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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me 님의 서재입니다.

퍼펙트 메이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완결

justme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0
최근연재일 :
2019.12.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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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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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43,357

작성
19.11.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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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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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205. 12막 3장 - 피와 어둠의 제왕 (2) | Isaac

DUMMY

방안에서 글린다와 마주 보고 앉는다. 아. 불편해. 일단 입고 있는 옷이 너무 불편해.

"음···. 일단 이야기를 해주실래요?"

가만히 나를 바라보던 글린다가 입을 연다. 질문을 던진다. 대답을 해줘야 하는데······. 뭐라고 해야 하지.

"어떤 이야기부터?"

당장 떠오른 건 질문뿐이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는다.

"식당을 떠났을 때부터 해주세요."

"그러니까 식당을 벗어나서 바로 방으로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생각을 좀 해봤죠. 다른 방법이 뭐 없을까."

그때 생각 하나가 떠올랐다. 혼자서 군대와 맞서 싸울 방법이. 로테리아에 와서도 썼던 방법인데 왜 기억을 못 하고 있었을까.

"떠오른 방법이 있었습니다. 이 옷은 그 방법을 위해 입은 겁니다."

지금 입고 있는 게 웃기고 이상하게 생겼지만 엄청 좋은 장비다. 전설적인 등급의 마법 장비들이니까.

"무슨 방법인지 몰라도 옷이 상당히 특이하네요."

글린다가 별다른 감정 없이 이야기한다. 그리고 오히려 그런 말투가 내 가슴을 후벼 판다.

제기랄. 나도 이런 옷을 입고 싶지 않다. 못생겼잖아.

"그래서 방법이 뭔데요?"

다행히 옷에 대한 언급은 지나갔다.

"우리의 문제가 뭔지는 아시죠?"

"숫자가 부족한 거죠."

그렇다. 아무리 백룡 기사가 강력하더라고 다섯 배 가까이 숫자 차이가 나니 어쩔 수 제대로 된 대응을 못 하는 거다.

"그리고 마법 중에는 숫자를 늘릴 만한 마법이 있습니다."

"소환 마법?"

고개를 젓는다. 그렇게 간단한 마법이었으면 이런 옷도 안 입었다.

"사령 마법입니다."

내 대답을 들은 글린다의 표정이 굳어진다. 여기도 사령 마법에 대한 취급이 좋지는 않구나.

"어···. 그러니까···."

뭔갈 말하고 싶은 모양이다. 그냥 말하면 되는데. 가만히 말을 하길 기다린다.

"위험한 건 아닌가요?"

"하나도 안 위험합니다."

"사령 마법은 주로 악당들이 쓰던데."

언제나 사령 마법사는 악당 취급이지. UMO에서도 그랬다. 사령 마법사 NPC들은 전부 악당이었지.

"그거 다 편견입니다."

"특히 그런 옷을 입고 마법을 쓰면 더 악당 같을 거 같아요."

그거까지는 부정 못 하겠군.

"꼭 피와 어둠의 제왕 같으시네요."

피와 어둠의 제왕? 그건 또 처음 듣는 사람이군. 사람이긴 한가?

"모르세요?"

"제가 알 거 같으세요?"

글린다가 고개를 젓는다. 당연히 모르지. 내가 알 거 같아? 난 로테리아 사람이 아니라고.

뚱한 표정의 나를 보고 글린다가 한숨을 쉰다.

"설명 해 드릴게요."

귀찮아하는 표정이다. 꼭 할 필요는 없을 거 같은데.

"피와 어둠의 제왕은 테제아 고유의 민간 신앙이에요."

"그런 걸 어떻게 알고 있어요?"

"유명하니까요."

당연하다는 듯 말한다. 그리스 로마 신화 같은 건가.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는 것처럼. 근데 그걸 내가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

"뭐에요. 그 시선은?"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얼른 글린다를 바라보던 시선을 돌린다. 알 필요가 없어도 알아야겠군.

"아주 먼 옛날. 사람들이 국가를 건설하기도 전에. 로테리아에는 수많은 종족이 살았습니다."

글린다가 이야기를 시작한다. 왠지 어린아이에게 옛날이야기를 하는 말투다.

"그 많은 종족은 모두 세상을 창조한 신을 섬기며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진짜 전형적인 옛날이야기다. 이제 그러던 어느 날이 나올 차례다.

"그러던 어느 날."

역시나.

"수많은 사람 중 한 사람이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나도 대단해지면 신처럼 될 수 있지 않을까?"

"그 사람이 피와 어둠의 제왕이군요."

글린다가 나를 노려본다. 말을 끊어서 화가 난 모양이다.

"계속 설명해주세요."

눈을 피하고 설명을 재촉한다. 글린다는 한숨을 쉬더니 말을 잇는다.

"아무튼, 그 사람은 금지된 마법에 손을 댔습니다. 평범한 마법으로는 신과 같은 힘을 낼 수 없기 때문이죠."

아마 사령 마법이겠지.

"그 마법사는 금지된 마법의 힘을 휘두르며 사람들을 괴롭혔습니다. 곧 사람들은 그 마법사를 피와 어둠의 제왕이라 부르며 두려워했습니다."

이제 그 마법사가 처벌을 당할 시간이다.

"그렇게 피와 어둠의 제왕이 사람들을 괴롭히자, 신은 천사들을 불러 피와 어둠의 제왕을 처벌하기로 했습니다. 그 천사들의 이름은 인긴, 뷔힌, 소효였습니다."

인긴은 초월자지. 아마 다른 두 천사도 초월자겠군. 하긴 이 세계는 초월자를 천사라고 부르니까.

"그렇게 땅에 내려온 천사들과 피와 어둠의 제왕은 싸웠습니다. 바다가 뒤집히고 산이 무너지는 거대한 싸움이었습니다."

슬슬 이야기가 지루해진다. 이렇다 할 클라이맥스도 없고.

"끝내 피와 어둠의 제왕은 땅에 쓰러졌습니다. 하지만 죽기 직전 그가 말했습니다."

글린다가 아이에게 겁을 주려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눈을 찌푸리고 과장된 손동작을 한다.

"나는 다시 돌아와서 모든 것을 피와 어둠으로 물들이리라!"

손을 양쪽으로 펼친 글린다가 아주 낮은 목소리로 외친다. 하나도 안 무섭다. 내용도 그렇고 말하는 사람도 그렇고.

글린다가 무서울 때는 저런 목소리를 낼 때가 아니지. 화를 내는 글린다가 훨씬 무섭다.

"그 말을 마친 피와 어둠의 제왕은 천사들의 눈앞에서 사라졌습니다. 천사들과 그들을 따르는 사람들이 찾아 헤맸지만, 피와 어둠의 제왕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이야기 끝."

말을 마친 글린다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왜 한 거에요?"

지금 상황이랑 관련이 없는데.

"어······."

내 질문에 글린다가 답을 하지 못한다. 약간 멍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지식 자랑?"

대답을 듣고 한숨을 내쉰다. 쉽게 말해 그냥 했다는 거군.

"아무튼, 그런 이야기가 있는 테제아에선 강력하고 나쁜 마법사가 나타나면 피와 어둠의 제왕이라고 불러요."

그런 거까지 설명할 필요는 없는데.

"즉.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이야기네요?"

"그렇죠?"

글린다가 머리를 긁적인다. 겸연쩍은 미소와 함께. 그런 글린다를 바라보며 한숨을 쉰다.

"뭐 어때요. 재밌었잖아요."

아니야. 하나도 안 재밌었어. 엄청 지루한 이야기였다고. 그걸 말해줄 자신은 없지만. 내 목숨은 소중한 거다.

"이제 할 이야기 없는 거죠?"

"네."

"그럼 저 마법을 좀 쓰게 나가 계실래요?"

"그냥 보면 안 돼요?"

고개를 격하게 가로젓는다. 안된다. 이 모습만 해도 부끄러워서 죽을 거 같다. 그런데 마법을 쓰는 모습까지 보여달라고? 죽어도 안 된다.

글린다는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일단 윌턴 씨에게 말해놓을게요. 마법사님이 사령 마법을 사용한다고."

"예. 부탁하겠습니다."

대답을 들은 글린다가 방을 떠난다. 이제 다시 나 혼자다.

"그럼 다시 마법을 써 볼까?"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바닥에 내려놓았던 지팡이를 잡는다.

우선 처음 쓸 마법은······. 문 쪽에서 시선이 느껴진다. 슬쩍 문을 바라본다. 아주 살짝 문이 열려있다.

그리고 문틈 사이로 금색 눈동자가 보인다. 글린다다. 아직도 안 가고 뭐 하고 있는지 거지.

"글린다 양? 거기서 뭐 하고 계세요?"

대답은 없다. 그저 살며시 문이 닫힐 뿐. 한숨을 내쉰다. 여기서 마법을 쓰면 안 되겠다. 분명 글린다가 또 올 거다.

"공간 이동. 목표 지점. 옥상."

순간 흐려졌던 시야가 다시 밝아진다. 강한 바람이 나를 스쳐 지나간다.

나는 지금 성채의 옥상에 서 있다. 눈이 녹아내린 물웅덩이 위에 서 있다. 옥상에 올라서니 성채가 미세하게 흔들리는 것이 느껴진다.

한숨을 쉬고 난간 쪽으로 걸어간다. 물기가 있는 난간에 팔을 걸치고 밖을 내다본다. 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아직 완전히 가라앉지는 않았다. 하지만 멀지 않았다. 곧 성채는 산 아래로 내려간다.

한숨을 쉬고 미니 맵을 바라본다. 거리가 멀어서 그런지 빨간 점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마법을 못 쓰는 건 아니지.

"영혼 단지 개방. 영혼의 메아리."

어깨 위쪽에 하늘색 반투명한 단지가 생겨난다. 곧이어 두 번째 마법이 힘을 발하기 시작한다.

마을에서 반투명한 무언가가 솟아오른다. 숫자가 꽤 많다. 마을뿐만 아니라 시야가 닫는 모든 곳에서 같은 일이 일어난다.

저것들은 전부 영혼. 아니 영혼이라기에는 애매하지. 그냥 죽음의 흔적이라고 하자.

죽음의 흔적들이 나를 향해 날아온다. 정확히 말하면 단지를 향해 날아온다. 날아온 영혼들이 단지에 차근차근 쌓여간다.

"으아앗! 중요한 장면 놓쳤다!"

옥상 문이 있는 곳에서 큰 소리가 들려온다. 글린다다. 한숨을 쉬며 고개를 돌린다. 글린다와 에스나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 에스나는 여기 왜 있는 걸까.

"치사하게 여기서 마법을 쓰다니!"

도대체 뭐가 치사한 걸까. 한숨을 쉬고 글린다를 바라본다. 글린다는 화가 난 듯 성큼성큼 다가온다.

홀로 남은 에스나도 한숨을 내쉰다. 너 글린다한테 억지로 끌려왔구나.

"여긴 왜 오셨습니까?"

"마법 구경 하러요."

정말 목표가 확실한 사람이다.

"그걸 왜 구경합니까?"

"재밌을 거 같아서요."

글린다와 말싸움을 해서 이길 생각을 하면 안 된다. 하지만 지금은 해야겠다.

"하나도 재미없을 겁니다. 그러니까 그냥 내려가시죠?"

"싫은데요?"

고개를 숙이며 한숨을 내쉰다. 폐의 공기를 전부 내뱉고 고개를 든다.

"에스나. 글린다 양 좀 데려가지?"

"데려갈 수 있었으면 벌써 데려갔습니다."

그건 그렇지.

"뭐가 어때요. 할 일도 없는데. 그냥 구경할게요."

그게 싫다는 건데.

"글린다 양은 할 일이 없어도 에스나는 할 일이 있겠죠."

글린다를 내쫓을 수 없다면, 사람 수라도 줄이자.

"저도 돌아가고 싶습니다만······."

에스나가 말을 줄이며 글린다를 바라본다.

"제 호위로 데리고 왔어요. 마법 쓰고 있는 동안은 절 못 지킬 테니까요."

그건 그렇지. 사령 마법은 특히 집중력이 필요하다. 누군가를 지키면서 사용할 것은 못 되지.

"그럼 그냥 밑에 계시면 되는 거 아닌가요?"

"구경하고 싶다니까요."

정말이지. 골치가 아프다. 또 한숨을 쉬고 에스나를 바라본다. 에스나는 어깨를 으쓱일 뿐이다.

어쩔 수 없다. 그냥 글린다를 옆에 두고 마법을 쓰자. 그냥 조금 부끄럽고 말면 되지.

영혼 단지를 바라본다. 절반 정도 차 있다. 생각한 것보다 모자라지만, 마법을 쓰는 데 부족함은 없다.

"이제 마법을 쓰실 건가요?"

"네. 마법을 사용할 겁니다."

"사령 마법은 처음 봐요."

글린다가 반짝이는 눈동자로 나를 바라본다. 흔한 마법은 아닌 가 보는군. 나야 티파나의 숲에서 본 적 있지.

"저도 직접 보는 것은 처음입니다."

에스나도 처음인가?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에스나도 나름 즐기는 것 같다.

"그러니까 얼른 써 보세요!"

글린다의 독촉에 한숨을 내쉰다. 그리고 손뼉을 친다;

"쉼 없는 망자의 땅. 원혼 서린 대지."

나를 중심으로 마나가 퍼져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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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76 MR.Kang.
    작성일
    19.11.24 08:46
    No. 1

    글린다... 겁이 없어 ㅋㅋㅋㅋㅋ 아니 궁금하다고 굳이 따라다니면서 ㅋㅋㅋㅋ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2 justme
    작성일
    19.11.24 18:19
    No. 2

    아이작과 너무 오래 있었습니다. 원래 지속적인 자극에는 약하게 반응하는 법이죠.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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