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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me 님의 서재입니다.

퍼펙트 메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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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justme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0
최근연재일 :
2019.12.14 07:00
연재수 :
223 회
조회수 :
407,966
추천수 :
6,068
글자수 :
1,143,357

작성
19.12.0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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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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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글자
11쪽

213. 12막 5장 - 마법사 그리고 마법사 (1) | Isaac

DUMMY

사랑은 마법처럼 왔다가

마법처럼 사라져

쉽게 얻은 것은

쉽게 잃어버리지


- 시, `마법처럼` 中 발췌 -


"죽은 이들이여. 그곳에서 평안하시길."

길지 않은 장례식은 윌턴의 축사로 마무리되었다. 축사라니. 웃기는 소리인 거 알고 있다. 하지만 로테리아의 전통이라는데 내가 어떻게 해?

"아이작. 이제 저들을 묻어주게."

고개를 끄덕이고 손을 휘젓는다. 죽은 채로 걸어 다니는 마을 사람들이 하나씩 자신의 자리에 눕는다.

자리라고 해봤자 마법으로 판 구덩이일 뿐.

무덤에 들어가는 사람들을 하나하나 바라본다. 이름은 모르지만, 다 내가 구한 사람들이다.

제기랄.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어 오른다. 내가 너무 멍청했다. 최소한 골렘이라도 만들어 놓고 갔어야 하는데.

"아이작. 인상 피십시오."

에스나가 옆구리를 찌른다. 인상 펴야지. 장례식이니까.

무덤에 들어가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노인도 여성도 있다. 모든 마을 사람이 죽었다. 딱 하나 유빌만 제외하고.

유빌은 가만히 서서 자기 아버지를 바라본다. 창백한 얼굴의 죽어버린 유실을.

속에서 욕이 치밀어 오른다. 나는 유빌에게 가족과 마을 사람들을 구해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이거지.

마지막으로 유실까지 자기 자리에 눕는다. 손을 휘둘러 마법을 취소한다. 이제 저들은 완벽한 시체다.

"이제 흙을 덮겠습니다."

유빌을 한 번 바라본다. 이게 마지막이다. 흙을 덮고 나면 다시는 유실을 볼 수 없다.

"덮어주세요."

담담한 목소리로 말한다. 별로 좋은 상태는 아니네. 마치 처음 시한부 판정을 받은 나 같다.

울지도 못하고 슬퍼하지도 못하고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한 듯 웃었었지. 다행히 유실은 그때의 나보다 침착하다. 나이가 많아서 그런가?

마법을 사용해 쌓아올렸던 흙더미를 무너트린다. 시체 위에 흙이 쌓인다. 자그마한 무덤은 금방 만들어진다.

"끝났군."

윌턴이 작게 중얼거린다. 그래. 너무나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돌아가도록 하지. 아직 우리는 공격을 당하고 있는 처지네."

말을 마친 윌턴은 몸을 돌려 성채로 들어간다. 다른 백룡 기사들도 윌턴을 따라간다. 에스나는 유빌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성채로 향한다.

저들의 심정도 이해가 된다. 대공을 물리치지도 못한 상태로 감상에 빠져있을 수는 없지. 그래도. 조금만 더 있었으면 안 되었을까.

무덤 옆에 남은 것은 유빌과 아이들. 나와 글린다와 맥. 그리고······. 대공이 보낸 사람이 하나.

모습을 숨기고 있는지 눈에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미니 맵에는 빨간 점이 확실히 찍혀 있다.

일단 다른 사람들을 돌려보내자. 대화는 나 혼자 하는 게 좋을 거다.

"유빌."

유빌은 나의 부름에 곧바로 몸을 돌린다. 창백한 얼굴과 눈물이 맺힌 눈동자.

"마법사님."

목소리마저 촉촉하다. 유빌이 나를 가만히 바라본다. 너무 부담스럽다.

"다 죽어버렸어요. 아버지도. 마을 사람들도."

뭐라고 대답해 줄 말이 없다. 그저 유빌의 눈동자를 바라볼 뿐.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나를 보는 눈동자에는 원망이 깃들어있지 않다.

"이제 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역시나 대답하지 못한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 다들 고개를 숙이고 있다.

"마법사님. 전 어쩌면 좋죠?"

유빌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온다. 어색하기 짝이 없는 침묵과 뜨거운 태양을 머금은 바람이 불어온다.

"우리랑 같이 살아."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젝시가 말을 던진다. 코를 훌쩍이는 젝시는 가만히 유빌을 바라본다.

"언니. 혼자면 우리랑 살아."

"좋아요! 저도 언니가 있었으면 했거든요!"

록시가 쪼르르 달려와 유빌의 팔에 매달린다. 유빌은 당황이 가득 담긴 눈동자로 아이들을 바라본다.

자세히 보니 록시의 몸이 떨리고 있다. 표정도 이상하게 굳어 있다. 저건 억지로 하는 표정이다.

유빌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서 노력하는 중이다. 아마 젝시는 그런 생각 따위 없을 테지만. 지금도 그냥 코를 훌쩍이며 유빌을 바라본다.

"맞아요. 언니! 우리랑 같이 살아요."

다른 아이들도 유빌에게 달려든다. 유빌은 어찌할 바를 모른다. 참 보기 좋은 광경이다.

보기 좋은 광경이긴 한데. 슬슬 들여보내야 하는데.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느껴지는 시선이 따갑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상황을 알리기도 좀 그렇고. 그럴 때는 글린다의 도움을 받아야지.

글린다에게 눈빛을 보낸다. 애들 데리고 성채로 들어가세요. 그런 뜻을 담아서.

"뭐 하는 거예요?"

안 전해졌다. 아니 전해진다면 그게 더 이상하다. 아니. 그보다 나 왜 눈빛으로 시선을 전달하지? 분명 지금 상황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그렇다.

[글린다 양. 들리시죠?]

이러면 되는 것을. 눈으로 신호 보내기를 그만하고 정신 대화를 사용한다.

[예. 무슨 일인데요?]

반년 만에 사용하는 것이지만, 글린다는 바로 대답을 해온다.

[근처에 누가 있습니다.]

글린다의 얼굴이 찌푸려진다.

[애들 데리고 안으로 들어가라는 거죠?]

역시 글린다. 한마디만 해도 내가 원하는 것을 바로 알아준다.

[예. 그래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제 슬슬 들어가자. 이런 곳에 오래 있어서 좋을 건 없습니까."

글린다의 말에 웃고 있던 아이들의 움직임을 멈춘다. 살짝 웃고 있던 유빌도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글린다를 바라본다.

이런 분위기를 원한 건 아니었는데. 그냥 내가 직접 나설걸.

후회해도 어쩌겠는가. 이미 일어난 일인데. 글린다는 어색해져 버린 분위기를 무시하고 성채 안으로 들어간다.

"같이 가."

아이들과 글린다를 번갈아 바라보던 맥이 글린다를 따라간다. 유빌과 아이들도 결국 성채 안으로 들어간다.

이제 무덤들 옆에는 나 혼자 남았다. 다른 사람도 있지만, 무덤 옆은 아니니 넘기자.

"이제 슬슬 나오시지? 언제까지 거기서 그러고 있을 거야?"

뒤를 돌아 시선이 느껴지는 곳을 정확히 바라본다. 주변 공간이 일그러지더니 한 사람이 나타난다.

검은 옷을 잘 차려입은 남자. 그 남자는 머리를 긁적이며 멋쩍은 미소를 짓는다.

"들켜버렸네요."

어색한 웃음소리를 흘리며 사람 좋게 웃어 보인다. 화가 치밀어 오른다. 진정하자. 여기서 싸울 수는 없으니까.

"대공의 부하지?"

"정확히 말하면 대공 전하의 제자죠. 이름은 프레이저입니다."

프레이저는 머리를 긁던 손을 가슴에 데고 살짝 고개를 숙인다. 가만히 팔짱을 끼고 서서 그 모습을 바라본다.

"그래서 왜 온 거지?"

"전하께서는 당신에게 최후의 권유를 하러 오신 겁니다. 저희와 적대하는 것을 그만두어 주십시오."

"싫어."

프레이저의 말이 끝나자마자 대답한다.

"에?"

이런 반응은 예상 못 한 모양이다.

"대공은 내가 지키려던 사람들을 싹 다 죽였어. 내 적이 되었다는 소리지. 그리고 난 적이랑 화해 안 해."

"역시 그러시군요. 알겠습니다. 당신의 뜻을 대공 전하께 전달하겠습니다."

프레이저는 몸을 공중에 띄운다. 백룡의 성채 주변은 백룡의 영향력이 남아 있는 곳. 적들은 공간 이동을 할 수 없다.

그렇다면······. 하늘을 날고 있는 프레이저를 슬쩍 바라본다.

"전달 못 할걸?"

"네?"

프레이저는 날아가던 것을 멈추고 나를 바라본다.

"대공에게 전하지 못할 거라고."

"사신을 죽이는 건 전장의 예의가 아닙니다만······."

"나는 군인이 아니거든."

손을 들어 올려 프레이저를 가리킨다.

"저는 고향에 딸이···."

프레이저의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한다.

"응. 이 무덤에 누운 사람들도 딸이 있었어."

"제가 죽이지는 않았습니다."

솔직히 그런 건 별로 관심 없다. 이건 그냥 단순한 화풀이다.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그럼 하나도 안 중요하지. 오히려 프레이저의 개인적인 이야기는 안 듣는 게 좋다. 다 들으면 분명 망설일 테니까.

"쉽게 죽지는 않을 겁니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몸을 떨고 있다. 나와 자신의 실력 차이를 알고 있는 거겠지.

"해보면 알지."

소란을 피울 것 없다. 그냥 빠르고 확실하게 죽이면 되는 거다. 그리고 그 시체를 대공에게 보내야지.

프레이저가 나를 바라본다. 긴장했는지 얼굴이 굳어 있다. 저렇게 긴장할 거 없는데.

"절대명령. 죽음."

한 번에 끝낼 거거든. 초월 마법을 막으려면 대공 정도의 수준은 되어야 한다. 프레이저는 그런 능력이 없고.

하늘을 날던 프레이저가 땅으로 떨어진다. 저대로 떨어져 버리면 보기 싫게 박살이 나 버리겠지. 그걸 치우고 싶지는 않다.

염동 마법으로 프레이저의 시체를 받아든다. 그리고 땅을 발로 내려찍는다.

내 앞의 땅이 갈라지면서 해골 말 한 마리가 솟아오른다. 대공을 만나러 갔을 때 소환해 놓고 돌려보내지 않았다.

"너라면 대공에게 갈 수 있겠지."

해골 말에 프레이저의 시체를 싣는다. 가는 도중 떨어지지 않게 끈으로 꽉 묶는다.

"가라."

작게 중얼거리며 해골 말의 엉덩이를 때린다. 딱딱한 뼈라서 손이 아프다. 괜히 쳤군.

해골 말이 앞으로 걸어나간다. 문제없이 잘 도착할 것이다. 저 말은 레벨이 600이 넘어가니까.

멀어져 가는 해골 말을 바라보며 한숨을 쉰다. 사람을 죽여 버렸다. 공격할 의사도 없었는데. 그냥 화가 났다는 이유로.

후회는 하지 않지만···. 조금 기분이 그렇다. 여태까지 꽤 죽이긴 했지만, 이런 감정을 느낀 적은 없는데.

또 한 번 한숨을 쉬고 성채로 걸어간다. 잊자. 난 뭐든 빨리 잊어버리는 편이니까 문제없을 거다.

"누구였어요?"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글린다가 나를 맞이해준다.

"대공의 부하요. 저 보고 이 전투에서 빠지라더군요."

글린다의 얼굴이 굳어버린다.

"완전 웃기는 소리네요.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죽였다고 할 수는 없지.

"잘 처리했어요. 그런데 유빌은?"

"방에 돌아갔어요. 록시랑 젝시가 끌고 갔다고 하는 게 정확하려나?"

어떤 상황인지 알겠다. 그 꼬맹이들이 유빌을 강제로 끌고 들어갔군.

"맥은요?"

"그 바보는 신경도 쓰지 마세요."

글린다가 팔짱을 끼고 콧방귀를 뀐다. 글린다는 왜 저러는 거지? 물어보지 말자. 나만 다친다.

"이제 어쩌실 거에요?"

"그러게요."

대충 계획은 있다. 그 계획 중에는 글린다에게 말하지 않기도 들어가 있을 뿐이지.

"알아서 잘하시리라고 믿어요. 다른 사람들은 식당에 있을 거예요."

그렇게 말한 글린다는 복도를 걸어간다. 글린다가 모퉁이를 돌아 사라질 때까지 가만히 서 있는다.

빠르게 걸어간 글린다의 모습은 금세 사라진다. 좀 더 확실히 하기 위해 몇 초 더 기다린다.

확실히 떠났을 거다. 몸을 돌려 다시 성채 밖으로 나간다. 여름의 햇살이 나를 반긴다. 피에 젖은 흙과 피비린내도.

앞으로 걸어나간다. 모든 것을 끝낼 시간이다. 대공. 너는 사람을 잘못 건드렸어. 나를 적으로 만든 걸 후회하게 해주마.

웃고 있는 대공의 얼굴을 떠올리며 앞으로 걸어간다.


작가의말
사랑은 마법처럼 왔다가
마법처럼 사라져
쉽게 얻은 것은
쉽게 잃어버리지
순간의 신비로운 감정은
영원하지 못하고
위대한 영원의 감정은
신비롭지 못 해
사랑은 마법처럼 신비롭지 않아
사랑은 마법처럼 순간적이지 않아
위대하고 영원한 그 감정은
결코 마법이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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