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화. 소개팅
0화.
“저기 그러니까, 직장이 어디라고요?”
2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여인이 앞에 있는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성을 향해 물었다.
“으음, 공무직을 하고 있습니다.”
“네, 그러니까. 그 공무직이 어떤 공무직인지 묻는 거잖아요? 공무직에도 여러 직종이 있으니까요.”
그녀의 물음에 사내, 임시원은 저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이번 소개팅도 이렇게 끝나는구나.
앞에 있는 그녀의 질문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이 공무직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도 거짓말은 아니다.
다만.
“...재단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재단이요?”
자신이 일하고 있는 곳이 일반적인 공무직과는 상당히 동떨어진 업무를 하고 있다는 게 문제이지.
“설마, TDM 재단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재단이라는 말에 앞에 있는 그녀가 눈을 크게 뜬다.
당연하다.
재단에서 일하는 이들은 소위 말하는 엘리트 중 엘리트이다.
그건 한국에서만이 아닌.
전 세계적인 엘리트들만이 들어갈 수 있는 엄청난 곳이었으니까.
돈이며 명예며 크게는 권력까지 가질 수 있는 곳.
그곳이 바로 TDM 재단이었다.
자신의 입에서 재단이라는 말이 나오는 동시에, 그녀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확실히 재단이라는 드높은 이름이 자신을 달리 보게 하는 듯했다.
하지만.
조금 있으면 그녀의 표정이 지금과는 180도 바뀔 것이란 것에 전 재산을 걸 수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람들은 재단에서 일한다고 말하면, 대부분이 연구직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재단에서 일하는 이들은 당연히 연구원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아니.
오히려 연구원들은 재단 전체의 인원에 비교하면 소수에 불과했다.
그리고, 자신은 당연하게도 연구원이 아니다.
물론, 잡부도 아니긴 하다만.
“그럼, 혹시.”
우우웅- 우우웅-
그녀가 말을 하려고 할 때, 시원의 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아, 죄송합니다.”
그에 시원은 서둘러 전화를 거절했다.
하지만.
우우웅- 우우웅-
다시 걸려오는 전화.
“저는 괜찮으니, 전화 받으세요. 계속 연락 오는 거 보니, 급한 전화 같은데.”
처음 인사를 할 때와는 전혀 다른 목소리에 시원은 작게 쓴웃음을 지었다.
“그럼, 잠깐만 실례하겠습니다.”
그녀에게 양해를 구한 시원이 폰을 들어 스크린에 떠오른 이름을 확인하고는 전화를 받았다.
“나 오늘 비번인 거 알면서···!”
그는 전화를 건 상대에게 약간 짜증이 섞인 말로 인사말을 대신했다.
평소에도 퍽 하면 장난식으로 전화하는 녀석이기에 큰 문제가 있으리라 생각하지는 않았으니까.
하지만.
-팀장님! 큰일입니다! 184번이 지금 연구소를 탈출했습니다!
스피커 너머로 들려오는 부하의 말에 시원의 표정이 굳어졌다.
“184번이면 ‘눈노루’ 아냐! 씨발. 좆됐네.”
TDM - KR - 184
통칭 - 눈노루
형체 - 생물형
위험등급 - 옐로우
파워등급 - B급
특이성 - 결빙
그는 재빨리 눈노루에 대한 정보를 떠올리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그의 모습에 그녀가 의문 어린 얼굴을 하였고.
“시원 씨?”
“정아 씨. 죄송합니다. 급하게 일이 터지는 바람에. 그리고 저는 연구원이 아니라, 타격대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부디 좋은 사람 만나길 바랍니다. 그럼.”
소개팅 상대에게 인사를 한 시원이 서둘러 밖으로 나왔다.
소개팅 중에 이렇게 나오는 게 매너가 없는 행동이라는 건 알지만.
긴급 상황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다.
개같은.
21번째 소개팅은 그렇게 끝이라고 생각하며, 시원이 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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