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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me 님의 서재입니다.

퍼펙트 메이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완결

justme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0
최근연재일 :
2019.12.14 07:00
연재수 :
223 회
조회수 :
407,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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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68
글자수 :
1,143,357

작성
19.12.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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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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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글자
12쪽

223. 종막 - 그리고... | Third Person

DUMMY

그리고 때가 흘러

모든 것이 다시 시작하네

멈췄던 것이 흘러가고

고였던 것이 움직이네


그리고 시간이 되어

모든 것이 다시 이동하네

떠났던 것이 돌아오고

사라졌던 것을 되찾네


- 시, `그리고` 전문 -


"제기랄! 자작 각하! 피하십시오!"

"미친놈이! 내가 너보다 강하거든!"

"얼른 모셔라!"

갑옷을 입은 기사의 외침과 함께 빗장이 걸린 문이 무너진다. 나무문이 쪼개져 사방으로 터져나간다.

그리고 그 밖에는 검은 든 사람 하나가 서 있다.

"글린다! 이곳에 있는 거 알고 있다!"

"제기랄! 미친! 저 인간이 여기 왜 있어!"

찬란한 금발을 휘날리며 검을 들고 있는 여성이 소리친다.

"글린다 자작님 도망치셔야 합니다!"

10년 동안 자작의 작위를 받은 글린다가 얼굴을 찌푸린다. 지금 자신의 성을 공격한 저 남자의 얼굴을 알고 있다.

"하워드 오빠!"

하워드 캐롤 오스왈츠. 글린다의 첫째 오빠. 이미 무너져버린 오스왈츠 백작가의 가주. 바로 그 사람이 성문을 무너트리고 등장했다.

글린다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 10년 만에 만난 오빠를 환영해야 할지, 아무리 봐도 자신을 죽이러 온 오빠에게 화를 내야 할지.

그 결정을 도와준 것은 글린다를 섬기는 기사단장이었다.

"자작님! 가셔야 합니다!"

기사단장은 글린다의 팔을 붙잡고 성안으로 달려간다. 그러는 동안 다른 기사와 병사들은 하워드를 막아선다.

"도망치지 마라!"

하워드가 검을 휘두르자 주변의 병사와 기사들이 사방으로 날아간다.

"미친! 저게 뭐야!"

10년 동안 글린다의 입은 많이 험해졌다.

"화살을 쏴라!"

기사단장은 글린다를 끌고 복도를 내달리며 소리친다. 복도 틈에 숨어 있던 궁수들이 화살을 쏘아낸다.

하워드는 혀를 차고 팔을 들어 올린다. 날아온 화살들은 그의 몸에 부딪혀 바닥이 떨어진다. 인간의 몸으로는 할 수 없는 일.

"제기랄."

글린다는 욕을 내뱉고 더욱 빠르게 달린다. 어떤 원리인지는 몰라도 하워드가 너무 강해졌다. 인간이 아닌 것처럼.

"글린다!"

달려가는 복도 앞에서 검은 머리의 남자가 뛰어온다. 한 손에는 검을 들고 한쪽 팔에는 겁에 질린 여자아이를 안고 있다.

"맥! 제시카!"

글린다는 자기 남편과 딸의 이름을 부른다.

"어떻게 된 거야? 왜 대피를 시키는 건데?"

맥은 글린다에게 빠르게 질문을 던진다. 그러나 글린다는 대답 대신 칭얼거리는 제시카를 받아든다.

"괜찮아. 괜찮아."

제시카는 어머니의 품에 안기자 불안이 조금 가신 모양이다.

"일단 두 분은 지하 대피 시설로 가셔야 할 거 같습니다."

"그렇게 심각해요?"

맥은 아직 존댓말을 하는 버릇을 못 고쳤다. 글린다에게 반말을 쓰는 것은 폭력이 동반된 교육 덕분이다.

"심각합니다. 모든 기사가 달려들어도 제압하지 못할 거 같습니다."

기시단장의 말에 맥의 얼굴이 하얗게 질린다.

"그런 질문은 됐고! 일단 내려가자."

글린다는 제시카를 안아 든 채 복도를 달려간다. 맥과 기사단장도 고개를 글린다의 뒤를 따른다.

뒤편에서 비명과 파괴의 소리가 들려온다. 글린다는 이를 물며 그 소리를 무시한다. 품 안의 제시카는 그 소리에 울음을 터트린다.

"젠장.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당사자인 글린다도 지금 일어나는 일을 이해하지 못한다.

테페리는 론다란트와의 전쟁에 패배해 지도에서 사라졌다. 오스왈츠 백작가도 당연히 사라졌고. 그런데 이제 와서 그 망령이 되돌아와 글린다를 공격한다.

"글린다! 도망치지 마라!"

하워드의 고함이 가까이 들리지만, 실제 거리는 꽤 떨어져 있다. 그저 복도라는 특성상 잘 들릴 뿐.

글린다는 이를 물고 복도 끝에 있는 창고의 문을 열어젖힌다.

잘 숙성된 치즈와 와인의 향이 퍼져 나온다. 아침조차 먹지 못한 글린다는 위를 자극하는 향을 무시하고 선반 하나를 한쪽으로 밀어버린다.

선반이 밀리며 가려져 있던 구멍이 나타난다. 글린다와 맥은 재빨리 구멍 안으로 들어간다.

"저는 여기 남겠습니다."

여기까지 맥과 글린다를 따라온 기사단장이 말한다. 땅을 파서 만든 통로를 걷던 글린다가 뒤를 돌아본다.

"누군가는 이 구멍을 막아야 합니다."

기사단장과 눈이 마주친 글린다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저건 죽음을 각오한 사람의 눈이다. 백룡의 성채에서 유실이 가졌던 눈.

"알았어. 내가 너를 기억할게. 데이비드."

데이비드는 고개를 끄덕이고 밀어두었던 선반으로 입구를 막는다.

"가자."

글린다는 몸을 돌려 통로를 걸어나간다. 어두운 통로에 발소리가 울려 퍼진다.

"괜찮을까?"

"안 괜찮아."

맥의 질문에 글린다고 곧바로 대답한다. 지금은 희망을 품고 움직일 때가 아니다.

"우리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일단 주변 마을에서 말을 사자. 그리고 황궁으로 갈 거야. 그곳이라면 안전하겠지."

이 통로는 영지 주변의 작은 산으로 이어져 있다. 일단 그곳까지만 갈 수 있으면 하워드를 피할 수 있을 거다.

"그런데 누가 공격을 해 온 거야?"

"하워드."

글린다는 하워드를 오빠라고 부르지 않는다. 이전에 에드워드를 그냥 에드라고 불렀듯이.

"하워드 도련님?"

"누가 도련님이야!"

맥은 오스왈츠 백작가에서 일하던 때에 불렀던 이름으로 부른다. 그리고 그대로 글린다에게 혼이 난다.

"잠깐만 테페리는 망했잖아. 7년 전에."

"그러니까. 왜 이제 와서 이 지랄인지 궁금하다고!"

글린다의 고함에 제시카가 울음을 터트린다. 글린다는 눈을 질끈 감고 제시카의 등을 두드린다.

"미안해. 제시카. 무서웠지?"

글린다는 자신의 딸을 달래며 걸음을 재촉한다. 여기 멈춰 서 있을 시간이 없다. 하워드는 금방 자신들을 따라잡을 거다.

30분 동안 울은 제시카는 지쳤는지 글린다의 품에서 잠이 들었다. 그리고 기나긴 통로의 끝이 보인다.

"됐다!"

글린다는 희망을 품으며 빛을 향해 내달린다. 그리고 출구에서 비치는 빛은 한 사람에게 가로막힌다.

"글린다."

검을 들고 있는 하워드. 달려가던 글린다는 절망적인 표정을 지으며 멈춰 선다.

"어떻게······."

"겁에 질린 사람 하나가 자기 목숨과 이 통로의 존재를 맞바꿨다."

제기랄. 도대체 누가.

"너의 딸인가?"

하워드는 글린다가 안고 있는 아이를 바라본다.

"너의 딸과 남편은 살려주기로 하지."

"거참 고맙네."

글린다는 핏속에 녹아들었던 백설을 꺼내 든다. 아이작에게 받았던 검은 10년 동안 정말 잘 사용했다.

"근데 말이야. 당신 어떻게 이리 강해진 거야?"

"큰뱀의 힘을 얻었다. 조국이 무너지고 7년 동안 헤맸지. 그리고 어느 마을에서 큰뱀의 힘을 가진 아이를 찾았다."

제기랄. 그럼 10살짜리 애를 죽였다는 거잖아? 글린다는 그 의미를 이해하고 역겨움에 몸서리친다.

글린다는 검을 고쳐 잡는다. 하워드가 정말 큰뱀의 힘을 찾았다면 이길 방법이 없다. 그건 큰뱀의 힘을 사용했던 글린다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다.

글린다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품 안의 제시카를 내려다본다. 고개를 돌려 떨고 있는 맥을 바라본다.

"맥. 제시카를 부탁할게."

"어?"

맥은 얼떨결에 제시카를 안아 든다.

"그러니까 달려가."

"하지만···."

"제기랄! 달려!"

그렇게 소리치며 글린다가 맥의 엉덩이를 걷어찬다. 맥은 글린다를 보며 눈물을 삼키고 산 아래로 내려간다.

"그래. 죽음을 받아들이면 편하다."

"날 죽이고 나면 어떻게 할 생각이지?"

"이 힘으로 테페리를 부활시킨다."

지랄 맞은 생각이군. 글린다는 검을 고쳐잡으며 생각한다.

"쉽게 죽어주지는 않을 거다!"

그렇게 소리치며 글린다는 앞으로 달려나간다. 하얀 검신을 강하게 휘두른다. 하워드는 검이 아닌 팔을 들어 올린다. 글린다가 휘두른 검이 하워드의 팔에 부딪힌다.

글린다가 휘두른 검이 튕겨 나간다.

"으윽!"

하워드는 글린다를 발로 차 통로 안으로 밀어 넣는다. 글린다는 그대로 땅을 구르며 통로 안쪽으로 내쳐진다.

글린다는 자기 손을 내려다본다. 아귀가 찢어져 있다. 그리고 글린다의 눈동자는 손가락의 반지에 고정된다.

글린다의 손에는 반지 세 개가 끼워져 있다. 하나는 결혼반지. 하나는 황제에게 하사받은 테제아 귀족의 상징. 그리고 남은 하나는.

10년 전. 정확하게는 11년 전. 아이작이 떠나기 전에 주었던 반지. 위험할 때 자기 이름을 부르며 깨트리라고 했던 반지.

글린다는 마지막 남은 기적을 바라며 손가락에서 반지를 뺀다.

"지금 뭐 하는 거지?"

"기적을 믿는 거지."

글린다는 손안의 반지를 바라본다. 마법사가 준 반지는 뭔가 있겠지 하며. 반지의 보석을 바라보고 힘껏 내리친다.

"아이작! 도와줘요!"

"이런!"

위험함을 감지한 하워드가 달려든다. 반지가 땅에 부딪히며 보석이 깨져나간다. 깨진 보석에서 연기가 흘러나온다.

그리고······.

"와하하하하!!! 자유다!!!"

글린다가 10전에 들었던 목소리가 들려온다.

"마법사님!"

아이작이 연기 속에 서 있다. 붉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붉은 코트를 입고, 눈동자는 황금색으로 반짝인 채로.

"우와아! 글린다 양! 정말 오랜만입니다! 덕분에 그 지옥 같은 일상에서 벗어났어요!"

아이작은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글린다의 손을 붙잡고 위아래로 흔든다. 글린다는 멍한 표정으로 아이작을 바라본다.

"어떻게? 벌 받으시는 거 아니었나요?"

"아아. 제 벌이 끝난 모양입니다. 안 그랬으면 글린다 양이 그 반지를 사용했더라도 이곳에 오지 못했겠죠."

아이작이 글린다에게 건네준 반지의 이름은 기적의 반지. 정해진 말을 하며 보석을 깨트리면 미리 등록된 사람이 그 앞에 나타난다.

아이작은 글린다와 마찬가지로 기적을 믿으며 반지를 건넸다. 이 반지가 사용되면 자신은 이곳으로 되돌아올 거라 믿으며.

그리고 두 사람의 믿음은 기적을 만들어냈다.

"넌. 뭐냐."

두 사람의 감동적인 해후는 하워드의 한 마디로 끝이 났다. 아이작은 하워드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린다.

"저 사람은 누구예요?"

"하워드요."

"하워드?"

"첫째 오빠요."

"아아!"

아이작은 고개를 끄덕이며 하워드를 바라본다.

"지금 저 사람이 괴롭히죠?"

"네. 처리해주세요."

"쉽죠."

하워드는 인상을 찡그린다.

"나는 큰뱀의 힘을 받았다. 네 녀석의 조악한 마법으로는 흠집조차 못 낼 거다."

"그래? 근데 난 악마 수백과 싸워 이겨봤는데?"

아이작은 별다른 말 없이 웃으며 손가락을 튕긴다. 그리고 하워드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진다.

"어······."

"끝!"

"아니. 잠깐만. 방금 뭐 한 거에요?"

"죽였어요."

"손가락 한 번 튕긴 거로?"

"네."

아이작이 웃으며 대답한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많은 일이 있었죠. 나중에 천천히 이야기 해 드릴게요. 그나저나 여기는 몇 년이 지났죠. 글린다 양 키가 많이 커졌네요."

"10년 정도 지났는데···."

"맥은요?"

"지금 도망갔어요. 제 딸이랑."

"딸?"

"아. 저 맥이랑 결혼했어요."

"오오! 축하해요. 결혼식에 참석 못 한 것이 참 아쉽군요. 그런데 에스나는 어디 있는지 아세요?"

"아마 백룡의 성채에···."

"나중에 한 번 만나러 가야겠네요. 꼭 한 대 때려주기로 했으니 말이죠."

아이작의 입가에 웃음이 걸린다. 글린다는 아직도 믿지 못하겠다는 눈으로 마법사를 바라본다.


- 끝 -


작가의말

이렇게 모든 이야기가 끝을 맺었습니다.

모든 시작에는 끝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동안 함께 해주신 독자 여러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아직 후기가 남아있죠. 그러므로 후기를 위한 질문은 계속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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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3. 종막 - 그리고... | Third Person +21 19.12.14 804 21 12쪽
222 222. 막간 - 남은 이야기 (4) | Third Person +3 19.12.13 460 9 12쪽
221 221. 막간 - 남은 이야기 (3) | Third Person +2 19.12.12 406 9 11쪽
220 220. 막간 - 남은 이야기 (2) | Third Person +5 19.12.11 416 9 11쪽
219 219. 막간 - 남은 이야기 (1) | Third Person +5 19.12.10 432 7 12쪽
218 218. 12막 종장 - 모든 것의 끝 (2) | Isaac +6 19.12.09 472 12 13쪽
217 217. 12막 종장 - 모든 것의 끝 (1) | Glinda +6 19.12.07 421 10 11쪽
216 216. 12막 5장 - 마법사 그리고 마법사 (4) | Isaac +4 19.12.06 413 10 12쪽
215 215. 12막 5장 - 마법사 그리고 마법사 (3) | Isaac +8 19.12.05 405 10 12쪽
214 214. 12막 5장 - 마법사 그리고 마법사 (2) | Isaac +5 19.12.04 392 11 11쪽
213 213. 12막 5장 - 마법사 그리고 마법사 (1) | Isaac +1 19.12.03 377 11 11쪽
212 212. 12막 4장 - 성채 방어전 (5) | Glinda +3 19.12.02 374 8 11쪽
211 211. 12막 4장 - 성채 방어전 (4) | Glinda +2 19.11.30 404 8 11쪽
210 210. 12막 4장 - 성채 방어전 (3) | Glinda +2 19.11.29 391 9 11쪽
209 209. 12막 4장 - 성채 방어전 (2) | Glinda +3 19.11.28 366 10 11쪽
208 208. 12막 4장 - 성채 방어전 (1) | Glinda +2 19.11.27 405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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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 206. 12막 3장 - 피와 어둠의 제왕 (3) | Isaac +2 19.11.25 379 10 11쪽
205 205. 12막 3장 - 피와 어둠의 제왕 (2) | Isaac +2 19.11.23 416 10 11쪽
204 204. 12막 3장 - 피와 어둠의 제왕 (1) | Glinda +4 19.11.22 600 10 12쪽
203 203. 12막 2장 - 마법의 끝을 본 자 (3) | Isaac +4 19.11.21 387 10 11쪽
202 202. 12막 2장 - 마법의 끝을 본 자 (2) | Isaac +4 19.11.20 366 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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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 199. 12막 1장 - 백룡의 몰락 (3) | Isaac +2 19.11.16 396 10 12쪽
198 198. 12막 1장 - 백룡의 몰락 (2) | Glinda +2 19.11.15 382 11 11쪽
197 197. 12막 1장 - 백룡의 몰락 (1) | Isaac +2 19.11.14 372 10 12쪽
196 196. 12막 서장 - 끝을 알리는 나팔소리 | Isaac +2 19.11.13 397 9 12쪽
195 195. 11막 종장 - 폭풍후야 | Isaac +2 19.11.12 379 1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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