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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차 독식 연금술사

웹소설 > 작가연재 > 게임, 현대판타지

라이온
작품등록일 :
2019.08.11 22:06
최근연재일 :
2019.09.28 13:0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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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19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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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0, [배드 엔딩]

DUMMY

와아아아아아――!

거대한 함성 소리가 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정신이 아찔해질 정도의 고함.

모르는 사람이 듣는다면, 절로 흥미를 가질 수 밖에 없을 만한 소리였다.

그러나, 정작 그 함성의 중심에 서있는 한유한은 쓴 웃음을 짓고 있었다.

이 모든 함성은 그를 위한 것이 아니었으니까.


"화오미 컴퍼니가 주최하는 레전드 오브 스타즈 전국대전 결승전! 그 고배의 막바지가 보이고 있습니다!"


괴성 사이로 간신히 들려오는 진행자의 목소리.

한유한은 알고 있었다.

소리 지르는 관중도, 대회를 진행하는 진행자도, 심지어는 찌푸린 표정으로 게임에 열중하는 상대와 그를 막아서는 자신마저도.

이 경기에 진심으로 열광하는 자는 없다는 것을.

그들이 열광하고 있는 대상은 단 한 가지.

중국 기업이 마케팅 목적으로 투자한 몇 푼의 돈 뿐.

그게 아니고서야, 재미도 감동도 없는 양산형 모바일 게임 대회에 이렇게나 많은 이들이 참석하고 있을 리 없었다.


파아앙-!


곧, 작은 폭음이 울려퍼졌다.

중국산 저가형 폭죽이 터지는 소리였다.

돈으로 이루어진 무대의 끝을 알리는 소리.

지금 막, 대회의 우승자가 가려졌다.

사회자가 큰 목소리로 고래고래 결과를 보고했다.


"화오미 컴퍼니의 레오스 1회 전국대전! 그 승리자는, 한유한 선수입니다! 아, 정말로 멋진 경기였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그럼에도, 누구 하나 한유한을 돌아보는 사람은 없었다.

게임의 결과 따위는 처음부터 관심조차 쓰지 않았다는 말일 터.

아무도 우승자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 초라한 현장 속에서, 한유한은 천천히 헤드셋을 벗었다.

귀를 가득 메우던 중국산 BGM 소리에서 간신히 벗어났다.


'이제야 끝났나.'


손을 쥐었다, 핀다.

오랫동안 재미도 없는 모바일 게임을 붙잡고 있어서였는지. 정신이 어지럽고 손가락이 저릿했다.

안도감, 성취감, 절망감, 자괴감.

그 모든 것이 어우러진 말 못할 감정이 한유한을 집어삼켰다.


"하아."


한숨이 절로 나왔지만, 내색할 수는 없었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었으니까.

괜히 주최 측에 밉보일까 두려워. 한유한은 고개를 숙이고서 작게 한숨을 내뱉었다.

사전에 돈을 지급 받았을 이들과는 달리, 한유한은 아직 돈을 입금받지 못했다.

그렇기에 그는 본심을 숨기고선 환한 미소를 지었다. 무척이나 기쁜 듯이.


"정말 축하드립니다. 한유한 선수! 무대 위로 올라와주시겠어요?"


자연스럽고 익숙한 걸음걸이로 진행자가 있는 무대 위로 올라선다.

기업에서 두둑하게 돈을 챙겼을 진행자는 한유한을 보며 가식적인 미소를 짓고 있었다.

두 손으로 [ 우승, 3000만원! ]이라는 문구가 적힌 수여장을 든 채로.

한유한은 진행자와 같은 가식적인 미소를 지으며, 그가 든 수여장을 건네받았다.


"실로 대단한 경기였습니다."

"···감사합니다."


뻔하디 뻔한 멘트와 함께.

마지막을 불태우겠다는 듯, 한껏 텐션을 끌어올린 진행자가 한유한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어왔다.

아마 홍보용 기사에 사용할 멘트를 미리 수집해두는 것이리라.

꾸준히 대화를 하다보면 하나쯤은 쓸만한 대화가 얻어 걸리기 마련이었으니까.


'금방 끝내자.'


물론, 서당개도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한유한은 진행자의 의도를, 그리고 그 뒤에 있는 중국 기업의 의도를 명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

그는 이미 이러한 질답을 하는 데 있어선 도가 튼 사람이었다.

한유한은 진행자의 질문에 적당한 답변을 해주고선 재빨리 경기장을 빠져나왔다.

그닥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질문의 대부분은 누구나 들어보았을 법한 뻔한 질문들이었으니까.

예를 들자면 이런 느낌이었다.

레오스에 관심을 가지게 되신 계기가 뭔가요? 널린 모바일 게임보다 뛰어난 게임성에 이끌렸습니다.

앞으로 레오스에 바라는 사항이 있다면? 많은 컨텐츠 추가와 새로운 시스템의 도입이 정말로 기대됩니다.

레오스 유저들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 앞으로도 많이 즐겨주세요, 레오스!

정말 뻔하다 못해 양산형 느낌이 나는 질문과 답변들.

한유한은 이 정도의 답변이라면 중국 기업에서도 별 불만을 가지진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어차피 그들도 무언가 대단한 답변을 바란 것은 아닐 테니까.


"후, 드디어."


끝났구나. 뒷말을 삼켰다. 경기장에서 빠져나온 한유한은 참아왔던 한숨을 몰아쉬었다.

정신력 소모가 상당했던 탓이었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마음 같아선 다 때려치우고 싶은 심정.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그에겐 이제 돈도, 돈을 벌만한 수단도 남아있지 않았으니까.

한유한은 고개를 저었다.

한 때나마 세계에서 가장 주목을 받던 게이머가 어쩌다 이런 꼴이 되어버렸단 말인가. 참으로 비참한 현실이었다.

이제는 두 번 다시 과거와 같은 영광을 되찾지 못하리라.

지랄맞은 인생.

푸흐, 헛웃음을 짓던 한유한이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 보려 했을 때.


띠링-!


핸드폰에서 익숙한 알림음이 들렸다. 그가 방금 우승했던 대회의 스폰서인 화오미 컴퍼니로부터 상금 3000만원이 입금되었다는 알림이었다.

한유한은 이런 자금력이 중국계 기업의 장점이라 생각했다.


'입금이 느리면 어쩌나 했는데, 덕분에 한동안 굶을 일은 없겠네.'


적어도 돈을 떼일 걱정은 없었으니까. 한유한에게 안도감이 몰려왔다.

그는 지난 며칠 간 라면만을 먹던 기억을 떠올렸다.

이걸로 한동안 빈곤한 삶을 살 필요는 없다.

밀린 월세도, 세금도 낼 수 있겠지.


물론, 그러고 나면 손에 쥐어지는 돈은 고작해야 절반 미만이겠지만.

어차피 그거면 충분했다.

인간의 몸은 생각보다 그리 많은 영양소를 필요로 하지 않았기에, 돈을 아껴 쓰다보면 다음 대회 일정이 잡힐 때까진 먹고 살 수 있을 터.

풍족하게 사는 것은 불가능할지 몰라도, 그게 어디인가.

지금의 그로썬 굶어죽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가장 가까운 다음 일정은··· 한달 반쯤 뒤였던가. 애매한데.'


안 그래도 최근에는 모바일 게임 대회가 없어 걱정했었으니 말이다.

게임 업계의 대세가 가상현실로 바뀌자, 모바일 게임은 몇몇 캐쥬얼 게임만을 제외하면 죄다 망해버린 탓이었다.

그 몇 안되는 게임들마저도 가상현실과 연동하는 게임이 대부분이었고 말이다.

가상현실에 접속할 수 없다는 것이 크나큰 단점으로 작용하는 순간.

이럴 때면 다시금 인생이 비루하다 느꼈다.

참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가상현실로 재능을 깨달았던 게이머가, 가상현실에 접속할 수 없게 되는 몸이 되었다니.


[ 나타샤 길드와 함께하는 의류 브랜드, 나디다스! ]

[ 세피로트의 랭커, 울프가 추천하는 에한 아카데미! ]


'아직도 잘나가나보네.'


좋지 못한 기억을 떠올려서일까.

길거리를 걷는 한유한의 눈에, 유독 거슬리는 광고가 많이 보여왔다.

그들의 공통점은 단 한 가지.

10년 연속 점유율 1위,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게임 '세피로트'와 관련이 있다는 점이었다.


세피로트.

한유한은 자신에게 처음 희망을, 그리고 절망을 알려주었던 그 게임을 아직 잊지 못했다. 도저히 잊을 수가 없었다.

세피로트는 불가촉천민, 밑바닥 중의 밑바닥이었던 자신에게 잠시나마 더 높은 곳에 도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던 게임이 아니던가.

그 결과가 어찌됐든, 한유한은 앞으로도 세피로트를 잊을 수 없을 터였다.


'7대 길드, 그 자식들만 아니었더라면.'


그리고, 자신이 세피로트에서 몰락했던 이유 또한 잊지 못하리라.

추억에 잠긴 한유한은 눈을 감았다.

그가 몰락했던 과정 하나 하나가 생생히 떠올랐다.

생각없이 게임을 시작했던 시절의 일부터, 재능 하나만으로 가장 촉망받는 유망주가 되었던 일, 7대 길드에게 대든 댓가로 게임 내에서 철저하게 척살되었던 일, 마지막으로 그 사건이 트라우마가 되어 가상현실 게임에 접속하지 못하게 된 일까지.


기구했다.

한유한이라는 남자가, 고작 양산형 게임의 대회만을 찾아다니며 목숨을 연맹하게 된 데에는 이러한 사정이 있었다.

차라리 메이저한 모바일 게임을 즐길 수 있다면 지금보다 상황이 배는 나았을 텐데.

그렇게 눈에 띄는 짓을 했다간 다시 7대 길드의 눈에 띌 수 있었기에, 그럴 수 없었다.

7대 길드를 운영하는 이들 중에선 메이저한 모바일 게임의 길드를 같이 운영하는 이들도 존재했다.

이미 그들의 눈에 찍힌 이상, 정상적인 게임에 복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택시!"


오늘따라 날씨가 참 춥다고, 한유한은 생각했다.

해먹는 놈들만이 계속 해먹는 세상. 그건 현실이나 게임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

길가로 빠져나온 그가 지나가는 택시를 잡았다.

평소라면 길이 아무리 멀든 걸어갔겠지만, 오늘처럼 상금을 탄 날은 예외적으로 택시를 타곤 했다.

지나가던 택시가 그의 앞에 멈춰섰다.


털썩-.


[ 어디로 모실까요? ]


"생체 정보 체크 후, 기본 목적지로."


[ 목적지가 설정 되었습니다. 편안한 운행으로 모시겠습니다. ]


푹신한 시트에 앉은 유한에게 인공지능 택시 기사가 말을 걸어왔다.

인공지능이 상용화 된 시대.

이제 택시 운행 정도의 일은 대부분 인간 대신 로봇이 차지하는 업무가 되었다.

한유한은 자신의 생체 정보에 입력된 자취방 주소를 기사 AI에게 알려주고선, 눈을 감았다.

며칠 동안 쉬지 못해서였을까. 한 순간에 졸음이 쏟아져 내렸다.

양산형 모바일 게임을 숙달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어서, 매일같이 연습해야만 감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그랬기에 한유한은 쏟아지는 잠을 굳이 막지 않았다.

내일부터는 다시 고난을 겪여야 한다는 사실을 그 역시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다시 한 번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잠에 들면서. 문뜩 어디선가 보았던 인생은 소설이란 말이 생각났다.

만일 이게 소설이라면, 고작해야 배드 엔딩 뒤의 에필로그 정도가 아닐까.

신이라는 소설가를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한유한은 그저 생각했다.

이 에필로그를 바꿀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 때는 정말로 최고의 엔딩을 보리리고. 이 개같은 인생을 뒤바꾸겠다고.


그러자, 그에게 기적이 일어났다.


작가의말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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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4, [검증하기 위한 시간] +9 19.09.19 3,460 63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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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2, [0.00001%] +9 19.09.19 3,791 69 15쪽
2 1, [기적] +9 19.09.19 4,215 67 15쪽
» 0, [배드 엔딩] +13 19.09.19 4,904 6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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