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화 복수를 다짐하는 수석 시녀
백작 부인은 주변을 둘러보며 일을 하지 않고 모두 나와 있는 여인들을 보며 수석 시녀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물었다.
“일이 잘 진행되고 있나 보러 왔는데,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가?”
“그, 그것이······”
백작 부인은 딱히 타박을 하는 투로 말하고 있지도 않았는데, 수석 시녀는 어째선지 대답을 하지 못하고 쩔쩔매고만 있었다.
그때 여인들 중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여인이 앞으로 나서 방금 리리카가 했던 말을 하며 거부를 했다.
“이곳에서 저희에게 제시한 급료가 너무 적어서 저희는 일을 거부하고 돌아가려고 합니다.”
백작 부인 앞에서도 기죽지 않고 큰소리로 말하는 여인의 모습에 수석 시녀가 기겁을 해서 여인을 막아 세우려 했다.
“다, 닥치지 못하겠느냐?! 가,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수석 시녀는 여인에게 호통을 쳐 입을 다물게 하려 했지만, 백작 부인은 손을 들어 수석 시녀를 제지하고 질문을 했다.
“급료가 적다니? 대체 얼마를 원하기에 그러는 것인가?”
“저 아가씨 말에 의하면 노동자에게는 정해진 급료가 있다고 하더군요. 거기다 입을 다무는 금액이 포함 된 것이라고 했으니 그에 맞는 금액을 주셔야만 일을 할 것입니다.”
백작 부인은 여인이 가리킨 리리카를 바라봤다 아직 어린 소녀에 불과한 사람이 법에 조예가 깊은 것을 보고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는 듯 했다.
그리고 다시 여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렇기에 너희에게 하루에 100실링이라는 금액을 약속한 것이 아니냐? 이 이상을 원하는 것은 욕심이 너무 과한 것이 아니냐?”
금액이 적다고 말하는 여인들이 과한 욕심을 부리고 있다고 생각해서 말한 백작 부인이지만, 여인들은 백작 부인의 입에서 나온 100실링이라는 말을 듣고 술렁이고 있었고 수석 시녀는 다 망했다는 얼굴로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백작 부인은 여인들의 반응이 의아해서 다시 질문을 했다.
“왜 그러지? 다른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
왜 그러냐는 백작 부인의 말에 여인들이 리리카를 바라봤다. 대신 말해 달라는 의미였다.
리리카는 간절한 여인들의 시선에 어쩔 수 없이 한숨을 쉬며 앞으로 나와 백작 부인에게 설명을 했다.
“저희가 이곳에 오면서 들었던 급료는 50실링입니다, 부인.”
50실링이라는 말에 깜짝 놀란 백작 부인이 마치 휙 소리라도 날 것 같은 속도로 고개를 돌려 수석 시녀를 바라봤다.
수석 시녀는 곤란하다는 얼굴로 쩔쩔매는 태도를 보고 어떻게 된 일인지 모두 파악한 백작 부인이었다.
한숨을 쉬며 고개를 돌려 여인들을 바라본 백작 부인은 세상 인자한 얼굴을 하고 말을 했다.
“중간에 착오로 말이 잘못 전달된 모양이구나. 너희에게 약속한 금액은 50실링이 아닌 엄연히 100실링이다. 착각하게 만들어서 미안하구나.”
100실링이 맞다고 확인해주는 백작부인의 말에 여인들은 자기들끼리 숙덕거리며 술렁이고 있었다.
“물론 이 금액에는 침묵의 대가도 포함 된 것이고, 분배 된 일을 끝내지 못했을 때는 야근도 해야한다는 의미도 포함 된 것이다. 물론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모두 마친 사람들은 5시에 퇴근해도 100실링을 모두 받을 것이다.”
백작 부인의 설명을 모두 들은 여인들은 ‘꺄악!’하고 비명을 지르며 환호했다.
100실링이면 왠만한 여성 노동자의 하루 일당에 2배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거기다 일을 빨리 끝마치면 일찍 돌아가도 된다는 파격적이어도 매우 파격적인 조건에 여인들이 절로 환호가 나온 것이다.
백작 부인은 환호하는 여인들을 자애로운 미소로 바라보며 추가 설명을 했다.
“단 시간이 촉박하기에 해야할 일이 매우 많고 몸도 고될 것이다. 이 사실에 불만이 없는 사람들은 이곳에 싸인을 하고 업무를 시작하도록.”
백작 부인이 기사에게 손짓을 하자, 기사는 여인들에게 서류를 하나씩 나눠줬다.
다만 글을 읽을 줄 모르는 여인들은 자연스럽게 리리카에게 몰려 들었다.
“여, 여기에 뭐라고 적혀 있는 건가요?”
자신에게 서류의 내용을 묻는 여인들에게 리리카가 친절히 설명을 했다.
“임시 고용 계약서라고 적혀 있습니다. 계약 1개월. 급료는 하루에 100실링. 근무 시간 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단 업무를 모두 끝내지 못한 사람은 9시까지 근무라고 적혀 있습니다.”
방금 전 백작 부인의 설명과 전혀 다르지 않은 계약서의 내용을 확인한 여인들은 다시 좋아하며 너나 할 것 없이 싸인을 했다.
물론 글을 쓸 줄 모르는 무지한 여인들이기에 지장으로 대신했다.
법에도 빠삭하면서 글도 읽을 줄 아는 리리카를 백작 부인이 더욱 흥미를 보이며 바라봤다.
‘리리카라고 하였던가? 흥미로운 아이로군.’
백작 부인은 리리카의 이름을 기억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돌아갈 준비를 했다.
“그럼 고생들 해주게.”
“예, 백작 부인! 조심히 돌아가세요.”
백작 부인은 여인들을 웃으며 바라보고 뒤 돌아 수석 시녀를 바라봤다.
수석 시녀는 고개를 들지도 못하고 식은땀만 흘리고 있었다.
백작 부인은 그런 수석 시녀를 냉정한 눈으로 노려보며 말했다.
“백작가의 예산으로 딴 주머니를 찰 생각이거든, 욕심을 적게 부리든가, 아니면 들키지나 말거라.”
백작 부인의 힐난에 수석 시녀는 안색이 창백해질 뿐 어떠한 변명도 하지 못했다.
사용인들에게 가는 급료에서 조금씩 빼돌려 시녀들이 가로채는 것은 오랜 관행과도 같은 일이어서 이런 문제로 백작 부인이 수석 시녀에게 문책을 하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아주 일부의 돈이나 빼돌리던 다른 시녀들과 달리 무려 절반의 금액을 빼돌린 수석 시녀의 간 큰 행동에 한숨이 절로 나온 것이다.
백작 부인은 과한 욕심을 부려 모두 탄로가 난 수석 시녀를 한심하게 바라보고 돌아가버렸다. 하지만 수석 시녀의 어처구니 없는 실수 덕분에 자신의 지지도가 올라간 데다가 리리카라는 인재도 알게 되어서 기분은 가벼운 채로 돌아갈 수 있었다.
한편 수석 시녀는 리리카 때문에 백작 부인 앞에서 망신을 톡톡히 당해서 원망이 가득한 눈으로 리리카를 노려봤다.
“나를 이렇게 망신을 주고 무사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수석 시녀는 리리카에게 복수를 할 것을 다짐했다.
“자! 모두 일하기로 정했으면 정해준 자리로 가서 어서 일을 시작하거라!!”
수석 시녀는 박수를 치며 시선을 집중시킨 뒤 여인들에게 일을 시작하라고 말했지만, 방금 전의 앙금이 남은 여인들은 수석 시녀의 말에 ‘흥!’하고 콧방귀를 뀌며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수석 시녀는 평민들에게 이런 수모를 받으니 자존심이 무너져서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지만, 여인들 하나하나 찾아 다니며 벌을 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기에 이런 일이 생기도록 만든 주범(?)인 리리카를 찾아가서 혼내 주기로 마음 먹었다.
리리카는 중앙홀에 모여 있는 여인들을 바라보며 자신과 같이 갈 사람이 있는지 물었다.
“저와 함께 갈 8명의 사람이 필요한데, 누가 저와 같이 가시겠어요?”
리리카가 여인들을 향해 질문을 했지만, 모두 손을 드는 사람은 없었다. 가장 힘들고 몸이 고된 세탁 일을 하기 싫어서 나서지 않고 있는 것이다.
사람이란 본래 자신들이 유리한 일에는 도와준 사람을 의지하고 자신들이 불리한 일에는 도와준 사람도 외면하는 속물들이기는 했지만, 방금 리리카의 도움으로 급료를 본래 금액대로 받을 수 있으면서 이제 리리카의 도움을 받을 일이 없다고 생각한 것인지 아무도 리리카를 돕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저, 저기······ 8명은 꼭 나오셔야 하는 데······”
리리카가 곤란해서 다시 한번 의향을 물어보자, 나이 많은 여인이 제일 나이가 어려보이는 8명을 지목해서 따라가라고 지시했다.
“거기 너희! 너희가 가서 리리카양을 도와주거라!”
“저, 저희요?”
“그럼 그런 험한 일에 우리 같이 나이 많은 사람들이 고생을 해야겠냐?”
지목 받은 어린 여인들은 ‘다 같이 급료 받고 일을 하는 처지에 자기가 뭔데 지시를 하냐?’ 하고 따지려 했지만, 다른 여인들도 빨리 가라 하는 눈초리로 보고 있어서 입을 열지는 못했다.
어린 여인들은 분했지만, 여론에서 밀려서 어쩔 수 없이 리리카를 따라갈 수 밖에 없었다.
“자! 그럼 시간 없으니까, 서둘러 일을 시작하죠. 우선 각 방을 돌면서 세탁물을 수거해 주세요.”
“예.”
리리카의 지시에 세탁조 사람들은 영빈관 구석구석을 돌며 침구들을 수거해 왔다.
그리고 수거한 침구를 지하 세탁실로 옮겼다. 하지만 영빈관의 규모가 워낙 커서 모든 침구를 옮기는데 2시간이나 걸리고 말았다.
리리카는 야간 학교에 출석하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고, 다행이 사람들과 함께 모든 침구를 수거할 수 있었다.
그런데 모아놓고 보니 양이 매우 많았다. 자신들의 키보다 크게 쌓여 있는 세탁물을 본 여인들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이, 이걸 언제 다해요?”
산처럼 쌓인 세탁물을 보고 세탁조 여인들은 절망을 하고 있었지만 빈민가 시절부터 중노동에는 익숙한 리리카가 별일 아니라며 모두를 안심시켰다.
“모두 걱정 마세요. 이걸 오늘 하루에 다 할 필요는 없어요. 귀빈들이 오시는 것은 다음주라고 했으니까 7일의 여유가 있어요. 그럼 마지막 이틀은 커탠과 식탁보를 세탁해야 하니, 이건 모두 5일안에 해야 한다는 뜻이고, 그렇다면 이걸 다섯으로 나누면······ 짠! 이렇게 많이 적어졌죠?”
리리카는 빨래를 분배하며 많이 적어졌다는 것을 강조했지만, 긍정적인 리리카와 달리 여인들은 여전히 많아 보이는 세탁물들을 보고 한숨이 나올 뿐이었다.
“자! 그럼 어서 일을 시작······!!”
“기다리거라!”
리리카가 모두에게 일을 시작하자고 수석 시녀가 세탁실로 들어와서 일을 방해했다.
“누가 7일의 여유가 있다고 했느냐?”
“예? 그야 귀빈들이 다음주에 오신다고 하셔서······!!”
“귀빈들이 오시는 전날에는 모든 바닥을 거울과 같이 닦고 그 뒤에는 모두 함께 최종 점검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 세탁들을 모두 6일 안에 끝내야 한다. 그러니 침구도 5일이 아닌 4일만에 끝내도록 하거라.”
세탁조 여인들은 5일안에 해도 모두 끝낼 수 있을지 알 수가 없는 상황에 4일안에 끝내라는 수석 시녀의 말을 듣고 다시 절망에 빠지고 말았다.
수석 시녀는 절망하는 여인들을 보고 신이라도 난 듯 웃으며 바라봤다.
‘낄낄. 모두 저 리리카라는 되바라진 계집 때문에 너희도 고생을 하는 것이다.’
수석 시녀는 리리카에게 골탕 좀 먹으라고 바라보며 자리를 나가버렸고, 리리카는 그런 수석 시녀를 빤히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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