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꿀쨍이

재단의 특수요원은 귀환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꿀쨍이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7.29 21:32
최근연재일 :
2021.08.16 00:58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7,012
추천수 :
548
글자수 :
129,543

작성
21.08.13 00:18
조회
153
추천
12
글자
11쪽

19화. 이면

DUMMY

19화.




은은하게 빛나던 광채는 사방으로 비산하는 그림자를 저지했다.


“어딜 도망치려고. 니가 도망치면 내가 혼난다니까?”


시원의 등에서 빛으로 이뤄진 날개 한 쌍이 하늘거리고 있었다.


팀장들은 자신들의 지척까지 다가온 검은 것을 보고는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만약에 시원이 조금만 늦었다면, 자신들은 그대로 먹혔을 테니까.


시원이 얼굴만 남은 그림자에게 다가갔다.


“진짜 손 많이 가는 새끼네. 요거.”


「네 놈. 정체가 뭐냐.」


“정체는 새끼야. 니가 밝혀야 하는 거고.”


「헛소리 마라. 네가 사용하고 있는 그 ‘빛’은 ‘신의 대리자’가 가지고 있는 힘이 아니냐!」


“호오. 뭔지 알고 있나 봐?”


「그렇다. 모를 수가 없는 노릇이지.」


“그래? 똑똑하네. 그럼 잘 가.”


뭔가 할 말이 많은 듯한 그림자였지만, 시원은 귀찮다는 표정으로 주먹을 들어 올렸다.


「잠깐. 기다려라.」


“또, 왜?”


「너는 궁금하지 않은 것이냐? 내가 이걸 어떻게 알고 있고. 또, 너의 힘이 어떤 것인지?」


“안 궁금한데?”


「어째서?」


“넌 내가 쓰는 힘을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하냐?”


「그건 이곳에서 사는 인간이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새꺄. 네 말에 모순이 있잖냐. 이곳에 사는 인간이 알 수 없는 건데. 그럼 어떻게 내가 사용하겠냐?”


「네 말은 틀렸다. 이곳의 인간들은 소위 특이력이라고 불리는 능력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


“뭐, 그건 틀린 말은 아니다만.”


녀석의 말대로 에스퍼들은 자신들이 어떻게 능력을 사용하게 되었는지 알지 못한다.


그리고 굳이 알아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세상이 변한 날부터 지금까지, 인류는 단 한 번도 평화를 맞이한 적이 없었다.


특별한 능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된 에스퍼들은 당연히 최전방에서 전투를 치러야 했고.


당장 생존을 위협당하는 와중에 그러한 것들을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물론, 과학자들과 연구원들은 그런 현상을 밝혀내기 위해서 노력했지만.


지금도 정확히 알아낼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결과를 내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근데, 완벽하게 밝혀내지 못했다고 해도, 완전히 모르는 것도 아니란 말이지.”


그리 말한 시원이 얼굴만 남은 그림자를 바라보았다.


“여튼,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그래서, 시간을 끌었으면 뭘 보여줘야 할 거 아냐?”


아까 분사되었던 검은 것들이 놈의 근처로 모여들었다.


금세 사람의 형체를 완벽히 회복한 그림자가 시원과 눈을 마주했다.


“뭐야? 듣기로는 자신이 못 이길 거 같으면, 어떻게든 도망치려고 한다고 하던데.”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미 막혔는데 어찌할까.」


“에게? 그게 끝이야? 펑하고 터진 게?”


「그렇다. 비록 상태가 최악을 달리고 있지만, 비루한 변명일 뿐이다. 지금 상황으로 볼 때, 너에게 벗어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없다.」


“그래도 주제를 아는 건 마음에 드네.”


「하지만, 나는 이렇게 끝나고 싶은 마음도 없다.」


“안타깝지만, 그건 네가 결정하는 게 아니야. 내가 결정하는 거지.”


「충분히 이해한다. 강자로서 약자의 처결권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이해가 빨라서 좋네. 그럼.”


시원의 주먹에 더욱 환한 빛이 맺힌다.


「기다려라.」


“추잡게 왜 이래? 빨리 해결하자고.”


시원은 녀석을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녀석이 재단에 피해가 되거나, 민간인들에게 피해가 되기에 그런 것은 아니다.


어차피, 남이 죽든 말든 자신이 알 바 아니었다.


그런 시원이 녀석을 처리하려는 이유는 한 가지였다.


녀석이 류시아를 노리고 있으니까.


그녀가 알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듣기 전까지는 아직 살려놔야 했으니.


“솔직히 네가 제법 쓸만한 녀석 같기는 한데. 아쉽게 됐다.”


「쓸만하다라. 그래, 그렇다면 이렇게 하지. 나를 거둬라.」


“호오.”


그림자의 말에 시원이 눈을 추어올렸다.


「나는 네 말대로 그림자다. 그리고, 이곳 인간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래, ‘도플갱어’라고 부르면 되겠군. 나는 먹은 것들의 지식과 기억 그리고 능력까지 사용할 수 있다. 날 거두기에는 충분하지 않나?」


“이야, 자기 PR이 확실하네. 그래도 안 돼.”


「어째서지?」


“너의 목적과 나의 목적이 상충하니까.”


「설명을 부탁하지.」


“아까 네가 광명회가 목적이라며? 내가 거기에 좀 관심이 많거든.”


「그런가. 그렇다면 내가 포기하도록 하지.」


“이야, 포기가 너무 빠른 거 아냐?”


「살아남는 것이 더욱 중요하니까.」


“그건 맞지. 그래도 문제가 남았지. 널 믿을 수가 없다는 거. 네가 여길 나가서 어떤 짓을 할 줄 알고?”


「충분히 납득 할 수 있는 문제다. 그렇다면 이걸 주도록 하지.」


그림자가 배에 손을 넣더니, 검은 구슬을 시원에게 건네주었다.


「소위 말하는 ‘핵’이라는 것이다. 그걸 깨뜨리면 나는.」


“죽나?”


「그렇지 않다. 지금까지 모은 모든 능력과 힘을 잃어버린다. 인간으로 치면 ‘뇌’라고 보면 될 터.」


흐음.


시원은 자신의 손에 들린 구슬을 보고는 잠깐 고민하더니, 그냥 품에 넣었다.


“좋아, 뭐. 거두도록 하지. 하지만, 그전에 좀 맞자.”


「뭐? 어째서?」


“말투가 좆 같거든.”




* * *




일주일이 흐른 후, 한국 재단의 본부장실.


백승철이 골치 아프단 표정을 하곤, 한 손으로 머릴 짚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 그림자. 아니, 도플갱어를 네 밑으로 넣고 싶다고?”

“아뇨. 넣었다고요.”


여유로운 얼굴을 하며, 테이블에 준비된 간신을 집어 먹는 시원의 행태에 백승철이 왼손에 든 종이를 구겼다.


“이 자식이!”


그렇게, 결국 참지 못한 백승철이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시원을 향해 삿대질했고.


「그만하도록. 나의 주인이다.」


그림자. 아니, 이제는 도플이라는 이름이 생긴 도플갱어가 백승철의 앞을 가렸다.


「주인님. 앞에 있는 인간을 먹어 치워도 되겠습니까. 명령만 내리시면 즉시 이행하겠습니다.」


도플의 말에 시원이 간식을 든 손을 멈추더니.


그거 괜찮은데?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냐, 그냥 내버려 둬. 귀찮아질 거 같으니까.”


「예, 주인님.」


순간 혹했지만, 순순히 당할 백승철도 아닐뿐더러.


결국에는 자신이 더욱 귀찮아질 것이란 게 뻔했다.


“후우.”


이제는 화내는 것도 지쳤는지, 백승철이 힘없이 자리에 앉았다.


“그래서, 이 녀석을 데리고 온 목적이 무어냐.”


남들이 볼 때는 생각 없어 보이는 시원이었지만, 백승철은 알고 있었다.


시원은 의외로 무척이나 깊게 생각한다는 것을.


그 예로, 그는 한국에 존재하는 TDM들의 특징을 대부분 외우고 있으며.


어떤 임무를 하더라도, 절대 생각 없이 움직이지 않는다.


다만, 그 생각이 정상인의 범주가 아니라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다 만은.


이번에도 그렇다.


녀석은 지하에 저 그림자가 존재함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팀장들에게 아무런 언질도 해주지 않았고.


결국에는 흑랑 팀장을 잃었다.


그러나, 녀석은 흑랑 팀장을 잃었다는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그를 미끼로 더 좋은 놈을 구했다고 생각할 테지.


녀석에게 있어서 인간의 존엄성이란 무가치한 것이니.


보라.


저 당당한 모습을.


“응? 이유? 음······. 살려달라고 해서?”


「주인님의 아량에 감읍할 따름입니다.」


“음음.”


도플의 충언 어린 말에 시원이 만족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고.


그런 둘의 모습에 백승철은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만 같았다.


“하, 그래. 그래서 날 찾아온 이유가 무어냐?”


백승철의 힘 없는 물음에 시원이 이제야 생각났다는 듯이 손가락을 한 번 튕겼다.


“아, 맞다. 내가 아저씨가 아주 좋아할 만한 정보를 들고 왔지요.”

“정보?”

“응, 정보.”


시원이 곁에 서 있던 도플을 바라보았고.


그에, 도플이 한 발 앞으로 나오더니. 백승철을 오시하며 입을 열었다.


「주인님께 이미 드린 말씀이다만, 내가 친히 너에게도 알려주도록 하겠다.」


“아니, 그전에 저거 원래 저러냐?”


도저히 적응이 안 되는 도플의 행동에 백승철이 태클을 걸었고.


「나는 주인님의 충실한 종. 다른 인간의 말은 듣지 않는다.」


“...그래, 어디 한번 말해봐라.”


일단은 녀석의 말을 듣기로 한 백승철이었다.


.

.

.


세상이 특이점을 맞이한 지 18년이 흘렀다.


그동안 수많은 과학자와 연구원들은 어째서 지금과 같은 상황이 발생한 것인지에 대해서 수없이 많은 연구를 진행했고.


또, 수없이 많은 가설을 쏟아냈다.


그렇게 판타지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가설들이 학자들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리고, 걔 중에서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가설이 바로.


‘이면세계(裏面世界)’ 가설이다.


이제는 가설이라기보다는 정설처럼 받아들여지는 중인 이면세계 설은 이렇다.


과거, 세계는 양분되어 있었다.


한쪽은 다들 말하는 평범했던 세계.


그리고 다른 한쪽은 특이능력이 존재하는 세계.


어떤 이유에서 인지, 양분화되었던 세계는 다시금 합쳐지기 시작하는 중이란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듣는다면 어디 삼류 판타지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설정이지만.


학자들이 이면세계 설을 주장하는 근거가 있었다.


근거는 바로 TDM들이었다.


거의 대부분의 TDM은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를 적대한다.


적의를 가지고 살해하진 않더라도, 명백히 경계하며 다가오는 것을 막아선다.


하지만, 대부분이라고 한 이유는 그렇지 않은 TDM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적의가 아닌, 오히려 호의를 가지고 있는 TDM이 매우 적지만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한국 재단 본부에 있는 청룡의 경우와 같이 말이다.


해서, 학자들은 인간에게 호의를 가지고 있는 TDM들에게 여러 질문을 던졌다.


가령, 당신들은 어디에서 왔는지. 와 같은 것.


그리고 그 질문을 들은 TDM들은 모두 같은 대답을 들려주었다.


「우리는 지구에서 태어났고. 지구에서 자라왔다.」


「우리가 살던 곳에도 인간은 존재했다. 하지만, 그들은 스스로 멸망을 자처했다.」


「그들이 무슨 이유로 멸망했는지는 확실치 않다.」


「아니, 정확히는 기억이 없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나는 ‘이곳’에 오는 것과 함께 기억의 대부분이 소실되었다.」


「하지만, 소실된 기억 속에도 남아있는 기억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강렬한 기억이라는 뜻이리라 생각한다.」


「그런 기억 중에서도 가장 강렬히 남은 기억은 바로 너희들이 ‘신의 대리자’라고 부른 TDM이다.」


「왜냐면, 우리도 그것을 ‘신의 대리자’라고 불렀기 때문이다.」


「그리고, 너희의 특이점이 시작되었던 날, 우리의 세상은 멸망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재단의 특수요원은 귀환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2 21화. 광명회 21.08.16 131 11 12쪽
21 20화. 지부 +1 21.08.14 152 11 12쪽
» 19화. 이면 +1 21.08.13 154 12 11쪽
19 18화. 비밀 연구소 (4) 21.08.12 163 13 13쪽
18 17화. 비밀 연구소 (3) 21.08.11 174 15 14쪽
17 16화. 비밀 연구소 (2) 21.08.10 189 14 14쪽
16 15화. 비밀 연구소 (1) 21.08.09 213 20 13쪽
15 14화. 대장 21.08.08 235 21 16쪽
14 13화. 거래 +2 21.08.07 253 21 12쪽
13 12화. 변절자(2) 21.08.06 264 19 12쪽
12 11화. 변절자 (1) +1 21.08.05 286 23 14쪽
11 10화. 악몽이 머무는 절 (4) 21.08.04 289 23 12쪽
10 9화. 악몽이 머무는 절 (3) +1 21.08.03 290 21 14쪽
9 8화. 악몽이 머무는 절(2) +1 21.08.02 306 16 16쪽
8 7화. 악몽이 머무는 절(1) +1 21.08.01 340 22 15쪽
7 6화. 임무(4) 21.07.31 339 19 14쪽
6 5화. 임무(3) +2 21.07.30 358 21 17쪽
5 4화. 임무(2) 21.07.30 388 20 14쪽
4 3화. 임무(1) +1 21.07.30 454 31 13쪽
3 2화. TDM 재단(2) 21.07.29 574 60 13쪽
2 1화. TDM 재단(1) +1 21.07.29 693 66 12쪽
1 0화. 소개팅 21.07.29 768 69 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