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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쨍이

재단의 특수요원은 귀환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꿀쨍이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7.29 21:32
최근연재일 :
2021.08.16 00:58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7,009
추천수 :
548
글자수 :
129,543

작성
21.07.29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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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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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글자
12쪽

1화. TDM 재단(1)

DUMMY

1화.




캐롤송이 거리에 울려 퍼지던 2012년의 12월 어느 날.


세상은, 지구는 특이점을 맞이했다.




* * *




강원도 화천군.


그곳에는 TDM 제3 한국 지부가 존재하는 곳이었다.


한국에 있는 다섯 지부 중에서 두 번째로 커다란 지부로.


그 크기만큼 위험한 TDM이 언제나 날뛰는 곳이기도 했다.


그리고, 오늘같이 연구를 진행하다가 TDM이 탈출한 것은 작은 해프닝에 불과했다.


연구소 인근에는 민간인 통제구역이었기에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할 일도 없었고.


연구원들은 첨단 방호시설에서 연구를 진행하기에 딱히 위험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이렇게 탈출한 TDM을 상대해야 하는 특수타격대의 경우는 그들과 처지가 달랐다.


특수타격대는 TDM의 확보, 격리, 섬멸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때문에, 특수타격대를 보고 다른 부서 사람들은 시한부라고 부른다.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이들이기 때문이다.


물론, 시원은 그렇게 말하는 다른 이들의 대가리를 가루로 만들어 줄 의향이 다분했다.


감히 누굴 보고 시한부라고 씨불이는 것인지.


자신이 볼 때는 주제도 모르고 실험한답시고 설치다가 죽는 연구팀들이 더욱 시한부처럼 보였다.


“후아, 쓰벌. 두 달 만에 있는 비번에 이런 개같은. 그것도 소개팅 중이었는데!”


시원은 짜증 어린 얼굴로 진원지에 도착했다.


빌어먹을.


안 그래도, 기분이 안 좋았는데.


이제는 완전히 바닥에 패대기치듯이 안 좋은 걸 떠나서, 기분이 더러웠다.


“팀장님! 여깁니다! 빨리 오십쇼!”

“아, 쓰벌. 나 금방 왔다고!”

“그러니까, 빨리 오십쇼! 애들 다 뒤집니다!”

“썩을.”


시원이 부하의 말에 인상을 잔뜩 찡그리고는 코트를 천천히 벗으며, 조심스럽게 나뭇가지에 걸었다.


오늘 있을 소개팅 때문에 무려 거금을 주고 산 코트였다.


그 말은 오늘 처음 입은 코트라는 뜻이었다.


“아! 애들 다 죽습니다아!”

“알았다고 새꺄!”


자꾸 보채는 부하의 성화에 시원이 쯧하며 혀를 차고는 그들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5m는 되어 보이는 하얀 노루가 얼음을 흩뿌리며 팀원들을 압박하고 있었다.


“쓰벌, 저건 언제 저렇게 컸다냐.”


3년 전, 눈노루를 철원에서 생포한 게 자신이었다.


분명히 그때는 3m 정도였는데.


뭐, 그걸 알아보는 건 연구팀이 할 일이고.


자신은 그냥 저 새끼를 조지면 끝이었다.


시원이 가볍게 목을 꺾으며 스트레칭을 하며 눈노루가 있는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팀장님!”


시원이 현장에 도착하자, 팀원들은 모두 살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새끼들아. B급 정도는 내가 없어도 그냥 끝내야 하는 거 아니냐.”

“팀장님, 저거 그냥 B급이 아닙니다. 자료에 있던 것보다 더 강하던데요. 아마도 변이가 작용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시원의 타박에 아까부터 꼬박꼬박 말대꾸하던 부팀장 김석현이 말했다.


“변이? 그럼 연구팀 새끼들이 뭔가 지랄을 했다는 건데. 하여튼 그 쓰벌럼들은 도움이 안 돼요. 그냥 대가리를 다 부셔놔야 하나.”

“제발 부탁드립니다.”


김석현의 말에 시원이 으음. 하며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튼 그건 나중에 진지하게 생각하도록 하고. 우선은 저 새끼부터 조져야지. 근데, 저 새끼는 눈노루라면서 생긴 건 고라닌데? 저거 흰고라니라고 불러야 하는 거 아냐?”

“고라니는 없어 보이잖습니까.”

“쓰벌. 무슨 TDM이 이름까지 따지고 지랄이야. 그냥 흰고라니 같은 거로 하면 되지.”


시원은 역시 연구팀 새끼들이 하는 일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어휴, 개같은. 꼭 내가 쉬는 날에 이런 난리를 피워요.”


그러고는 눈노루를 바라보며 미간의 주름이 더욱 진해졌고.


그는 두 주먹을 쥐었다 펴며 손을 풀었다.


“그래서, 임무는 뭔데? 사살?”

“가능한 생포. 하지만, 여의치 않을 시 사살까지 허락했습니다.”

“씨불것들. 지들은 그냥 앉아서 말만하면 끝이라 이거지.”


시원이 짜증어린 표정을 지으며, 앞으로 한 발씩 다가갔다.


“모두 알아서 방어해라.”

“예!”

“뒤지면 내가 다시 살려서 뒤지게 팬다.”

“예!”


그렇게 자신 있게 말한 시원이 눈노루를 향해 달려들었고.


눈노루는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시원을 경계하며 주위에 강력한 눈보라를 일으켰다.



.

.

.


쾅!


시원이 지부장실의 문을 거칠게 열었다.


“이보세요, 아저씨. 지금 나랑 싸우자는 거지?”


온몸에 얼음 결정으로 둘러싸인 시원이 작게 분노하며 안으로 들어왔다.


분명히 새것이었던 코트는 얼음 덩어리로 변해있었고.


그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얼음 결정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러나.


맑은 소리를 내며 떨어진 얼음 결정이 녹는 일은 없었다.


보통의 얼음이라면 금방 녹아 없어질 테지만, 그것은 TDM의 공격으로 생성된 얼음 경정이었기에 일반적인 얼음과는 그 궤를 달리한 것이었다.


“오, 임 팀장. 거기 가만히 있게. 소중한 연구자료를 그렇게 떨어트리면 쓰나.”


거칠게 다가오는 시원을 향해 제3 지부장인 홍세한이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말했고.


“지금, 이딴 얼음 조각 따위에 신경 쓰기 전에. 아저씨 어깨 위에 있는 게 부서지지는 않을지 신경 쓰는 게 좋지 않을까? 내가 지금 그걸 부수고 싶은 심정이거든.”


꽤나 분노한 거 같은 시원의 모습에 홍세한이 한발 양보한다는 듯이 두 손을 들었다.


“그래, 그래. 내가 미안하네. 비번인 사람을 부른다는 건 무척이나 짜증 나는 일이지. 나도 이해하네.”


양손을 든 홍세한의 모습에 시원이 고갤 저었다.


“아니, 아저씨는 이해 못 해. 내가 지금 비번에 불러서 그런 줄 알아?”


보통 이쯤이면 화를 식는 녀석이 계속해서 분노하고 있다니.


그렇다는 뜻은 한 가지뿐이었다.


“차였나?”

“차이긴 누가 차여!”


버럭 소릴 지르는 걸 보니, 정답인 듯했다.


“임 팀장, 세상엔 여자가 무척이나 많다네. 차였다고 그렇게 낙심할 필요는 없다네.”

“안 차였다니까! 그냥, 소개팅하다가 긴급 상황이라고 불려 나온 것뿐이라고! 누구 씨 때문에!”


물론, 안 불렀어도 차이기 직전이었지만, 그것을 말할 시원은 아니었다.


차이기 직전까지 간 것이지, 차인 건 아니었으니까!


“으음.”


시원의 말에 홍세한이 짧게 침음성을 흘렸다.


“흠흠, 그건 사과하도록 하지.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 아닌가? TDM이 탈출했는데. 워낙 급박한 상황이라서 말이지.”


조금은 미안한 말투로 말하는 세한의 모습에 시원도 목소리를 낮췄다.


“아니, 지부 경비팀은 다 어디 있길래 날 부르냐고.”


그럼에도 여전히 날이 선 목소리였지만.


“당연한 걸 왜 묻나?”

“뭐가?”

“모두 사망했으니까, 자네를 불렀지.”

“경비팀이? 전부?”

“그렇네.”


홍세한의 말에 시원이 미간을 찌푸렸다.


“경비팀이 아무리 실력이 허접하다고 해도, B급인 눈노루를 못 막을 정도는 아닐 텐데? 아니, 그것보다 우리 팀원 애들도 고전하던데.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아, 그렇지. 이번에 합동 실험을 한다고. 눈노루에게 약간의 변이가 있었지.”

“합동 실험?”

“112번으로 인한 184번의 변이의 진행을 알아보고자 했다.”

“미친.”


TDM - KR - 112

통칭 - 검은 달이 뜨나니


형체 - 현상형

위험등급 - 레드

파워등급 - A급

특이성 - 그믐 : 변이 / 초승 : 2차 변이 / 반월 : 소멸 / 만월 : 확인 불가


112번에 대한 간략한 정보를 떠올린 시원이 이맛살을 잔뜩 구겼다.


“아저씨 미쳤어? 레드 - A급을 합동 실험을 했다고? 그것도 아직 제대로 된 특이성을 확인한 것도 아닌 것을?”

“제대로 된 특이성을 확인하기 위함이었지. 한낱 동물이나 인간으로는 반월에 도달하면 소멸하고 말았잖은가. 때문에, 나는 생명력이 강한 TDM으로 마지막 단계라고 생각되는 만월까지 도달하면 어떠한 특이성을 가지게 될지 무척이나 궁금했거든.”

“단지 아저씨의 그 한낱 호기심 때문에 20명의 목숨이 날아간 건 알고?”

“물론이지. 그들의 죽음이 썩 안타깝다고 생각은 한다만. 그렇다고 그들이 불쌍하다고 생각하진 않지.”


그의 말에 시원이 인상을 더욱 인상을 찡그렸지만, 딱히 부정은 하지 않았다.


TDM의 경비대원들은 모두가 흉악 범죄자들로 구성된 것들이었으니까.


그리고, 시원은 경비대원들의 죽음보다 세한의 미친 실험 정신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


“눈노루가 만약 더 파괴적인 형태로 변이됐으면? 변이된 후에도 여전히 B급이었긴 하지만, 변이가 B급이 아닌. A급이 되었다면? 아니, 최악을 가정해서 S급이 되었다면 지금 연구소가 문제가 아니라, 강원도가 날아갈 수도 있었어.”


시원의 찌푸려진 인상에 세한이 표정을 고치며 말했다.


“임 팀장. 자네도 알다시피 TDM이 세상에 출몰한 지 벌써 20년이 흘렀지.”

“18년이야. 아저씨.”

“그래, 18년. 18년 전 겨울. 그때, 전 세계에 있는 모든 사람은 느낄 수 있었지. 세상이 변했다는 걸.”


2012년 12월.


세상은 특이점을 맞이했다.


그것은 전 세계에 있는 모든 것들이 느낄 수 있었다.


사람은 물론이고, 동물과 식물. 단세포 생물까지 그 변화를 느꼈다.


어떻게 모든 생물이 그것을 느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가장 유력한 가설은 생물이 살아남기 위한 생존 본능이라는 것이었다.


여튼 그렇게 특이점이 있고 난 후.


세상은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자연적으로 발생할 수 없는 일이 나타났고.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사건이 터졌다.


“아직 TDM에 대해서 제대로 알려진 건 없지.”

“그걸 알아내는 건 아저씨가 할 일이고요.”

“그래, 그런 건 내가 할 일이지. 그리고 오늘 있었던 일도 마찬가지고. TDM은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야. 그것이 어떤 특이성을 가지고 있는진 그 누구도 모르는 일이지. 자네는 최악을 가정했지만. 나는 그보다 더한 최악의 상황을 맞닥뜨린다고 해도 여전히 실험을 진행했을 것이네. 실험을 두려워해서야 어떻게 발전이 있겠나.”


진지한 눈빛으로 세한이 시원에게 말했지만, 시원은 그런 그의 말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지 새끼손가락으로 귓구멍을 후비고 있었다.


“그래, 뭐. 아저씨가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는진 내가 알 바 아니고. 나는 내 삶을 방해받기 싫어. 그런데, 오늘 아저씨는 내 삶을 방해했단 말이야. 그래서 지금 내가 엄청 기분이 더럽다는 거지.”


약간은 신경질적인 시원의 말에 세한이 작게 웃었다.


“나 참, 자네의 그 한결같은 모습이 무척이나 부럽군.”

“부러울 게 뭐 있나? 당연히 내가 제일 우선이지.”

“자네의 자식은?”

“씨벌. 지금 누구 때문에 소개팅도 못하고 왔는데? 아저씨. 장난해?”

“이런, 내 다시 사과하지.”


세한의 사과 같지도 않은 사과에 시원이 인상을 조금 찌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벌써 가려는 겐가?”

“뭐, 그럼 아저씨랑 같이 쎄쎄쎄라도 할까?”

“못 할 것도 없지.”

“됐네요. 머리털 빠지는 아저씨랑 데이트하는 취미는 없으니까.”

“...열심히 약 먹고 있네. 절대 빠지지 않아.”

“얼씨구, 그래서 한 달 전보다 이마가 많이 넓어지셨어?”


시원의 말에 얼굴을 붉히는 세한이었지만, 사실이었기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분명히 요즘 들어 머리 빠지는 속도가 전보다 빨라진 것 같았으니.


“그럼, 소중한 머리털 잘 관리하시고. 난 이만.”


자리에서 일어난 시원이 손을 가볍게 흔들며 지부장실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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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0화. 지부 +1 21.08.14 152 11 12쪽
20 19화. 이면 +1 21.08.13 153 12 11쪽
19 18화. 비밀 연구소 (4) 21.08.12 163 13 13쪽
18 17화. 비밀 연구소 (3) 21.08.11 174 15 14쪽
17 16화. 비밀 연구소 (2) 21.08.10 189 14 14쪽
16 15화. 비밀 연구소 (1) 21.08.09 213 20 13쪽
15 14화. 대장 21.08.08 235 21 16쪽
14 13화. 거래 +2 21.08.07 253 21 12쪽
13 12화. 변절자(2) 21.08.06 264 19 12쪽
12 11화. 변절자 (1) +1 21.08.05 286 23 14쪽
11 10화. 악몽이 머무는 절 (4) 21.08.04 289 23 12쪽
10 9화. 악몽이 머무는 절 (3) +1 21.08.03 289 21 14쪽
9 8화. 악몽이 머무는 절(2) +1 21.08.02 306 16 16쪽
8 7화. 악몽이 머무는 절(1) +1 21.08.01 340 22 15쪽
7 6화. 임무(4) 21.07.31 339 19 14쪽
6 5화. 임무(3) +2 21.07.30 358 21 17쪽
5 4화. 임무(2) 21.07.30 388 20 14쪽
4 3화. 임무(1) +1 21.07.30 454 31 13쪽
3 2화. TDM 재단(2) 21.07.29 574 60 13쪽
» 1화. TDM 재단(1) +1 21.07.29 693 66 12쪽
1 0화. 소개팅 21.07.29 768 69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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