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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me 님의 서재입니다.

퍼펙트 메이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완결

justme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0
최근연재일 :
2019.12.14 07:00
연재수 :
223 회
조회수 :
407,965
추천수 :
6,068
글자수 :
1,143,357

작성
19.12.02 07:00
조회
373
추천
8
글자
11쪽

212. 12막 4장 - 성채 방어전 (5) | Glinda

DUMMY

"죽어라!"

흥분한 채 소리를 지르며 사상체에게 달려든다. 휘둘러진 하얀 검은 사상체의 팔에 가로막힌다.

비어버린 사상체의 복부를 백설을 이용해 찔러 들어간다. 나아가던 검은 중간에 멈춰 선다.

마치 공기 자체가 고정되어 버린 느낌이다. 나아가지고 되돌아오지도 못할 정도의 힘.

"검을 놔!"

이스길의 말에 검을 놓고 뒤로 물러난다. 검은 바닥에 떨어지고 내가 서 있던 자리에 노란빛을 내뿜는 팔이 휘둘러진다.

"다들 조심해라! 우리의 목표는 시간을 끄는 것이다!"

그렇게 말하는 윌턴 씨는 이미 검을 놓고 뒤로 물러선 상태다.

"검을 다시 잡고 공격하십시오!"

에스나가 떨어진 검을 향해 달려간다. 검을 집으며 사상체의 뒤로 이동해 목을 향해 휘두른다. 당연히 검은 멈춘다.

저런 걸 보고 있을 때가 아니구나. 달려가 검을 집어 들고 뒤로 크게 빠진다. 사상체 하나에 두 명이 붙는 건 비효율적이다.

우리는 적들보다 숫자가 적다. 딱 두 배 적지. 그러니 한 사람이 두 명의 사상체를 맡아야 한다.

"저는 왼쪽으로 갈게!"

사상체의 공격을 피해 땅을 구르는 에스나를 향해 외치고 왼쪽으로 달려간다. 왼쪽의 사상체 둘은 백룡 기사와 부딪히지 않고 꽤 전진해 있다.

검을 움켜쥐고 가까운 사상체의 다리를 노린다. 검이 중간에 멈추자 손을 놓고 사상체의 공격을 피해 땅을 구른다.

진짜 옷에 진흙이 많이 묻는다. 털어낼 시간도 없이 검을 쥐고 또 다른 사상체를 공격한다.

당연히 검은 중간에 멈춰버린다. 검을 놓고 다시 공중에서 잡는다. 검이 다시 움직인다. 이거 좋은 방법이네. 바닥에 안 떨어트려도 되고.

"검을 놓고 공중에서 다시 잡으세요!"

사상체의 공격을 피하며 소리친다. 백룡 기사들은 내 말을 듣고 검을 땅에 버려두지 않는다. 좋아. 조금 더 공격이 빨라졌다.

그 뒤로는 달라질 게 없다. 사상체는 우리의 공격에 없어지지 않고, 우리는 사상체의 공격을 전부 피해낸다.

그래도 조금씩 뒤로 밀리며 성채에 가까워진다. 제기랄. 마법사는 언제 오는 거지.

"에스나!"

아스라가 에스나의 이름을 외친다. 에스나가 방패를 놓치고 뒤로 물러선다. 몸동작에서 지쳤다는 것이 느껴진다.

지칠 만도 하지. 검을 휘두르고, 놓고, 다시 잡고, 뒤로 피하고. 그런 격렬한 동작을 계속하고 있으니 안 지칠 리가.

"괜찮습니다. 아직 싸울 수 있습니다."

헛소리다. 목소리가 떨리고 있다. 저러다가는 사상체에게 공격을 당할 거다.

다른 기사들도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는다. 다들 지쳤는지 동작이 느려졌다.

"다들 뒤로 물러난다!"

윌턴 씨가 명령을 내린다. 백룡 기사들은 재빨리 몸을 돌려 성채를 향해 달려간다. 나도 당연히 그사이에 껴 있다. 큰뱀의 힘을 써도 지치는 건 마찬가지거든.

성채의 문은 활짝 열려있다. 열린 문 사이로 창을 들고 있는 마을 사람들이 긴장한 표정으로 서 있다.

"부탁하겠네."

뭐라고? 윌턴 씨가 유실 씨를 지나가며 잘 부탁한다고 말했다. 유실 씨는 고개를 끄덕이고 앞으로 걸어나간다. 성채 밖 사상체를 향해서.

미친. 뭔가 말을 하기도 전에 성채의 문이 닫힌다. 문을 닫은 것은 아스라와 유빌. 유빌의 얼굴은 말로 설명할 수 없다.

말 그대로. 가족을 죽음으로 내모는 자의 얼굴.

"제기랄!"

욕설을 내뱉으며 문을 향해 달려간다. 지금 저 사람들은 죽으러 가는 거다. 막아야 한다. 목숨이 사라지는 걸 그냥 둬서는 안 된다.

"안됩니다!"

"안돼!"

에스나와 이스길이 내 팔을 잡아끈다. 이런 거로 날 잡을 수 있을 거로 생각해?

큰뱀의 힘을 끌어낸다. 팔을 잡은 두 사람을 끌면서 문으로 걸어간다. 몇 명이 더 달라붙더라도 움직이는 데 문제는 없다.

"안돼요! 그냥 여기 있으세요!"

유빌이 내 앞을 가로막는다. 양팔을 펼치고 두 눈을 꼭 감고 있다. 발걸음을 멈추고 유실을 바라본다.

"너. 지금 어떤 상황인지 알아?"

"알아요."

"그런데 내 앞을 막아?"

"안 막으면요? 나가서 마을 사람들과 함께 죽게요?"

뭐라 할 말이 없다. 나간다고 달라질 건 없다. 나는 사상체를 죽이지 못할 거고, 사상체는 마을 사람들을 죽이겠지.

그렇다고 이렇게 둘 수는 없다. 그 사람들은 전부 죽는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

"글린다. 일단 진정하게."

윌턴 씨가 내 어깨를 잡는다.

"일단 우리가 회복되어야 저들을 구할 수 있네."

틀린 말이 아니라서 화를 내지도 못하겠다. 몸을 돌리며 에스나와 이스길의 팔을 떨쳐낸다.

"알았어요. 진정할게요."

호흡을 가다듬으려 바닥에 놓인 양동이에서 물을 퍼마신다.

"얼마나 쉴 건가요?"

"3분. 딱 그 시간만 기다렸다 다시 움직인다."

벽에 등을 기대고 주저앉는다. 사람들을 많이 구하기 위해서는 내가 쉬어야 한다.

눈을 감는다. 사상체를 향해 걸어가던 사람들의 모습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린다. 지금은 완벽한 휴식이 필요하다.

"글린다. 이제 일어나십시오."

에스나의 목소리에 눈을 깜빡인다. 그 세 잠들었던 건가? 가볍게 몸을 풀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가자."

잠들어서 사라져 버린 백설을 다시 꺼낸다. 하얀 검을 꼭 쥐고 침을 삼킨다.

"문을 열어라."

문 앞에 선 윌턴 씨가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손잡이를 잡고 있던 아스라와 이스길이 문을 연다.

비릿한 피 냄새가 확 풍겨 온다. 땅바닥에 사람들이 널브러져 있다. 어림잡아 마흔. 나갔던 사람 대부분이 죽어있다.

대부분 어딘가가 잘려나가 있다. 멀쩡한 사람이 없다. 사람은 아니지만, 사상체는 열 모두 멀쩡하다.

"아빠!"

뒤에서 유빌이 소리친다. 유실 씨는 아직 제 자리에 서 있다. 동료들의 시체를 밟고 창을 휘두른다.

아무런 마법도 특별한 힘도 담겨 있지 않은 창은 사상체를 지나쳐간다. 중간에 막히지도 않는다.

사상체도 휘둘러진 창에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그저 유실 씨를 향해 팔을 휘두를 뿐.

유실 씨는 바닥을 굴러 공격을 피한다. 그리고 다시 일어선 유실 씨의 뒤에는 다른 사상체가 하나 서 있다.

"유실 씨!"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린다. 사상체의 노란 빛 팔이 유실 씨의 가슴을 뚫고 나와 있다.

옆에서 무엇인가 쓰러진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유빌이다.

앞에서 유실 씨가 쓰러진다. 이제 내 앞에는 살아있는 사람이 없다.

검을 움켜쥐고 앞으로 걸어간다. 조금씩 빠르게 달리며 사상체에게 달려간다.

"죽어!"

크게 외치며 검을 휘두른다. 검은 사상체의 영향력에 멈춰 버린다. 검을 놓지 않는다. 모든 힘을 다해서 팔에 힘을 준다.

"정신 차리십시오!"

누군가 내 목덜미를 잡고 당긴다. 급작스러운 일이라 대응조차 못 하고 끌려간다.

내가 서 있던 자리에 노란빛의 팔이 휘둘러진다.

"에스나! 이거 놔!"

"안됩니다! 당신이 죽으면 마법사가 절 죽일 겁니다! 확실합니다!"

그건 맞을 거다. 그런 소리를 들으니 조금 진정된다. 얌전히 에스나에게 붙들린 채 뒤로 끌려간다.

땅에 떨어진 백설은 시간이 지나자 사라져 버린다. 내 핏속에 녹아든 게 느껴진다. 사상체들은 빠르지는 않지만, 확실하게 성채를 향해 걸어온다.

에스나에게 끌려가는 채로 죽은 사람들 틈을 지나간다. 사방에 흩어져 있는 죽음의 흔적들에 고개를 위로 들어 올린다.

"이제 놔줘."

"안 그래도 무거웠는데 잘 됐습니다."

쓸데없는 말을 덧붙이며 에스나가 나를 놓아준다. 두 다리로 땅에 서자 살점들이 발밑에 느껴진다. 달려갈 때는 몰랐는데.

"다행히 진정한 모양이군."

옆을 보니 윌턴 씨가 검을 들고 서 있다.

"흥분하지 말게. 흥분은 독이 되기 싶지."

알고 있다. 그런데 이런 광경을 보면서 흥분을 안 하기도 쉽지 않지. 호흡을 가다듬고 있는 동안에도 사상체들은 성채로 다가온다. 자신들이 죽인 사람들을 밟으며.

"진정했나?"

아니. 하지만 지금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가자."

윌턴 씨가 앞으로 달려나간다. 그리고 뒤에서 무언가 번쩍인다.

"글린다!"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바라본다. 마법사가 옥상에 서 있다. 안색이 창백하다. 이 정도의 시체를 봤으면 당연하겠지.

떠나기 전 보았던 모습 그대로. 피와 어둠의 제왕의 모습 그대로. 마법사는 서 있다.

"마법사님!"

마법사가 나를 바라본다. 한숨을 쉬는 것처럼 보인다.

"아이작! 저것들은 사상체일세!"

윌턴 씨가 마법사에게 소리친다. 마법사가 눈을 들어 사상체들을 바라본다.

마법사가 손을 들어 올려 사상체들을 향해 휘두른다. 걸어오던 사상체들의 움직임이 멈춰버린다.

사상체들이 그 자리에서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한다. 점점 흐릿해지더니 완전히 사라져버린다.

이게 뭐야. 마을 사람들이 전부 죽어가면서 막았는데. 그냥 마법사의 손짓 한 번에 전부 정리가 되었다.

마법사가 하늘을 날아 우리 앞에 도착한다. 내려앉은 마법사는 주변을 둘러본다. 죽어버린 사람들을 하나하나 살핀다.

"다. 죽었군요."

그 작은 중얼거림에는 엄청난 분노가 담겨 있다. 마법사는 얼굴을 잔뜩 일그러트린다.

눈은 치켜 올라가고. 입꼬리가 잔뜩 비틀려 있다. 억지로 화를 참는 사람처럼.

"어떻게 된 일입니까?"

매우 침착한 질문. 그러나 눈동자는 분노로 불타고 있다. 마법사는 억지로 분노를 잠재운다.

"대공의 계략에 넘어간걸세."

"제가 없는 사이를 노린 거군요."

마법사는 윌턴 씨의 말을 한 번에 알아듣는다. 이를 갈고 쓰러진 사람들을 바라본다.

"생존자는?"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없을 걸세."

조금이라도 움직이는 사람은 없다. 마법사는 한숨을 쉰다. 알고 있었던 거다. 그냥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어봤을 거고.

"다른 사람들은?"

"백룡 기사는 전부 멀쩡합니다. 맥과 아이들도 마찬가지고요."

"유빌은?"

에스나의 대답을 들은 마법사가 뒤이어 질문한다.

"기절했습니다."

"일단 돌아갑시다. 적진을 한번 뒤집어 놨으니 공격은 없을 겁니다."

마법사가 이 장소를 피하는 것처럼 말한다. 별로 오래 있고 싶은 곳은 아니지.

"잠깐. 아이작."

윌턴 씨가 성채로 가는 마법사를 부른다. 마법사는 걸음을 멈추고 윌턴 씨를 돌아본다.

"시간에 여유가 있다면, 사람들을 묻어 줄 수 있나?"

"예. 혹시 적당한 자리가 있습니까?"

"성채 뒤쪽에 무덤들이 있네."

마법사는 고개를 끄덕이고 쓰러져 있는 사람들을 향해 손을 뻗는다.

"묘지기의 한숨."

마법사의 말과 함께 마법이 시작된다. 잘려나간 팔다리가 제자리에 붙는다. 찢기고 구멍 뚫린 부분들이 원상태로 돌아간다.

창백한 얼굴의 사람들이 하나씩 자리에서 일어난다. 온전한 몸을 가지고서.

"저게 뭐예요."

"장례를 위해 만들어진 마법입니다. 그래서 말입니다만, 유빌을 깨워주실 수 있겠습니까?"

"알겠습니다."

에스나가 몸을 돌려 성채를 향해 걸어간다. 마법사는 손을 들어 올린다. 움직이던 죽은 사람들이 멈춰버린다.

여름에 어울리지 않는 차가운 바람이 불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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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 217. 12막 종장 - 모든 것의 끝 (1) | Glinda +6 19.12.07 421 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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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 215. 12막 5장 - 마법사 그리고 마법사 (3) | Isaac +8 19.12.05 405 10 12쪽
214 214. 12막 5장 - 마법사 그리고 마법사 (2) | Isaac +5 19.12.04 392 11 11쪽
213 213. 12막 5장 - 마법사 그리고 마법사 (1) | Isaac +1 19.12.03 376 11 11쪽
» 212. 12막 4장 - 성채 방어전 (5) | Glinda +3 19.12.02 373 8 11쪽
211 211. 12막 4장 - 성채 방어전 (4) | Glinda +2 19.11.30 404 8 11쪽
210 210. 12막 4장 - 성채 방어전 (3) | Glinda +2 19.11.29 391 9 11쪽
209 209. 12막 4장 - 성채 방어전 (2) | Glinda +3 19.11.28 365 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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