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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신의 글 쓰는 터

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로맨스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4.01.09 05:53
최근연재일 :
2021.11.25 17:14
연재수 :
366 회
조회수 :
553,068
추천수 :
12,224
글자수 :
2,992,898

작성
15.12.05 23:15
조회
954
추천
21
글자
20쪽

14화.4 그런 일은 없어요.

DUMMY

‘물컹.’

“!!!!”



여고에 다니면서, 여자애들하고만 놀다 보면 얼토당토 않은 상황들을 많이 겪었었다. 본의 아닌 스킨십이라던가, 속옷 탐방이라던가, 여하간 그런 것들.


그 중에 제일은 역시, 가슴 만지는 거 아닐까. 여자애들 사이에서 지내 순한 양이 되어가고 있는 정웅도지만 본래 수컷 웅(雄)자에 길 도(道)자의, 이름에서부터 마초의 기운이 물씬 느껴지는 나 정웅도가 아니던가.


가슴 좋지, 정말 좋아해. 그 둥근 곡선의 볼륨감이라던가, 물풍선 같기도 하고 야들야들한 갓 쪄낸 떡 같기도 하고, 몽글몽글 말캉말캉 부들부들, 그런 느낌이랄까, 어쨌든. 작은 가슴도 그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고, 큰 가슴은 뭐, 말할 게 더 있나. 기왕이면 다홍치마, 다다익선이란 말도 있잖아.


가슴은 절대적이어서 어떤 상태여도 다 괜찮다. 맨가슴은 더할나위 없고, 속옷만 입은 상태도 그 나름대로의 색기(色氣)를 자아내고 비키니도 매력적이다. 노브라에 옷을 입은 것 또한 성적 판타지를 자극해서 좋다. 그냥 노멀하게 갖춰 입을 것 다 입은 가슴 또한 노멀하게 좋다.


가슴은 어디로 닿아도 다 좋다. 촉감이 느껴지는 어느 부위이던간에 좋다. 가볍게 손바닥과 손가락 사이사이의 닿는 느낌도 좋고, 얼굴에 파묻혀 볼과 미간과 코에 느껴지는 촉감도 좋고. 은은한 체취가 느껴지는 건 덤이다. 손가락으로 찌르거나 실수로 팔꿈치에 닿는 애매한 느낌 또한 좋다.




……뭘 이렇게 장황하게 가슴에 대한 성애와 기호를 말하고 있냐면. 내가 지금 그런 상황이거든. 숨이 턱 막힐 정도로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는, 크고 아름다운 가슴에.



“……어, 저…… 음…… 계속 있고 싶으면 있어도 좋아.”

“그게 아니잖아!! 밀쳐낸다거나 ‘꺄아!’ 하고 때린다거나 그래야지!! 왜 가만히 있는건데?! 사람 더 무안하게!!”

“그, 그치만, 기분 좋은 듯이 냄새 맡으면서 느끼고 있는데 어떻게.”

“누, 누, 누가 느끼고 있었다고 그래!!”



조곤조곤히 나를 품에 안고 말하는 민서. 퍼뜩 놀라 얼른 땅을 짚고 일어났다. 잔뜩 빨개진 얼굴로, 괜히 화를 내며 소리친다. 화를 낼 건 분명하게 민서인데, 어째서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그러고 있는건데. 부끄러움도 없는거야?! 게다가 ‘계속 있고 싶으면 있어도 되’ 라니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인데?!


얼른 가슴에서 얼굴을 떼고 당혹스러운 태도로 말한 나. 가슴에서 얼굴은 뗐지만 다리는 여전히 미묘하게 민서를 덮치고 있는 엉거주춤한 자세. 미묘한 모양새에 얼른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후우, 위험할 뻔했어.


나만 당혹스럽고 정작 민서는 전혀 아무렇지도 않은 듯하다. ‘어, 일어나.’ 하고 손을 뻗어 민서를 일으켜줬다. 내가 넘어져서 민서까지 같이 넘어진 거지. 괜히 미안해진다. 그……런 짓도 해 버렸고. 다른 애들이 없는 게 천만다행이네.



“옷 더러워졌다. 후줄근한 옷으로 갈아입길 잘 했네? 헤헷.”

“어! 응, 그렇지.”



방긋 웃으며 말하는 민서. 힐끔 민서를 쳐다봤다 얼른 눈을 돌렸다. 민서의 웃는 귀여운 모습과 동시에 시선이 자연스럽게 가슴 쪽으로 향하려 해서. 와, 잔뜩 의식하게 되잖아. 미묘한 상황과 겹쳐서 더욱 부끄럽고 무안한 기분이 된다.

크흠. 어쩌다 이런 상황이 되었냐면, 그러니까─




--




“결국엔 나온 게 우리 둘 뿐이네.”

“응.”



평화로운 주말, 간단하고 활동적인 차림의 나. 마찬가지로 펑퍼짐한 수수한 옷을 입고 나온 민서. 둘이서 터미널 의자에 앉아 있다. 심드렁한 내 말에 민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애들이 배가 불렀어. 그거 봉사활동 채우려면 얼마나 짜증나는데. 몇 시간 하고 1년 치를 싹 다 채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데. 게다가 시골 놀러 가는 것 같은 느낌으로.”

“응응. 그, 그치만 모두 각자 사정이 있어서 그런 거니까. 이해해야지.”



민서의 제안, 봉사활동. 친척네 시골 동네에 좋은 봉사활동 장소가 있다고 한다. 몇 시간 간단한 일만 하면 이틀동안 10시간 일한 것으로 쳐준다고 하는 좋은 제안. 봉사활동 시간, 그거 의외로 스트레스거든. 나중에 채우려고 하면 귀찮잖아. 시간 많을 방학 때, 먼저 끝내는 느낌으로 해 놓으면 좋은 것이 바로 봉사활동이다. 그치만 늘 숙제는 방학 끝날 때쯤 하듯 으레 봉사활동도 연말까지 끌었다가 하는 법인데. 다같이 가서 하면 그나마 재미있으니까, 이런 제안이 왔을 때엔 무조건 승낙하는 게 좋다.


하지만 때라는 건 늘 좋은 때만 있는 건 아니지. 나는 당연히 승낙했고, 제안을 건 민서도 당연히 가는 것이겠지만. 나머지 애들이 말썽이다. 유진이는 아르바이트 하느라 못 오고. 희세는 그 날이 집안 대청소 하는 날. 성빈이는 기차여행 간다고 미안하다고 하고, 시아는 시골집 내려가느라 안 되고. 결국엔 이렇게 둘만 가게 되었구나.



“그렇지만~ 응~?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사는 으리의 우리 밥 패밀리가! 아핫, 그 정도는 아닌가?”

“응, 그 정도는 아니야.”

“아 그래. 미안. 사리분별 되게 확실하구나.”



사투리 억양을 섞어서 무슨 조폭이라도 된 양 즐겁게 말하는데 민서가 엄격·근엄·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한다. 아, 알았어…… 그, 그렇게까지 정색하고 대답할 건 아니잖아…… 이런 드립은 차라리 미래 쪽에 더 잘 받아줄 텐데. 뭐, 그 미래도 요즈음은 침착맨과 사귀고 드립력이 저하되고 있는데.



“근데 우리, 가면 무슨 일 하는 거야?”

“응, 마을회관 청소 한다고 들었어. 별로 안 힘들어, 마을회관이 작아서.”

“아, 민서는 작년에 가서 했댔지?”

“응응. 할머니가 밥도 차려주셔.”

“오, 기대되는데.”



민서는 작년에도 이 꿀봉사활동(?)으로 시간을 다 채웠다고 한다. 나는 연말에 그 추울 때 개고생을 했는데. 그래도 이번엔 다행이네. 민서 덕에 손쉽게 채울 수 있게 돼서. 뭐, 손쉬울지 어려울지는 가 봐야 알겠지만.



“버스로 몇 시간 걸린댔지?”

“2시간 30분?”

“이야, 머네. 생각보다도. 지도 상으로는 얼마 안 먼 거 같은데 말이지?”

“버스가 시골까지 가느라. 내려서 또 시내버스 한 번 더 타야돼. 그건 15분 정도면 도착해.”

“이야, 고난의 행군이네.”



굳이 단점이 있다면 시골이라는 점. 거의 3시간이니 왕복하면 이동시간만 6시간이네. 딱히 마냥 이익인 건 아닌 것 같은데. 그래서 아침 8시도 안 된 시점에서 첫 차를 타고 가는 거지만. 버스에서 민서와 두런두런 얘기하다 금세 잠들었다. 주말엔 좀 늦잠 자야 하는데 일찍 일어났으니, 그 시간만큼은 버스에서 자야지.




“안녕하세요!”

“이이, 그려, 네가 민서 남자친구구먼! 허헣.”

“아, 할머니, 그런 게 아니라. 그냥 반 친구요!”

“이이? 느이 여고 댕긴다고 허지 않었냐?”

“그~ 그러니까 어쨌든 반 친구에요!”



키가 작고 머리가 뽀글뽀글하고 주름이 자글자글한, 대한민국 어디에나 있을 것 같은 푸근한 할머니에게 넙죽 인사를 한다. 내가 또래 여자애들한테는 변태 취급 받고 취급이 안 좋지만 적어도 아줌마 이상부터는 내가 다 휘어잡지! 나 40살 이상 여성한테는 완전 잘 나간다잉?! 뭔가 뉘앙스가 이상한데.


뭐,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원래 아주머니, 할머니들은 젊은 남학생을 좋아하니까. 이상한 의미가 아니라. 그 세대는 고추(?)를 중요시 여기는 세대니까. 할머니는 허허 웃으시며 말씀하신다. 민서는 당황해서 말하지만 할머니의 정확한 기억력에 도리어 당황한다. 할머니도 여고 나오셨겠지.



“할머니, 오늘은 저희 어디 하면 되요?”

“으이, 그, 뭐시기냐. 여짝에 화장실이랑, 그…… 직인은 이장이 가지구 있는디. 이장네 갔다와야쓰겄다.”

“아니에요, 저희 먼저 시키시고 천천히 하셔도 돼요.”



민서는 시골 할머니와의 대화 모드(?)로 푸근하고 느린 말투로 할머니께 물어본다.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우선 봉사활동 용지에 도장을 찍어주시려 한다. 오, 확실히 조작(?)이 가능하구나. 아이, 이런 게 시골 인심이지요! 주먹구구식 행정운영! 법보다 가까운 텃세와 마을의 규칙! 뭐, 좋은 게 좋은 거니까.




“으헉!”

“허허이, 들 수 있겄어? 생각보다 비실비실하네, 도시 헉생이라 그런가.”



20kg짜리 비료를 어깨에 들고선, 내 눈알은 튀어나올 것처럼 왕방울만큼 크게 떠진다. 할아버지는 가뿐히 40kg짜리 쌀가마를 들고 허허 웃으신다. 죽을 것 같다. 허리가 끊어지고 척추가 어디에 있는 지 느껴진다. 어깨 아픈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우와, 이거 진짜 무거워! 엄살이 아니라 진짜!


시골에서는 남자가 대우가 좋은 대신 그만큼의 일을 시키는 것 같다. 민서는 할머니를 따라 일을 하러 가고, 나는 갑자기 등장한 할아버지에게 끌려와 짐을 나르고 있다. 창고에서 마당으로 내놓는 건데, 그 짧은 동선임에도 무진장 힘들다. 그렇게 도시 학생은 아닌데. 하긴 뭐, 이런 일을 안 해본 건 서울 사람이나 나나 매한가지인걸.



“어유, 고생했네 고생했어. 비료 들고 쓰러지는 거 아인가 싶었는디, 허허허.”

“헉, 헉……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뭘 감사혀, 우리가 고맙지!”



그 외에도 이런저런 일을 했다. 짐 옮기는 것부터 창고 정리, 할아버지 뭐 만드는 거 도와드리기. 사실은 비료 나르는 거 말고는 그리 크게 힘든 건 없었지만. 창고 정리하는 건 할아버지가 정리하시는 거 나는 나르기만 했고, 할아버지 뭐 만드는 거 보조는 의사 옆의 간호사마냥 달라는 거 드리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으니.


할아버지의 말에 나는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이 일을 그만하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뜻. 할아버지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회관 가믄 할매가 맛난 거 해놨을겨. 민서가 친구 데리온다 했을 때부터 벼르고 있었응게.’ 하고 말씀하신다. 고개를 끄덕이며 오전동안 벌써 삭신이 된 몸을 이끌고 터덜터덜 마을회관을 향해 걸어간다.





‘지글지글’

“마이 먹어. 한 그릇 더 줄까?”

“아뇨아뇨, 저 정~말 배불러서. 정말 많이 먹었어요.”

“흐흥.”



꼭 고정관념처럼 그런 게 있잖아. 할머니들은 배부름의 개념을 모르시는 거. 딱 적당한 정도의 나를 보고 ‘뼈와 가죽만 앙상하잖아’ 하는 느낌으로 인식하시나보다, 할머니는. 점심밥은 고기파티. 처음부터 수북한 고봉밥. 물론 죽도록 일을 하고 왔으니 반갑지 않을 리 없다. 호기롭게 밥 한 공기 뚝딱. 시장이 반찬에 고기반찬인데 어찌 그러지 않겠어.


하지만 정웅도가 더 밥을 먹는 일은 없었다. 거짓말처럼, 이어지는 3회전에서 거짓말처럼 참패를…… 무슨 3회전. 할머니는 대지의 여신 데메테르처럼 무한의 곡물을 나누어 주셨다. 한국인은 밥심이지! 하기에는 너무 많은 밥이야! 사람 살려! 조선시대에도 이렇게는 많이 안 먹었을 것 같아! 거북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간곡히 말하니 옆에서 고기를 집어먹는 민서가 피식 웃는다.



“으이으이. 남자애는 많이 먹어야지. 민서 얘는 어데서 살 뺀다고 반쪽이 돼서 와서는. 작년에는 일도 잘 했는디, 인자는 히마리가 없어봬서, 으이. 쯧쯧.”

“아아, 그치만 할머니, 여자애들은 살 빼야 되요.”

“떼끼, 어디 씨잘데기없는 개소리 지껄여. 할마 어렸을 적엔 지지배들도 요만큼씩 먹고 밭일하구 그랬는디. 하이튼 요즘 지지배들은, 에휴.”



할머니는 민서의 팔뚝을 집으며 거칠게 말씀하신다. 민서가 다이어트 한 것에 굉장한 불만이 있으신 것 같다. 어르신들은 통통한 걸 좋아하시니. 민서는 항변했다 본전도 못 찾고 깨깽 고기만 깨작깨작 먹는다.


살 뺀다고 밥을 안 먹고 고기만 먹어 할머니의 엄청난 질책을 받은 민서. 과연, 확실히 살이 엄청 빠지긴 했다. 내가 다이어트를 지도하고 몇 개월, 그동안 혼자서 엄청난 의지력으로 다이어트를 했는지 이제는 정말 예전의 민서와는 차원이 다르다. 10kg 넘게 뺀 것 같다. 이제는 더 이상 통통하던 옛 민서가 아니라, 희세 정도로 글래머러스한 스타일. 유진이나 리유처럼 마른 스타일까진 무리겠지만.


……근데 이거, 축복받은 스타일 아닌가, 민서. 살을 뺐는데 가슴이 다 빠져버렸다는, 불행한 누군가─딱히 유진이는 아니다─와는 다르게, 민서는 완전 괜찮은 몸매가 되었다. 가슴은 예전하고 거의 동일한 사이즈인데 살만 쏙 빠졌으니 당연히 더 도드라져 보일 수밖에. 지금도 민서가 챙겨온 일하는 평범한 옷인데도 굉장히 크게 보인다.

크흠, 어딜 보는 건데. 이러면 안 되지. 고기나 마저 먹자.




“여기 이렇게 하면 되요?”

“이, 그려, 세제 팍팍 뿌려서 벤기랑 이? 거품 빡빡 나게이. 잘하네!”

“넵! 제가 그런 건 잘 합니다!”



밥을 다 먹고, 할머니가 설거지를 하려고 하니 민서가 돕는다. 음, 남자가 부엌이 들어가서 아녀자처럼 설거지를 할 수 있나. 는 무슨 조선시대도 아니고. 개수대는 2명 이상 있으면 도리어 방해될 것 같으니까, 눈치를 살펴서 ‘할머니 전 뭐 하면 될까요!’ 하고 물었다. 할머니의 명에 따라 화장실 청소를 맡게 된 나. 빡빡 솔을 가지고 바닥과 변기에 거품을 낸다. 마을회관 화장실인데 어째 우리집 화장실보다 더 크네. 정작 마을 회관은 별로 안 큰데.



“아, 나도 해야 되는데!”

“괜찮아, 다 해 가! 민서 너는 설거지 했으니까. 오오, 미끄러우니까 들어오지 말구.”

“응, 알았어.”



거품을 다 내고 물을 끼얹어 행구고, 다시금 덜 닦인 부분이 있어 거품을 내는 때, 민서가 허겁지겁 달려와 옷에 손에 묻은 물기를 닦으며 말한다. 방금 전까지 설거지 하고 있었으면서, 성실하다니깐. 화장실 청소 따위, 금방 하니까.



“뭐 해?”

“응원.”

“하하. 더 열심히 해야 겠는걸.”



가만히 화장실에서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 빤히 나를 보고 있는 민서. 신경 쓰여서 힐끔 쳐다보며 물으니 민서는 단 한 마디 ‘응원’ 이라고 말한다. 절로 웃음이 나온다. 귀엽잖아. 살 빠졌는데 얼굴살은 많이 안 빠져서 더 귀엽잖아. 마음 씀씀이도 귀엽잖아. 희세면 이 쯤 독설 한 마디 내뱉었을 텐데. 아, 애들이랑 왔으면 더 좋았을 것 같네. 고기도 실컷 먹고. 시골 느낌도 팍팍 나고.



“다 했다! 우아아─!”

“에엣!?”



민서가 구경하고 응원하고 있으니 좀 더 오버해서 청소를 하게 된다. 박력있게 마초 느낌 나게 물을 뿌리곤 시원스럽게 청소를 끝냈다. 하, 쾌남! 화장실 문 쪽으로 호기롭게 걸어가니 민서는 웃으며 그런 나를 본다. 그 순간 쭈욱, 발이 미끄러진다. 균형을 잃고 앞으로 쭈욱 넘어진다.



“!!!”

“아야……!”



민서를 덮치듯이 쓰러진 나. 말캉거리는 무언가에 얼굴이 푸욱 묻힌다. 아, 나 이 느낌 뭔지 알아! 가슴이잖아! 너무 좋아! 하악, 얼른 비벼야지! 킁킁 냄새도 맡아야지! 아아, 좋아 죽겠네! 뿅죽가네! 아니, 이게 아니잖아?! 0.1초 동안 들었던 모든 생각들은 머릿속 쓰레기통으로 처박고 얼른 일어난다. 그렇게 생각하던 때가, 저에게도 있었죠. 일어나지지 않아. ……너무 좋잖아.





“……미안합니다. 미안해요. 신고하지만 말아주세요.”

“아니야, 괜찮아. 미끄러져서 넘어진 거잖아.”

“민서야…… 너 진짜 착하구나?!”

“에헤헷. 가슴 덕분에 웅도가 안 다쳤으니 쓸모있는 가슴이네?”

“그런 말 하지 마!! 여자애가 그런 말 하는 거 아니야!!”

“에엣?!”



어떻게든 수습된 장내. 다행히 할머니가 보시진 못하셨다. 내 사과에 민서는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눈물이 다 날 것 같다. 얼마든지 변태로 몰아갈 수 있는 상황인데. 실수이긴 하지만 명백한 행위가 있는 거니까. 날개없는 천사인가, 민서는. 하지만 이어지는 뒤의 대답에 얼른 태클을 건다. 그냥 그런 개념(?)이 없는 거냐, 이 녀석은!



“근데 우리, 생각보다 일 많이 하네.”

“어, 응, 미안. 작년에는 진짜 별 거 안 했는데. 도장은 이미 할머니가 찍어 주셨어.”

“뭐,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좋긴 하지만. 뭐, 실제로 봉사활동 하고 가면 더 의미있고 좋은 거니까?”

“응, 응.”



앉아서 마늘을 까고 있는 나와 민서.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시며 생각보다 실속있게 일을 시키신다. ‘아유, 안 해도 뎌! 할머니가 다 할텡게!’ 하고 말씀하실 것 같은데. 아니지. 나는 젊으니 돌인들 무거울까. 늙기도 서러울진데 짐을조차 지실까 하는 시구절도 있잖아. 도울 수 있을 때 많이 도와야지.



“……웅도는, 가슴 좋아해?”

“무슨 그런 질문을 하는데! 그, 부끄럽잖아! 방금 전에 그런 일 있었는데!”

“아, 미, 미안. 나, 그런 눈치가 잘 없어서…….”

“남자애한테는! 그런 거 안 돼니까!”



마늘을 까며 문득 물어보는 민서. 흠칫 놀라 그녀를 쳐다보며 얼굴을 붉히는 나. 벌컥 화를 내며 말한다. 방귀낀 놈이 성 낸다고, 딱 그 꼴이지. 실제로 부끄럽기도 하고. 민서는 덜컥 화를 내는 나를 보며 미안한 표정으로 대답한다. 확실히, 그쪽 눈치가 없긴 하구나. 마저 마늘을 까며 대답한다.



“싫어하지는 않지. 싫어하는 남자 고등학생이 어디 있겠어.”

“아. 그렇구나. ……그럼 리유랑은 왜 사귀었어?”

“아니이! 여자친구를 가슴 때문에 사귀는 건 아니잖아!?”



솔직한 대답. 뭐, 어차피 창피해진 상태고, 이런 식으로 가슴에 대한 얘기를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으니. 거짓말은 할 수 없지. 좋아하지, 가슴. 남자애니까 자연스러운 거잖아? 민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살짝 얼굴을 붉힌다. 막상 부끄러운가. 그러더니 잠시 머뭇거리다 묻는다. 다시금 벌컥 언성을 높힐 수밖에 없는 나. 리유는 또 왜!



“아, 그, 그렇네. 그, 그냥, 희세랑 더 잘 어울리지 않을까 싶어서.”

“너까지 왜 그래!? 유진이랑 미래가 놀리는 것만으로 버거운데!”

“히익, 미, 미안.”

“아하하. 나도 미안, 괜히 소리 질러대서. 내가 무안해서 그래. 할 말 없으니까.”



이제는 리유를 넘어서 희세까지 등판하는 민서와의 대화. 이제는 서러운 목소리로 민서에게 말하니 민서는 잔뜩 미안한 표정으로 말한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말한다. 너무 민서에게 막 대하는 것 같아, 나. 희세가 눈 한 번 흘기면 머슴처럼 복종하면서. 민서가 착하다고 이러면 안 되지. 가슴에 얼굴 파묻어도 용서해주는 천사같은 민서인데. 참자, 웃자.





“아주 고생 많았어, 이? 인자 가는겨?”

“네, 저도 엄청 배부르게 잘 먹고 가요. 하하. 다음에 또 와도 되나요?”

“이이, 언제든 와! 민서 읎으면 읎는대로 혼자 와도 뒤고! 허허허!”



오후 내내 일을 하지는 않았다. 대강 일이 끝나고는 몇 시간 마을회관의 빈 방에서 뒹굴거리며 TV를 보며 놀았다. 할머니도 회관에만 계시지 않고 집에 들어가셔서. 그러다가 오후 5시, 슬슬 집에 가려고 할머니에게 인사를 드린다. 지금 가면 대충 밤 8시 정도에 도착하겠네. 민서랑 김밥지옥 같은 데에서 저녁이나 간단히 먹고 헤어지면 보람차게 오늘 하루 끝이겠구나.



“아, 할머니, 버스 몇시 버스 있는 지 혹시 아세요?”

“뻐스? 뻐스는 예저녁에 끝났지! 얘는 뭔 소리 헌디야.”

“……네?”



민서는 웃는 낯으로 할머니에게 여쭤본다. 할머니는 눈을 가늘게 떴다가 이내 웃으며 대답하신다. 표정이 굳는 민서.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하신다.



“막차가 읍내에서 5시에 출발허는디. 지금 5시 넘었잖여? 그러면 뻐스 없는기여.”

“에? 에에? 이렇게 빨리 끊겨요? 왜요? 7시나 8시에 버스 없어요?”

“그런 게 어디있어, 이런 시골에. 하루에 버스 4대 오는디.”

“……!”



할머니의 말에 민서는 잔뜩 당황해서 물어본다. 할머니는 뭐 그런 걸 묻냐는 듯 심드렁하게 대답하신다. 흠칫 놀란 나. 당황한 민서와 눈이 마주쳤다. 그러면 나하고 민서, 영락없이 여기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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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97 연필유령
    작성일
    15.12.05 23:36
    No. 1

    큼큼. 아니 거 있잖소. 단골 레퍼토리. 큼큼
    대게 배 끊긴 섬에서 자주 일어나는 큼큼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5.12.07 22:42
    No. 2

    ......저도 먹고 살아야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6 진주곰탱이
    작성일
    15.12.20 15:20
    No. 3

    웅도가 변태 바보가 되어가는 이유는 작가님 때문~
    웅도가 누구 하나 딱 골라서 사귀게 되면 우학변은 엔딩~
    그래서 막장 드라마 마냥 이 여자 저 여자 간만 보면서 질질 끄는것~ ㅋㅋ
    이러면 무한 늘이기 가능~
    하지만 그것보다 좋은 방법은 미연시게임처럼 각 캐릭터별로 공약 시나리오를 따로 쓰는것~
    희세는 희세대로
    성빈이는 성빈이대로
    유진이는 유진이대로~
    이런 식으로~
    그리고 서브 캐릭터로 담임선생님과의 이벤트~
    이러면 최소 1년 이상은 가지 않을까합니다~ ㅋㅋㅋ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5.12.22 14:33
    No. 4

    그렇습니다. 사실입니다.
    그치만 그렇게 늘리는 것도,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건지 싶지만...... 하핫. 이제 보낼 때가 된 건가.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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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 16화. 왕의 귀환. +4 15.12.29 889 13 18쪽
217 슬럼프 특집 번외편 - 3 +20 15.12.26 781 13 18쪽
216 2015 크리스마스 스페셜 /// 웅도인 줄 알았나요? 유감이네요, 미래랍니다! +7 15.12.25 871 8 17쪽
215 슬럼프 특집 번외편 - 2 +12 15.12.24 837 15 20쪽
214 슬럼프 특집 번외편 - 1 +7 15.12.22 971 15 19쪽
213 15화 - 5 +6 15.12.18 1,001 17 18쪽
212 15화 - 4 +6 15.12.16 816 16 20쪽
211 15화 - 3 +6 15.12.14 1,084 25 20쪽
210 15화 - 2 +4 15.12.12 981 17 19쪽
209 15화. 여름이고 방학이면 어딜 가야겠어요?! +4 15.12.10 977 17 19쪽
208 14화.4 - 2 +4 15.12.07 1,036 19 20쪽
» 14화.4 그런 일은 없어요. +4 15.12.05 955 21 20쪽
206 14화.3 - 2 +2 15.12.04 962 13 21쪽
205 14화.3 깜짝 멘붕이야 +6 15.12.01 787 25 20쪽
204 14화.2 - 2 +8 15.11.29 977 15 19쪽
203 14화.2 여제의 귀환 +9 15.11.27 857 17 21쪽
202 14화.1 - 2 +4 15.11.25 932 18 22쪽
201 14화.1 저랑, 사귀어요! +8 15.11.24 996 14 20쪽
200 13화 - 4 +8 15.11.23 828 14 22쪽
199 13화 - 3 +2 15.11.21 719 21 21쪽
198 13화 - 2 +2 15.11.20 787 17 20쪽
197 13화. 기말고사 치고는 너무 밝은 거 아닙니까?! +9 15.11.19 867 19 20쪽
196 촬영은 다시. +8 15.11.17 703 13 15쪽
195 촬영이 끝나고 난 뒤 ----- 휴재 +10 15.10.17 916 17 19쪽
194 -동결- +8 15.10.15 849 12 1쪽
193 12화 - 4 +10 15.10.14 982 18 25쪽
192 12화 - 3 +8 15.10.13 862 17 18쪽
191 12화 - 2 +10 15.10.12 840 17 20쪽
190 12화. 먹어 줘! +12 15.10.10 999 24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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