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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쨍이

재단의 특수요원은 귀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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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쨍이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7.29 21:32
최근연재일 :
2021.08.16 00:58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7,005
추천수 :
548
글자수 :
129,543

작성
21.08.06 00:21
조회
263
추천
19
글자
12쪽

12화. 변절자(2)

DUMMY

12화.




류시아는 화면에서 벌어지는 광경을 보고는 입을 벌렸다.


한 번의 발 구름으로 일대가 사라졌다.


아아······.


저 얼마나 황홀한 힘이란 말인가.


그녀는 자신의 붉어진 얼굴을 향해 손을 데었다.


붉은 것처럼 뜨거워진 얼굴이 차가운 손이 닿자, 어느 정도 진정이 되는 듯했다.


흐으읍.


이어서 심호흡까지 마친 뒤에야 그녀는 두근거렸던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힐 수 있었다.


그래야만 지금 자신의 방으로 다가오고 있는 이들을 맞이할 수 있었으니까.


그녀는 티비를 끄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


진즉 명상을 하고 있었던 것처럼.


최고급으로 이루어진 방이라 문 여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 자신의 방에 누군가 들어왔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다.


한 그림자가 그녀 위로 드리웠다.


“시아야.”


나지막이 부르는 목소리에는 애정이 담겨있었다.


그에 그녀는 눈을 떴다.


“오셨나요?”


정갈한 검은색 사제복에 허리를 두르고 있는 진분홍색의 가두리 장식.


반듯하게 정리된 머리와 인자한 미소.


절대 60대 중반이라고는 보이지 않을 외모까지.


사람들은 그런 그를 보고 ‘주교’라고 부른다.


“무얼 하고 있었니?”


그가 자신을 향해 자상하게 묻는다.


그런 그의 모습이 무척이나 역겨웠다.


“되지도 않는 척은 그만하죠. 참기 힘드니까.”


그녀는 금색 눈동자를 치켜뜨며 그를 바라보았다.


“허허, 무슨 말을 하는 거니?”


하지만, 그런 그녀의 말에도 아무렇지 않은 척 허허롭게 웃는 주교였다.


“그만하라고 했을 텐데요.”


시아가 눈가를 모았다.


자신 앞에서도 저딴 짓거릴 하다니.


기도 차지 않는다.


“흠. 그래, 그만하도록 하지.”


방금까지만 해도 푸근한 인상이었던 주교가 가면을 벗듯이 싸늘한 눈으로 그녀와 눈을 마주쳤다.


박상철.


특이점이 일어나기 전, 그는 카톡릭의 주교로 한국 카톨릭에 있어서 지대한 영향력을 펼치던 사람이었다.


국내에서만큼은 교황보다도 더 많은 존경을 받았고.


티비 프로에도 종종 나왔기에, 일반인도 그의 이름과 얼굴을 알 정도였다.


그리고 그런 그와 그녀가 처음 만난 곳은 서울 근거지에 있는 수녀원에서 운영하던 보육원이었다.


“쯧, 어렸을 때는 참으로 착한 아이였는데. 이제 머리가 좀 컸다고 이렇게 대들다니. 무척이나 섭섭하구나.”


그렇게 말하였지만, 그의 표정에서 섭섭하다는 감정은 일절 느낄 수 없었다.


“시간이 흘렀고, 세상이 변했는데. 혼자 아무것도 변하지 않으면 그건 도태됐다는 뜻이겠죠. 그런 면에서 볼 때, 당신은 도태된 것도 같네요.”


그녀의 독설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도태라······. 그래, 그럴 수도 있지. 나는 도태되어 가는 중일 수도 있어. 그런데 말이야. 지금 상황을 보면 도태가 꼭 나쁜 것은 아니라고 보이지 않니?”


주교가 방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지금 네가 지내고 있는 방이며, 이곳을 이루고 있는 집이며, 내가 이끄는 신도들이며. 모두 내가 이뤄낸 것이지. 과연 이걸 도태되었다고 부를 수가 있을까?”


그리곤 다시 그녀의 눈을 마주했다.


“이건 도태가 아니라, ‘고전적인 것’이라고 불러야겠지. 오래되었다고 모든 것이 도태되는 것은 아니란다.”

“역겹군요. 마치 자신이 모든 걸 이뤘다는 듯한 말투도 그런 행동도 지금 당신의 모습도 모두. 말을 하려면 제대로 해야죠. 여기 있는 모든 것에서 ‘당신’이 한 것이라곤 하나도 없습니다. 모든 것이 ‘내가’ 이뤄낸 것이죠. 당신은 무능하고 도태된 늙은 인간에 불과할 뿐이죠. 명심하세요. 당신이란 인간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그녀의 몸에 광채가 드리웠다.


“아서라. 내가 말했잖느냐. ‘고전적인 것’이라고. 내가 너의 ‘인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라.”


그의 말에 광채가 서서히 꺼져갔다.


“그거참, 고전적인 방법이네요.”

“고전적이라는 말이야 바로, 최고 칭찬이지. 그만큼 후세에 남는다는 뜻이니.”

“뭐,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근데, 그걸 아시려나.”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앞에 섰다.


“공주를 인질로 잡은 악당은 결국에 용사에게 죽는답니다. 당신이 말하는 고전적인 결말이죠.”


그렇게 말한 그녀가 싱긋 웃으며 그를 스쳐 지나가 문을 열었다.


“그럼, 이제 나가주실까요? 주교님.”


그녀의 웃음에 주교가 인상을 찌푸렸다.


지금까지 이렇게까지 자신에게 독설한 적도 없을뿐더러.


18년 전부터 자신에게 웃음을 보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거짓 웃음이라 할지라도 웃음을 보이다니?


괜한 불안감이 목을 옮아 맸다.


해서, 그는 방을 나서며 마지막 말을 내뱉었다.


그래야만 마음이 편안해질 것만 같았기에.


“‘그들’을 보고 싶다면, 제 말씀을 들어야 합니다. 신이시여.”


문이 닫히는 틈 사이로 말을 한 그는, 틈 사이로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두 눈이 진동했다.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그녀는 약점이 잡힌 이가 보일 태도가 아니었으니.


탁.


문이 닫혔다.


.

.

.


방문을 닫은 류시아는 서둘러 소파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다시 TV를 틀었다.


허나, 아쉽게도 TV에는 임시원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런.”


그녀는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며 TV를 껐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그녀는 새어 나오는 웃음에 결국 손을 들어 입을 가렸다.


“아, 아. 역겨운 게 도움이 될 때도 있네.”


임시원을 보고 있던 와중에 방해를 받아서, 평소보다 말이 격해졌었다.


그런데, 쓰레기와 대화를 하던 중에 아주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공주를 구하는 용사라니. 아아···! 너무 좋아···!”


어떤 식으로 꾸미면 좋을까!


그녀는 첫사랑에 빠진 소녀와 같은 표정을 하며 달콤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 * *




이틀이 흘렀다.


시원과 백승철 그리고 스티브는 일본 도쿄에 있는 일본 재단 본부에 들어섰다.


그런 그들이 올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인지.


일본 본부장의 비서가 내려와 그들을 맞이했다.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비서는 백승철을 향해 허리를 90도로 꺾으며 인사를 했고.


그런 그의 모습에 백승철이 멋쩍은 듯한 표정으로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본부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안내하겠습니다.”


비서의 안내에 따라, 그들은 51층에 있는 본부장실로 향했다.


띵.


하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열렸다.


한층 전체를 집무실로 사용하는 것인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서 보이는 건, 넓은 방이었다.


방에는 도서관을 방불케 하는 수많은 책이 책장에 놓여있었다.


가지런히 정리된 책장으로 만들어진 통로를 지나자, 그 끝에는 다른 방문이 하나 있었다.


“본부장님. 한국 본부장님이 방문하셨습니다.”

“들어오세요.”


일본 본부장의 허락이 떨어지자, 비서는 조용히 문을 열고는 가볍게 목례를 했다.


그렇게 세 사람만 방으로 들어섰고.


“어서들 오게.”


방안은 어지럽게 널브러진 서류와 자료들이 세 사람을 맞이하고 있었다.


오오이즈미 미츠히로.


일본 본부장인 그는, 특수타격대 총대장 출신인 백승철과는 달리. 일본 재단의 총괄 연구실장 출신이었다.


“여전히 어지럽게 사는군. 자네는.”


그리 좁은 방은 아니었지만, 세 사람이 앉을 만한 자리도 없을 정도로 어지러운 방을 둘러보며 백승철이 그에게 핀잔을 주었다.


“아, 아. 미안하네. 잠깐만 기다려 주게나. 지금 몹시 중요한 걸 발견해서.”


미츠히로는 백승철의 말에도 그를 바라보지도 않으며 뭔갈 열심히 적어 내려가고 있었다.


그러길 30분.


그제서야 그는 후련하다는 얼굴을 하며 처음으로 얼굴을 들어 세 사람을 바라보았다.


“아, 이거 손님들을 앞에 두고 무례를 저질렀구만. 내 사과하지.”


그렇게 말한 미츠히로가 책상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어 번 두드렸다.


그러자, 바닥을 어지럽히고 있던 서류들이 저절로 차근차근 정리되기 시작했고.


구석에 박혀 있던 손님용 의자 세 개가 그들의 앞으로 다가왔다.


“자리하지.”


마츠히로가 안경을 올리며 말했다.


“자, 그래서 바쁜 이들이 이렇게 나를 찾아온 이유가 무엇일까?”


그에 스티브가 입을 열려고 할 때.


“아, 아. 잠깐 말하지 말아 주게. 내가 한 번 맞춰 볼 테니. 난 말이야. 이런 궁금증을 푸는 게 무척이나 즐겁거든.”


마츠히로가 제법 즐겁다는 듯이 콧노래를 부르며, 잠깐 눈을 감았다.


그러길 잠깐.


그는 눈을 뜨고는 퀴즈의 정답을 말하는 어린아이와 같은 천진한 모습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옳지. 그래. 자네들 날 죽이려고 왔구만.”


자신의 죽음을 말하는데 거리낌 없는 그의 모습을 보고, 백승철과 스티브가 미간을 좁혔다.


“흠, 이거 큰일이군. 아직 못다 한 연구가 많은데. 이걸 어쩌면 좋지.”


그리곤 뭔갈 골똘히 생각하더니.


“그래, 그게 좋겠어!”


라는 말을 하곤, 손가락을 한 번 튕겼다.


그와 동시에, 방안은 물론. 방 밖에 있는 서류들이 절로 움직이며 글자의 배치가 바뀌기 시작했다.


그에, 스티브가 자신의 특이력을 사용하려고 했지만, 옆에 있던 백승철이 그의 팔을 잡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하하! 고맙네. 죽긴 죽더라도. 그전에 내가 연구했던 자료들을 암호화를 해놔야 해서 말이지. 나쁜놈 손에 들어가다가는 큰일 날 수 있으니.”


암호화는 빠르게 끝이 났다.


“자, 이제 날 죽이게나. 할 일은 끝이 났으니.”


그는 기꺼이 죽음을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는 식으로 팔을 벌렸다.


“죽음이란 것도 상당히 궁금하단 말이야. 과연 사람이 죽으면 영혼으로 남을지, 아니면 그것으로 끝일지. 아! 그래. 혹시, 죽기 전에 ‘현자의 책’을 사용하면 안 될까? 내 무척이나 궁금한 게 많아서, 꼭 답을 얻고 싶은데. 그래도 안 되겠지? 참, 어제 선물로 받은 낫또가 있는데. 그건 승철이 자네가 들고 가게나. 자네도 썩 좋아할 거야.”


죽음을 앞둔 사람이라곤 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 많은 그의 모습에.


스티브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그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한참을 이야기를 계속하던 마츠히로가 드디어 말을 끝맺었다.


그리고는 그는 안경을 벗으며 옷으로 알을 닦으며 다시 썼다.


“그래서, 내 마지막 유언은.”


아직이었다.


“됐네. 그만하게.”


유언으로 한참을 말할 것만 같았던, 그의 말을 백승철이 잘랐다.


“장난은 그쯤하고. 진실을 말해라. 마츠히로.”


그런 그는 품에서 담배를 꺼내곤 입에 물었다.


“아니, 광명회주라고 해야 하나.”


백승철의 말에 계속해서 말을 떠벌리던 마츠히로가 양쪽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아, 아. 정말. 어쩜 이렇게 여자의 마음을 모를까. 눈치챘어도 어련히 알아서 잘 넘어갈 줄도 알고 해야지 아내한테도 이쁨받을 텐데.”

“이쁨은 내가 알아서 받을 테니 걱정 말고. 네 목적이나 말해라. 네가 아무런 생각도 없이 이러진 않았을 테니.”


백승철의 말에 마츠히로를 지배하고 있던 류시아가 안경을 벗었다.


“한 가지 말해주자면, 마츠히로 녀석은 안경을 벗지 않아.”

“아, 그건 나도 아는데. 안경은 익숙하지가 않아서 말이에요.”


그러곤 다시 안경을 벗고는 고쳐 쓴 류시아가 세 사람을 바라보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하고 거래하지 않을래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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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19화. 이면 +1 21.08.13 153 1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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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7화. 비밀 연구소 (3) 21.08.11 173 15 14쪽
17 16화. 비밀 연구소 (2) 21.08.10 189 14 14쪽
16 15화. 비밀 연구소 (1) 21.08.09 213 20 13쪽
15 14화. 대장 21.08.08 234 21 16쪽
14 13화. 거래 +2 21.08.07 253 21 12쪽
» 12화. 변절자(2) 21.08.06 264 19 12쪽
12 11화. 변절자 (1) +1 21.08.05 286 23 14쪽
11 10화. 악몽이 머무는 절 (4) 21.08.04 289 23 12쪽
10 9화. 악몽이 머무는 절 (3) +1 21.08.03 289 21 14쪽
9 8화. 악몽이 머무는 절(2) +1 21.08.02 306 16 16쪽
8 7화. 악몽이 머무는 절(1) +1 21.08.01 340 22 15쪽
7 6화. 임무(4) 21.07.31 339 19 14쪽
6 5화. 임무(3) +2 21.07.30 358 21 17쪽
5 4화. 임무(2) 21.07.30 388 2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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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2화. TDM 재단(2) 21.07.29 574 60 13쪽
2 1화. TDM 재단(1) +1 21.07.29 692 66 12쪽
1 0화. 소개팅 21.07.29 767 69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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