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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쨍이

재단의 특수요원은 귀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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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쨍이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7.29 21:32
최근연재일 :
2021.08.16 00:58
연재수 :
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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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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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9,543

작성
21.08.16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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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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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1화. 광명회

DUMMY

21화.




“그러니까, 네 말은 대한미사회에 쳐들어가서 박상철 주교를 끌고 나오겠다?”


백승철이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은 채 물었다.


“요약하자면 그렇죠.”


한숨을 내쉬는 백승철과는 달리, 시원은 도플에게 안마를 받으며 소파에 편하게 엎드려 있었다.


“...너 박상철 주교가 어떤 사람인지는 알고 하는 말이냐?”

“알아야 합니까?”

“...아니다. 네가 안다고 생각을 바꿀 놈이 아니지.”

“잘 알면서 왜 그러십니까?”

“...그래 다 내가 잘못했다.”

“이제라도 아셨으니 다행입니다.”

“이 자식이!”


「주인님에 대한 언사가 썩 마음에 들지 않는군.」


“...하아.”


순간 발끈한 백승철이었지만, 도플의 말에 들끓던 감정도 픽하며 식어버린 그였다.


해서,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고는 소파에 엎드려 있는 시원에게 물었다.


“그래서, 계획은 있는 것이냐?”

“뭐, 없진 않죠. 제가 아무리 막 나간다고 해도. 멍청하진 않잖습니까?”


확실히 막 나가는 것과 멍청한 것은 매우 다르다.


“그래, 그렇다면 어떤 계획인지 한 번 들어보자.”

“그전에. 어디까지 커버 가능합니까?”

“뭘.”

“그 주교라는 새끼. 꽤 유명하다면서요? 하물며 광명회 실세라고 하는데. 설마하니, 정치하는 새끼들이랑 연줄도 없을까?”

“흠, 나도 그쪽은 잘 모르긴 한다만. 그래도 이왕 할 거면 확실히 하는 쪽이 좋겠지.”

“오랜만에 맞는 말씀을 다 하시네.”

“내가 말려봐야 네 놈이 듣기는 하겠니?”

“에이, 설마.”

“그러니까 하는 말이다. 어중간하게 사건을 해결하면 오히려 불을 지피는 꼴이니. 확실하게 처리하는 게 중요하다.”


백승철이 다 포기했다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고.


시원이 몸을 일으키며 목을 가볍게 한 바퀴 돌렸다.


“좋네요. 그럼, 저는 본부장님이 다 커버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라.”

“넵!”


백승철의 허락에 시원이 싱그러운 미소를 그리며 본부장실을 벗어났고.


그런 그의 모습에 백승철은 심히 걱정된다는 얼굴로 의자에 몸을 기대었다.




* * *




사흘 후.


쾅!


웬만해서는 문 여는 소리가 들리지도 않은 고급스러운 문이, 커다란 소음을 일으키며 그 안으로 한 사람이 들어왔다.


“류시아!”


터질듯한 얼굴로 고함을 지른 그는 발을 쿵쿵 구르며 그녀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천장을 향해 번쩍 손을 올리더니, 그대로 그녀의 얼굴을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그의 손은 차마 그녀의 얼굴에 닿지 못하고.


중간에서 멈출 수밖에 없었다.


“왜요? 더 안 하고?”


그녀는 자신의 얼굴에 날아오는 손을 바라보며 샐쭉였다.


“시아야. 류시아!”

“귀 안 먹었으니까. 작게 말해도 돼요.”

“도대체 왜 그러니? 뭐가 그렇게 문제야? 도대체 뭐가!”


박상철이 억울하기 그지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그는 자신할 수 있었다.


모든 삶은 남을 위해서 살아왔노라고.


특이점이 오기 전에는 신에 대한 믿음으로.


그리고 특이점이 온 후에는 자신에 대한 믿음으로.


그런데, 지금.


그 믿음이 산산이 부서지려 하고 있었다.


“시아야. 너는 모르겠지만, 나는 평생을 남을 위해 살았다고 자부한다.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으면 기꺼이 함께하고, 아픈 사람이 있으면 기쁘게 도와주었다. 그것이 신을 위하는 일이라 생각했고. 그것이 옳은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박상철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래, 그것은 특이점이 일어나기 전의 나라고 말할 수 있겠지. 좋아. 부정하지 않으마. 틀린 말이 아니니.”


그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하지만, 특이점이 일어나서도 나는 대의를 벗어난 적이 없다. 특이점이 일어나고 세상은 혼란에 빠졌지. 인간의 존엄성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쳤고. 살기 위해서라면 온갖 범죄를 저질러도 누구도 손가락질하지 못하는 세상이었다.”


“그때 나는 느꼈다. 이것은 잘못된 세상이라는 것을. 해서, 나는 최소 내 곁에 있는 이들이라도 바로잡고자 했다. 나는 그래야만 했고. 그러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으니까.”


“너를 이용했다는 것을 부정하진 않으마. 그만큼 너의 능력은 출중했고. 또, 놀라울 정도였으니. 하지만, 반대로 너를 위해서 나는 가능한 한 모든 것을 해주었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인 의식주는 물론이고. 네가 원하는 모든 것들을 내가 들어줄 수 있는 것이라면 모두 해주었다. 내 말이 틀리더냐?”


“그래, 그래도 나를 싫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혐오할 수도 있고. 원망할 수도 있겠지. 그때의 너는 어렸고. 이해시킬 만한 시간이 안 되었으니까.”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이 정당하냐고 묻는다면, 나는 대답할 자신이 없단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부당하냐고 묻는다면 그것 역시 대답할 자신이 없다. 그때는 그것이 최선이었으니.”


“그러니. 시아야. 날 미워해도 좋고. 원망해도 좋고. 혐오해도 좋다. 하지만, 이까지 온 것들을 무너뜨리지는 말아다오.”


박상철이 시아를 향해 허리를 접었다.


간결한 행동이었지만, 무척이나 중압감이 느껴지는 행위였다.


그리고, 그런 그의 열변이 통한 것일까.


시아가 입을 열었다.


“어머나. 주교님이 그런 생각을 하고 계시는 줄은 꿈에도 몰랐네요. 제가 지금까지 주교님을 착각했나 봐요. 죄송해요. 주교님.”


무척이나 울적하다는 표정으로 사과를 하는 그녀의 어투에 박상철이 기쁘다는 표정으로 허릴 들었다.


“시아야···!”


그런 그의 표정은 구세주를 만난 듯한 신자의 표정이었는데.


“그런데, 주교님.”

“말해 보아라.”

“그런 얘기를 왜 저한테 하시는 건아요?”

“뭐?”

“아니, 주교님의 속마음을 들은 건 무척이나 기뻐요. 저를 그 정도로 믿으신다는 말씀이니까요.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왜 저한테 하시는지 이해가 안 되네요?”


그녀는 도통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는 주교님의 말씀대로, 최근에 방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난 적도 없을뿐더러, 주교님의 명에 의해서 누구도 방 안으로 들어오지도 않았죠. 그리고 보세요. 방안에 외부와 연락 가능한 기기들이 있는지. 연락은커녕, 외부의 소식도 들을 수가 없도록 TV까지 치우신 건 바로 주교님이랍니다?”


그녀의 말에 당혹한 표정으로 주교가 방을 둘러보았다.


방은 어떠한 전자기기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소파와 테이블 그리고 책장만이 있을 뿐.


“주교님이 도대체 어떤 일을 겪고서 제게 오신 건지 모르겠네요.”


그녀가 고개를 살짝 저었다.


“저, 정말. 네가 한 것이 아니란 말이더냐···?”

“무얼 말씀하시는 건지, 잘 모르겠네요.”

“저, 정말 아니란 말이냐?”

“그러니까, 어떤 걸 말씀하지는 지 모르겠다니까. 참.”


그녀의 확답에 박상철의 눈동자가 쉴 새 없이 흔들렸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디서 정보가 샌 것이란 말인가?


그리고, 어째서 이런 상황이 일어난 것인가?


정리가 되지 않은 그의 머릿속이 진탕되어 동공이 이완과 수축이 반복되었다.


“계속 말씀 안 해주실 건가요?”

“...아!”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있던 주교가 시아의 말에 정신이 들었다.


“미안하구나. 잠깐 혼잡스러워서.”

“아니에요. 충분히 이해해요.”

“이해해줘서 고맙구나.”

“어떤 안 좋은 일이 있었나 봐요?”

“아니, 아니다. 충분히 수습할 수 있다. 너는 그냥 몰라도 괜찮다.”


시아의 물음에 고개를 젓는 주교는.


“흠, 계속 말씀을 안 해주시니. 더 궁금해지네요. 왜요? 가령, 광명회의 비밀 지부가 토벌되었다던가. 재단에 있던 신도들이 잡혔다던가. 그것도 아니면, 연구소가 박살 나기라도 했나요?”


“아, 그것도 아니라면.”


“대한미사회가 사라지기라도 했나요?”


은근한 표정으로 묻는 그녀의 모습에 순간 멍한 모습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뭐, 뭐? 뭐라? 뭐라 했느냐?”


갈라진 목소리 사이로 떨림이 느껴지는 교주의 모습에, 그녀는 싱그러운 미소로 답해주었다.


“우리 주교님 많이 놀라셨나 봐? 처음부터 답을 알고 왔으면서 왜 놀라실까? 이해가 안 되네.”


시아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며, 주교의 이마를 향해 검지를 톡. 하며 가볍게 터치하였다.


순간, 정신이 맑아진 주교였지만.


그는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는지 턱을 떨 뿐이었다.


“주교님의 말씀은 잘 들었어요. 참으로 재밌는 소설을 쓰시더라고요. 사람이 자기합리화에 잡아먹히면 어떻게 되는지 오늘 알았네요.”

“너, 너···!”

“아, 그리고요. 제게 부탁을 하시려면, 다들 그러는 것처럼 하셔야죠.”


그녀의 몸에서 찬란한 광채가 뿜어져 나왔다.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정중하게 말씀해보세요.”


“신이시여. 부디, 자비를 베푸소서. 라고.”


그녀의 말에 주교의 몸이 천천히 낮아지기 시작했다.


그의 두 무릎이 바닥에 닿았고.


이마 역시 바닥에 밀착했으며, 두 손이 그녀를 받들듯이 위로 향했다.


“신이시여. 부디, 제게 자비를 베풀어 주시옵소서.”


힘없이 중얼거리듯 하는 그의 말에 류시아가 답했다.


“싫어요.”




* * *




“어젯밤 일입니다. 인천에 있는 답신성당이 화마 타올랐습니다. 답신성당은 한국 최초의 성당으로······.”


삑-


백승철이 뉴스가 흘러나오는 TV를 끄고는 눈 사이를 집게손가락으로 가볍게 문질렀다.


“뉴스의 주인공을 이리 만나 뵙게 되니, 영광이로군.”

“이렇게 반갑게 맞이해 주시니. 저야말로 영광이네요.”


환하게 웃으며 맞받아치는 손님의 모습에 백승철은 두통이 올라옴을 느꼈다.


“그래, 광명회주. 아니, 이제는 그냥 류시아 양이라고 불러야 할까.”

“그냥, 시아라고 불러주세요.”

“...그래, 시아. 광명회는 이제 완전히 해체된 것인지?”

“완전히. 라고 말씀하시면, 그렇지 않다고 대답 드려야 할 것 같네요. 아직 다른 지부들도 많이 남아있고. 또, 저도 모르는 지부도 분명히 존재할 테니까요.”

“그래, 그렇다면 다른 것을 묻지.”

“말씀하세요.”

“박상철 주교는 죽었나?”

“아뇨. 안 죽었어요.”


그녀의 답변에 백승철이 고개를 주억였다.


“별로 놀라지 않으시네요?”

“그야, 광명회의 실질적 주인이니. 그렇게 쉽게 죽는 게 더 이상한 일 아니겠나.”

“선구안이 뛰어나시네요. 하지만, 반만 정답이에요.”

“반?”

“네. 주교님이 숨겨둔 힘으로 제게서 벗어나긴 했지만. 그래도 죽일 수 있었음에도 죽이지 않았으니까요.”

“어째서 죽이지 않았는지 물어도 되겠나?”

“그럼요. 저는 그의 완전한 몰락을 원하기에 살려주었어요.”


그리 말하던 그녀는 테이블 위에 있던 사탕에 관심을 가졌다.


“먹어도 되나요?”

“그래, 맘껏 먹게.”

“고마워요.”


그녀는 사탕을 입에 넣자, 혀로 느껴지는 달콤함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미소를 지었다.


“원래 사람을 완전히 망가뜨리기 위해서는. 자신이 믿던 것을 철저하게 부서뜨려야 하는 법이죠.”


그녀가 입안에 있던 사탕을 그대로 부수며 말을 이었다.


“그 말은 박상철 주교가 믿는 구석이 있다는 뜻으로 들리네만.”

“물론이죠. 설마 광명회가 만 명도 채 안 되는 신도들로 운영했을까요?”

“그럴 리는 없겠지.”


그녀의 말대로, 광명회 신도들이 광신도라 하더라도, 그들이 벌어들이는 수익으로는 활동하기에 절대적으로 모자랄 것이다.


그렇다면 광명회를 도와준 뒷배는 최소한 델타급의 단체를 후원할 정도로 커다란 재력이 있다는 뜻인데.


“혹시, 본부장님은 이런 생각해보신 적 없으신가요?”

“무슨 생각?”

“광명회가 왜, 광명교가 아닌. 회(會)라는 이름을 지었는지.”


생각해보긴 했다.


하지만, 생각은 그저 생각으로 끝날 수밖에 없었다.


어떠한 물증도 없었으니.


“아마도, 본부장님 정도라면 당연히 생각을 해보셨을 테죠. 하지만, 답은 얻지 못했을 테고요.”


그녀의 말에 백승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제가 선물로 본부장님께 답을 가르쳐 드릴게요. 광명교가 아닌, 광명회를 사용한 이유는.”


“저희 뒤에 가톨릭이 있기 때문이에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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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의 특수요원은 귀환자.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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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화. 광명회 21.08.16 131 11 12쪽
21 20화. 지부 +1 21.08.14 152 11 12쪽
20 19화. 이면 +1 21.08.13 153 12 11쪽
19 18화. 비밀 연구소 (4) 21.08.12 163 13 13쪽
18 17화. 비밀 연구소 (3) 21.08.11 174 15 14쪽
17 16화. 비밀 연구소 (2) 21.08.10 189 14 14쪽
16 15화. 비밀 연구소 (1) 21.08.09 213 20 13쪽
15 14화. 대장 21.08.08 235 21 16쪽
14 13화. 거래 +2 21.08.07 253 21 12쪽
13 12화. 변절자(2) 21.08.06 264 19 12쪽
12 11화. 변절자 (1) +1 21.08.05 286 23 14쪽
11 10화. 악몽이 머무는 절 (4) 21.08.04 289 23 12쪽
10 9화. 악몽이 머무는 절 (3) +1 21.08.03 289 21 14쪽
9 8화. 악몽이 머무는 절(2) +1 21.08.02 306 16 16쪽
8 7화. 악몽이 머무는 절(1) +1 21.08.01 340 22 15쪽
7 6화. 임무(4) 21.07.31 339 19 14쪽
6 5화. 임무(3) +2 21.07.30 358 21 17쪽
5 4화. 임무(2) 21.07.30 388 20 14쪽
4 3화. 임무(1) +1 21.07.30 454 31 13쪽
3 2화. TDM 재단(2) 21.07.29 574 60 13쪽
2 1화. TDM 재단(1) +1 21.07.29 693 66 12쪽
1 0화. 소개팅 21.07.29 768 69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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