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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차 독식 연금술사

웹소설 > 작가연재 > 게임, 현대판타지

라이온
작품등록일 :
2019.08.11 22:06
최근연재일 :
2019.09.28 13:05
연재수 :
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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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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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2,098

작성
19.09.23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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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글자
13쪽

12, [테스트]

DUMMY

"그러면, 잘 해보게! 기대하고 있겠네!"


그 말을 남긴 크리스는 문을 닫고서, 밖으로 나갔다. 그것도 아주 들뜬 표정으로.


'음.'


아무래도 호감도를 보장받는다는 것은, 높은 기대치를 받는다는 부작용도 함께 포함되어 있는 기능인 것 같았다. 언제 실력을 봤다고 기대한다는 말을 꺼낸단 말인가.

한유한은 피식 웃으며 뒤돌아 놓인 재료들을 바라보았다. 튜토리얼 시련 때 이상으로 많은 연성 재료들이 눈 앞에 놓여 있었다.


'재료가 많은 만큼 함정 재료도 이래저래 숨어있긴 한데, 일단 많긴 진짜 많네.'


어디부터 손을 봐야할까. 한유한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먼저, 크리스가 말한 '그럴듯한 연성품'이라는 것은 수식언이 붙어있는 연성품을 말했다. 사실상, 노력을 조금만 한다면 누구라도 달성할 수 있는 조건인 셈이다. 여기까지 와서 연금술사가 되지 못하는 유저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마스터 알케미스트가 되기 위한 조건은 일반 연금술사가 되는 조건과는 거리가 한참이나 멀었다.


'이 많은 걸 전부 활용해야 한다는 건데.'


전생에서 한유한, 그가 김서준에게 들었던 마스터 알케미스트의 조건은 황당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으니까.

그건 바로, 여기에 있는 모든 재료와 레시피를 활용하여 갖가지 아이템을 제작해보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것도 모자라서 추가 재료를 요청하기까지 해야한다는 것.

김서준이 말했던 내용은 이게 전부였다.


'거짓말을 말하는 기색은 아니었어. 원한다면 플레이 데이터를 뒤져오겠다고 하기도 했고.'


황당하고, 단순해보이기도 하지만, 생각해보면 정말 어이없는 조건이 아닐 수가 없었다.

여기 있는 재료만 해도 최소 수 십에서 수 백가지처럼 보이는데. 이걸 어느 세월에 전부 사용해서 아이템을 하나하나 제작하고 있는단 말인가. 제작 시간만 최소 몇 시간이 걸릴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거기에 추가 재료까지 포함한다면 그 시간은 더 늘어나리라.

전생의 한유한이 굳이 영상을 보여주겠다는 김서준에게 손을 내저은 이유도, 데이터 길이가 수십 시간을 넘어갔기 때문이었다.


'참, 지금 생각해도 보통 놈은 아니라니까.'


조건을 알고 있는 상황임에도 도저히 맨 정신으로는 할 수가 없는 일. 대체 이걸 김서준은 어떻게 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한유한은 김서준과 나누었던 대화의 일부를 어렴풋이 떠올렸다.


[ 야, 너는 무슨 재료를 수십 시간씩 붙들고 있었냐? ]

[ 제가 연성을 잘 못하는 것 같아서, 숙련도나 좀 쌓고 나가려고 그랬죠. 그냥 오기가 생겨서 하나하나 다 하다보니 며칠이 지나가더라고요. ]

[ 시험장에서는 숙련도 안 쌓이잖아. ]

[ 메시지를 훅훅 넘기는 스타일이라, 숙련도가 안 쌓인다는 메시지를 놓쳤거든요. 그래서 전 그냥 하다보면 오르는 줄 알았죠. ]

[ 대단하긴 대단하네, 여러 의미로. ]


아직 서로 간의 사이가 좋았던 시절의 추억이다. 형, 동생하며 길드 내부에서 웃고 울던 기억이 스쳐 지나간다.

그 때는 평생 갈 우정인 줄 알았지만. 지금 생각하면 참 우습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한유한은 애써 기억을 가라앉힌 채 가장 가까이에 있는 재료 하나를 집어들었다.

안 좋은 기억을 잊는 데엔 머리를 비우는 노가다 만한 작업이 또 없었다.


[ 시험장 내에서는 작업 능률이 상승함과 동시에 체력 소모가 저하됩니다. ]

[ 일시적으로 연금술사의 스킬, 연성 (포션, 도구, 기타)이 개방됩니다. ]

[ 당신이 연금술사임을 증명해 줄 아이템을 자유로이 제작하십시오. ]

[ * 주의, 시험장에서는 연성 숙련도가 쌓이지 않습니다! ]


재료를 집어든 그에게 알아두어야 할 사항들이 메시지로 떠오른다. 김서준과 다르게, 한유한은 메시지를 모두 꼼꼼히 읽었다. 그런다고 해서 딱히 유용한 정보를 알아냈다거나 한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시작해볼까."


숙련도도 오르지 않고, 시간만 무척이나 잡아먹는 희대의 개노가다가 시작되었다. 한유한은 우선적으로 손도 풀겸 가까이 놓인 레시피들부터 제작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전부 사용해야 한다면, 가까이에 있는 것들부터 분류하는 것이 쉬울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팔을 걷어붙인 한유한은 재료를 단지 속으로 집어넣었다.

몬스터의 부산물, 약초, 광석, 그 외의 잡다한 재료들을 모두 가리지 않았다. 한유한의 주도 하에 재료들은 하나씩 차근차근 연성품으로 변해갔다.


[ (고성능의) (재사용이 빠른) 최하급 마나 포션이 완성되었습니다! ]

[ (고성능의) (흡수가 빠른) (맛이 좋은) 최하급 힐링 포션이 완성되었습니다! ]

[ (청량한) (냉기가 도는) 최하급 화염 저항 포션이 완성되었습니다! ]

[ (가벼운) 최하급 냉기 저항 포션이 완성되었습니다! ]

[ (고성능의) 최하급 민첩 포션이 완성되었습니다! ]


정말, 재료가 많긴 더럽게 많았다. 포션을 연달아 만들었음에도 남아있는 레시피와 재료가 수두룩했으니까.

한유한은 시험장 안에 있는 레시피들과 기억 속에 남아있는 몇몇 연성품의 레시피를 대조해가며 열심히 단지를 젓고 있었다. 손이 얼얼할 정도로.


'역시 쉽지는 않네.'


모든 연성품에 수식언을 한 개 이상 붙이기는 했지만, 속도를 신경쓰며 빠르게 연성을 하다보니 조금 제작 난이도가 있거나 다소 낯선 연성품은 두 개 이상의 수식언을 붙이기가 상당히 어려웠다.

비율과 시간이 꽤 어긋나면 맞는 재료를 넣었더라도 수식언이 붙지 않는 경우가 있어서 그런 것도 있었고. 전생에서 제작법을 찾아보지 않았던 포션의 경우에는 기본 레시피에 추가 재료를 추측해서 넣어야만 했기에 수식언이 잘 붙지 않은 것도 있었다.

그간 너무 대단한 행보만을 보여왔기에 다소 초라해보이는 감이 있기는 하였으나.

사실, 일반적인 연금술사에게 한유한이 했던 연성보다 나은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냐고 묻는다면 백이면 백 자신이 없다고 답하리라.

이만한 연성을 해내는 것조차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한유한은 흘러내리는 땀을 닦고서 계속 연성을 이어갔다.


[ 연성에 실패했습니다. ]

[ (오래가는) (더 밝은) 최하급 발광석이 완성되었습니다! ]

[ (가벼운) 최하급 보온석이 완성되었습니다! ]


수 없이 많은 연성을 진행하다보니, 가끔은 실패한 연성도 나오기는 했지만. 한유한은 그럴 때마다 침착히 다시 시도하여 정상적인 연성품을 만들어냈다.

다른 연금술사들이 자신의 실수를 수정하기 위하여 적개는 수 차례, 많게는 십 수번씩 재시도를 하는 것을 고려하면 가히 천재적인 재능이라고 할 수 있었다.

선천적인 재능, 오랜 게임 경험, 복수를 품은 독기, 미친듯한 집중력이 합쳐져서 이루어낸 결과.

한유한은 신들린 속도로 아이템을 제작해나갔다.


[ 세피로트를 휴식없이 장시간 플레이 하셨습니다. ]

[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다시 접속 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

[ 경고가 누적될 시엔 접속을 강제종료 하게 됩니다. ]


그의 눈 앞에 경고 메시지가 뜨기 전까지는.


'오늘은 여기까지만 해둘까.'


정신없이 집중하다보니, 시간이 어느새 꽤나 흐른 모양이었다. 하긴 게임에 접속해서 많은 것들을 처리하긴 했었지. 한유한은 경고 메시지를 보고서 나머지 아이템 연성은 내일 계속하기로 결정했다.


"접속 종료."


[ 접속을 종료합니다. ]


경고가 뜬 이후에도 한동안은 플레이를 이어갈 수 있었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무리할 필요가 없었던 탓이다.

어차피 전직이 하루 이틀로 끝날 일이 아니라는 건 예상했던 바였기에 며칠에 걸쳐 차근차근 해나갈 생각이었다.

캡슐에서 몸을 일으킨 한유한.

연금술사가 되기 위한 그의 여정은 갓 시작되었을 뿐이었다.


*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사흘이 지나고.

시간은 정말 쏜살같이 흘렀다. 그동안 한유한은 잠을 자고, 밥을 먹고, 편집을 하고, 세피로트를 했다. 그리고 세피로트 내에서는 당연히도, 남은 재료의 연성을 꾸준히 이어갔다.


'얼마나 시달렸으면 꿈에서도 연성을 하는 꿈을 꾼다니까.'


이게 기계인지, 사람인지, 분간이 안가는 삶. 히든 클래스를 얻는 과정이란 참으로 험난했다.

한숨을 푹 쉰 한유한은 잡생각을 하면서도 각종 재료를 연성하고 있었다.

그간 반복해서 노가다를 하다보니, 확실히 연성을 하는 속도나 실력 자체는 크게 늘었다. 연성을 하면서 딴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증거였다.


[ (민첩한) 춤추는 나뭇잎 인형이 완성되었습니다! ]


'그래도 여기 있는 건 거의 다 해가네.'


메시지가 떠오른다. 또 하나의 연성품이 완성되었다.

사실상 사용하는 유저가 없다시피 한 쓸모없는 아이템. 이곳에서 제작한 아이템의 과반수 이상은 전부 이런 아이템들이었다.

아마 전문 연금술사들조차 이러한 아이템이 있었는지 고개를 갸우뚱 거릴 만한 물건들.

이렇게 쓸모없는 아이템들에 쓰이는 재료들조차 꽉꽉 채워져있던 탓에, 시험장에 놓인 재료들이 그토록 많았던 것이었다.


'이것만 쓰면 되는건가.'


물론, 이 지루한 노가다도 한참을 진행하다보니 끝이 보여갔다.

한유한이 사용하지 않은 재료는 채 몇 개에 불과했다. 남은 레시피도 단 두 개.


"드디어!"


이제는 눈을 감고도 연성을 해낼 수 있는 수준에 다달은 한유한에게 있어서 레시피 두 개를 끝내는 것쯤은 우스웠다. 크나큰 함성과 함께 방 안에 있는 모든 재료를 소진시켰음에 환호한다.

이제, 연금술사 NPC에게 추가적인 재료는 없느냐고 물어보고. NPC가 추가로 가져다주는 재료만을 소진시키면 끝이다.

잠깐만 쉬었다가 나가보아야겠다고 생각하던 무렵.

콰앙-!


"그래. 드디어라니, 자네가 드디어 해낸게로군! 나는 믿고 있었네. 비록 재능은 없을지라도, 이렇게 끈기있는 인재라면 받아주지 않을 수 없지!"


문을 쾅, 소리 나도록 열고서 크리스가 들어왔다. 설마, 드디어라고 외친 소리를 듣고 들어온 건가. 크리스의 눈 밑에는 다크서클이 가득했으나 그는 가득 상기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혹시 시험이 끝날 때까지 쭉 기다리고 있던 건 아니겠지? 의심이 들던 찰나.


"자, 그래서 자네가 만든 연성품은 어떤··· 응? 왜 테이블이 연성품으로 가득 차 있는거지?"

"여기있는 전부, 다 제가 제작했습니다."

"···맙소사.


난입해서 테이블을 둘러보던 크리스가 넋을 놓았다.

시험을 위해서 넣어두었던 각종 재료와 레시피가 전부 연성되어 있는 모습이 그의 앞에 펼쳐져 있었으니까.

당황할 수 밖에 없으리라.

순간, 정적이 흐르더니.


"다른 재료는 더 없습니까?"


김서준에게 배웠던 대로, 한유한은 히든 클래스를 얻어내기 위한 대사를 내뱉었다.

이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가만히 있다간 상황이 어찌 흘러갈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른 재료? 다른 재료야 물론 있네만, 이건. 그냥 더 이상 볼 필요도 없군."

"더 볼 필요도 없다 하심은?"

"자네같은 인재에게 테스트를 계속 진행하는 것이 무의미하단 말일세. 어서 따라오게."


그런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재료를 달라고 말하자, 크리스는 그럴 필요 없다며 한유한을 어딘가로 인도했다.


'이게 맞나?'


일단 따라오라니까 가긴 가는데. 김서준이 말한 반응과는 차이가 있다보니 이 진행이 맞는지 확신할 수가 없었다.

세피로트는 같은 퀘스트라도 진행에 따라서 다른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잦았고, 아니면 아예 실패 처리하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다.

과연, 이건 전자일까 후자일까. 만약 후자라면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칠 생각이었다.

크리스는 한유한을 묵묵히 최상층으로 이끌었다.

생긴 것이 집무실 겸 자료 보관실처럼 보이는 장소였다.

외부인이 함부로 들어올 수 없게 각종 보안 장치가 만들어져 있는 곳.

여러 개의 방문 중에서 하나를 연 크리스가 한유한을 안으로 데려간다.

마치 창고처럼 보이는 방.

그 안에서 진지한 표정으로, 크리스가 한유한에게 물었다.


"자네. 연금술사가 되고 싶어서 찾아왔다고 했지."

"그렇습니다."

"그러면, 마스터 알케미스트의 존재를 알고 있나?"


마스터 알케미스트에 관한 질문이다.

명백히, 히든 클래스를 얻는 조건을 달성했다는 뜻.

나이스.

한유한의 입가는 저도 모르게 올라가고 있었다.

며칠 간의 개고생을 보답받는 순간이었다.


작가의말

1) 이게 원래 화요일에 올라가야 할 분량이어야 했는데... 그랬는데... 이제 전 망했습니다! 하루종일 키보드만 붙들고 있어야겠어요!

2) 내일도 오후 1시 5분. 아시죠!? 찾아와주시리라 믿습니다!

3) [게임][회귀][연금술][독식][사이다]에서 ‘2회차 독식 연금술사라는 제목으로 제목을 변경했습니ㄷ

악 작가의 말을 마무리 짓던 도중에 심장마비가... 독자 여러분께서 선작 재밌어요 알림설정을 눌러주시면 제 심장이 다시 뛸 것 같은데...................... 시간이 없습니다 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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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6, [던전 클리어] +7 19.09.27 1,923 65 15쪽
16 15, [파죽지세] +10 19.09.26 2,230 73 13쪽
15 14, [혜택] +7 19.09.25 2,456 71 15쪽
14 13, [전직] +20 19.09.24 2,651 82 15쪽
» 12, [테스트] +6 19.09.23 2,694 69 13쪽
12 11, [시험장] +6 19.09.23 2,816 63 13쪽
11 10, [첫 사냥] +10 19.09.22 2,960 65 13쪽
10 9, [생태계 교란종] +10 19.09.22 3,032 65 13쪽
9 8, [썩 괜찮은 영상] +11 19.09.21 3,145 71 14쪽
8 7, [성장의 밑거름] +8 19.09.21 3,191 77 17쪽
7 6, [경악했다] +8 19.09.20 3,262 78 12쪽
6 5, [연성] +4 19.09.20 3,286 68 13쪽
5 4, [검증하기 위한 시간] +9 19.09.19 3,461 63 16쪽
4 3, [순수한 인정] +6 19.09.19 3,626 71 13쪽
3 2, [0.00001%] +9 19.09.19 3,791 69 15쪽
2 1, [기적] +9 19.09.19 4,215 67 15쪽
1 0, [배드 엔딩] +13 19.09.19 4,904 6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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