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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931님의 서재입니다.

모범 죄수 용사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완결

기하학
작품등록일 :
2022.01.08 22:22
최근연재일 :
2022.06.23 02:12
연재수 :
152 회
조회수 :
16,902
추천수 :
493
글자수 :
517,793

작성
22.03.21 00:06
조회
73
추천
3
글자
9쪽

20. 벽을 넘으세요 용사님 - 4

DUMMY

1.






레타의 인도에 따라 제사를 진행하는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과연 도시가 재건된 후, 4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니케아의 대사제로서 수천번의 제례들을 담당해 왔던 경험자답게, 그녀는 혼자서도 어렵지 않게 복잡한 의례를 차분히 진행해 나갔다.




예린이 한 일은 그저 여신의 순례자로서 여신과의 연결고리가 되어주는 것, 그리고 표르트는 약간의 손만 보탰을 뿐.




어리버리한 두명을 내버려 둔 채 레타 혼자 움직인 결과 본래 반나절 동안 진행되어야 할 과정이 20분이 채 안되서 끝난 덕분에 제사의 준비를 신속하게 끝낼 수 있었다.




순식간에 끝난 준비에 떨떠름한 표정으로 예린이 물어보았다.




"..원래 이렇게 제사 준비가 금방 끝나는 건가요?"




"그럴리가, 원래는 준비 하나 하나가 여신과 영혼들에 대한 예의라고 해서 엄숙하고, 신중한 분위기에서 천천히 정성을 다해야 하지만, 지금 우리한테 그런 예의 따질 시간이 없지 않니? 거기다 내가 워낙 이 짓을 오래 해봤으니, 딱 필요한 준비 단계만 준비한거지."




이윽고 준비가 끝난 제단에 향을 피운 그녀가 예린에게 다음 단계를 부탁했다.




"자, 이제 여신님의 은혜를 부를 차례야. 예린아. 잠시만 눈을 감아줄래?"




"흠, 그래도 저보다는 수백년 동안 대사제로서 여신님을 모신 레타님이 더 낫지 않을까요?"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지만, 사람들의 인식보다 여신의 순례자라는게 대단한 자리란다. 아무리 대사제라고 한들 여신님이 직접 선택해 축복을 내린 순례자들에 비하면 여신님의 관심에서도, 연결 역시도 한참 아래야. 거기다 최근 몇년 간 여신님과의 연결 역시 좋지 않으니, 지금으로서는 네가 나서는게 최선이겠지."




보기에 좀..급조된 것 처럼 보이는 제단도 그렇고, 평소 여신님에 대해 별다른 관심도 없던 자신이 정말로 신의 주목을 끌 수 있을지 의심이 들었으나, 상대는 400년 동안 여신만을 모신 대사제이니 레타를 믿어 보기로 했다.




"알겠어요. 그럼 제가 할 일은 그냥 레타의 손을 잡은 채 기도를 올리면 되는거죠?"




"그래, 너를 통해 여신님과 연결된 통로를 내가 이용해 알아서 인사를 올릴거니까 너는 걱정할 필요 없단다."




"알겠어요. 그럼 지금 바로 시작할게요"




레타의 손을 잡은 채 예린은 여신님을 향해, 그녀를 순례자로서 선택한 신을 향해 간절히 기도했다.




'여신님, 지금 여신님의 아드님이 혼자 암령들이랑 싸우고 있어요. 빨리 와주셔야 될 것 같거든요?'




레타가 알았다면 기겁할 정도로 무례한 기도였으나, 본래 여신을 믿는 신도가 아니었던 그녀의 입장에서는 이 정도가 여신님을 가장 빠르게 부를 수 있는 방법이었다.




애초에 3명의 여신은 물론, 각종 이단 신들 역시 믿지 않던 그녀였으니, 신에게 무슨 기도를 해야 하는지를 모르는 것도 당연했다. 어린 시절을 제외하면 신에게 기도해 본 적 자체가 없기도 했고.




어찌되었든, 그녀도 부모인데 자식이 위험하다고 하면 빨리 와주시지 않겠는가?




자기도 모르게 상당히 불경한 기도를 올리던 와중, 눈을 감은 그녀의 얼굴로 산뜻한 바람과 함께 따스한 열기가 그녀의 얼굴을 적셨다.




분명 이곳은 바다 속 신전일텐데, 열기가 얼굴에? 이상함을 감지한 그녀가 눈을 떴을 때, 그녀의 시야에 보이는 건 신전 속 제단이 아닌 구름 한점 없는 푸른 하늘 아래 놓인 드넓은 초원이었다.




"이게 도대체?.."




갑작스러운 변화에 당황한 그녀의 귓가로 부드럽고 산뜻한 여성의 목소리가 흘러 들어왔다.




"드디어 직접 만나게 되는구나. 어서오렴. 내 순례자야."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분명 아까는 아무것도 없던 자리에 새하얀 테이블과 세개의 의자가 놓여 있었고, 두명의 남녀가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워낙 위험한 일을 맡긴 탓에, 우리 아들을 수호자로서 보냈는데 파프날이 워낙 낯을 가리는 성격인지라 괜찮았는지 모르겠네. 다리 아플텐데 이리와서 앉아보렴. 아가야."




"아..들..?"




그녀를 향해 웃으며 자리를 권하는 저 여인이..설마..여신님인건가..?




"내가 우리 순례자와 만나면 할려던 일이 꽤 많았는데 말이야, 아가야. 혹시 동화책을 만들어 본 적 있니?"






2.






단숨에 두배 가까이 늘어난 개천의 빛은 더 이상 수비적으로 행동하지 않았다.




상대가 아무리 개천의 빛에 내성을 가지고 있다 한들, 반신의 육체에 점차 적응하며 반신 그 자체가 되어간다 한들, 개천은 개천이었다.




한 차원의 신으로서 굴림했던 집정관들 조차 먼지로 만든 빛이 날뛰는 걸 감히 반신 따위가 막으려는 것 자체가 애초에 무리였다.




[---..]




스무자루의 검이 내 주위를 공전하며 다가오는 적들을, 아니 이제는 도망치려는 적들의 등을 쫓아 자비 없이 베어 나갔다. 스무자루가 넘는 검을 움직이느라 내 움직임 역시 단조로왔으나, 이미 적들의 공격은 내 근처에 조차 접근하지 못하고 있었다.




물리적인 접촉도, 주술을 통해 날라오는 공격들도 스물 세자루의 개천의 움직임에 모조리 차단 당했다.




그 결과, 나는 여유롭게 마누엘을 든 채 개천의 빛에 갈려 반쯤 무력화된 암령들을 찾아가 놈의 사지를 베어 한동안 일어서지 못하도록 하기만 하면 되었고, 그렇게 열 한마리를 쓰러뜨리고 마침내 휴식을 취하려던 순간, 반신의 육신에서 암령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이제 좀 쉬려고 하니까 성불시키니.."




얼음으로 만든 의자에 걸터앉은 내 시야에 어둠에 휩싸인 암령들의 영혼이 점차 하얗게 변하며 하늘로, 천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보였다.




저들은 어떤 사연을 가졌기에 지금까지도 그 억울함을 해소하지 못하고 남아있던 걸까.




너무나도 악독한 자였기에 스스로의 잘못을 아직까지 뉘우치지 못했을 수도 어쩌면 정말 억울해서, 그때 그 소녀가 말했던 노예해방을 위해 노력하던 사람 중 하나였기에 그럴수도 있겠지.




그가 악한 자였든, 또는 선한 자였든 이제는 고통에서 벗어나 편안히 쉬기를.




죽은 자들에 대한 기도를 마치고 눈을 뜨자 영혼이 빠져나간 반신의 육신들이 하나 둘 모래로 돌아가고 있는게 보였다.




암령도 사라졌기 때문에 권능으로 만들어낸 돔은 없앴으나, 내 뒤를 지키고 있는 스물 세자루의 검들은 없애지 않았다. 도시에서 피어나는 연기도 그렇고, 이렇게까지 일을 키운이상 놈들이 순순히 물러날리가 없었다.




수많은 역경을 뚫고, 동료들의 이루지 못한 꿈을 안고, 갚을 수 없는 죄를 안고도 이 혼란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살아남은 이상, 내게 있어 휴식은 주어질 수 없는 사치였다.




구차한 목숨이나, 이러한 나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하니 이대로 멈춰 설 수는 없지.




잠깐 숨을 고른 후, 나는 사원을 향해 떠난 일행과 만나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3.






왕국 해군 기지를 점령한 후, 알렉시오스 시장은 곧바로 도시 내에 남은 잔당을 정리해 나갔다. 도시 시청에 소속된 고위직 내부의 배신자들은 대부분은 무언가 행동을 하기도 전에 미리 붙여놨던 경비대와 경찰들에 의해 체포되었고, 나머지 몇몇 배신자들이 혼란을 틈타 배신 또는 도망을 택하였으나, 반군의 핵심인 해군기지가 먹힌 이상 그들의 행동은 무의미 했다.




도망치려던 자들은 모두 성벽을 넘지 못하고 수비대에 의해 체포되었으며, 소란을 일으키던 자들 역시 얼마안가 체포되었다.




급한 불을 끈 시장과 일행은 해군기지에 임시로 만든 감옥에 적측의 포로를 몰아넣은 후 시청에 준비된 임시 사령부로 자리를 옮겨 상황을 지시했다.




"시장님. 말씀하신 항구에 정박중이던 왕국 해군 측 함선 8척 모두 제압 완료했습니다."




회의실에 찾아온 전령의 말에 알렉시오스가 깊이 안도했다.




"다행이군요. 그들을 제압하면서 다른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습니까?"




"예. 기지는 물론, 이미 해군 사령관 이피로스가 포로로 잡혔다는 증거를 보여주니, 곧바로 항복하더군요."




전령의 말에 대답한건 시장이 아닌 회의실 한 구석에 구금된 채 회의에 끌려온 이피로스 전 사령관이었다.




"헛소리! 우리 자랑스러운 해병들이 그정도의 협박에 항복했다니!"




물론 포로의 외침 따위, 시장도 전령도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작가의말

일요일이 끝났습니다...


너무 슬프네요.


그럼에도 찾아주신 독자분들에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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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20. 벽을 넘으세요 용사님 - 3 22.03.20 72 3 9쪽
63 20. 벽을 넘으세요 용사님 - 2 22.03.19 68 3 8쪽
62 20. 벽을 넘으세요 용사님 - 1 22.03.18 70 3 10쪽
61 19. 용사님의 과거 - 5 22.03.17 69 3 10쪽
60 19. 용사님의 과거 - 4 22.03.16 70 3 7쪽
59 19. 용사님의 과거 - 3 +2 22.03.14 75 2 4쪽
58 19. 용사님의 과거 - 2 22.03.14 77 2 10쪽
57 19. 용사님의 과거 - 1 22.03.13 78 2 9쪽
56 18. 선 넘네 - 3 22.03.12 72 2 8쪽
55 18. 선 넘네 - 2 22.03.10 78 2 10쪽
54 18. 선 넘네 - 1 22.03.08 82 2 9쪽
53 17. d day - 4 22.03.07 77 2 9쪽
52 17 d day - 3 22.03.06 79 2 10쪽
51 17. d day - 2 22.03.06 95 3 10쪽
50 17. d day - 1 22.03.05 87 4 9쪽
49 16. 두 얼굴의 도시 니케아 - 4 22.03.03 85 5 10쪽
48 16. 두 얼굴의 도시 니케아 - 3 22.03.02 85 3 10쪽
47 16. 두 얼굴의 도시 니케아 - 2 22.03.01 97 3 11쪽
46 16. 두 얼굴의 도시 니케아 - 1 +2 22.02.28 101 4 10쪽
45 2.27 연재 지연 안내.. 22.02.27 93 2 1쪽
44 15. 묵직하고도 서늘한 이 감각 - 3 22.02.27 97 5 9쪽
43 15. 묵직하고도 서늘한 이 감각 - 2 +2 22.02.25 100 5 10쪽
42 15. 묵직하고도 서늘한 이 감각 - 1 22.02.24 97 4 9쪽
41 14.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용사님 - 2 22.02.23 96 5 10쪽
40 14.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용사님 - 1 22.02.22 106 4 10쪽
39 13. 억울합니다 용사님 - 4 22.02.21 102 5 11쪽
38 13. 억울합니다 용사님 - 3 +2 22.02.19 118 5 10쪽
37 13. 억울합니다 용사님 - 2 22.02.18 103 5 11쪽
36 13. 억울합니다 용사님 - 1 +2 22.02.17 115 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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