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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차 독식 연금술사

웹소설 > 작가연재 > 게임, 현대판타지

라이온
작품등록일 :
2019.08.11 22:06
최근연재일 :
2019.09.28 13:0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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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20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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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 [경악했다]

DUMMY

자신감에 가득 들어찬 한유한의 앞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 당신의 조력자를 선택하세요. ]

[ 10분 안에 선택하지 않을 시, 무작위의 조력자가 당신을 돕습니다. ]

[ * 모든 조력자의 실력은 비슷합니다. ]


조력자를 선택하라는 메시지다.

연금술사 클래스는 어디까지나 전투를 보조하는 역할이기 때문에, 자신이 도울 조력자를 자유롭게 고를 수 있었다.

파아앗-!

한유한이 서있던 테이블 앞으로 빛이 감돌았다.

한 명, 두 명.

빛이 사그라들며 안쪽에서 소환된 NPC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전원이 조력자 후보.

성별도, 체형도, 클래스도, 무기도, 모든 것이 다른 다양한 조합의 후보들이 한유한을 바라보고 있었다.


'누구를 뽑아야 하려나.'


하도 많기에 어떤 후보자를 뽑아야 할지 고민이 될 정도.

괜히 시간을 10분이나 준 것이 아니었다.

실제로, 시간을 10분이나 주었음에도 조력자를 선택하지 못하여 무작위로 조력자를 선택당하는 유저들도 있다고 들었다.


"어이 자네! 나를 선택하게!"

"저기요 행님, 예? 저를 선택하시면 완전히 그냥 튜토리얼 시련 프리패스루다가 통과해버리는 부분이구요~ 실력이 미쳐 날뛰어버리구요~ 거의 이 중에서 군계일학인 부분 인정?"

"저기, 저분들 대신 저를 선택해주시면 안될까요? 부탁드립니다!"

"너. 나 선택. 베스트 초이스."


그래서일까. 어느 순간부터, 조력자 후보들은 말로도 본인을 어필하기 시작했다.

정 못 고르겠으면 그냥 인성이나 보고 마음에 드는 후보를 뽑으라는 얘기. 그런다고 해서 크게 성능 차이가 있다거나 하는 건 아니었지만 말이다.


'뭐 이렇게 말투가 다양해? 유저 말투를 빅 데이터로 학습시키기라도 했나?'


한유한 역시 개성넘치는 NPC들의 말투에 당혹감을 느꼈다.

그야 다양하다고 말은 들었지만, 설마 이렇게나 혼잡할 줄이야.

선택을 돕기는커녕 방해하는 느낌까지 드는 기분이었다.


"데뎃, 유저씨! 저를 선택하시는 거예요! 다른 조력자는 쓸모도 없는 거예요! 대단한 제가 선택받아야 한다는 거예요!"

"아!!! 조력자 아시는구나! 그렇지만 혹시 유저분께서 모를까봐 설명해드립니다. 조력자란 튜토리얼에서 유저분 대신 싸워드리는 사람으로써 진.짜.겁.나.성.실.합.니.다."

"하와와 자경단 경비대장 출신인 것이애오. 절 선택해주새오."


아니, 정정한다. 방해하는 느낌이 아니라 실제로 방해하고 있었다.

한유한은 가까스로 이성을 유지하고는, 들려오는 모든 목소리를 무시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저 후보들을 말투로 판단하는 건 의미가 없을 것 같았다.


'이미 명확한 기준이 존재하기도 하니까.'


정신을 차린다. 기억 속에 남아있는 선택 기준을 훑었다.

이 시련에서, 연금술사에게는 크게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딜을 넣을 것인가, 힐을 넣을 것인가.

자신이 연성한 아이템을 통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가 조력자 선택에서 가장 중요한 점이었다.


'힐을 넣을 거면 근거리 딜러형 조력자를, 딜을 넣을 거면 탱커형 조력자를 고르거나 원거리 딜러형 조력자를 골라서 폭딜을 넣는 것도 괜찮지.'


결국, 자신이 만든 아이템과 조력자의 조합이 어떻냐에 따라서 몬스터 웨이브를 얼마나 막아낼 수 있는지가 결정되는 셈.

일종의 조합 게임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그런 의미에서 한유한의 아이템 목록은 가히 사기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성능 좋은 힐링 포션은 물론, 딜링용 아이템까지 두 종류나 챙기지 않았던가.

생각없이 아무런 조력자를 선택한다 한들 웬만한 유저보다는 더 오랫동안 몬스터 웨이브를 버텨낼 수 있을 터.

운이 적당히 따라준다면 원하던 칭호 역시 획득할 수 있을지 모른다.


"잠시만, 그 창좀 보여줘 봐."

"여깄습니다."

"으으음. 너는? 창 어때?"

"이, 이거랍니다!"


그렇지만 한유한은 높은 확률보다 100%를 추구하는 유저였다.

높은 확률로 성공할 수도 있다는 것은, 낮은 확률로 실패할 수도 있는 말과 같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유한은 신중하게 조력자 후보들을 둘러보았다.

들고있는 무기가 무엇인지 꼼꼼히 둘러본다.


'메시지가 말하는 실력이라는 게, 템빨도 포괄하는 개념이니까. 진짜배기 실력자랑 그럴듯한 템을 든 아마추어랑 구분은 해둬야지.'


조력자 후보들이 각자 들고 있는 무기는 외형에만 차이가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성능 자체에도 차이가 있기 때문이었다.

어떤 조력자는 줘도 안 쓸법한 무기를 들고있는 반면. 어떤 조력자는 눈이 휘둥그레질만한 무기를 들고 있기도 했다.

그런데 여기서 생각해야 할 점은 '모든 조력자의 실력은 비슷하다'는 문구.

저 문구가 의미하는 바는 단순히 조력자의 실력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다.

아이템이나 클래스, 조력자 자체의 실력 등을 모두 고려한 종합적 평가가 비슷하다는 뜻에 가깝다.

그러니까 다시 말해서, 좋은 무기를 들고 있는 조력자는 자체적인 실력이 쓰레기일 가능성이 높다는 소리다. 적절한 임기응변이나 팀플레이를 기대하면 안되는 부류.

그렇기에 제대로 조력자를 고를 줄 아는 이들은 가장 무기가 구려보이는 후보를 자신의 조력자로 뽑고는 했다.


"오, 이 무기는?"

"예. 예?"

"합격,"


하지만 한유한은 달랐다.

후보들을 살펴보던 그는, 고민 끝에 가장 좋아보이는 무기를 든 조력자를 골랐다.

전생에서 수없이 많은 창을 써봤던 경험을 토대로 내린 결정이다.

가끔 겉만 화려하고 구린 창이 있긴 했지만, 이건 정말 제대로 된 창이라는 직감이 팍팍 들었다.

당연히 이 창을 들고있는 조력자 역시 제대로 된 폐급일 터.

내게 선택받은 조력자가 어안이 벙벙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차마 자신이 선택될 줄은 몰랐다는 듯 당황한다.


[ 조력자를 선택하셨습니다. ]


"진짜 저요?"

"그래, 너."


메시지가 사라진다. 테이블도 사라졌다.

이제 이 자리에는, 조력자와 한유한.

그리고 한유한이 인벤토리 속에 집어넣은 연성품만이 남아 있었다.

더글라스라는 이름을 가진 조력자 NPC는 아직도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것 같았다.


"아니···, 제가 사실 이렇게 멋들어진 창을 들고 있긴 해도 창을 쥔 지는 얼마 안 됐거든요. 그래서 유저분에게 피해를 끼치지는 않을까 걱정이···."

"괜찮아. 너도 다 쓸모가 있어."

"저, 정말요?"


어리버리한 아군과 전투를 치룰 수는 없는 법.

한유한은 더글러스의 어깨를 툭툭 쳐주었다. 긴장을 풀어주기 위한 행동이었다.

곧 있을 몬스터 웨이브에서, 오직 더글라스만이 할 수 있는 행동이 있음을 한유한은 알고 있었다.

실력이 부족한 걸 알면서도 더글러스를 선택했어야만 하는 이유.


"제가, 정말 할 수 있는게 있을까요?"

"당연하지. 그 창을 나한테 넘기는 건 할 수 있잖아?"

"네?"

"줘 봐."


그것은 더글러스에게서 창을 뺏기 위함이었다.

한유한은 더글러스의 어깨 위에 올려놓은 손에 힘을 꽉 주었다.

절대 부담을 주는 건 아니었고, 불편해보이길래 마사지를 해준 것 뿐이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리지? 표정이 굳어가는 더글러스.

그가 당황한 틈을 타서 한유한이 창에 손을 대었다.


"이 웨이브, 내가 캐리해줄테니까."


팍-! 한 순간에 빼앗는다.

전혀 대비를 하고 있지 않던 더글러스는 허망하게 자신의 창을 빼앗길 수 밖에 없었다.

한유한이 손에 들어온 창을 이리저리 잡아보았다.

그립감 적당, 길이 적당, 성능 준수.

첫 번째 시련에서 썼던 창에 비해 수 배는 월등한 성능의 창이었다.


'튜토리얼이니까 이런 창을 미리 써보기도 하네.'


튜토리얼 밖, 본 게임이었다면 레벨 제한이나 스텟 제한 등에 걸려서 사용하지조차 못했을 만한 창. 그러나 이곳은 튜토리얼이었기에, 본 게임에서의 제한이 적용되지 않는다.

더글러스의 창을 빼앗아 사용하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다는 이야기다.


[ 10초 후, 몬스터 웨이브가 시작됩니다! ]


"그, 그러면 저는요? 창을 넘기면 저는 어떡하죠?"

"어떡하긴. 숨어있으면 되지."

"예?"

"곧 온다. 알아서 피해."


만약 다른 유저들이 고르는 대로, 실력이 뛰어난 창사를 골랐다면 이렇게 좋은 창을 손에 쥐는 일은 없었으리라. 한유한은 어설프게 뛰어난 NPC에게 공격을 맡기기보단 자신이 좋은 창을 쥐고 날뛰는 것이 훨씬 효율적임을 알고 있었다.

전생에서 이미 수많은 창사 NPC들과 대련을 해보았던 탓이다.

시간이 흐를 수록 NPC들도 빅 데이터를 통해 점차 발전해나가긴 하지만, 이 시점의 NPC 중에서 한유한보다 창을 잘 다루는 자는 거의 없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그러니 어찌 NPC 조력자를 믿고만 있겠는가.

스킬이 없을지언정, 연금술사 클래스일지언정, 자신이 실력을 발휘하는 것이 낫다.


[ 몬스터가 습격을 시작합니다! ]


'오는군.'


평원 저 너머로부터, 빠른 속도로 몬스터가 소환되었다.

웨이브라는 이름에 걸맞게 수많은 몬스터.

그 종류가 단순히 초보자가 상대할 수 있을 만한 몬스터들로 국한되어있다고는 하나, 저렇게 물량으로 밀어붙이면 충분히 위협적일 수 밖에.

일차적으로 소환된 몬스터들이 한유한과 더글러스에게 달려오기 시작했다.


"히이이익! 온다!"


창을 빼앗겨서인가. 오들오들 떠는 더글러스. 그는 적당히 눈치를 보더니, 몰래 한유한 뒤로 숨어버렸다. 실력이 부족한 NPC의 한계였다.

이래서 방해나 되지 않을 수 있을까.

더글러스를 슬쩍 본 한유한이 창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조력자가 죽는다고 해서 보상을 얻을 수 없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조력자를 살리는 편이 보기에는 더 좋으리라.


"뀨! 뀨요! 뀨유!"

"메에에에에―!"

"뀌에! 뀌에!"


첫 번째 웨이브를 이루고 있는 무리는 배틀 래빗, 크레이지 메리, 배고픈 고라니 등으로 이루어진 동물 기반의 몬스터들이었다. 초보자 지역에서 정말 흔하게 발견되는 무리들.

튜토리얼 시련에 맞추어 적당히 난이도가 내려간 것처럼 보이긴 해도, 여전히 위협적이라는 것은 변함이 없다.

두두두-!

땅을 울리며 달려온 녀석들이 한유한을 공격해온다.


"으아, 조심해요!"


고개를 빼꼼 내민 더글라스의 경고. 한유한은 그 목소리를 듣고서 창을 내질렀다.

한없이 부드러운 일격이었다. 내질러진 창이 배틀 래빗을 꿰뚫는다.

아무 소리 하나 없이, 배틀 래빗이 절명했다.


'기가막힌데?'


하다못해 몬스터를 꿰뚫었다는 감각조차 손에 남지 않는다.

그만큼 창이 단단하고, 날카롭다는 의미. 한유한은 감탄의 눈빛으로 창을 바라보았다. 더글러스는 한심할지언정, 그의 창은 진짜였다. 분명한 고 등급 무기. 이것만 있다면 앞으로 있을 웨이브는 문제가 없다.


푹-! 푹-!


한 번 창을 휘두르면, 한 마리 이상의 몬스터가 떨어져나간다.

눈을 꾹 감고 있던 더글러스가 다시금 눈을 떴을 때. 그의 눈 앞에 펼쳐진 것은 첫 번째 웨이브가 전멸당한 모습이었다.

몬스터 사체가 가루로 변해서 사라지고 있었다.


"어, 어떻게?"

"잘."


[ 축하합니다, 첫 번째 웨이브를 통과하셨습니다! ]

[ 그러나 방심하지 마시길, 곧 두 번째 웨이브가 몰려옵니다! ]


더글러스에게 대답한 한유한이 휘이, 가벼운 휘파람을 불었다.

이대로 보스전까지 간다.

더욱 강해진 몬스터들이 참전한 두 번째 웨이브가 곧 소환되었고, 이어 전멸당했다.

더글러스가 경악했다.

한유한. 그는 내뱉은 말을 지킬 줄 아는 남자였다.


작가의말

0) 저녁에 올려야 했지만, 저녁 유입이 생각보다 저조한 탓에 점심에 올리게 되었습니다. 혼란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1) 이번 화도 눌러주시다니,,, 정말 감사드립니다,,, 혹시 천사신가요? 감사합니다!

2) TMI지만, 사실 이 작가의 말들은 연재 시작 전에 예약 연재로 적어둔 말들입니다. 작가의 말을 쓰고 있는데 반응을 볼 수 없다니, 기분이 묘하네요.

3) 다음화는 내일 오전 7시 5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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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4, [혜택] +7 19.09.25 2,456 71 15쪽
14 13, [전직] +20 19.09.24 2,651 82 15쪽
13 12, [테스트] +6 19.09.23 2,694 69 13쪽
12 11, [시험장] +6 19.09.23 2,816 63 13쪽
11 10, [첫 사냥] +10 19.09.22 2,960 65 13쪽
10 9, [생태계 교란종] +10 19.09.22 3,033 65 13쪽
9 8, [썩 괜찮은 영상] +11 19.09.21 3,146 71 14쪽
8 7, [성장의 밑거름] +8 19.09.21 3,191 77 17쪽
» 6, [경악했다] +8 19.09.20 3,263 78 12쪽
6 5, [연성] +4 19.09.20 3,286 68 13쪽
5 4, [검증하기 위한 시간] +9 19.09.19 3,461 63 16쪽
4 3, [순수한 인정] +6 19.09.19 3,626 71 13쪽
3 2, [0.00001%] +9 19.09.19 3,791 69 15쪽
2 1, [기적] +9 19.09.19 4,215 67 15쪽
1 0, [배드 엔딩] +13 19.09.19 4,904 6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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