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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키어스의 두근두근 판타지 서재!

Eternal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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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키어스
작품등록일 :
2015.03.19 19:28
최근연재일 :
2015.09.19 11:13
연재수 :
53 회
조회수 :
19,087
추천수 :
275
글자수 :
201,957

작성
15.03.23 03:06
조회
891
추천
10
글자
12쪽

1장 < D-8 years > (2)

DUMMY

성 마레스력 231년 4월 35일

“그래서, 그래서~ 그 다음에는 어떻게 됐어?”

“왕녀님, 산악을 뛰어노는 건강한 사슴의 뒷다리는 정말 매력적이지 않나요? 전 산길을 헤매다가 가끔씩 만나는 사슴을 보면 제일 먼저 사슴의 뒷다리부터 살핀답니다. 그래야 이 녀석이 나중에 일광욕을 했을 때의 갈빛의 즐거운 상상을 할 수 있거든요. 보기만해도 흐뭇해지는 그런...”

“알았으니까 빨리 다음!”

청년은 활짝 웃으며 아헬리아에게서 말린 사슴고기를 받아 챙기고는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고 제다곤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아무래도 순진한 왕녀님이 저 이야기꾼에게 단물을 빨리고 있다는 생각을 지우기 힘들었다. 왕녀와 청년이 만난지 겨우 하루 밖에 지나지 않았건만 둘은 마치 십년지기 친구마냥 붙어있었다. 왕녀는 특유의 왕성한 호기심으로 접근하고, 청년은 마를 줄 모르고 샘솟는 이야기들로 왕녀의 귀를 사로잡고 있으니 그럴만도 했다. 무엇보다 청년의 유들유들한 성격이 크게 한 몫을 했다.

그는 아헬리아의 강력한 요구 덕택에 일행에 합류하자마자 모든 기사들에게 말을 걸었고, 동시에 모든 기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놈의 이야기로 말이다. 그의 혀에는 현혹 마법이라도 걸려있는 양 한번 듣기 시작하면 그의 이야기에서 헤어나올 수가 없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이런 상황을 다소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는 제다곤마저도 이 순간에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였다.

30분이 지나서 이야기가 하나 끝이 나자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한숨을 내쉬었다. 어느새 그의 말에 완전히 몰입해서 듣다가 끝나자마자 긴장이 풀린 탓이었다. 아헬리아는 속사포처럼 청년에게 질문을 쏟아 부었다.

“넌 어쩜 그렇게 많은걸 경험하고 다녔니? 그리고 또 어떻게 그렇게 검술 실력이 뛰어난거고. 아참, 이야기하는 법은 어디에서 배운거니? 너 참 얘기 재미있게 잘한다~ 또...”

“으아, 잠깐 정지요! 뭐 그렇게 질문이 많습니까요.”

“미안, 나도 모르게 그만.”

“뭘 그렇게 빨리 흥분하고 그러세요. 이제 겨우 하루 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벌써 왕녀님의 성격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고요. 그리고 단점도 같이.”

“단점이라니?”

“방금 그거요. 빨리 흥분하는거.”

청년의 한 마디에 주위에 있던 모든 기사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말해버렸어!’

왕성한 호기심을 기반으로 움직이는 왕녀의 성향을 모르는 이는 없었다. 다만, 감히 그것을 왕녀에게 지적할만큼 용기 있는 사람이 없었을 뿐이었다. 아무리 어리고 사소한 것에는 신경쓰지 않는 성격의 왕녀라 해도 그녀는 그들에게 고용주이지 않던가. 아마 그녀도 이렇게 대놓고 성격을 지적받는 것은 처음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랬다.

청년의 말에 아헬리아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여러모로 좋지 않다고요? 꼭 나쁘다는 것만은 아니지만 뜨거워져야 하는 상황에서도 차분해야 할 경우가 훨씬 많아요.”

“왜? 궁금한 것이 생기면 바로바로 알고 파악하고 익히는게 바람직한 자세이지 않아?”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했잖아요. 다만 꼭 그렇게 급하게 알아야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지요. 사람이 급하게 먹은 음식에 체하듯, 정보도 갑작스럽게 받아들이게 되면 체해요. 그렇게 습득한 정보는 익혀봐야 나중에 더 안 좋은 영향만 주죠. 아는 것이 힘이라지만, 제대로 꼭꼭 씹어 먹어야 힘이 되는거에요.”

“그치만 궁금한게 생기면 몸이 근질거려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는걸...”

아헬리아는 속삭이듯 툴툴거리다가 오른쪽 볼을 살짝 부풀렸다. 그녀의 토라진 모습은 깨물어 주고 싶을 정도로 사랑스러웠지만 기사들은 마음 속에서 울렁이는 일말의 불안감을 지울 수 없었다. 행동을 종잡을 수 없는 왕녀가 지금의 상황에 어떻게 반응을 할지...

짜악!

그때 청년이 보란 듯이 큰 소리로 박수를 한 번 크게 쳤다. 모두가 놀라 그를 바라보는 상황에서 그는 의연하게 말을 꺼냈다.

“왕녀님께서 스스로 하는데 어려움을 겪으신다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죠.”

“도움?”

“마음 같아서는 제가 도와드리고 싶지만 아쉽게도 엄밀히 말하면 전 공주님과 비슷한 타입이어서요. 제 지인 중에 엄청난 무뚝뚝이가 있거든요. 그 녀석을 소개해드리고 싶은데.” “무뚝뚝이는 또 뭐야?”

“말 그대로 엄청 과묵해요. 정말 필요한 말만 하는데 그 마저도 문장으로 끝까지 말 안하죠. 매일 시간을 정해서 일과표대로 움직인다니까요. 그래서일까요? 항상 다른 사람보다 빠르게 생각하고 파악하고 판단해서 움직이더라고요. 그런 면이 어느 윗분의 마음에 들었는지 지금은 가샤의 왕성에서 일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요. 제가 가샤에 가는 것도 그 친구 놈을 만나려고 가는거에요.”

기껏 청년이 구구절절 설명을 했건만 정작 아헬리아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어, 뭐... 알았어. 한 번 봐서...”

아헬리아가 도중에 말을 끊었지만 청년은 그 뒷말을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었다.

‘재밌는 사람이면... 이겠지?’

역시 이 왕녀님의 사고방식은 자신과 비슷한 면이 있었다. 그는 괜히 앞으로의 여행이 설레기 시작했다.

“그런데 왕녀님은 가샤에 무슨 일로 가시는 건가요?”

“그 ‘가샤의 세 번째 눈’이 중대한 미래를 봐서 전 대륙의 중요 인사들에게 말해야할게 있는 모양이더라고. 전국에 속보로 소집요청이 날아왔어.”

‘가샤의 세 번째 눈‘이라고 하면 세간에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전 대륙의 국왕들에게는 거의 신과 맞먹을 정도로 떠받들어지는 예언가다. 커다란 재앙이 있을 때면 미리 경고를 해주어 사전에 방지하고 충격의 여파를 확연히 줄일 수 있었다. 몇 년 전에 있었던 마족의 침공도 어찌 보면 이전에 있었던 그의 예언 덕에 막아낼 수 있었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물론 그 때에 활약한 영웅이 따로 존재하기는 하지만.

“그 예언가라는 사람을 만나보고 싶었거든. 대체 어떤 사람일지 궁금했어.”

그녀의 말에 제라곤이 남몰래 한숨을 쉬었다.

아헬리아가 국왕 대신에 가샤에 가는 것은 아헬리아가 국왕을 대신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유명세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전적으로 그녀의 호기심이 극성을 부렸기 때문이었다. 예전부터 예언가에 대해 많은 말을 들어왔던 터라 한 번쯤 꼭 만나고 싶었던 그녀가 하루에도 수십 번씩 국왕을 괴롭혔다. 그래서 국왕도 어쩔 수 없이 이번 여행을 허락해 준 것이다.

왕녀에게는 한없이 팔불출인 국왕이 3일씩이나 그녀의 부탁을 거절했으니 그 나름대로는 꽤 오래 버틴 것이라 할 수도 있겠다.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을 뿐이지 아직 나이가 어린 아헬리아를 정세에 끌어들이고 싶지 않은 국왕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었지만. 3일 내내 시간 단위로 수척해졌던 주군의 모습을 재차 떠올리고 제다곤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새삼... 고생이 많으십니다, 주군.’

남몰래 속으로만 눈물 짓는 한 기사가 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모르고 아헬리아는 다시 신나서 말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가샤는 마법 선진국이기도 하잖아? 나도 한 사람의 마법사로서 가샤에 가서 마법을 더 깊이 연구하고 싶었단 말이지. 과연 내 분야에 관한 연구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야.”

“네? 왕녀님, 마법사이셨나요?”

“응? 몰랐어?”

잠시 둘 사이에 묘한 기류가 흘렀다. 그리고 두 사람이 동시에 새삼 깨달았다. 반나절이나 신나게 수다를 떨고 있었음에도 정작 둘은 서로의 이름조차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러고 보니 우리 자기소개도 아직 안 했던가?”

“그런 것 같네요.”

“그럼 나부터 할게. 난 메린톤 왕국의 제 1왕녀이자 대륙에 유일한 공간 분야의 마법사이자 마도사의 칭호를 받은 아헬리아 센 메린톤이라고 해. 너도 이미 알다시피 궁금한 것은 참지 못하는데다가 이를 위해서는 무슨 짓이라도 벌일 수 있는 성격이야.”

“그건 자랑이 아니에요.”

“시끄러워. 특기는 마법이고 취미는 마법 연구, 국왕 폐하 괴롭히기. 이걸로 내 자기 소개는 끝! 자, 이제는 네 차례야.”

마차 밖에서 제다곤이 ‘역시 주군을 괴롭히는 취미가 있었던 말인가!’라는 생각을 했다는 사실을 두 사람이 알고 있었을 리는 없었다. 다만 주위의 기사들이 일제히 하늘의 저 먼 곳에 주군의 얼굴을 그리며 눈물을 짓는 모습을 청년이 창문 밖으로 언 듯 보았을 뿐이었다.

청년은 양손으로 턱을 받치고 자신을 보며 싱글벙글 웃고 있는 왕녀를 보며 씨익 웃었다. 말괄량이 왕녀인 줄로만 알았는데 공간마도사였다니. 생각지도 못한 수확이다.

‘그 녀석이 들으면 기뻐서 펄쩍 뛰겠지?’

그는 선심성의껏 왕녀에게 자신을 소개했다. 쓸데없이 긴 말은 필요 없었다.

단 한 마디면 충분했다.

“새삼 소개할게요. 제 이름은 이벨 카샤르. 저 역시도 가샤의 소집 요청을 받고 여행길에 올랐답니다. 앞으로 정말 자~알 부탁드려요, 왕녀님.”

“어, 어... 응? 이벨 카샤르? 어디서 많이 들었는... 에엑! 네가 이벨 카샤르라고오오오!?”

왕녀의 품위 없는 고함소리에 마부가 깜짝 놀라 마차를 멈춰 세웠다. 동시에 기사들이 일사불란하게 마차 주위로 모여들어 호위 진형을 갖추었다. 기사들은 일단 몸이 움직이는 대로 진형을 갖추고 난 뒤에 왕녀의 비명과도 같던 고함 소리를 재차 생각했다. 그리고 곧 일행 모든 사람들의 얼굴에 동시에 경악이라는 표정이 떠올랐다.




2045년 8월 22일

자고 일어나자마자 내 방으로 가서 침대를 확인했다. 아이는 정신없이 잠에 빠져있었다. 시계를 보니 아직 5시 20분 정도로 어린 애가 일어나기엔 너무 이른 시간이었다. 다시 잠들기도 애매하고 할 것도 없어서 느긋하게 식사 준비를 했다. 그 후 1시간 정도 있으니 아이가 하품을 하며 방에서 나왔다.

내가 손을 들어 인사를 건네자 재빨리 입을 닫고 고개를 숙였다. 아아, 역시 아직은 불편하겠지.

「식사 준비 해놨으니까 어서 와서 먹어.」

아이는 아무 거부감 없이 차려준 밥을 남김없이 먹었다. 다 먹은 후에는 후식으로 아이스크림까지 맛있게 먹었다. 음, 잘 먹는 것을 보니 괜히 안심이 된다.

오늘은 아이의 행동을 신경 쓰느라 글에 집중하지도 못했다. 그냥 아이와 소파에 조금 거리를 두고 앉아 같이 TV를 보았다. 아동용 애니메이션을 대체 몇 년 만에 다시 보는지 모르겠다. 아이가 무서울 정도로 TV에 집중해서 차마 채널을 돌리진 못하겠더라.

적당히 아이와 앉아서 TV를 보다가 밥 먹고 은근슬쩍 신상을 물어봤지만 실패했다. 역시 이런 문제는 느긋하게 아이의 마음부터 열기를 기다려야 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목욕을 같이 한 후에 아이가 잠들 때까지 기다렸다가 이제야 겨우 일기를 끄적인다. 슬슬 자야겠다. 내일은 오늘보다 아이와 더 가까워지기를.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름도 모르고 있네. 이름 정도는 내일 반드시 알아놔야지.




즐겁게 읽으셨나요? 만일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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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장 < D-8 years > (9) 15.05.17 408 8 10쪽
9 1장 < D-8 years > (8) 15.05.17 503 8 11쪽
8 1장 < D-8 years > (7) 15.03.30 745 12 12쪽
7 1장 < D-8 years > (6) 15.03.30 681 11 11쪽
6 1장 < D-8 years > (5) 15.03.26 674 8 11쪽
5 1장 < D-8 years > (4) 15.03.24 561 12 11쪽
4 1장 < D-8 years > (3) 15.03.23 662 13 9쪽
» 1장 < D-8 years > (2) 15.03.23 892 10 12쪽
2 1장 <D-8 years> - 1 15.03.19 1,261 14 10쪽
1 0장 <어쩌면 이미 그때부터...> +2 15.03.19 1,712 12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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