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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신의 글 쓰는 터

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로맨스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4.01.09 05:53
최근연재일 :
2021.11.25 17:14
연재수 :
366 회
조회수 :
553,067
추천수 :
12,224
글자수 :
2,992,898

작성
15.11.27 23:10
조회
856
추천
17
글자
21쪽

14화.2 여제의 귀환

DUMMY

「뭐야, 왜 안 나온건데」

「그럴만한 일이 있어서, 미안!」



희세에게 오는 톡을, 빠르고 정확하게 답변을 보내곤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는다. 처음으로, 보충수업을 빠졌다. 아닌 척 해도 나, 상당히 간이 작은 편이니까.


하, 어차피 보충수업이라는 거, 명목 뿐이지 않아?! 정규 수업도 아니니 결석해도 결석 처리가 되는 것도 아니고. 수업이라고 해봐야 어차피 정규 수업도 제대로 듣지 않고 꾸벅꾸벅 조는 난데! 보충수업 몇 번 빠진다고 큰 일 나는 거 아니잖아! 하고 호기롭게 생각은 하지만, 생각은 그렇게 할 수 있지만 실제로 행동으로는 못 옮기는 소심한 나니까.

하지만 지금은 정말 보충수업을 빼먹었다. 심장이 쿵쾅쿵쾅. 그건 보충수업을 빼먹었다는 양심의 가책과 두려움 때문이 아니다. 그것보다 더 크고 훨씬 중요한 일. 오늘이 바로, 운명의 날이다.




“…….”



몇 번 안 와 본 공항. 여전히 어수선한 분위기에 나는 어수룩한 시골 청년이 돼 버린다. 그건 비단, 복잡한 공항의 분위기 때문만은 아니리라. 돌아오는 리유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과 고민이 거듭돼 그런 것일지도.


그래, 리유가 온다! 오늘! 지금! 하아. 너무 긴장되는데. 호주에 다녀온 이후로도 줄곧, 전화는 꼬박 해왔지만. 그거랑 이거랑은 또 다르잖아? 일단 2달만에 보는 것이기도 하고, 이제는 아예 돌아오는 리유니까. 호주에서 잠깐 관광 비슷한 식으로 보는 거랑은 차원이 다르잖아. 무엇보다, 아직 끝나지 않은 ‘그 얘기’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이 많으니까. ……이미 끝났나?


초조한 마음으로 게이트를 쳐다보며 안절부절 못 한다. 휴대폰과 게이트 입구를 번갈아 쳐다보느라 눈이 다 빠질 지경이다. 어느 쪽도 연락이 오지는 않는다. 리유 보면 어떻게 반응해야 하지. 으우, 잘 모르겠는데.



“엇……!”



아무리 기다려도 리유가 나오질 않으니 마음은 더욱 초조해진다. 문득 저 쪽 게이트에서 나오는 여자아이가 대번에 눈에 띈다. 한참 여름이 진행중인 계절에 걸맞지 않게 긴 팔 긴 바지에 더워 보이는 여자애. 눈부시도록 흰 피부에 잔뜩 귀여운 눈망울. 리유다. 리유다. 리유다!!



“리유야!!!”

“어! 웅이다!”

“리유아! 왜 여기로 와! 왜 전화 안 했어! 이 귀여운 녀석! 엉? 왜 연락 안 했어! 엉 엉 엉?!”

“우와, 아하핳! 아핳, 간지러워! 아아앙! 그만해!”



황급히 달려가선 덥썩 리유의 겨드랑이를 잡는다. 리유는 흠칫 놀라 나를 쳐다보고 눈을 동그랗게 뜬다. 얼른 리유를 들어 올리며 잔뜩 리유를 만끽한다. 껴안았다가, 들었다가, 땅에 내려놓았다가 다시금 들어 올렸다가. 겨드랑이를 잔뜩 간지럽히기도 하고, 옆구리를 쿡쿡 찌르기도 한다. 아아, 리유의 달달한 향기가 내 폐 속으로 그대로 흡수되는 것만 같아. 잔뜩 웃으며 좋아라 하는 리유를 보니 절로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이다. 좀 더, 좀 더 리유를 만끽하고 싶어! 하앍하앍! ……잠깐만, 이거 엄청 중증 변태같은 느낌이잖아.



“잘 왔어. 오기만 계속 기다리고 있었잖아.”

“응, 왔어!”

“……하핫.”



격한 인사를 마치고, 나는 자세를 바로하고 리유를 내려다본다. 한참 작은 리유. 역시, 이 눈높이에서 내려다보는 게 익숙하다. 방긋 웃으며 말하니 리유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간만에 보니까 리유, 더 예뻐진 것 같다. 귀여운 건 여전하고.



“Wooo……! Woong-do!”

“엣?! 실리아쨩?! 아니아니, 실리아?!”



옆에서 들려오는 하이톤의 목소리. 잔뜩 심통이 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는 여자애. 금발에, 마치 동화책에서 나온 것 같이 깜찍한 서양 여자애. 리유랑 같이 지내던 룸메이트, 실리아다. 근데 여기 한국인데?! 어째서?! 나도 모르게 실리아‘쨩’ 하고 덕밍아웃을 해 버렸다. 뭐, 실리아는 외국인이니까 못 알아들었을 테지.



“annyeong-haseyo!”

“어, 어 안녕!”



자랑스럽게 영어 발음으로 어색하게 한국어를 하는 실리아. 귀엽네. 서양 여자애가 한국말로 말하니까 더 귀엽구나. 리유랑은 다른 귀여움이 있어.



“실리아, 몇 일동안 한국 놀러 왔어! 나랑 웅이랑 놀겠다구 헤헷. 나한테 한국어도 배웠다! 두 달 동안 어느 정도 한국말 할 수 있을 정도로 배웠어!”

“오, 대단하네. 그렇게 쉽게 배울 수 있나?”

“대충 알려줬어, 대충. 정 안 되면 영어랑 한국어랑 섞어 쓰면 되니까.”

“그게 더 어렵지 않을까. 실리아, 한국말 배웠어?”

“……응! 배우다!”

“하하. 알아는 듣겠네.”



리유의 부연설명에 그제야 이해가 간다. 음, 그 쪽도 방학인가 싶지만 어쨌든 뭐, 놀러온 거구나. 리유 따라서. 방긋 웃으며 실리아에게 물으니 실리아는 귀를 쫑긋 세우고 내 말을 듣더니 환히 웃으며 대답한다. 알아듣는 말이 있어 기쁜 모양. 귀여워 죽겠네.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다시금 시선을 리유에게 돌린다.



“근데, 보충수업 하지 않아? 여름방학이니까.”

“오, 잊지 않고 있었구나. 그럼, 하고 있지. 땡땡이 치고 나온 거지만.”

“엣! 그러면 안 되잖아!”

“리유 오시는 날인데 그깟 보충이 뭐 중요해. 그냥 쨌지.”

“헤헷. 웅이도 많이 바뀌었네?”



공항을 나서며, 리유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눈다. 리유랑 만나서 어색할까 어떨까 고민했는데 전혀, 어제 헤어진 것처럼 자연스럽게 얘기를 나누게 된다. 부정할 수 없는데, 완벽하게. 나는 아직도, 리유가 너무너무 좋다. 보는 것만으로 웃음이 절로 나오니까.



“그럼 어차피 보충수업 빼먹은 거니까, 오늘은 나랑 실리아랑 같이 놀자!”

“아─ 괜찮겠어? 피곤하지 않아?”

“응! 아, 좀 피곤하긴 한데.”

“아핫, 오늘은 집에서 좀 쉬고, 노는 건 내일부터 놀아도 되잖아? 어차피 너, 보충수업 안 하잖아. 신청 자체를 안 했으니.”

“아 그렇네! 에헤헷. 애들 잔뜩 놀려먹어야지! 이힣!”



별로 깊게 생각하지 않고 말을 꺼내는 건 예전 그대로구나. 귀여워라. 방긋 웃으며 말하니 리유는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좋아한다. 리유가 웃으니 실리아도 마냥 좋다고 웃는다. 말을 잘 못 알아듣겠지. 귀여운 두 여자애를 양 옆에 끼고 택시를 잡아탄다.




“리유야.”

“응? 왜?”

“그냥, 좋아서. 헤헷.”

“히히히.”



택시에서, 리유를 쳐다보고 말한다. 내 말에 가만히 웃어 보이는 리유. 심장이 쿵쾅거린다. 리유가 가운데에 앉고 좌우로 나와 실리아가 앉은 자리배치. 긴장한 마음으로, 리유의 손을 잡았다. 당황하거나 그런 기색 없이 나를 빤히 쳐다보는 리유. 더욱 기분이 이상하다.


저번에 호주로 데리러 갔을 때엔 명백하게, 경계의 모습이던 리유였는데. 금세 풀리긴 했지만, 적어도 ‘남자친구’로써 정웅도는, 아닌 건 아니라고 확실하게 선을 긋는 모습이었는데. 지금은, 전혀 아닌 것도 같다. 나 보고 좋아하고, 평소처럼 웃고, 손 잡아도 아무렇지도 않아 하고.



“그…… 리유야.”

“응?”

“좋아해.”

“응, 나두 좋아해.”

“……!”



다시금 리유를 불러 말한다. 꼭 고백이라도 하는 것처럼 떨린다. 방긋 웃으며 대답하는 리유. ……뭐야. 뭐가 이렇게 싱거워. 이게 아닌데? ‘좋아해’ 라는 의미를 제대로 이해한 게 맞나, 리유?! 호주에선 그렇게나 정색하고, 그랬는데…… 두 달만에 무슨 심경 변화가?!



“생각해 봤는데, 역시 웅이랑 나는 남자친구 여자친구는 아닌 것 같애.”

“무슨…… 말이야?”

“나 때문에, 여자친구 사귀는 게 방해되면 안 될 것 같아서.”

“……나는 이해가 안 가는데.”



리유는 웃으며 말을 꺼낸다. 웃고 있지만 평소의 자연스럽고 천진난만한 미소는 결코 아니다. 무엇인가 있는, 애매한 웃음. 나는 진지한 표정이 되어 뜸 들이며 리유에게 묻는다. 조금씩 진지한 표정이 되는 리유. 손을 꼬옥 잡고 말을 잇는다.



“생각해 봤는데. ‘내가 웅이에게 좋은 여자친구일까?’ 아니, 좋고 나쁠 건 없지만. 그게 정말 여자친구였을까, 남자친구였을까 싶어서. 그냥, 친구일 때랑 다를 게 없잖아? 그럼 그냥, ‘베스트 프랜드’로 충분하잖아.”

“아니, 전혀, 전혀 아니야. 나는, 나는……!”

“웅이가 싫은 게 아니야. 정말정말 좋아해. 그치만, 나랑은 역시, 여자친구 남자친구는 아닌 것 같애. 나 때문에, 다른 여자애 못 좋아하는 건 또 싫어. ……그렇잖아? 히이나, 비니나. 누구일지는, 헤헷, 나도 모르겠지만.”

“…….”



그러니까, 여자친구 같지 않으니까 다시 사귀지 않겠다고, 내 마음을 받아주지 않겠다는, 그런 말이야? 격하게 고개를 저으며 대답하지만 이어지는 리유의 말에 나는 대답하지 못 했다. 이제는 리유도 알고 있지, 희세나 성빈이가 나 좋아하는 거. 나만큼이나 쓸데없이 다른 애들 배려하고 생각하는 리유니까. 그렇다고 그런 것까지 양보하는 건 아니잖아, 이 멍청이가……!



“그치만, 난 아직……!”

“아직 내가 좋아? 그치만, 바람 피웠잖아.”

“큭…….”

“그러니까 괜찮아, 웅이가 누구를 좋아하고 누구랑 사귀어도, 나는 웅이 계속 좋으니까. 그대로 예전대로 ‘친구’니까, 응?”

“……후으.”



전혀 처음 보는, 중간에 내 말을 자르는 리유. 할 말이 없다. 단 한 번의 실수로 이런 결과를 초래하게 되다니. ……단 한 번의 실수는. 바람 피운 건 사실이니 더 할 말이 없다. 리유가 맞잡은 손을 들어 보이며 싱긋 웃으며 말하니 더더욱 대답할 말이 없다. 사귀기 전에, 손 잡는 것은 물론 뽀뽀까지 한 리유니까. 논리나 실제나 당해낼 도리가 없다. 나오는 건 그저 한숨 뿐이다.



“헤이…… 둘, 싸움?”

“으으응, 노노노. 낫띵.”

“……누군 영어로 대답하고 누군 한국말로 대답하네. 이상하게.”

“아핳! 습관돼서! 실리아 왜 외국사람처럼 생겨서! 여기 이제 한국이거든! 흥!”

“오오우, 헤헤, 맞다! 커우뤼아!”



심각한 분위기에 실리아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어색한 한국말로 묻는다. 리유가 고개를 저으며 영어로 대답한다. 피식 웃음이 나와 슬쩍 태클을 거니 깔깔 웃으며 대답하는 리유. 풀린 분위기에 실리아도 미소 짓는다. 뭔가, 말이 짧고 단답형이니 더 어리고 귀여워 보이네. 기분 탓이겠지.




--





“리유야─!!”

“비니야~!! 보고싶었엉~!!”



다음날, 학교. 요란하게 소리 지르며 해후를 만끽하는 두 사람. 나는 훈훈하게, 팔짱을 끼고 그 모습을 지켜본다. 나야 호주에서 한 번 보고 2개월만에 본 것이니 그러려니 하지만, 성빈이랑은 2월부터 해서 거의 6개월인걸. 조곤조곤 차분한 성빈이답지 않게 격정적으로 반가운 감정을 표출한다. 리유도 잔뜩 좋아하며 성빈이를 껴안는다. 아아, 성빈이 거의 울 것처럼 눈물이 글썽글썽 한데.



“……리유야.”

“아! 히이! 이 나쁜년! 도둑 고양이 같은 년! 에헤헤헤. 잘 지냈어?”

“……미안.”



성빈이와의 해후를 마치고, 리유는 뽈뽈 희세를 쳐다본다. 안 그래도 씁쓸한 표정으로 리유를 쳐다보고 있던 희세. 다가온 리유를 보고 어쩔 줄 몰라한다. 저 느낌, 내가 잘 알지. 죄인이 된 것 같잖아. 고개를 떨구고 미안하다는 말을 먼저 하는 희세. 리유는 빙그시 웃으며 희세를 바라본다.



“흥흥, 이제 와서 그런 건 됐구요! 왜 히이는 안 안아줘? 나 싫어졌어, 웅이랑 바람피워서?”

“아, 아니, 그런 게 아니라.”

“헤헤헤~ 우웅? 더 커진 것 같은데, 못 본 사이에?”

“아니거든!?”



귀여운 말투로 말하며 희세 품으로 뛰어드는 리유. 예전에도 이런 식이었지만 희세에게까지 안기는 건 좀 진귀한 장면인데. 그만큼 다들 보고 싶었겠지. 희세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으며 곧 의아한 눈으로 희세를 올려다보며 리유는 묻는다. 순식간에 얼굴이 빨개져 신속하게 대답하는 희세. 호오. 더 커졌다고……? 아니아니, 보면 안 되지.



“안뇽하세요!”

“아, 이쪽은 실리아! 나 오스트레일리아 가 있을 때 룸메이트! 같이 놀러왔어!”

“아! hi, my name is 성빈. nice to meet you?”

“완전히 학교영어네!? 성빈이도 별 수 없구나.”

“그, 그럼 어떻게 물어봐?! 이게 맞잖아, 인사말!”



여전히 어색한 외국인 억양으로, 그러나 자신감만은 원어민 못지 않게 밝게 인사하는 실리아. 안 그래도 잔뜩 귀여운 백인 여자애의 학교 출현으로 반 애들이 술렁거리고 있었는데. 그제야 실리아를 소개하는 리유. 성빈이는 살짝 상기된 얼굴로 얼른 영어로 인사를 건넨다. 나랑 다를 게 없어 보이는데. 모범생이라도 영어 울렁증은 가지고 있구나. 잠자코 태클을 거니 성빈이는 잔뜩 부끄러워하며 대답한다.



“히히, 나는 보충수업 안 듣지롱─ 그치만 구경하려구 왔어, 집에 있으면 심심하니까!”

“영어는 많이 늘었어?”

“응! 이제 히이도 비니도 나한테 영어 질 걸! 헤헤헤!”

“응, 하긴, 외국에서 6개월 있었는데. 영어로만 얘기 했어?”

“어, 죽는 줄 알았어! 다 영어로 말하는데 답답해서!”



천진난만하고 밝은 리유. 마음이 따뜻해진다. 처음 유학 갔을 때, 떨리는 목소리로, 그치만 애써 밝은 척하던 리유의 목소리와, 지금의 정말 즐거운 듯한 목소리가 대비되어 느껴지니까. 이제야, 제자리로 돌아온 것 같은 느낌.




“어. 꼬맹이. 왔네. 왔으면 왔다고 얘기를 해야지. 담임인데.”

“에헤헤. 에? 선생님이 담임선생님이에요?”

“그럼. 반 배정이 그렇게 돼 있는데. 거기 양년은 뭐야.”

“제 친구요! 양년이 뭐에요! 흐흥!”



공교롭게도 1교시가 딱 영어 시간. 사감 선생님이자 담임선생님. 들어오시자마자 맨 뒷자리에 몰래 앉은 리유와 실리아를 발견하고 말한다. 리유는 잔뜩 오른 텐션으로 밝게 말한다. 예전 같으면 뭐랄까, 귀엽긴 하지만 기가 죽어서 이런 식으로 모두가 듣는 앞에서는 잘 말하지 못 했는데. 유학 가서 그런 트라우마는 다 날려 버리고 천진난만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구나. 더 좋아졌네, 유학 갔다 와서.


선생님도 리유가 반가운지 특유의 짓궂은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한다. 문득 여자애 하나가 ‘선생님 쟤랑 영어로 프리토킹 해봐요!’ 하고 묻는다. 순식간에 왁자지껄해지는 교실. 선생님은 당황하지 않고 먼저 영어로 말을 건다. 실리아는 눈을 크게 뜨고 웃으며 대답한다. 무엇인가 대화가 오가고, 나는 그것을 분명히 알아 들었지만 여백이 부족하여 옮겨 적지는 않겠다. ……사실 못 알아듣겠어. 선생님 영어 선생님 맞구나! 엄청 멋있어 보여!



“어쨌든, 돌아온 거 환영한다. 보충수업 해야지?”

“에?! 저 안하는 거 아니에요??”

“그런 게 어디있어. 학생이면 방학 때 보충수업 하면서 괴로워해야 하는 게 맞잖아?

“에에에!!”



선생님의 엄포에 리유는 잔뜩 놀라 눈이 왕방울만해진다. 숫제 장난 같지만 순수한 리유는 정말 보충수업에 나오라는 건 줄 알고 어쩔 줄 몰라한다. 그 귀여운 모습에 다른 애들도 웃는다. 좋네.





--





“아…… 뭔가 소개할 사람이 많네. 한 명씩 소개할게.”

“웅!”



점심시간, 뭔가 엄청난 대인원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기분 탓이겠지. 나와 리유, 둘이서 시작한 밥 패밀리. 이제는 임시이긴 하지만 실리아까지 합쳐 9명. 우와, 엄청 많네. 무슨 밀짚모자 해적단인가, 계속 동료가 늘어나네. 리유야! 살고 싶다고 말해!! 하하하.


성빈이와 희세, 미래야 뭐, 원년맴버(?)니까 리유에 대한 소개가 필요 없지만. 뉴 페이스(?)들은 리유를 모르니까. 리유도 마찬가지로 새로운 애들은 모르니까. 잠자코 내가 가운데에서 중재를 한다. 오, 중재자 드립도 오래간만이데. 그럼, 내가 가운데에서 중재를 해 줘야지.



“우선 리유 소개부터. 나랑 희세랑 성빈이랑 미래랑, 다 친하게 지내던 밥패밀리 원년맴버인데. 2월 달에 유학가서, 지금 왔어. 전…… 네 예전 여자친구이기도 하고. 음. 그래. 그리고 리유는 귀엽지.”

“우으으~ 역겨워! 배신자! 위선자! 아핳! 아아아! 아파여 아파여어어!”

“그럼 이제, 리유한테 소개 타임.”



내 소개에 환호성을 지르며 잔뜩 태클을 거는 미래. 이제는 태클이 아니라 거의 저주와 악담 수준이다. 틀린 말은 하나 없지만, 기분이 안 좋잖아. 얼른 미래의 볼을 꼬집으며 가차없이 응징한다. 리유는 깔깔 웃으며 ‘이것도 오래간만이라 재미있어!’ 하고 좋아라 한다.



“유진이. 채유진. 나랑 같은 반이고, 배드민턴 잘 치고 만화도 잘 그려.”

“오! 반가워, 유진아?”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제 사과를 받아주세요 제발…… 제가, 제가 그랬습니다. 부디, 용서를…….”

“에, 에? 왜, 왜, 왜 이래 응? 뭐가? 무슨 말 하는 거야 얘?”

“아아…… 그게…… 크흠.”



내 소개에 고개를 끄덕이며 유진이를 올려다보는 리유. 아까부터 불안한 표정이던 유진이는 그대로 고개를 푹, 사죄 모드가 되어 벌벌 떨며 잔뜩 사과를 한다. 그러더니 즉시 몸이 허물어져 그 자리에서 그대로 무릎을 꿇고 말을 잇는다.


희세나 성빈이나 다른 애들 앞에서는 그런대로 극복해서 요즈음은 잘 안 나오는 사죄모드인데, 아주 제대로 걸렸구나. 하긴, 장본인이니까. 뉘우치고 있다고 하지만, 어쨌든 죄가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 리유 본인한테 이렇게까지 격렬하게 사과하는 걸 보니 그 엄격한 희세도 조금 안쓰러운 표정으로 유진이를 쳐다본다.


리유는 잔뜩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하며 유진이의 손을 붙잡고 일으키려 한다. 하지만 리유의 약한 힘으로는 유진이를 일으킬 수 없지. 하긴, 리유 입장에선 되게 당혹스럽긴 할 것 같다. 6개월만에 와서, 내가 새로 사귄 친구들 소개해주는데 갑자기 그 애가 무릎 꿇고 이렇게 빌고 있으니. 뭐랄까, 설명하기 껄끄럽지만, 유진이가 모든 걸 감안하고 이렇게까지 사죄하는데 안 할 수도 없고. ‘크흠’, 하고 헛기침으로 목을 풀고 천천히 입을 연다.



“에엑─! 그럼 그 사진 보낸 게 얘야? 히이 휴대폰 훔쳐서?!”

“그렇지, 아무래도. 맞아? 맞나?”

“……네, 제가 그랬습니다. 모두 시인합니다.”

“아이, 발언하지 말라니까요! 변호사가 말한다니까요!”



간략히 설명하니 리유는 엄청 놀라선 호들갑스럽게 말한다. 그 사건은 잊으려고 계속 머릿속으로 지워서, 나도 확신이 잘 안 선다. 유진이는 묵묵히 무릎꿇은 채 대답한다. 이런 좋은 판을 미래가 가만히 있을 리 없지. 무슨 법정 상황극이라도 하듯 미래는 짜증스럽게 말하더니 나를 쳐다보며 근엄하게 ‘피고인 발언은 피고인의 불안한 심리상태가 섞여 있어 객관적이지 않습니다. 변호사인 저를 통해 다시 발언을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판사님’ 하고 말한다.


지금 드립칠 만한 상황은 아닌데. 어떻게 보면 굉장히 심각해질 수도 있는 상황이잖아. 헤어지게 된 결정적인 이유를 만든 장본인과, 그 피해자의 대면이니까. 나는 잠자코 긴장한 태도로, 그런 리유와 유진이를 쳐다본다.



“개나쁜년이잖아! 우씨! 일어나아! 일어나라니까!”

“……미안해. 정말, 미안해.”



잔뜩 흥분한 표정과 격앙된 말투로 유진이를 일으켜 세우는 리유. 유진이는 여전히 죄인의 모습으로 차마 리유를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고 미안하다는 말만 계속한다.



‘퍽!’

“!”

“이제 됐어, 난 어차피 웅이랑 헤어졌으니까. 다시는 그런 나쁜 짓 하지 마? 차라리 나한테 전화해서, ‘웅이 내가 사귈거야! 너 헤어져!’ 하는 편이 더 낫잖아? 그치?”

“…….”



자기 딴에는 굉장히 세게, 최대한의 힘을 다해 유진이의 배를 때리는 리유. 하지만 워낙 힘이 약한 리유인지라, 유진이는 잠깐 움찔 하고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은 듯하다. 리유는 훈계하듯 아기자기한 목소리로 말한다. 분명 무엇인가 가르치는 것 같은 느낌으로 말하지만 말투가 리유 특유의 귀여운 느낌이라 전혀, 도리어 생떼 부리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많이 아파? 미안? 내가 미안하니까 이제 쌤쌤이네?”

“……흑!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우와아앙, 아핫.”



말을 마치고 유진이의 배를 매만지며 묻는 리유. 유진이는 참지 못하고 결국 눈물을 또르르 흘리며 리유를 꼬옥 껴안으며 말한다. 미안해서 몸둘 바를 모르는 것 같다. 리유는 헤헤 웃으며 그런 유진이 등을 토닥여준다. 아아, 리유, 6개월만에 훨씬 성숙해진 것 같네. 내가 쓰레기인 게 근본적인 잘못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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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 14화.3 깜짝 멘붕이야 +6 15.12.01 787 25 20쪽
204 14화.2 - 2 +8 15.11.29 977 15 19쪽
» 14화.2 여제의 귀환 +9 15.11.27 857 17 21쪽
202 14화.1 - 2 +4 15.11.25 932 18 22쪽
201 14화.1 저랑, 사귀어요! +8 15.11.24 996 14 20쪽
200 13화 - 4 +8 15.11.23 828 14 22쪽
199 13화 - 3 +2 15.11.21 719 21 21쪽
198 13화 - 2 +2 15.11.20 787 17 20쪽
197 13화. 기말고사 치고는 너무 밝은 거 아닙니까?! +9 15.11.19 867 19 20쪽
196 촬영은 다시. +8 15.11.17 703 13 15쪽
195 촬영이 끝나고 난 뒤 ----- 휴재 +10 15.10.17 916 17 19쪽
194 -동결- +8 15.10.15 849 12 1쪽
193 12화 - 4 +10 15.10.14 982 18 25쪽
192 12화 - 3 +8 15.10.13 862 17 18쪽
191 12화 - 2 +10 15.10.12 840 17 20쪽
190 12화. 먹어 줘! +12 15.10.10 999 24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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