럽게 쓸어주었다.

“미안... 괜한 부탁을 했나봐.”






2045년 9월 03일

내가 계속 식사 준비를 하는게 미안했던 모양인지 아이가 조그만 손으로 열심히 주먹밥을 만들어 내게 주었다. 소금 간도 안 되어 있고 뜨거운 밥으로 만들기에는 아직 무리여서 식은 밥으로 만든 주먹밥이었지만 감사히 먹었다. 이제 그 아이가 우리 집에서 식사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풍경으로 보이게 되어버렸다. 이런 작은 마음 표현 하나에 감동받게 되다니. 아이가 집에서 나가는 날이 되면 한동안 쓸쓸해질 것만 같다.

아무튼 감동받아서 맛있게 먹었는데.

문제는 그 주먹밥 5개가 저녁 식사였다. 양이 얼마 안 되어서 지금 많이 배가 고픈데, 괜히 더 먹는걸 들켰다가 아이가 상처받을까봐 못하겠다. 오늘은 그냥 자야지.




2045년 9월 07일

저번에 주먹밥을 만들어준 이후로 아이는 아침을 제외하고 매일 식사 준비를 거들어준다. 따로 말을 하지는 않지만 이것저것 어깨 너머로 배우려고 하는 것 같다. 그냥 나한테 물어보면 될걸. 키가 작아서 까치발을 들면서까지 내가 하는 것을 보려고 끙끙대는 것을 보고 있자면 귀여워서 참을 수가 없다. 이게 자식을 둔 어머니의 마음인가!

그래서 오늘은 조그만 의자를 하나 구해서 요리를 할 때 사용하도록 부엌에 두었다. 그 의자가 꽤나 마음에 들었는지 내가 움직일 때마다 의자에서 내려와 낑낑대며 의자를 옮긴다. 그리고 내가 다시 움직이면 쪼르르 쫓아온다.

......안되겠다. 그냥 입양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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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장 < D-8 years > (9) 15.05.17 408 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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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1장 < D-8 years > (6) 15.03.30 681 11 11쪽
6 1장 < D-8 years > (5) 15.03.26 674 8 11쪽
5 1장 < D-8 years > (4) 15.03.24 561 1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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