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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고난님의 서재입니다.

MLB 우승하려고 회귀한 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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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고난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5.28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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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6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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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6.14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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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글자
12쪽

알테니 스킵 - 3

DUMMY

알테니 스킵 - 3




아이지 단장이 말한, 하이 싱글 A로 가기 위한 임팩트를 바로 보여준 선호.


“이게 무슨 임팩트야!”


휘건은 그렇게 반발했지만, 남들이 보기에는 충분히 임팩트였다.

아니, 이미 임팩트를 남기고 있었고 완봉승은 그것에 방점을 찍은 것이었다.

애초에 0점대 평균자책점은 그 리그의 수준을 한참 뛰어넘었다는 뜻이었다.

거기다가 95구 3피안타 1사구 11K 완봉승.

9이닝을 던졌는데 100구도 넘기지 않았고, 병살도 총 3번 유도해 안타를 맞더라도 빠르게 수습했다.

하이라이트는 11개의 탈삼진.

7이닝에도 96마일을 던질 수 있는 스테미나를 가졌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심지어 만 18살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특히 높게 평가되는 것은 커브.

커브만큼은 선호를 싫어하는 휘건마저도 20-80 스케일에서 60점을 줄 수 있을 정도로 위력적이었다.

블랙이 평가하기에는 65점.

아직 커브의 달인들처럼 존 이곳저곳에 커브를 찔러넣을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커브에서 가장 중요한 ‘낙차’에서 선호의 커브는 메이저리그 최상위권이었다.


“임팩트를 남겼으니 올리는 게 맞겠죠.”


아이지 단장의 말에 휘건은 반박할 수 없어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왜 그러지? 설마 우수한 선수가 상위 리그로 가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 것입니까?”

“그건··· 아닙니다.”


블랙의 웃음기 섞인 질문에 휘건은 아무런 대답을 할 수 없었다.


*


고작 한 달만에 로우 싱글 A를 통과하고 하이 싱글 A로 들어간 선호는 그리 주목을 받진 못했다.



“어, 로우 싱글 A를 씹어먹고 왔다고?”

“나도 한 땐 그랬지.”

“흠, 그리 잘 던지는 것처럼 보이진 않는데?”


애초에 하이 싱글 A에 들어온 선수들은 모두 로우 싱글 A를 거친 선수들이었다.

그곳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주어 올라가게 된 곳이 하이 싱글 A였다.

선호가 로우 싱글 A를 씹어먹고 왔다고 해도 ‘어 그랬어? 나도 그랬는데?’ 정도의 반응 뿐이었다.

그렇다고 반감이 가득한 건 아니었다.

애초에 마이너리그에 있는 이들은 같은 팀원들이 자주 바뀌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웬 동양인? 우리 팀에 일본인이 왔었나?”


그냥 흔히 볼 수 있는 백인, 흑인, 히스패닉이 아니라서 좀 특이하네 싶은 반응이 선호에게 가진 인상의 대부분이었다.


“일본인은 아니고 한국인이야. 만나서 반갑다. 미누치 보르대, 네가 여기 팀 주전 포수지?”

“어. 내가 주전이고. 저기 쟤, 톰 클린지가 백업.”


선호가 가장 먼저 인사한 쪽은 이 팀의 주전 포수였던 미누치 보르대였다.

투수의 공을 받아주는 선수는 포수이다.

투수와 포수의 호흡이 좋지 않다면 투수도 절대 좋은 공을 던질 수 없었다.

첫번째 뱉은 말이 좀 별로이긴 했지만, 적어도 톰 클린지는 그렇게 무시하는 반응은 아니었다.

로우 싱글 A에 있을 때도 동양인이라고 무시하는 인간들이 있긴 했지만, 그들의 입을 모두 실력으로 닥치게 만들었다.

하이 싱글 A에서도 만나자마자 무시당하는 건가 싶었는데, 그냥 마이너리그에 오는 동양인이라고 하면 대부분 일본인이라서 때려 맞추려다가 실패한 거라고 하니 납득할 수 있었다.

···썩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지만.


그 다음으로 간 쪽은 백업 포수 쪽이었다.

보통 한 팀에 포수는 최소 2명, 좀 많으면 3명 정도를 둔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포수가 잦은 교체가 필요한 포지션이기 때문이다.

9이닝 내내 쪼그려 앉아서 공을 받아야 하는 포수는 체력적으로도 무리가 될 수 밖에 없고, 쪼그려 앉는 자세 자체가 무릎이나 허리, 항문 등에 부상을 가져오기 아주 좋은 자세였다.

그렇기에 중간 중간 주전 포수의 회복을 위해서 빈 자리를 채워줄 백업 포수를 사용한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백업 포수가 적어도 30경기, 많으면 50경기까지 소화하기도 한다.


“만나서 반가워.”

“그래, 나도 만나서 반갑다.


사실 선호가 더 보고 싶었던 쪽은 이쪽이었다.

지금 막 하이 싱글 A로 올라온 투수에게 붙여준 포수는 주전보다는 백업일 가능성이 더 높았기도 했다.


“톰 클린지야.”


선호는 오랜만이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을 꾹 참았다.

톰 클린지는 선호의 첫 번째 고객이었다.


“해바라기 씨 먹을래? 아, 아니면 껌? 다른 것도 준비되어 있어. 처음 보는 투수라서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했어.”


초면인 사람에게도 친절한, 웃는 인상의 좋은 사람이기도 했다.

···타자 속이는 거에 미친, 좀 이상한 놈이기도 했지만.


*


“쟤가 메츠의 프렌차이즈로 남으려고 했지만 실패했었죠.”

<왜?>

“메츠가 너무 값을 내려쳤거든요. 나이가 많다고 금방 포수 은퇴할 것 같다고.”

<허아구. 나랑 똑같은 이유였네.>

“그런데 쟤는 40이 넘어서도 포수로 정정했어요. 거기다가 수비 실력이 떨어진 것도 아니었고, 타자로서도 평균 이상은 해줬죠. 전성기에는 OPS가 0.9도 넘던, 포수로서 이상적인 녀석이었죠.”


선호가 기억하는 톰 클린지는 2030, 40년대를 통틀어서 최고의 포수였다.

오랜 세월동안 최고의 포수 ‘중 하나’가 아니라 그냥 최고의 포수라고 딱 못 박힐 정도로 대단했다.

안정적인 수비 실력은 물론이고, 강력한 어깨로 도루 저지도 상위권이었고, 선구안을 중심으로 하는 타격도 좋았다.

무엇보다 친절한 성격으로 인한 팀원들과의 원만한 관계 덕분에 투수들이 믿고 따를 수 있었다.

마치 그림으로 그린 것 같은 최고의 포수.

하지만 메츠는 나이 때문에 36살의 톰 클린지와 계약을 포기했고 그 때문에 메츠는 포수난을 겪어야 했다.

어느 팀이든 포수는 항상 귀한 존재였다.


<그럼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네.”

<대체 왜 쟤는 백업이냐? 네가 말한대로라면 분명 톰 클린지라고 하는 녀석은 재능 뿜뿜하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

“...재능 뿜뿜이라는 표현은 또 어디서 배운 거에요?”

<그게 중요하냐?>

“뭐 그렇긴 한데··· 아무튼, 쟤가 재능이 없는 건 아니에요.”

<그럼 뭔데?>

“천재들이 자기 재능을 낭비하는 이유는 딱 하나죠. 슬럼프.”


슬럼프의 이유는 다양하다.

어느날부터 배트에 공이 잘 안 맞아서 생길 수도 있고, 혹은 가까운 이의 죽음으로 충격을 받아 생길 수도 있는 게 슬럼프다.

선호가 회귀하기 전, 톰 클린지의 슬럼프는 꽤나 길었다.

선호가 뒤늦게 에이전트 일에 입문하고 톰 클린지를 처음 만났을 때, 그때 톰 클린지는 여러 번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를 왔다갔다한 AAAA급 선수였다.

그렇지만 선호가 뒤늦게 톰 클린지의 슬럼프를 해결해주고나서야 톰 클린지는 메츠의 주전 포수가 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당장 쟤가 백업 포수인 이유도 제가 아는 슬럼프 때문인지, 아니면 그냥 다른 이유 때문인지 알 수가 없으니까. 일단은 지켜봐야죠.”

<그것도 그렇지.>


만약 선호가 톰 클린지의 슬럼프를 없애주겠다고 예전에 했던 행동을 똑같이 한다?

운 좋게 톰 클린지의 슬럼프가 해결될 수도 있지만, 다른 이유 때문에 백업에 머물고 있었던 거라면 의미 없는 행동일 것이다.

오히려 ‘네가 뭔데 나한테 뭐라고 씨부려?’라고 한소리 들을 수도 있었다.

어찌되었든, 톰 클린지는 하이 싱글 A에서 선호의 선배였다.

그러니 지금은 일단, 새로 온 팀에 적응부터 해야 했다.


*


로우 싱글 A와 하이 싱글 A가 다른 점은 크게 2가지였다.

하나는 식사.


“오, 여기는 뷔페처럼 주는 건가? 로우 싱글 A에서는 수제 버거 같은 느낌이었는데.”

“메츠가 돈이 많아서 그런지, 이런 거에 돈을 안 아끼더라고.”

“다저스 생각나네.”


보통 마이너리그의 식사는 썩 좋지 않았다.

주는 거라고는 식빵 쪼가리와 땅콩 잼이 다였다.

선호가 회귀 전에 여러 마이너리그 팀을 돌아다녀봤지만, 여기서 샌드위치 안에 넣을 거나 소스가 달라질 뿐이지 대부분은 빵과 잼이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그렇지만 로스엔젤레스 다저스의 마이너리그는 매우 좋은 식사를 지급했다.

메이저리그급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맛적으로, 영양적으로 충분히 만족할만한 정도였다.

그리고 이제와서 보니, 메츠의 마이너리그 식사도 아주 괜찮았다.

여러 팀의 마이너리그를 경험했지만, 메츠의 마이너리그는 이번이 처음인 선호도 메츠의 풍족한 식사에 놀랐다.


‘역시 돈이 최고야.’

<스티븐 코헨한테 뽀뽀라도 해줄 표정인데?>

‘뽀뽀는 아니어도 감사인사 정도는 해줄 수 있죠.’


식탁에 앉으면서 ‘올해도 코헨이 주식에서 돈 많이 벌게해주세요’하고 빈 선호는 한국인다운 빠른 식사를 하면서 주위를 살펴봤다.

새로운 집단에 들어갔을 때 지켜봐야하는 것은 세력 구도이다.

거창하게 말하긴 했지만, 그냥 누구랑 누가 친하고, 누가 그 무리의 리더격이고··· 이런 관계를 파악하는 것이다.

이런 것들을 파악해두는 것은 선호가 마이너리그에서 살아남기 위해 만들었던 습관이기도 했다.

실력 없는 동양인으로서 마이너리그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친분 관계 같은 것이라도 필요했었다.


‘미누치 보르대, 쟤가 저쪽 무리의 대장이구만. 몇몇 불펜 투수들, 그리고 야수들 중 일부가 따르는 것 같은데? 선발 투수들은 자기들끼리 뭉쳐있고, 톰 클린지는···.’


혼자였다.

원래 쾌활한 성격으로 팀원들의 신뢰를 만드는 게 장점인 인물이었는데.

식사 자리에서도 혼자 먹는 법이 없었고, 혼자 있는 선수의 옆에 가서 말동무가 되었다는 미담이 꽤 많았을 선수였을텐데.

혼자 밥 먹는 모습이 익숙해보이는 게 뭔가··· 톰 클린지가 성장한 모습을 아는 선호로서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


로우 싱글 A랑 다른 점 또 한 가지는 투쟁심이었다.

그 다음날, 덕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선호는 확실히 다른 분위기를 느꼈다.


따악!


“달려! 달려!”

“홈으로! 홈으로!”


2사 주자 1, 3루 상황.

힘이 실리긴 했지만 각도가 너무 낮아서 땅에 한 번 크게 맞고 튀어오른 공.

3루 주자가 죽기살기로 뛰어오는데, 홈을 지키는 미누치 보르대가 2루수가 던지는 공을 잡기 위해 약간 앞으로 나와 있었다.

엄밀하게 따지면 홈 충돌 방지법 때문에 저기 있으면 안 되지만, 심판은 공을 잡기 위해서 나갔다고 보고 허용하는 것 같았다.


쿵!

“크윽!”

“태그! 태그 했어!!”


“아웃!”


홈으로 달려오던 주자와 충돌했다.

주자는 아픈 와중에도 홈을 찍으려고 노력했고, 포수 미누치 보르대는 주자 몸에 글러브를 찍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결과는 아웃.

공을 먼저 잡고 있었기 때문에 홈 충돌 방지법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판정이었다.


“이게 왜 아웃이야! 이게 왜!”

“당연히 아웃이지!”


상대팀 감독이 나와서 항의했고, 그 항의에 선호 팀 감독도 질 수 없다며 나왔다.


‘과격하네.’


로우 싱글 A는 이제 막 루키 리그를 지나가는, 비교적 어린 선수들이 있었다.

어린 선수들 특유의 투쟁심이 있긴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이곳은 최소한의 프로 자격을 갖췄다고 봐도 되는 선수들이 모이는 하이 싱글 A.

여기서 한 발자국만 더 나가면 더블 A이고, 더블 A에서 잘하면 바로 메이저리그로 가는 것도 종종 일어나는 일이었다.

즉, 여기서 제대로 두각을 보인다면 인생이 달라질 수 있었다.

그러한 절박함이 선수들의 의식 뒷편에 깔려있는 것 같았다.


<왜, 두렵냐?>


톰 시버가 놀리는 듯한 얼굴로 물었다.

선호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빨리 경기 나가고 싶어서 근질거리기만 하는데요.’


빨리 저 투쟁심 속에 파묻히고 싶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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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발전은 멈추지 않아야 한다 - 3 +2 24.07.05 2,103 78 12쪽
36 발전은 멈추지 않아야 한다 – 2 +6 24.07.04 2,264 73 12쪽
35 발전은 멈추지 않아야 한다 – 1 +2 24.07.03 2,379 67 12쪽
34 정착 성공 - 3 +8 24.07.02 2,488 68 12쪽
33 정착 성공 - 2 +1 24.07.01 2,627 75 12쪽
32 정착 성공 - 1 +7 24.06.30 2,816 69 13쪽
31 타도 필리스 - 2 +2 24.06.29 2,856 84 13쪽
30 타도 필리스 - 1 +7 24.06.28 2,948 96 14쪽
29 과감한 결단 - 3 +5 24.06.27 3,022 93 12쪽
28 과감한 결단 - 2 +6 24.06.26 3,105 86 13쪽
27 과감한 결단 - 1 +3 24.06.25 3,187 84 13쪽
26 커쇼와 두 번째 포x몬 - 5 +7 24.06.24 3,193 86 13쪽
25 커쇼와 두 번째 포x몬 - 4 +5 24.06.23 3,295 94 13쪽
24 커쇼와 두 번째 포x몬 - 3 +8 24.06.22 3,375 71 13쪽
23 커쇼와 두 번째 포x몬 - 2 +5 24.06.21 3,558 74 13쪽
22 커쇼와 두 번째 포x몬 - 1 +7 24.06.20 3,799 91 12쪽
21 더 위로 - 3 +5 24.06.19 3,784 91 13쪽
20 더 위로 - 2 +6 24.06.18 3,927 85 13쪽
19 더 위로 - 1 +4 24.06.17 4,124 99 12쪽
18 새 친구의 고민을 해결하자 - 2 +11 24.06.16 4,198 95 13쪽
17 새 친구의 고민을 해결하자 - 1 +2 24.06.15 4,391 95 11쪽
» 알테니 스킵 - 3 +2 24.06.14 4,561 90 12쪽
15 알테니 스킵 - 2 +5 24.06.13 4,659 100 13쪽
14 알테니 스킵 - 1 +2 24.06.12 4,778 93 13쪽
13 꿈의 무대로 다시 한 번 - 3 +7 24.06.11 4,857 100 12쪽
12 꿈의 무대로 다시 한 번 - 2 +5 24.06.10 5,010 103 12쪽
11 꿈의 무대로 다시 한 번 - 1 +4 24.06.09 5,137 11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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